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791 - 챕터 2800

2911 챕터

제 2791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왕조가 바뀌는 대다수 원인은 하층계급의 백성이 살기 어려워 무장봉기 외에는 다른 살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나라처럼 모든 사람이 상대적으로 평등한 기회를 가진다면 적어도 원망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이것이 어쩌면 그들이 이번에 현대에 온 진정한 의의일지도 모른다. “다섯째가 한 번 와야겠어.” 태상황이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를 데리고 처가에 가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뵙는 게 마땅했다.태상황도 흔쾌히 응했다. “과인이 여기에 의지가지 하나 없는 게 아니라 어찌 됐든 사돈이 여기 있으니, 절반은 이쪽 사람인 셈이지. 과인이 마음속으로 계속 께름칙했던 게 정후 이 인간이 과인과 사돈이란 사실이었는데, 지금 태자비 말을 들어보니 과인이 께름칙할 필요가 전혀 없어.”“맞아요!” 소요공과 주 재상과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정후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밉상도 그런 밉상이 없다. 원경릉이 집으로 돌아간 뒤 한참 있다가 만두가 돌아와서 엄마를 보고 기뻐하며 초왕부에서 생긴 일을 시시콜콜 엄마에게 알렸다. 예를 들어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여동생이 이제 젖을 토하지 않는다든지, 여동생에게 작은 반려동물이 생겼는데 그 반려동물이 주인을 알아볼 수 있고, 다 자라면 봉황이 된다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했다. 원경릉이 만두를 안고 가만히 그 얘기를 들었는데 기쁘면서도 그리운 감정이 들었다.원경릉은 만두가 초왕부로 돌아가면 아빠에게 주 재상이 이제 괜찮고 태상황과 일행이 천천히 여기에 적응하고 있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다 아주 좋다. 돌아가기까지 3개월가량 시간이 있을 것 같은데 어쩌면 3개월로 부족할 수 있지만 그분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만두를 안고 있는데 그 조그만 얼굴을 원경릉의 손에 대고 빨개진 눈으로, “전 엄마를 볼 수 있지만 아빠랑 다른 사람들은 못 봐요. 다들 엄마가 빨리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는걸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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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2화

원경릉이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엄마, 아빠 도움 없어도 돼요.”그러자 원경릉 엄마가 놀라서 물었다. “우리 돈이 필요 없어도 된다니? 그럼, 네가 어떻게 사게?”원경릉이 말했다. “제가 소요공에게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돌아가서 갚는다고 하면 돼요.”“그분이 가지고 계시…. 아, 네 아빠가 그러시더라, 그분이 금을 아주 많이 가져오셨다고. 그 금 가치가 단지 황금 가격만은 아닐 거라던데. 전부 골동품이라.” 원경릉이 엄마가 기쁜 듯 말했다.“응, 금 가치는 잘 모르지만, 값나가는 걸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원경릉이 말했다.소요공뿐 아니라 태상황과 주 재상이 지닌 구름무늬 벽옥비녀, 옥가락지 등도 상당했다.“그러네, 그럼 내가 바로 맞은편 부동산에 전화해서 물어보마! 그 집 전화번호 있거든. 그쪽에서 급매로 내놓은 거면 우리가 가격을 좀 다운시킬 수도 있고.”“네, 그리고 아빠께 골동품 수집가 좀 찾아봐 주시라고 해주세요. 정말 가치를 아는 수집가가 필요해요.”원 교수는 업계에서 저명한 인물로 적지 않은 권력가와 부유층을 환자로 두고 있다. 더불어 환자와 관계가 매우 좋고 가끔 왕래가 있어 골동품 쪽에 지식이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원경릉 엄마는 부동산에 전화한 뒤 모녀가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었다. 병원 밥이 입에 안 맞는 어르신들에게 진짜 집밥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국을 끓이고 엄마가 잘하는 반찬 몇 개를 만들었다. 원경릉은 운전하는 대신 택시를 잡았다. 여기 면허가 없기 때문으로 바로 병원으로 갔다.병원 밥은 확실히 밍밍하고 맛이 없었다. 삼대 거두는 나이가 많아 미뢰가 약간 퇴화해서 병원의 밍밍한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는데, 안사돈이 한 음식은 싹 비워서 뒤에도 계속 그걸 먹고 싶다고 투덜거리며 병원 밥을 안 먹었겠다고 했다.원경주도 병실에서 이 얘기를 듣고 웃음이 터지고는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 “네가 없을 때는 저분들에게 이거 드세요 하면 드시고, 저거 하세요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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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3화

