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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2화

Author: 유애
원경릉이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엄마, 아빠 도움 없어도 돼요.”

그러자 원경릉 엄마가 놀라서 물었다. “우리 돈이 필요 없어도 된다니? 그럼, 네가 어떻게 사게?”

원경릉이 말했다. “제가 소요공에게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돌아가서 갚는다고 하면 돼요.”

“그분이 가지고 계시…. 아, 네 아빠가 그러시더라, 그분이 금을 아주 많이 가져오셨다고. 그 금 가치가 단지 황금 가격만은 아닐 거라던데. 전부 골동품이라.” 원경릉이 엄마가 기쁜 듯 말했다.

“응, 금 가치는 잘 모르지만, 값나가는 걸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원경릉이 말했다.

소요공뿐 아니라 태상황과 주 재상이 지닌 구름무늬 벽옥비녀, 옥가락지 등도 상당했다.

“그러네, 그럼 내가 바로 맞은편 부동산에 전화해서 물어보마! 그 집 전화번호 있거든. 그쪽에서 급매로 내놓은 거면 우리가 가격을 좀 다운시킬 수도 있고.”

“네, 그리고 아빠께 골동품 수집가 좀 찾아봐 주시라고 해주세요. 정말 가치를 아는 수집가가 필요해요.”

원 교수는 업계에서 저명한 인물로 적지 않은 권력가와 부유층을 환자로 두고 있다. 더불어 환자와 관계가 매우 좋고 가끔 왕래가 있어 골동품 쪽에 지식이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원경릉 엄마는 부동산에 전화한 뒤 모녀가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었다. 병원 밥이 입에 안 맞는 어르신들에게 진짜 집밥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국을 끓이고 엄마가 잘하는 반찬 몇 개를 만들었다. 원경릉은 운전하는 대신 택시를 잡았다. 여기 면허가 없기 때문으로 바로 병원으로 갔다.

병원 밥은 확실히 밍밍하고 맛이 없었다. 삼대 거두는 나이가 많아 미뢰가 약간 퇴화해서 병원의 밍밍한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는데, 안사돈이 한 음식은 싹 비워서 뒤에도 계속 그걸 먹고 싶다고 투덜거리며 병원 밥을 안 먹었겠다고 했다.

원경주도 병실에서 이 얘기를 듣고 웃음이 터지고는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 “네가 없을 때는 저분들에게 이거 드세요 하면 드시고, 저거 하세요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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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2793화

    원 교수는 의사로 오랜 시간 지내며 많은 인술을 베풀어 왔다. 여러 분야의 엘리트들을 치료해 왔고 그 중엔 정상급 부호들도 있었지만 원 교수는 한 번도 사례를 받거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었다. 상대의 신분이 어떻든 그들은 원 교수에게 늘 한 가지 신분, 환자였다.하지만 역시 여러 사람과 교류하다 보니 사귄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 어느 그룹 회장이 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켜 원 교수가 심장 스텐트 수술을 했다. 퇴원한 뒤 계속 원 교수에게 돈을 보냈으나 원 교수가 완곡하게 거절했다.회장은 이름이 꽤 알려진 사람으로 회사가 크기도 하지만 이름난 수집가로 도자기, 옥기, 목기, 명화, 보석과 장신구, 특히 골동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원 교수도 회장의 그런 취향을 잘 알기에 믿을만한 수집가가 없냐고 원경릉이 물었을 때 제일 먼저 회장을 떠올렸다. 원 교수는 회장에게 톡을 보내 약속 시간을 잡았다. 용건은 봐줬으면 하는 물건이 몇 가지 있다는 것으로 마음이 맞으면 팔려고 한다 했다.회장은 흔쾌히 응했다. 그는 원 교수가 뭔가 소장하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믿지 않았고, 그저 상대가 전에 완곡하게 자신의 사례를 거절했으나, 이제 신중하게 개인적 약속을 잡는 방식으로 사례를 요구하려는 것이겠지 생각했다.회장은 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어쨌든 원 교수 덕분에 자신의 목숨을 건졌으니 보답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가 너무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소위 소장품이라고 하는 걸 사주겠다고 마음 먹었다.‘의사 나부랭이가 무슨 소장품이 있을까? 살 수도 없고 감당도 안 되겠지.’원 교수는 카페에서 약속하고 원경릉과 함께 갔다. 원경릉이 동행한 건 아빠가 너무 솔직한 분이라 상대가 가격을 후려칠 것 같아서였다. 원경릉은 북당에 있으면서 마음이 전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고 누가 부유한 상인이고 누가 사기꾼인지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 회장님!”“원 교수!”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치레를 몇번 했

