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 Chapter 2021 - Chapter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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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1화

전유준이 떠난 뒤 다시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소파에 기대앉은 강유이는 네 번째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매만지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그날 밤의 악몽이 사실이라도 되는 것처럼.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건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다.한태군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고 확신한 그녀가 휴대폰 화면에 반짝이는 민서율의 이름을 본 순간, 입가에 남은 웃음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강유이는 한참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서율 오빠?”한편, 창가 앞에 기대선 민서율은 깃털을 손에 쥐고 조롱 안에 갇힌 앵무새와 놀아주고 있었다. “유이야, 미안해. 우리가 함께 밥만 먹은 것뿐인데 네가 곤란해질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잘 해명할게.” 그의 말에 강유이는 싱긋 웃기만 했다. “네. 해명 기사 잘 부탁할게요.”깃털을 손에 쥔 민서율의 손이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유이는 해명 기사가 빨리 보도되길 바라는 거였어.’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유이가 물었다. “다른 용건 남았어요?” 민서율은 창밖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어.” 먼저 전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앵무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유이! 유이!”갑자기 고개를 돌린 민서율은 부드럽게 앵무새의 털은 만지는 것 같더니 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앵무새가 힘겹게 날개를 퍼덕이는 것을 지켜보는 그의 눈에는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유이는 내 사람이 아니야.”민서율이 떠난 방에는 깃털만 창가에 남아있을 뿐이다.빈해 별장에 도착한 강유이를 발견한 가정부는 그녀에게 진예은이 있는 방을 가리켰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예은은 베란다 의자에 기대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예은의 안색이 창백하게 느껴진 건 뜨거운 햇살 때문일까.“예은아.”강유이의 목소리에 진예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돌아봤다. “왔어.”그녀의 곁에 다가간 강유이가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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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2화

이것이 바로 데이비 렌지가 사람을 지시해 그녀를 데리러 온 목적이다. 진예은의 친모는 그저 그의 손에서 놀아나는 바둑알일 뿐, 그녀의 생사는 이제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데이비 렌지는 이제 한태군의 생사만 확인하면 되니까.보디가드가 한껏 눈살을 찌푸렸다.“수색대가 동강 구역에서 며칠을 수색했지만 한태군 도련님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폭우와 파도에 흑곰의 시체도 멀리 떠내려갔는데, 혹여 한태군 도련님의...”보디가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앞에서 걷고 있던 반재신이 자리에 멈춰 섰다.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강유이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오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유이야!” 한태군의 생사를 아직 정확히 모르는 그는 아직은 강유이에게 그의 소식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그는 아직도 한태군이 잘 살아 있다고 굳게 확신했기 때문이다. 강유이가 두 사람이 하는 말을 엿듣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반재신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유이야, 오빠가 하는 말...”“오빠, 태군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오빠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넋이 나간 채 멍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모든 사람들이 한태군의 소식을 알고 있었으면서 자신만 속였다는 배신감마저 들었다.반재신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우리도 태군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하지만 나는 태군이가 살아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너도 태군이를 믿어야 해.”“믿으라고? 어떻게?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는데?”강유이는 지난 밤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모두가 나를 속이고 있었어. 만약 내가 오늘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태군 오빠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 속였겠지?”그녀의 어깨를 세게 움켜쥔 반재신은 무기력함에 손을 떨구고 대답하지 못했다. 만약 한태군이 죽었다면... 강유이는 어떻게든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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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3화

