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소파에 기대어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아직 제대로 결정하지 않았어요. 이 두 늙은 여우한테 이용당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 게다가 부산 용문당을 처리하는 건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열흘에서 보름 정도, 그들이 싸우다 지칠 때 다시 보죠.”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송준이 걸어들어와 몸을 숙이고 얘기했다.“김 대표님, 하 비서 측은 제가 사람을 시켜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별로 이상한 점은 없습니다. 그저 일반인이 사직한 것과 같아요. 하지만 이게 제일 이상한 부분이죠. 그래서 내일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비행기로 성남을 떠난다고 들었거든요.”송준의 말을 들은 박인철과 원경훈, 오정범은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이건 총사령관님의 사생활이니 끼어들어서도 안 되고 궁금해해서도 안 된다.김예훈은 미간을 짓누르고 한숨을 쉬더니 떠나버렸다.반 시간 후, 김예훈은 하은혜 아파트의 벨을 눌렀다.얼마 지나 문이 열렸다. 하은혜는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걸어 나왔다.집에 있었기에 그녀는 평소처럼 오피스 룩이 아닌 널찍한 잠옷을 입고 있었다.큰 잠옷은 그녀의 굴곡적인 몸매를 감추어 주었지만, 또 보일락 말락 하는 것이 사람을 애타게 했다.하은혜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김예훈을 마주한 그녀는 잠시 굳었다가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대표님, 왜 오셨어요?”김예훈은 웃으며 얘기했다.“은혜 씨는 내 옆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일을 했는데 갑자기 설명도 없이 사직서를 내다니. 이건 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늘 밤 해명을 들으러 왔어요. 물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줄 테니.”하은혜는 진지하게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소파에 앉아 기지개를 켜더니 얘기했다.“김예훈 씨, 저는 이제 당신의 비서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부인이 신경 쓸 것 같은데요?”김예훈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 질문은 대답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함정에 빠질 질문이었다.하은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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