원 교수는 의사로 오랜 시간 지내며 많은 인술을 베풀어 왔다. 여러 분야의 엘리트들을 치료해 왔고 그 중엔 정상급 부호들도 있었지만 원 교수는 한 번도 사례를 받거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었다. 상대의 신분이 어떻든 그들은 원 교수에게 늘 한 가지 신분, 환자였다.하지만 역시 여러 사람과 교류하다 보니 사귄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 어느 그룹 회장이 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켜 원 교수가 심장 스텐트 수술을 했다. 퇴원한 뒤 계속 원 교수에게 돈을 보냈으나 원 교수가 완곡하게 거절했다.회장은 이름이 꽤 알려진 사람으로 회사가 크기도 하지만 이름난 수집가로 도자기, 옥기, 목기, 명화, 보석과 장신구, 특히 골동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원 교수도 회장의 그런 취향을 잘 알기에 믿을만한 수집가가 없냐고 원경릉이 물었을 때 제일 먼저 회장을 떠올렸다. 원 교수는 회장에게 톡을 보내 약속 시간을 잡았다. 용건은 봐줬으면 하는 물건이 몇 가지 있다는 것으로 마음이 맞으면 팔려고 한다 했다.회장은 흔쾌히 응했다. 그는 원 교수가 뭔가 소장하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믿지 않았고, 그저 상대가 전에 완곡하게 자신의 사례를 거절했으나, 이제 신중하게 개인적 약속을 잡는 방식으로 사례를 요구하려는 것이겠지 생각했다.회장은 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어쨌든 원 교수 덕분에 자신의 목숨을 건졌으니 보답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가 너무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소위 소장품이라고 하는 걸 사주겠다고 마음 먹었다.‘의사 나부랭이가 무슨 소장품이 있을까? 살 수도 없고 감당도 안 되겠지.’원 교수는 카페에서 약속하고 원경릉과 함께 갔다. 원경릉이 동행한 건 아빠가 너무 솔직한 분이라 상대가 가격을 후려칠 것 같아서였다. 원경릉은 북당에 있으면서 마음이 전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고 누가 부유한 상인이고 누가 사기꾼인지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 회장님!”“원 교수!”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치레를 몇번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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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4화

“더 자세히 안 보시나요?” 원경릉이 조금 당황했다.그러자 우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심지어 다시 물건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한 번 보면 충분해요.”“회장님….” 원 교수가 우 회장을 보고 순간 짚히는 구석이 있어 조심히 말했다. “우 회장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이러실….”그러자 우 대표가 손을 내저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원 교수. 전 정말 사고 싶은 겁니다. 솔직히 말해 제가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수집을 시작한 이래로 단번에 제 눈을 사로잡은 게 없었어요. 그런데 원 교수 물건은 한 번만 봐도 계산이 쫙 서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 볼 필요도 없지요. 이 말발굽 금은 색과 광택이 황금색에 푸른 빛이 강한데 금의 순도는 75~80% 정도로 가는 줄 세공을 한 겁니다. 저 비취 담뱃대는 발톱이 다섯 개인 진짜 용을 새긴 것으로 생동감이 있고 비취의 색은 말할 것도 없고, 빛깔이나 이 조각 방식 가치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렇게 완전하게 보존된 옥 담뱃대는 아주 드물죠. 다른 것도 말이 필요 없어요. 어떤 걸 파실 겁니까?”원경릉이 물었다. “그럼 저 말발굽 금은 얼마나 할 것 같으신가요?”우 회장은 상대가 감정가를 알고 싶을 뿐 아니라 정말 팔고자 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놀라움과 기쁨의 눈빛으로 말했다. “말발굽 금의 소장 가치는 금 본래 가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죠. 그리고 이 말발굽 금은 전부 기린이 새겨져 있어요. 말발굽 금은 고대에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것으로 다수의 귀족이 말발굽 금을 부장품으로 삼았는데, 부유함이 면면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였죠. 이렇게 보존 상태가 좋은 건 정말 만나기 어렵습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죠. 남창해온후 무덤 곽실에서 한 쌍이 출토되었는데 경매가가 하나에 95억이나 했어요. 출처가 어딘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이 말발굽 금에 전 115억을 제안하겠습니다. 몇 개를 내놓으실 생각이십니까?”원경릉과 원경릉의 아빠는 이 말을 듣고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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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5화