숨을 깊게 들이마신 강성연은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태군이는 아직도 못 찾은 거야?”전화기 너머에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이 들려왔다.“네.”“됐다, 오늘 내가 유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야겠어. 태군이의 시체든지, 살아 숨 쉬는 사람이든지 찾아서 데리고 와.”말을 마친 강성연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통화를 들은 지윤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아가씨, 한태군 도련님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강성연은 관자놀이를 꾹꾹 문질렀다.“태군이와 유이가 혼인신고를 하고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요. 데이비 렌지가 아직도 협박을 하는 모양이에요. 태군이는 유이의 안전 때문에 목숨까지 바치며 이렇게 큰일을 벌였네요.”‘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모습은 반지훈과 꼭 닮았네.’강유이를 한태군에게 맡긴 뒤로 강성연은 완전히 시름을 놓았다고 하여도 거짓말이 아니다. 한태군은 강유이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고, 혹여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남은 강유이만 힘들어질 것이다.지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데이비 렌지를 떠올렸다.“데이비 렌지라는 사람에 대해 X의 부하한테서 들은 적 있어요.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한테 어떻게든 복수하는 사람이고 그 수법이 너무 잔인해 상대방이 죽기 전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어요.”강성연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지윤 씨는 희승 씨와 M 나라에서 의붓아버지를 모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벌써 돌아왔어요?”그녀의 의붓아버지인 X는 최근 건강이 악화되어 오랫동안 그의 곁에서 그를 모신 지윤이 회사를 그만두고 그를 간호하러 M 나라로 떠났다. 희승은 회사와 M 나라를 번갈아 가며 X를 지켰다.3년 전, 아직 국내에 돌아오지 않은 반재신을 대신해 회사를 지켜야 했던 그는 반재신이 회사를 물려받은 후, 완전히 M 나라를 떠나 지윤이를 찾았다. 테이블 위에 잔을 내려놓은 지윤이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스카이섬에 다녀오려고 해요. 이것도 X님의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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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4화

유럽의 블렉은 그저 총싸움이나 주먹질, 연장을 사용해 이름을 날린 탓에 많은 시민들이 언제든 참여할 수 있지만, 남씨 가문의 부하들은 힘든 교육을 토대로 의리를 중요시하여 규칙 하나만 어겨도 빈털터리로 쫓겨날 수 있었다.그것이 바로 X가 남강훈과 손을 잡겠다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배 한 척이 홀로 움직이고 있다.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침대에 기대앉은 한태군은 몸에 감은 거즈를 교환하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약 냄새와 피 냄새가 진동했다.“선생님, 깨어나셨어요?”남자는 음식을 테이블 위에 놓고 공손한 자세로 그의 곁에 섰다.“며칠 내내 열이 내리지 않았어요. 이제 좀 괜찮으신 것 같나요?”한태군은 입으로 붕대를 잡고 다친 팔을 감싸며 남자를 흘깃 쳐다봤다.“날 구한 사람이 당신이에요?”“저희 도련님께서 선생님의 목숨을 구하셨습니다.”셔츠를 입은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어느 가문의 도련님이죠?”남자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스카이섬 남씨 가문의 도련님입니다.”남자의 말에 한태군은 조금 놀란 것 같은 표정이다.“저녁 식사는 이곳에 두었습니다. 혹여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 벨을 눌러 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방을 나선 남자는 문을 닫고 선상 본실로 향했다. 호텔 스위트룸보다 더 호화로운 본실 소파에 홀로 앉아있는 젊은 남자는 맞춤 정장을 입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남성미가 조금도 없는 남자는 여자처럼 청초한 얼굴에 가녀린 몸을 갖고 있었고, 하얗고 긴 손가락이 찻잔 뚜껑을 스쳤다.“깨어났어?”가라앉은 목소리마저 얇고 가늘었다.남자는 공손하게 그의 앞에 멈춰 섰다. “네. 깨어났습니다.”청초한 남자는 뜨거운 차를 마시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심한 상처를 입고 바다에 떠다니면서까지 죽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닌가 보네.”“도련님, 저 남자를 왜 구하셨어요?”며칠 전, 순찰하던 사람이 바다에 떠 피투성이 가 된 채 엎드려 있는 사람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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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5화

