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2011 - 챕터 2020

2771 챕터

제2011화

강유이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하지만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걸. 나 너무 걱정돼…”“괜찮아.”한태군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꼭 돌아간다고 약속할게. 유이 넌 집에서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어.”그가 전화를 끊고 몇 초 후, 웬 남자 두 명이 집 안으로 쳐들어왔다.한태군이 느긋하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밖으로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가자, 한순간 방안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덕분에 두 남자의 음흉한 얼굴이 드러났다.흑곰이 손가락으로 날이 선 칼날을 훑으며 입술을 비쭉거렸다.“오랜만입니다, 한태군 도련님.”불시에 일은 비바람에 바다가 출렁이듯이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한태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번뜩이는 불빛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그는 평소처럼 침착한 모습이었다.“흑곰 당신 실력이 비범하다고 들었습니다. 딸랑 한 사람만 동행한 걸 보니 저를 상대하는데 혼자 충분하다고 여겼나 봅니다.”데이비 렌지의 부하들 중, 오직 흑곰만이 데이비 렌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흑곰은 충성심이 대단했다, 데이비 렌지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실력도 뛰어나 전유준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흑곰은 데이비 렌지를 따르기 전, 프로 선수 출신이었다. 동남아에서 열리는 목숨을 담보로 치러지는 결투에서 그는 번마다 상대방을 죽이거나, 혹은 불구가 될 정도로 몰아붙였다. 때문에 동남아에서 흑곰의 명성은 어마어마했다. 투기하기 좋아하는 자본가들이 너도나도 손에 넣으려 하는 인재나 다름없었다.흑곰이 칼등을 혀로 슥 핥아올렸다. 그의 태도가 퍽 오만했다.“그쪽 도련님이 수작질로 사람 함정에 빠뜨리는 거 잘 하잖습니까? 뭐 겁은 하나도 안 나지만, 나 혼자서도 도련님 상대하기 충분해요. 살려달라고 소리쳐봤자…”그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태군과 시선을 마주치며 피식 냉소를 지었다.“그땐 이미 시체가 되어있을 테니까요.”그가 말을 마친 그 순간, 흑곰의 뒤에 서있던 남자가 검은색 리볼버를 꺼내들고 한태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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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2화

한태군은 그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흑곰 당신은 격투장에서 KO 승을 거두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한방으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건 성취감이 없겠죠. 상대를 갖고 놀면서, 그쪽 기력이 다 하길 기다린 후 마지막에 상대방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게 당신이 즐기는 방식 아닙니까?”“제가 침착하면 침착할수록 당신은 예전처럼 사냥의 쾌락을 느낄 수 없겠죠. 때문에 아쉬워서라도 절대 저를 단번에 죽일 수 없지 않습니까?”흑곰이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윗옷을 벗어 던지고 칼을 쥔 채 한태군에게 달려들었다.“그렇다고 한들 도련님은 절대 내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한태군이 맨주먹으로 수비하며 칼과 주먹을 피했다. 뒤에 있던 남자가 뒤에서 몰래 기습하려 하자 그가 옆에 있던 테이블을 발로 차 흑곰의 공격을 막은 후, 몸을 돌려 남자의 손목을 잡고 아래로 꺾었다.흑곰이 테이블을 밀어버리고 다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한태군이 남자를 방패로 삼아 앞세우자 곧바로 칼날이 남자의 어깨를 파고들었다.흑곰이 남자를 옆으로 밀어버린 후 한태군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한태군이 두 손을 올려 가드 했지만 그의 힘에 밀려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흑곰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더욱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스탠드 조명이 그의 주먹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한태군은 그에게 밀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흑곰이 한태군을 향해 발차기를 하자 한태군이 급히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의 발에 애꿎은 책장에 부딪히며 위에 진열되어 있던 책들이 와르르 쏟아졌다.왼쪽 어깨에 상처를 입은 남자가 소파 밑에서 검은색 리볼버를 주어 들더니 흑곰에게 던져주었다. 흑곰이 순식간에 다시 리볼버를 손에 넣었다.“자 도련님 이번에도 과연 피할 수 있을지—”“쾅!”유리창이 깨지며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집 안으로 쳐들어왔다.전유준이 흑곰을 향해 공격을 퍼붓자, 흑곰이 얼른 손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에 결국 볼품없게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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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3화

