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군은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말했다."반씨 둘째 도련님 어쩌다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반재신은 멈칫하더니 표정이 담담해졌다."너 아직 안 갔어?"그는 웃었다."자고 갈 건데."그의 시선은 반재신의 비뚤어진 넥타이와 옷깃에 남은 보일 듯 말 듯한 물린 자국으로 향했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반씨 둘째 도련님과 우리 사촌 동생이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네."반재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한태군은 그의 옆을 지나 뒤에 멈추고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너 진심이야?""너와 상관없어."반재신은 방으로 향해 걸어갔다.한태군은 머리를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더니 실눈을 떴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다음날, 제작팀.주계진은 약을 먹고 하룻밤을 쉬고서야 겨우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그는 트레일러 옆에 앉아 건성으로 대본을 읽으며 사람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호민은 정교한 도시락통을 들고 그의 앞에 와서 살짝 웃으며 말했다."주 선배님, 점심 드셨어요?"주계진은 잠시 눈을 찡그리더니 말했다."누구?"호민은 난처해하며 대답했다."선배님, 저를 잊었나요? 저는 호민이에요. 우리 예능에서 짝을 이룬 적이 있어요."그는 겨우 생각났다."아, 당신이군요, 무슨 일 있어요?"그녀는 수줍게 고개를 떨구고, 손에 든 도시락 통을 꼭 쥐었다."점심을 드셨는지 여쭤보고 싶은데, 괜찮으시다면 저랑…""유이 씨, 여기요!"주계진은 누군가를 보고 눈앞이 번쩍 뜨이더니 일어서서 손을 흔들었고, 호민의 못다 한 말도 끊었다.한쪽에 내팽개쳐진 호민은 어색하고 달갑지 않아 보였다.강유이가 그에게 다가왔다."아, 회복된 것 같네요.""그럼요. 어제 거의 반 죽을 뻔했잖아요. 다행히 몸이 튼튼해요. 어젯밤 플랫폼에서 그 카페에 비추천을 백 개나 줬어요. 정말 화가 나 죽겠어요."어제의 상황을 생각하니 주계진은 짜증이 났다. 그 한 잔이 커피콩으로 된 게 아닌 것 같았다.그는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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