원경릉이 집으로 돌아가 말발굽 금의 가치를 검색해 보니 굉장히 높았다. 무려 95억에서 시작하는데, 완전한 말발굽 금은 출토된 예가 거의 없어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원경릉은 병원으로 돌아가 남은 물건을 전부 삼대 거두에게 돌려주고 금만 팔아도 집 사기에 충분한 데다가 심지어는 돈도 많이 남는다고 얘기해 주었다.소요공이 경탄했다. “그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다고요? 이쪽 세상은 집이 엄청나게 싸네요. 황금 200냥으로 집을 사고도 남다니, 그럼 나중에 여섯째네 금광에 금을 가져오면 도대체 집을 얼마나 살 수 있는 겁니까?”태상황이 쓱 째려보았다. .“금광은 말도 꺼내지 마. 꼬마 봉황에게 줬으니까.”“쩨쩨하긴, 그냥 말만 해보는 거잖아요!” 소요공이 헤헤 웃었다.“말도 꺼내지 마.”원경릉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태상황에게 말했다. “사실 집은 싸지 않은데 말발굽 금 가격이 높았던 거예요. 골동품이라서요.”“진짜? 그럼 다음번에 올 때는 우리 집에 있는 말발굽 금을 전부 다 가져와야겠어.” 소요공이 싱글벙글 좋다며 말했다.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또 오시게요?”“왜 안 옵니까? 나이가 들었으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견문을 넓혀야죠. 이제 어렵사리 국사로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데 누려야죠. 북당 강산이야 젊은 시절에 다 돌아다녔고 다른 곳들 볼 차롑니다.”원경릉이 찬성했다. “그럼, 다음번에 제가 돌아올 때 모시고 올 게요.”“좋습니다. 약속했어요!”집을 매매하는 절차가 복잡한데 오빠 명의로 하는 거라 모든 절차를 오빠가 해서 원경릉은 일이 훨씬 줄었다.새 집에 가보니 방 3개, 거실은 2개 있었고, 팬트리가 있어 이층침대를 놓으면 아이들이 왔을 때 좀 복작거리지만 잘 수는 있을 정도였다.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인테리어로 새 거나 다름없어서 거의 수리할 필요 없이 가구와 가전만 새로 장만하면 됐다.원경릉이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주진은 아파트를 사지 말았어야 했다고 잔소리했다. 돈이 그렇게 많은데 단독주택 별장을 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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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6화

손 왕비가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전에 태자비가 있을 때는 말을 별로 안 해도 화제거리가 많았는데, 이제 태자비가 없으니 딱히 할 말이 없네.”요 부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요, 태자비가 항상 우리를 모았죠. 태자비가 없던 시절엔 서로 암투를 벌이며 지냈잖아요. 태자비는 언제 돌아오려나? 제 혼례 전에는 돌아왔으면 좋겠는데.”“그럴 거예요, 다섯째에게 물어보니 지금 다 잘 돼서 3개월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미색이 말했다.요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답했다. “그럴거면 혼례를 뒤로 미뤄서 태자비가 오면 할 까봐요.”작년 말에 요 부인의 혼례를 이번 봄에 치르기로 정하고 지금 모든 준비를 마친 채 날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해진 대로면 원경릉은 분명 시간에 맞춰 오질 못한다.재혼은요 부인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원경릉이 요 부인에게 두 번째 생명을 주었다. 그때 원경릉이 없었으면 그녀는 결핵으로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 부인은 자신의 재혼에 원경릉이 없으면 기쁨이 반감되는 느낌이었다.그때 희상궁이 계란이를 안고 들어왔다.계란이는 오늘 붉은색에 금실과 은실을 교차해서 꽃다발을 수놓은 비단 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조그만 얼굴이 더욱 예뻐 보였다. 포도알 같은 커다란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러가는 모습이 옥으로 깎아 놓은 인형처럼 어찌나 순한지 누가 안아도 울지 않아 서로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미색도 쌍둥이를 안고 왔는데 아직 본명은 짓지 않았다. 예부에서 여러 이름을 지어 보냈으나 회왕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우선 아명만 붙여 주었다.아명은 부부가 한참을 생각해서 마침내 정한 것으로, 꼬마 세자는 단이, 꼬마 군주는 란이, 합쳐서 단란이다. 단란한 가정으로 함께 모여 지낸다는 축복의 의미였다.들으면 비록 평범한 이름이지만 경단이는 좋아했다. 자기 이름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단이는 얌전한 성격이라 울고 떼쓰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란이는 걸핏하면 생떼를 부리며 콧잔등에 힘줄이 파랗게 드러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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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7화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초왕부는 다시 고요해졌다.희상궁과 사식이가 계란이가 예식을 치르는 것을 돕는 와중에 창고가 가득 차서 계란이 물건을 둘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우문호는 황귀비가 계란이에게 보낸 장수 열쇠를 아기 몸에 걸어 주었다. 평안여의 ‘장명백세’,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모두가 아이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모든 일이 뜻대로 평안하고 백 세가 되도록 오래오래 장수하는 것’일 것이다.밤이 되자 우문호는 계란이와 다섯 아이들과 함께 잤다. 유모와 기라가 옆 방에 있어서 계란이가 잠에 깨서 젖을 먹고 싶어 할 때 같이 시중을 들었다.우문호는 잠이 오지 않아 옥으로 깎아 놓은 인형 같은 딸을 바라봤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딸의 한 달 축하연이니 오늘이 가장 즐거워야 할 때지만 원경릉이 곁에 없으니 기쁨도 금새 사그라졌다.우문호는 옷을 입고 침대 끝에 누웠고 안쪽에 다섯 아들은 잠이 들었다. 만두는 어쩌면 그쪽으로 갔는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우문호는 만두가 갔기를 바랐다. 그래서 비록 참석할 수 없었지만 원 선생이 오늘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알기를 바랐다.우문호는 손가락 끝으로 계란이 얼굴을 살짝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네 엄마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계란이도 슬프다는 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우문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괴고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원 선생, 지금 뭐 하고 있어? 내 걱정 때문에 잠 못 드는 건 아니겠지?”…한편, 원경릉은 정신이 없는 상태다. 삼대 거두에게 모바일 고스톱 게임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었다. 이 게임은 게임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조차 악마의 길로 빠져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게임 중독에 빠지기 쉬웠다.심지어 삼대 거두는 자기들만 잠을 안 잘 뿐 아니라 원경릉도 못 자게 했다.원경릉은 어제 만두와 얘기를 마치고 오늘 일찍부터 집에 가서 만두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계란이의 한 달 축하연을 어떻게 잘 마무리 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삼대 거두에게 게임을 알려 준 건 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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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8화

