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신이 침대 머리맡에 몸을 기대며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하긴, 넌 섬에서 보낸 그날 밤에 그런 소리를 내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니까.”진예은이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반재신, 그날에 대한 인상이 꽤 강렬했나 봐. 설마 밤에 잠 안 오면 그날 일을 떠올리고 그러는 건 아니지?”그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헛소리야?”“아니면 왜 갑자기 그날 일을 꺼내는데.”진예은이 허리를 굽히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담백한 미소가 걸렸다.“만약 내 수치심을 자극하려고 한 말이라면 소용없어. 난 정말로 수치심이 없거든. 나 여기서 네 바지도 벗길 수 있어. 한 번 해 봐?”그가 그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고 가려 한다면, 그녀는 오히려 진짜 파렴치한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그래서 그가 당장 여기서 그녀를 쫓아내고, 나중에 길에서 그녀를 보기만 해도 먼저 피해 갈 수 있게! 그에게 이미 당할 만큼 당했기에 더 이상 참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반재신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그가 그녀의 손을 자기 바지춤으로 끌어당기더니 뻔뻔한 태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디 해봐.”진예은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너…”그가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내 바지를 벗기겠다며. 자, 내가 기회를 주잖아. 어때, 할 수 있겠어?”그녀가 손을 빼내려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반재신, 너 이 손 당장 놓지 못해? 안 놓으면 나 소리 지를 거야!”“질러 봐.”“간호사님—!"그녀가 막 간호사를 부르던 그때, 갑자기 자신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에 진예은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반재신의 몸 위로 넘어졌다. 반재신도 갑작스러운 충격에 침대 헤드에 등을 부딪혔다. 쾅 하는 소리가 병실을 울렸다.갑작스러운 소란에 간호사가 급히 병실로 들어왔다.“무슨 일…”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간호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예은이 반재신의 몸 위에 겹쳐져 있었는데, 그녀의 손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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