“내가 잘못 생각했겠죠.”강성연은 빠르게 젓가락을 식탁 위에 놓았다.“저는 먼저 유이 보러 올라가 볼게요.”침대 위에 무릎을 감싸 안고 앉은 강유이는 커튼도 열지 않고, 불도 켜지 않은 채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갑자기 환한 불빛이 그녀의 부은 두 눈을 환하게 밝혔다.강성연은 그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아직도 숨어서 울고 있는 거야?”그녀는 눈을 비비고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숨지 않았어요.”강성연은 그런 그녀의 곁에 걸터앉아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었다. “언제까지 울 거야? 태군이 아직 죽은 것도 아닌데.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울고 있잖아.”한태군의 이름을 들은 강유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죽은 것과 다른 점 없잖아요.”“어떻게 다른 점이 없어. 태군이는 지금 행방불명이야. 죽었는지 살아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대로 희망마저 버릴 거야?”그녀의 눈빛이 다시 어둡게 가라앉았다.“희망을 가질수록 실망은 큰 법이에요.”“그래서, 태군이가 죽었다고 믿을래?”강유이는 그저 무릎을 더욱 세게 끌어안고 입술을 깨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제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태군의 사망 소식이다. 이 세계에서 도망칠 수 있다면 멀리 도망쳐 그의 사망 소식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강성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옛날에 너의 아빠가 일을 나가고 연락이 되지 않을 때, 나도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보냈어. 지금 네가 느끼는 고통, 엄마도 똑같게 느꼈어.”그녀는 차가운 강유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도 희망은 가져야지. 도망 쳐봤자 아무 소용 없어. 산 사람은 희망을 갖고 살아야 돼.”강유이는 따뜻한 그녀의 품에 파고들며 눈을 감았다. “엄마, 나 태군 오빠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만약 누가 태군 오빠를 구했으면 나한테 연락할 수 있잖아요.”강성연은 그런 강유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 유이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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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6화

남자는 신문을 읽으며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때, 그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가 그의 곁에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도련님께서 돌아왔습니다.”“응.”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고개를 들자 청초한 모습의 남자가 뒷짐을 지고 걸어들어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영감, 나 보고 싶었어?”중년의 남자는 바로 찻잔의 뚜껑을 닫고 눈살을 찌푸렸다.“그새 아버지라는 단어도 잊어버린 거야?”그의 시선이 뒤에 있는 한태군에게 고정하더니 신문을 흘깃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식, 돈을 벌어오라고 보내놨더니 어디서 이상한 사람만 데리고 왔어. 또 나를 괴롭히고 싶은 거야?”한태군은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젊은 남자는 태연하게 남강훈의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물렀다.“아버지, 왜 자꾸 화를 내시는 거예요. 저 남자는 제가 바다에서 주운 사람이에요. 아버지께서 7급 부도를 만드는 것보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아버지의 말을 들은 것뿐이에요.”능청스러운 그의 말에 남강훈은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언제부터 내 말을 잘 들었다고.”남강훈은 한태군을 빤히 쳐다보고 다시 신문의 사진을 바라봤다. 자신의 아들이 바다에서 구한 사람이 이토록 대단한 사람인 줄 몰랐다.“영국 한씨 가문의 사람이에요?”한태군은 그의 앞에 작게 고개를 숙였다. “남강훈 어르신을 뵙겠습니다. 어르신께서 이미 저를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손을 휘휘 저었다. “우리 남우가 당신의 목숨을 살리고 이리 잘 살아 계시니, 내일 사람을 시켜 집으로 보내드리죠.”그의 말에 한태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죄송합니다, 어르신. 저는 아직 돌아갈 수 없습니다.”남강훈은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몸을 돌렸다. “나를 따르시게.”한태군은 그의 뒤를 따라 함께 저택으로 들어갔다. 남우가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볼 때, 집사가 그의 곁에 와 걱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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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7화