한태군이 이를 악물었다. 한태군은 고통을 참으며 흑곰을 붙잡아 그의 손을 확 젖혔다. 살점을 가르며 뽑힌 칼에 피가 흥건했다. 하지만 흑곰은 여전히 한태군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전유준이 급히 소리 질렀다.“도련님을 구해!”흑곰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한태군을 껴안았다. 경찰이 흑곰의 등을 향해 총을 쐈다.그가 비명을 내지르더니 한태군을 잡아끌었다. 미처 붙잡을 새도 없이 두 사람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전유준이 두 사람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도련님!”성난 파도가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어느새 두 사람이 바닷속으로 종적을 감춰버렸다.…이른 아침 빈해 별장.반재신이 욕실에서 나오자 곧바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깊이 잠든 진예은의 얼굴을 힐끗 확인한 후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반재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뭐?”소란을 듣고 잠에서 깬 진예은이 천천히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았다.“연서한테 무슨 일 생겼어?”밤새 연서를 찾지 못했다. 어젯밤 내내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었다. 연서가 어디로 숨었는지, 아니면 혹시 무슨 사고라도 당한 건 아닌지 알 수 없었다.반재신은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한태군한테 일이 생겼어.”진예은이 놀라 되물었다.“뭐?”그가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일단 한태군에 관한 일은 유이한테 알리지 마. 나 잠깐 나갔다 올게.”진예은이 입술을 달싹였다.“그럼 연서는…”그가 잠깐 멈칫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두웠다.“별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반재신은 결국 그녀에게 연서를 그녀의 친모가 데리고 갔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친모가 원하는 걸 추측해 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외투를 들고 나가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어떤 연락을 받든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 연서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진예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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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4화

경찰 측에서 인근 어부의 배를 빌려 시체를 건져냈다. 현장에 도착한 법의학자가 시체를 살핀 후 시신 수습용 백에 넣었다.전유준이 인파를 가르고 앞으로 나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시체를 확인했습니까?”경찰 쪽 팀장이 그를 돌아보며 답했다.“흑곰입니다.”전유준이 멈칫거리더니 시신 수습용 백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창백하고 퉁퉁 부은 얼굴이 확실히 흑곰이었다. 흑곰이 정말로 죽은 것이다.몸을 일으킨 경찰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현재까지는 피의자의 시체밖에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절대 수색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전유준이 고개를 끄덕인 뒤, 이 소식을 반재신한테 전했다.이제 막 회사에 도착한 반재신이 전유준한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흑곰의 시체는 건져냈지만, 아직 한태군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그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반재신이 콧등을 주무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살아있을 거야…”살아있어야만 했다. 아니면 유이를 볼 낯이 없었다.그때 별장 도우미 아주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아주머니는 그에게 진예은이 전화를 받고 외출했다고 알려주었다.…진예은이 택시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서 혼자 벤치에 앉아있었다.“연서야!”진예은이 곧장 달려가 아이를 품에 안았다.“어디 다친데 없지? 밤새 어디에 있었던 거야. 왜 안 돌아왔어. 고모가 걱정할 줄 몰랐어?”‘아이가 홀로 이렇게 먼 곳까지 왔다니. 만약 연서가 먼저 연락 주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아이한테 사고가 생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연서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잔뜩 긴장한 채 옷깃만 잡아뜯었다.“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 마신 후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떼쓰지 말고 연서야. 응? 착하지, 고모와 함께 돌아가자.”그녀가 연서의 팔을 잡으며 일으키려 하자, 연서가 울음을 터뜨리며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다.“말했잖아요, 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 아저씨한테 가면 고모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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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5화