원경릉은 만두를 안고 얘기를 자세히 들었다. 한 달 축하연이 얼마나 떠들썩하고 즐거웠는지 막 상상이 됐다.원경릉이 계란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예뻤냐고 묻자 울지도 않았고 누가 안았는지까지 세세하게 전부 얘기해 주었다.만두 목소리가 쉰 게 자기도 좋아서 많이 떠든 모양이었다. 오늘 여동생이 받은 선물은 오빠들도 조금씩 고를 수 있다고 아빠가 얘기해 주었기 때문에 만두도 기분이 좋았다.말을 마치고 만두는 원경릉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빠가 엄마를 그리워해요. 우리 다 잠들어도 아빠는 잠을 안 자요.”원경릉이 조그맣게 한숨을 쉬더니, “가서 아빠께 말씀드려. 엄마도 아빠가 아주 그립다고. 엄마 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원경릉 엄마가 옆에서 말했다. “아이고, 그래. 만두야. 가서 아빠께 말씀드려. 우리가 결혼 준비하고 있다가 경호가 뚫리면 사위를 오라고 할 테니 혼사를 치르자고 말이야.”“좋아요!” 만두가 기뻐서 답했다. 만두는 혼례 보는 게 좋았다.만두가 돌아간 뒤 원경릉과 원경릉의 엄마는 웨딩드레스부터 예약했다. 기성품 말고 맞춤으로 하기로 해서 삼대 거두가 아직 퇴원하기 전인 내일 가서 바로 주문하기로 했다. 제작에 필요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엄마 곁에서 자신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얘기를 듣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최근 들어 가장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마침에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게 되니 후련했다. 다음 날 주진과 같이 웨딩드레스를 보러 갔다. 단지에서 나갈 때 이웃에서 원경릉을 뚫어지게 보더니 원경릉 엄마에게 물었다. “이분은?”원경릉 엄마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듯한 따뜻한 목소리로 답했다. “수양딸이에요. 예쁘죠?”이웃이 웃었다. “네, 진짜 이쁘네요.”하지만 동정 어린 눈빛이다. 친 딸이 죽고 자기 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수양딸로 삼다니. 아이고, 이 얼마나 불쌍한 부모인지 원.오늘 사야 할 물건이 너무 많았다. 침대는 샀지만, 매트리스 커버 등 용품과 삼대 거두가 갈아입을 옷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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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9화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고른 후 그들은 쇼핑하러 갔다.종일 돌아다녀서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살 거는 다 샀고, 남은 건 주진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했다. 대부분 같은 도시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도착할 것이다.소요공이 먼저 깁스를 풀었는데 아무 문제 없어서 걷고 뛸 수 있었다.태상황의 몸은 전부터 괜찮았지만, 병원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혼자 가려고 하지 않았다.원경주는 주 재상을 진찰한 뒤 퇴원해서 집에서 요양해도 된다고 했으나, 당분간 자극적인 행동이나 고강도의 운동은 하지 않도록, 잘 챙기라고 원경릉에게 신신당부했다.퇴원 수속을 마치는데 경찰 쪽에서 사고 운전기사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원경릉이 나서서 합의해 의료비 지급을 면제해 주었다. 원경주 말에 따르면 사고 기사들은 사실 병원에 그것도 몇 번이나 왔었고 전부 몰래 밖에서 지켜보기만 한 채 안으로 들어올 용기가 없었다고 했다. 찢어지게 가난해 의료비를 줄 수 없어 숨었다는 것이다.퇴원하는 날, 원경주가 차로 직접 마중 나오기로 해서 원경릉은 어르신들 짐을 챙겨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입원할 때 엠뷸런스를 타고 왔는데 다쳐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기에 주 재상은 자동차에 호기심을 보였지만 동료들과 떨어질까 봐 더 살펴보지 못했다.그날 병원 화단에 갔을 때도 밖에 질주하는 차들을 보고 매우 신기해 했으나 태자비의 말이 훨씬 신기하게 느껴져서 차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하지만 이번엔 마음이 아주 가벼운 상태라 자동차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기 시작했다.셋은 뒷자리에 앉아 소요공이 앞좌석 원경주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큰 조카, 이 차 아무도 끄는 게 없는데 어떻게 움직이지?”원경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이 차는요, 사람이나 말이 끌 필요가 없고, 발동기가 있어요.”“발동계? 그런 닭이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다네!” ‘무슨 닭이 얼마나 엄청나길래 차도 막 끄나...’삼대 거두는 차 안을 살펴보고는 다른 차도 막 살폈다. 전부 이렇게 움직인다는데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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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00화

