곽영현과 김병욱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용인주 같은 거물 앞에서 그들이 뭘 더 할 수 있겠는가?용인주 스카프를 꺼내 손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사과 못 하겠으면, 구원병을 모시든가 해. 곽 씨, 이씨 집안에서 자네들을 위해 나서나 보게.”곽영현, 김병욱은 얼굴이 말이 아니게 시커메졌다.나서기는 뭘 나설까.김세자 하나 밟아버리려고 오랫동안 짰는데, 이 꼴을 하고 어떻게 가문에 손을 벌린단 말인가? 이번 일이 가문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차라리 목매달고 죽는 게 나을성싶다. 그렇긴 하지만 결코 속이 달갑지는 않았다.그렇게 만단의 준비했고 후수도 남겨 뒀건만 결국엔 이 꼴이니 억울하고 분통했다.김예훈을 밟아 죽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다니,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사과 안 할 건가? 여기서 죽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니면 내가 직접 진주로 가야겠어?”용인주는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다그쳤다.용인주의 위압에 곽영현은 얼굴에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꾸역꾸역 김예훈에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김예훈, 미안해.”“김세자, 미안.”옆에 있던 김병욱은 눈꼬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미안해? 무릎 꿇고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면 난 받아들일 생각 없는데.”김예훈은 덤덤하게 요구했고, 곽영현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적당히 해. 사리 구분 좀 하지?”소한미도 저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김예훈, 두 사람 다 사과했으니 그만하지?”김예훈은 썩소를 지었다.“사과? 누가 사과는 꼭 받아줘야 한다고 했나? 김병욱, 내 성격 잘 알지 않아? 지금 뭘 해야 할지 알지?”김병욱은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결국 “툭” 소리 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미안합니다.”“퍽!”김예훈은 김병욱을 발로 걷어차더니 살기 넘치는 표정으로 곽영현을 보며 말했다.“김병욱, 저자는 언제 자기 허리를 숙여야 하는지를 잘 알아. 그러니 죽지는 않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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