진예은이 이를 악물었다.“어머니, 연서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연서를 이렇게 대해서는 안 돼요!”“잘못이 없어?”친모가 피식 냉소를 짓더니 담배 파이프로 진예은의 턱을 들어 올렸다.“그 천한 계집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낳은 자식인데 이렇게나 쓸모없을 수가, 자기 아버지의 총명함을 하나도 물려받지 못했어, 그러니 누구를 탓해.”진예은이 너무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오빠를 죽게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 오빠의 유일한 핏줄까지 사지로 내몰 생각이세요?”“짝!”친모가 진예은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다.뺨이 반쯤 돌아간 그녀의 모습이 더욱 처량하게 느껴졌다.“그 더러운 입 다물지 못해!”친모의 얼굴이 기괴하게 이그러졌다.“찬이는 한태군이 죽인 거야!”진예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퉁퉁 부어오른 한쪽 뺨을 신경 쓰지도 않고 웃기 시작했다.“미쳐도 단단히 미치셨네요. 어머니는 말끝마다 한태군이 오빠를 죽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말을 하면서 자기 위로하는 것뿐이에요.”“버르장머리 없는 년!”친모가 진예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천한 년이 감히 나한테 대들어?”진예은이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맞아요. 저 천해요. 하지만 이 천한 년은 어머니 뱃속에서 떨어져 나온 혈육이에요. 사랑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 굳이 낳아서 저한테 이런 고통을 안겨 줄 바에는, 그때 진작 목 졸라 죽이지 그러셨어요.”그녀의 눈에 가득 차오른 원망은 친모 못지않았다.하루하루 참아낸 증오와 원망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다. 그녀는 이런 친모한테서 태어난 것 자체가 후회스러웠다. 이런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이럴 바에는 애초에 태어나지도 말게, 그녀의 뱃속에 있을 때 죽었어야 했다.’그녀는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친모의 따뜻한 눈길과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 집안에서 진예은은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녀는 그 집에서 한 번도 따뜻한 애정을 느껴본 적 없었고, 오직 차가운 눈길과 냉대만 받으며 자랐다. 분명 자기 집이지만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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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6화

친모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진예은을 바라보았다.“내가 틀린 말 했니? 반 씨 집안에서 저런 혹이 달린 너를 받아들일 리가 없잖니? 예은아, 사람이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친모가 진예은의 턱을 들어 올렸다.“정신 차려, 네가 그 집안에 들어갔다고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그녀는 진예은의 턱을 으스러뜨릴 듯이 힘을 실었다. 그녀의 눈에 독기가 가득했다.“네 오빠가 죽었어. 그런데 네까짓 게 감히 행복해지려고 해? 넌, 네 오빠가 살아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낳은 존재일 뿐이야. 얌전히 네 오빠의 디딤돌로 살았으면 얼마나 좋아? 하필 그 한 씨 놈과 한통속이 되어 네 오빠를 죽게 만들고!”친모가 진예은을 뿌리쳤다. 진예은은 바닥에 넘어지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 안았다.친모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난 더 이상 너를 봐줄 생각 없단다. 연서를 살리고 싶으면 네 뱃속의 아이를 죽여.”진예은의 동공이 확장되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라고요…”“네가 반 씨 집안에 들어가는 꼴을 내가 가만히 지켜만 볼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잖아.”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진예은을 바라보았다.“애초에 한태군 그놈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지 않았다면, 넌 진작 데이비 씨의 여자가 되어있었어. 내가 그분한테 입은 은혜를 갚을 수가 없으니 너 같은 딸이라도 바쳐야지 않겠니?”진예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신은 미쳤어!”‘어머니가 자식을 데이비 렌지 그 악마 같은 놈에게 바친다고?’친모가 손짓하자 두 명의 장정이 다가와 진예은을 제압했다. 친모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시선이 표독스럽게 진예은의 배에 꽂혔다.“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조금만 있어. 곧 끝날 테니까.”그녀가 다리를 들고 그녀의 배를 짓밟으려고 했다.진예은이 허우적거리며 저항했다.“그러지 말아요. 안돼!”친모의 발이 그녀의 배에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타나 그녀를 발로 차버렸다.진예은을 붙잡고 있던 남자들도 어느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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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7화