돌아가는 길에 원경릉은 자세하게 이쪽 세상일을 얘기했으나 모두 못 알아듣는 눈치라 매일 조금씩 천천히 이해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주차장에 도착하자 가져온 물건을 모두 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 집 안으로 들어갔다.어르신들은 엘리베이터에는 호기심이 없는 것이 이미 타봤고 전기를 사용하는 티비와 같은 거라는 설명도 들었기 때문이었다.집에 와서 3개 방에 각자 나눠 들어갔는데 방 안에 모든 것에 감탄하며 찬찬히 음미했다.배달 음식이 왔다. 케이크와 분식을 배달시켰는데 기름지고 단 음식을 별로 잘 드시지 않는 편인데 케이크는 드시고 기분 좋아했다. 아주 향긋하고 달콤하다며 마구 감탄했다. 다 먹은 뒤 원경릉은 우선 1시간 주무시라고 하고, 1시간 뒤 와서 그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보러 나가기로 했다.원경릉이 문을 닫고 나가려는 순간 소요공이 물었다. “그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건반을 누르고 몇 층을 갈 건지 눌려야 하는 거 맞지? 만약 주차장에 가고 싶으면? 주차장은 몇 층이지?”“지하 1층이요!” 원경릉이 물었다. “어르신들 주차장에 가시게요?”“아니, 그냥 물어 본 거야!” 소요공이 얼른 눈을 피했다.“여기저기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일단 주무세요. 주무신 뒤에 제가 데리러 올 게요. 전 바로 맞은편에 있어요. 무슨 일 있으며 문을 두드리세요.”“응, 알았어!” 소요공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어서 가봐, 우리도 잘 거야!”원경릉이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절대로 여기저기 다니시면 안 돼요!”“알았다니까, 잔소리도 많네!” 태상황이 안에서 한마디 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겠지. 어쨌든 길이 낯서니까 어디 나다니시지는 않을 거야.’원경릉은 집으로 돌아가자, 졸음이 와서 방에 들어가 누웠다.삼대 거두는 원경릉이 가자,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윽고 태상황이 입을 열었다. “그 닭 말이야, 우리가 끌어낼 수 있겠지? 어떻게 생겼나 한번 보자고.”주 재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끌어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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