데이비 렌지 아버지 세대의 백제파는 완전히 뒤집혔을 것이다. 게다가 데이비 렌지는 돈에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고 세력을 더욱 중요시했으며 귀족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세계의 유흥업소도 번창하지 않을 것이고 백제파는 그의 돈만 노렸을 것이다.백제파의 도움과 렌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동남아로 도망 온 그는 바로 신분을 노출하고 지낼 곳부터 마련해야 했다.그가 동남아에서 꼼짝하지 않으면 경찰도 그를 체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태군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도와주지 않으셨어요?”남강훈은 찻잔을 내려놓았다.“내가 렌지를 도와준 건, 그가 돈에 눈이 멀었고 사람을 해치지 않은 이유 때문이죠. 그의 아들인 데이비 렌지가 얼마나 난폭한지 이미 소문을 들어 잘 알고 있어요. 내 곁에 두면 그건 시한폭탄을 곁에 두는 것과 마찬가지죠.”“저는 태군 씨도 곁에 둘 생각 없어요.” 남강훈은 망설이더니 그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나는 이미 태군 씨의 신분을 알아 버렸고, 데이비 렌지가 감옥에 들어간 것도 태군 씨 때문이죠.”요. 하나의 왕좌에 데이비 렌지가 한태군 때문에 감옥에 들어간 건 비밀이 아니다. 영국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남강훈이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한태군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제가 귀찮은 일을 만들까 봐 그러는 거예요?”그는 바로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귀찮은 일이 싫지는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아요.”그의 맞은편에 앉은 한태군은 빈 찻잔을 손에 쥐고 물끄러미 쳐다봤다.“어르신과 푸조 사이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나 사실 허리춤에 칼을 숨기고 있잖아요. 두 명의 왕을 어떻게 용납하겠어요.”남강훈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한태군을 똑바로 바라봤다.한태군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그와 신경전을 벌였다.한참 후, 남강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터뜨렸다.“한태군 씨, 역시 소문대로 날카롭네요. 방금 우리 스카이섬의 땅을 밟고 내막을 다 조사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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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8화

그녀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몸을 옆으로 비켜섰다.“타시죠. 15분 후에 배가 출발할 겁니다.”기쁜 표정으로 유람선에 몸을 실은 진예은 친모를 객실로 안배한 남자가 말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휴대폰을 저한테 보관해 주셔야 합니다.”진예은 친모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죠?”“대표님께서 사모님 휴대폰에 위치 추적 앱으로 자신의 위치를 들킬 까 염려되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전원을 꺼두시고 우리가 보관하게 지시했습니다.”진예은 친모는 머뭇거렸지만 데이비 렌지의 철저한 성격을 잘 알고 있어 휴대폰 전원을 끄고 남자에게 건넸다. 유람선이 항구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진예은 친모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방 문을 열고 갑판 위로 올라온 그녀는 남자 두 명이 담배를 태우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했다. 두 남자는 그녀를 객실로 안내한 사람이 아니라 동양인으로 보였다. 데이비 렌지 주위에 동양인이 없는 것을 기억한 그녀가 유람선을 의심하며 뒷걸음질칠 때, 뒤에 있는 누군가와 부딪쳤다. 깜짝 놀란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갑판 위의 층계에서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진예은 친모는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누... 누구...”“여사님, 우리가 누군지 벌써 잊은 거예요?”갑판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빛을 거슬러 윤곽이 흐려졌고, 계단을 내려올 때, 바닷바람에 셔츠가 휘날렸다.남자를 빤히 쳐다본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입을 막았다.“당신! 당신이 어떻게...”‘어떻게 이럴 수 있어!’경호원 앞으로 다가온 반재신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봤다.“이상하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데이비 렌지가 여사님을 데리러 오는 줄 알았을까요?”“당신... 나를 미행한 거예요?”진예은 친모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나를 살려주겠다고 했잖아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예요.”반재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먼저 약속을 어긴 건 여사님이잖아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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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9화