진예은은 고개를 들고 반재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명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어쩐지 멀게 느껴졌다.어쩌면 처음부터 두 사람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자기처럼 이기적인 여자는 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반재신이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에게 말했다.“일단 먼저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세요.”친모가 흠칫 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뭐요? 지금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낳은 딸을 살리려고…”“여사님 눈에는 남이 낳은 딸이나, 자기가 직접 낳은 딸이나 똑같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나 보네요. 그렇게 자기 딸이 못마땅합니까? 당신도 누군가에게 귀한 딸이었을 텐데,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죽이지 않고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는데, 왜 당신은 자기 딸을 죽이지 못 해 안달이 나셨습니까?”반재신이 무표정한 얼굴로 친모를 직시했다.친모의 얼굴이 점점 이그러지더니 호흡마저 거칠어졌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반재신이 진예은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여사님의 좋은 날도 오늘부로 끝입니다.”보디가드가 친모를 붙잡자 그녀가 있는 힘껏 발버둥 쳤다.“진예은, 넌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 한평생 절대 네가 원하는 행복을 누릴 수 없을 거야!”반재신의 품에 안겨있던 진예은이 몸을 흠칫거렸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끝없는 절망에 빠져버렸다.연서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진예은은 다시 빈해 별장으로 돌아왔다.그가 진예은을 안고 침실로 들어섰다. 그는 오는 길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가 그녀를 내려놓은 순간 진예은이 무의식적으로 그를 잡아당기며 해명했다.“나 연서를 위해 우리 아이를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한적 없어…”그녀의 머리는 한껏 흐트러져있었고 한쪽 뺨이 퉁퉁 부어있었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동자는 톡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연서를 구하려고 나갔다가 우리 아이를 위험에 빠트린 건 사실이야. 안 그래?”반재신이 새빨개진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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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8화

처음부터 그녀는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딱 한 번,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적이 있었다. 바로 술에 취해 미친 척 일을 저지른 삼 년 전 그날 밤이었다.어쩌면 어머니의 말대로 자신은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연서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녀는 연서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들 사이에 연서가 껴있는 한 그녀는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어쩌면 이게 가장 좋은 결말일 수도 있었다.그녀가 눈을 꼭 감고 억지로 자기감정을 숨겼다.“반재신, 나 이 아이 낳을 거야.”반재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그녀는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간 사람처럼 무기력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을 마치자 끝없는 소용돌이 속에 갇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넌 분명 좋은 아빠가 될 거야. 아이도 너와 함께 사는 게 더 행복하겠지.”“진예은!”반재신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녀를 붙잡은 손에 힘이 잔뜩 실리며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멋대로 그런 선택을 해? 그럼 삼 년 전 그날, 왜 날 끌어들였는데. 내 진심을 갖고 노니까 재밌었어?”그에게 붙잡힌 진예은이 무력하게 이불자락만 붙잡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다른 사람 생각은 하나도 안 하고 네 고집대로만 행동해? 어떻게 연서를 위해 자기 친자식까지 버릴 생각을 해. 부모 없는 연서가 불쌍하면, 네 뱃속에 있는 아이는? 그 아이도 태어나서 부모 없는 자식으로 크게 할 거야?”그녀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이불자락을 붙잡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 허겁지겁 숨을 들이마셨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도우미 아주머니가 문 앞에서 그를 불렀다.“도련님, 병원에서 연락 왔는데…”반재신이 문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찌나 사나웠던지 아주머니가 채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그가 진예은을 놓아준 후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반재신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걸 확인한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침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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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9화