  • 명의 왕비   제 2794화

    “더 자세히 안 보시나요?” 원경릉이 조금 당황했다.그러자 우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심지어 다시 물건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한 번 보면 충분해요.”“회장님….” 원 교수가 우 회장을 보고 순간 짚히는 구석이 있어 조심히 말했다. “우 회장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이러실….”그러자 우 대표가 손을 내저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원 교수. 전 정말 사고 싶은 겁니다. 솔직히 말해 제가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수집을 시작한 이래로 단번에 제 눈을 사로잡은 게 없었어요. 그런데 원 교수 물건은 한 번만 봐도 계산이 쫙 서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 볼 필요도 없지요. 이 말발굽 금은 색과 광택이 황금색에 푸른 빛이 강한데 금의 순도는 75~80% 정도로 가는 줄 세공을 한 겁니다. 저 비취 담뱃대는 발톱이 다섯 개인 진짜 용을 새긴 것으로 생동감이 있고 비취의 색은 말할 것도 없고, 빛깔이나 이 조각 방식 가치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렇게 완전하게 보존된 옥 담뱃대는 아주 드물죠. 다른 것도 말이 필요 없어요. 어떤 걸 파실 겁니까?”원경릉이 물었다. “그럼 저 말발굽 금은 얼마나 할 것 같으신가요?”우 회장은 상대가 감정가를 알고 싶을 뿐 아니라 정말 팔고자 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놀라움과 기쁨의 눈빛으로 말했다. “말발굽 금의 소장 가치는 금 본래 가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죠. 그리고 이 말발굽 금은 전부 기린이 새겨져 있어요. 말발굽 금은 고대에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것으로 다수의 귀족이 말발굽 금을 부장품으로 삼았는데, 부유함이 면면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였죠. 이렇게 보존 상태가 좋은 건 정말 만나기 어렵습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죠. 남창해온후 무덤 곽실에서 한 쌍이 출토되었는데 경매가가 하나에 95억이나 했어요. 출처가 어딘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이 말발굽 금에 전 115억을 제안하겠습니다. 몇 개를 내놓으실 생각이십니까?”원경릉과 원경릉의 아빠는 이 말을 듣고 놀라서

  • 명의 왕비   제 2795화

    원경릉이 집으로 돌아가 말발굽 금의 가치를 검색해 보니 굉장히 높았다. 무려 95억에서 시작하는데, 완전한 말발굽 금은 출토된 예가 거의 없어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원경릉은 병원으로 돌아가 남은 물건을 전부 삼대 거두에게 돌려주고 금만 팔아도 집 사기에 충분한 데다가 심지어는 돈도 많이 남는다고 얘기해 주었다.소요공이 경탄했다. “그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다고요? 이쪽 세상은 집이 엄청나게 싸네요. 황금 200냥으로 집을 사고도 남다니, 그럼 나중에 여섯째네 금광에 금을 가져오면 도대체 집을 얼마나 살 수 있는 겁니까?”태상황이 쓱 째려보았다. .“금광은 말도 꺼내지 마. 꼬마 봉황에게 줬으니까.”“쩨쩨하긴, 그냥 말만 해보는 거잖아요!” 소요공이 헤헤 웃었다.“말도 꺼내지 마.”원경릉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태상황에게 말했다. “사실 집은 싸지 않은데 말발굽 금 가격이 높았던 거예요. 골동품이라서요.”“진짜? 그럼 다음번에 올 때는 우리 집에 있는 말발굽 금을 전부 다 가져와야겠어.” 소요공이 싱글벙글 좋다며 말했다.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또 오시게요?”“왜 안 옵니까? 나이가 들었으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견문을 넓혀야죠. 이제 어렵사리 국사로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데 누려야죠. 북당 강산이야 젊은 시절에 다 돌아다녔고 다른 곳들 볼 차롑니다.”원경릉이 찬성했다. “그럼, 다음번에 제가 돌아올 때 모시고 올 게요.”“좋습니다. 약속했어요!”집을 매매하는 절차가 복잡한데 오빠 명의로 하는 거라 모든 절차를 오빠가 해서 원경릉은 일이 훨씬 줄었다.새 집에 가보니 방 3개, 거실은 2개 있었고, 팬트리가 있어 이층침대를 놓으면 아이들이 왔을 때 좀 복작거리지만 잘 수는 있을 정도였다.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인테리어로 새 거나 다름없어서 거의 수리할 필요 없이 가구와 가전만 새로 장만하면 됐다.원경릉이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주진은 아파트를 사지 말았어야 했다고 잔소리했다. 돈이 그렇게 많은데 단독주택 별장을 샀어야 했다