수십 킬로미터 내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이어졌고, 수영을 할 수 있어도 강가에 닿거나 구조를 받지 못하면 체력만 소모되어 빠르게 의식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바다에서는 체온이 빠르게 손실되고 아무런 장비 없이 바다에 빠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세 명의 경호원들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지만, 그녀는 그들의 손을 필사적으로 뿌리치고 땀에 젖은 손이 미끄러지더니 몸이 조금씩 바다에 빠졌다.반재신은 바로 난간에 달려가 물었다.“목숨까지 버릴 심산이에요?”그의 물음에 진예은 친모는 비웃음을 터뜨렸다.“네. 당신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죽는 게 더 편하니까요!”깜짝 놀란 반재신이 말을 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균형을 잃고 바로 바다에 빠졌다.파도가 그녀를 덮치고 그녀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때, 요트 몇 척이 빠르게 달려오고 두 대의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고 해상을 선회하며 그들에게 접근했다. 뒤편에서 느릿느릿 나타난 유람선이 헬리콥터 선실 문을 열었다. 그때, 한 사람이 사다리를 따라 갑판 위에 내려왔다.남자의 정체에 반재신은 깜짝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형?”경호원들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큰 도련님?”반재언은 가죽 장갑을 벗고 그들에게 다가와 싱긋 미소를 지었다.“내가 잘 맞춰 도착했네.”바닷물을 가득 마셔 사레들린 진예은 친모는 보트 위에 구조되었고 엎드려 기침을 하면서도 몸부림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이 손 놔! 죽게 내버려 두란 말이야!”구조 대원들은 그녀의 몸을 누르고 손발을 묶은 뒤 혀를 깨물어 자살할 경우를 대비해 천 조각을 입에 넣었다.요트와 헬기도 바로 유람선 뒤를 따랐다.반재신은 반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형,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서울엔 언제 온 거야?”반재언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놓았다.“이틀 전에 소식을 듣고 바로 돌아왔어. 네가 데이비 렌지의 유람선을 막았다는 소식을 듣고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제일 빠른 속도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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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0화

“한태군이 죽지 않고 잘 살아있으니 아까운 눈물만 흘렸네.”반재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형, 나는 먼저 회사에 갈게.”반재언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예은이는 잘 지내?”자리에 멈춰 선 그가 반재언을 돌아봤다.“형이 왜 갑자기 예은이 안부를 물어?”“형이 동생 아내 안부 정도는 물을 수도 있잖아?”잘 지낸다고 짧게 대답한 그는 바로 반씨 저택을 벗어났다. 그 시각, 경치가 그윽한 호수 위에 자리한 정자 안에는 반씨 어르신이 손에 낚싯대를 잡고 차를 마시며 낚시를 하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맛난 간식이 차려져 있었다.경호원은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 주위에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강유이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30분째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도 않는 낚싯대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낚시를 무슨 재미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그러자 반씨 어르신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고요한 공기 속에서 바람을 쐬고 햇볕을 쬐면 마음이 차분해져.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며 부표만 쳐다본 채 물고기가 언제 내 미끼를 물지 기다리는 거야. 물고기를 낚는 순간, 그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 젊은이들은 몰라.”“요즘 젊은이들은 마음만 너무 급해. 마치 둘째처럼 말이야. 그 자식은 내가 같이 낚시만 하자면 꾀병을 부려. 못난 놈”강유이는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둘째 오빠는 낚시보다 야근이 더 좋을 거예요.” 그때, 부표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작은 물결이 출렁거렸다.낚싯대가 움직이는 것을 느낀 강유이는 눈을 크게 뜨고 황급히 낚싯줄을 잡아당겼다.“잡혔어요! 잡혔어요!”“와르륵!”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낚싯바늘에 매달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할아버지, 저 잡았어요!”“조용히 해. 할아버지 물고기가 다 놀라 도망갈 거야.”방금까지 침울한 표정으로 있던 강유이가 작은 물고기 한 마리에 기뻐하는 것을 본 반씨 어르신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낚시의 즐거움을 맛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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