순간 그녀의 뇌리를 번뜩 스치는 생각이 떠올랐다.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걸렸다.“도련님, 아주 지독한 속셈을 품고 있나 봅니다. 지금 연서를 죽이고 저한테 뒤집어 씌울 생각인가 봐요?”그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제가 아무리 지독해도 여사님만큼 지독하겠습니까?”친모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가 반 씨 집안사람들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다.그녀는 한태군이 충분히 지독한 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반 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 자신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연서를 죽이고 그 죄를 자신한테 뒤집어 씌우려 했다. 문뜩 뭔가를 떠올린 그녀가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요. 진예은 그 천한 년이 연서를 끔찍하게도 아끼잖아요. 그 아이를 위해 자기 뱃속의 아이도 뒤로하는데. 도련님은 진작부터 연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죠. 만약 도련님이 연서를 죽이면 진예은은 아마 평생 당신을 미워할 거예요. 하하하.”그는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대답했다.“미워하라고 하세요. 자기 본분도 지키지 않는 여자가 저를 미워한들 또 어떻겠습니까?”친모가 입을 다물었다.반재신이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태도가 너무나 평온했다.“왜요, 이제 와서 자기 딸이 불쌍해지기라 했습니까?”“내가 그 애를 불쌍히 여긴다고요?”친모가 히스테리를 일으켰다. 그녀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왜 그 천한 계집을 불쌍히 여겨야 하는데요. 난 그 애를 낳은 걸 평생 후회할 거예요. 포대기에 싸인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당장이라도 아이의 목을 조를 뻔했죠. 특히 그 애가 나한테 다가오며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볼 때마다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어요.”반재신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친모는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그 애가 커서 어느 정도 태가 나면 우리한테 이득이 될만한 남자한테 시집을 보내는 게 그 애의 유일한 쓰임이었어요. 만약 그때 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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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0화

데이비 렌지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사모님, 한태군이 죽은 게 확실합니까?”친모가 우물쭈물했다.“제… 제 눈으로 직접 시체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제가 흑곰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는데 계속 전화기가 꺼져있었어요. 무슨 사달이 난 게 분명해요.”데이비 렌지가 답했다.“흑곰은 분명한 실력자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태군이 그의 적수가 될 리 없죠. 쳇, 보아하니 그놈이 한태군을 너무 얕보았나 보네요. 흑곰이 희생한 건 어쩔 수 없지만, 한태군은 절대 살아있어서는 안 됩니다.”친모가 물었다.“그러면 이제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데이비 렌지가 답했다.“한태군이 정말로 죽었는지 알아보세요. 25일에 제가 사모님을 스카이섬까지 모셔올 사람을 부둣가에 보내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사모님께 약속했던 일은 무조건 해결할 겁니다. 스카이섬에서 푸조 씨의 지지만 얻게 된다면 영국의 차기 왕은 제가 될 겁니다.”통화가 끝나고 반재신이 이어폰을 뺐다.데이비 렌지의 야심이 이 정도로 컸다니. 그는 황실을 손에 넣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스카이섬이라, 보아하니 한태군이 조사했던 내용이 거짓이 아니었다. 오늘이 20이니 이제 앞으로 5일이 남아있었다.“사람을 시켜 한태군이 죽었다는 소식이 진예은의 어머니한테 전해지게 만드세요. 어떻게든 그녀가 한태군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오일 뒤, 데이비 렌지 쪽 사람이 그녀를 데리러 오면, 바다 위에서 그들의 배를 막으세요. 그리고 데이비 쪽 사람들로 위장해 그녀를 데려갈 겁니다.”데이비 렌지가 외교관으로 위장해 친모를 데려갔던 것처럼, 똑같은 방법으로 독안의 든 쥐를 잡을 것이다.친모를 붙잡아 외교부에 넘긴 후, 외교부에서 직접 그녀를 황실에 넘기게 할 것이다. 데이비 렌지가 별의별 수작을 다 부리며 계획했던 야심은 친모의 손에서 망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그가 스카이섬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영국의 정사에까지 손을 뻗은 걸 들키면, 스카이섬 사람들도 이 문젯거리를 책임질 생각을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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