  • 명의 왕비   제 2796화

    손 왕비가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전에 태자비가 있을 때는 말을 별로 안 해도 화제거리가 많았는데, 이제 태자비가 없으니 딱히 할 말이 없네.”요 부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요, 태자비가 항상 우리를 모았죠. 태자비가 없던 시절엔 서로 암투를 벌이며 지냈잖아요. 태자비는 언제 돌아오려나? 제 혼례 전에는 돌아왔으면 좋겠는데.”“그럴 거예요, 다섯째에게 물어보니 지금 다 잘 돼서 3개월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미색이 말했다.요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답했다. “그럴거면 혼례를 뒤로 미뤄서 태자비가 오면 할 까봐요.”작년 말에 요 부인의 혼례를 이번 봄에 치르기로 정하고 지금 모든 준비를 마친 채 날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해진 대로면 원경릉은 분명 시간에 맞춰 오질 못한다.재혼은요 부인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원경릉이 요 부인에게 두 번째 생명을 주었다. 그때 원경릉이 없었으면 그녀는 결핵으로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 부인은 자신의 재혼에 원경릉이 없으면 기쁨이 반감되는 느낌이었다.그때 희상궁이 계란이를 안고 들어왔다.계란이는 오늘 붉은색에 금실과 은실을 교차해서 꽃다발을 수놓은 비단 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조그만 얼굴이 더욱 예뻐 보였다. 포도알 같은 커다란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러가는 모습이 옥으로 깎아 놓은 인형처럼 어찌나 순한지 누가 안아도 울지 않아 서로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미색도 쌍둥이를 안고 왔는데 아직 본명은 짓지 않았다. 예부에서 여러 이름을 지어 보냈으나 회왕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우선 아명만 붙여 주었다.아명은 부부가 한참을 생각해서 마침내 정한 것으로, 꼬마 세자는 단이, 꼬마 군주는 란이, 합쳐서 단란이다. 단란한 가정으로 함께 모여 지낸다는 축복의 의미였다.들으면 비록 평범한 이름이지만 경단이는 좋아했다. 자기 이름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단이는 얌전한 성격이라 울고 떼쓰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란이는 걸핏하면 생떼를 부리며 콧잔등에 힘줄이 파랗게 드러날 정

  • 명의 왕비   제 2797화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초왕부는 다시 고요해졌다.희상궁과 사식이가 계란이가 예식을 치르는 것을 돕는 와중에 창고가 가득 차서 계란이 물건을 둘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우문호는 황귀비가 계란이에게 보낸 장수 열쇠를 아기 몸에 걸어 주었다. 평안여의 ‘장명백세’,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모두가 아이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모든 일이 뜻대로 평안하고 백 세가 되도록 오래오래 장수하는 것’일 것이다.밤이 되자 우문호는 계란이와 다섯 아이들과 함께 잤다. 유모와 기라가 옆 방에 있어서 계란이가 잠에 깨서 젖을 먹고 싶어 할 때 같이 시중을 들었다.우문호는 잠이 오지 않아 옥으로 깎아 놓은 인형 같은 딸을 바라봤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딸의 한 달 축하연이니 오늘이 가장 즐거워야 할 때지만 원경릉이 곁에 없으니 기쁨도 금새 사그라졌다.우문호는 옷을 입고 침대 끝에 누웠고 안쪽에 다섯 아들은 잠이 들었다. 만두는 어쩌면 그쪽으로 갔는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우문호는 만두가 갔기를 바랐다. 그래서 비록 참석할 수 없었지만 원 선생이 오늘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알기를 바랐다.우문호는 손가락 끝으로 계란이 얼굴을 살짝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네 엄마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계란이도 슬프다는 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우문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괴고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원 선생, 지금 뭐 하고 있어? 내 걱정 때문에 잠 못 드는 건 아니겠지?”…한편, 원경릉은 정신이 없는 상태다. 삼대 거두에게 모바일 고스톱 게임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었다. 이 게임은 게임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조차 악마의 길로 빠져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게임 중독에 빠지기 쉬웠다.심지어 삼대 거두는 자기들만 잠을 안 잘 뿐 아니라 원경릉도 못 자게 했다.원경릉은 어제 만두와 얘기를 마치고 오늘 일찍부터 집에 가서 만두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계란이의 한 달 축하연을 어떻게 잘 마무리 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삼대 거두에게 게임을 알려 준 건 병원에

  • 명의 왕비   제 2798화

    원경릉은 만두를 안고 얘기를 자세히 들었다. 한 달 축하연이 얼마나 떠들썩하고 즐거웠는지 막 상상이 됐다.원경릉이 계란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예뻤냐고 묻자 울지도 않았고 누가 안았는지까지 세세하게 전부 얘기해 주었다.만두 목소리가 쉰 게 자기도 좋아서 많이 떠든 모양이었다. 오늘 여동생이 받은 선물은 오빠들도 조금씩 고를 수 있다고 아빠가 얘기해 주었기 때문에 만두도 기분이 좋았다.말을 마치고 만두는 원경릉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빠가 엄마를 그리워해요. 우리 다 잠들어도 아빠는 잠을 안 자요.”원경릉이 조그맣게 한숨을 쉬더니, “가서 아빠께 말씀드려. 엄마도 아빠가 아주 그립다고. 엄마 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원경릉 엄마가 옆에서 말했다. “아이고, 그래. 만두야. 가서 아빠께 말씀드려. 우리가 결혼 준비하고 있다가 경호가 뚫리면 사위를 오라고 할 테니 혼사를 치르자고 말이야.”“좋아요!” 만두가 기뻐서 답했다. 만두는 혼례 보는 게 좋았다.만두가 돌아간 뒤 원경릉과 원경릉의 엄마는 웨딩드레스부터 예약했다. 기성품 말고 맞춤으로 하기로 해서 삼대 거두가 아직 퇴원하기 전인 내일 가서 바로 주문하기로 했다. 제작에 필요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엄마 곁에서 자신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얘기를 듣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최근 들어 가장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마침에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게 되니 후련했다. 다음 날 주진과 같이 웨딩드레스를 보러 갔다. 단지에서 나갈 때 이웃에서 원경릉을 뚫어지게 보더니 원경릉 엄마에게 물었다. “이분은?”원경릉 엄마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듯한 따뜻한 목소리로 답했다. “수양딸이에요. 예쁘죠?”이웃이 웃었다. “네, 진짜 이쁘네요.”하지만 동정 어린 눈빛이다. 친 딸이 죽고 자기 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수양딸로 삼다니. 아이고, 이 얼마나 불쌍한 부모인지 원.오늘 사야 할 물건이 너무 많았다. 침대는 샀지만, 매트리스 커버 등 용품과 삼대 거두가 갈아입을 옷은 아직

  • 명의 왕비   제 2799화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고른 후 그들은 쇼핑하러 갔다.종일 돌아다녀서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살 거는 다 샀고, 남은 건 주진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했다. 대부분 같은 도시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도착할 것이다.소요공이 먼저 깁스를 풀었는데 아무 문제 없어서 걷고 뛸 수 있었다.태상황의 몸은 전부터 괜찮았지만, 병원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혼자 가려고 하지 않았다.원경주는 주 재상을 진찰한 뒤 퇴원해서 집에서 요양해도 된다고 했으나, 당분간 자극적인 행동이나 고강도의 운동은 하지 않도록, 잘 챙기라고 원경릉에게 신신당부했다.퇴원 수속을 마치는데 경찰 쪽에서 사고 운전기사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원경릉이 나서서 합의해 의료비 지급을 면제해 주었다. 원경주 말에 따르면 사고 기사들은 사실 병원에 그것도 몇 번이나 왔었고 전부 몰래 밖에서 지켜보기만 한 채 안으로 들어올 용기가 없었다고 했다. 찢어지게 가난해 의료비를 줄 수 없어 숨었다는 것이다.퇴원하는 날, 원경주가 차로 직접 마중 나오기로 해서 원경릉은 어르신들 짐을 챙겨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입원할 때 엠뷸런스를 타고 왔는데 다쳐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기에 주 재상은 자동차에 호기심을 보였지만 동료들과 떨어질까 봐 더 살펴보지 못했다.그날 병원 화단에 갔을 때도 밖에 질주하는 차들을 보고 매우 신기해 했으나 태자비의 말이 훨씬 신기하게 느껴져서 차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하지만 이번엔 마음이 아주 가벼운 상태라 자동차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기 시작했다.셋은 뒷자리에 앉아 소요공이 앞좌석 원경주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큰 조카, 이 차 아무도 끄는 게 없는데 어떻게 움직이지?”원경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이 차는요, 사람이나 말이 끌 필요가 없고, 발동기가 있어요.”“발동계? 그런 닭이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다네!” ‘무슨 닭이 얼마나 엄청나길래 차도 막 끄나...’삼대 거두는 차 안을 살펴보고는 다른 차도 막 살폈다. 전부 이렇게 움직인다는데 아무리

  • 명의 왕비   제 2800화

    돌아가는 길에 원경릉은 자세하게 이쪽 세상일을 얘기했으나 모두 못 알아듣는 눈치라 매일 조금씩 천천히 이해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주차장에 도착하자 가져온 물건을 모두 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 집 안으로 들어갔다.어르신들은 엘리베이터에는 호기심이 없는 것이 이미 타봤고 전기를 사용하는 티비와 같은 거라는 설명도 들었기 때문이었다.집에 와서 3개 방에 각자 나눠 들어갔는데 방 안에 모든 것에 감탄하며 찬찬히 음미했다.배달 음식이 왔다. 케이크와 분식을 배달시켰는데 기름지고 단 음식을 별로 잘 드시지 않는 편인데 케이크는 드시고 기분 좋아했다. 아주 향긋하고 달콤하다며 마구 감탄했다. 다 먹은 뒤 원경릉은 우선 1시간 주무시라고 하고, 1시간 뒤 와서 그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보러 나가기로 했다.원경릉이 문을 닫고 나가려는 순간 소요공이 물었다. “그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건반을 누르고 몇 층을 갈 건지 눌려야 하는 거 맞지? 만약 주차장에 가고 싶으면? 주차장은 몇 층이지?”“지하 1층이요!” 원경릉이 물었다. “어르신들 주차장에 가시게요?”“아니, 그냥 물어 본 거야!” 소요공이 얼른 눈을 피했다.“여기저기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일단 주무세요. 주무신 뒤에 제가 데리러 올 게요. 전 바로 맞은편에 있어요. 무슨 일 있으며 문을 두드리세요.”“응, 알았어!” 소요공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어서 가봐, 우리도 잘 거야!”원경릉이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절대로 여기저기 다니시면 안 돼요!”“알았다니까, 잔소리도 많네!” 태상황이 안에서 한마디 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겠지. 어쨌든 길이 낯서니까 어디 나다니시지는 않을 거야.’원경릉은 집으로 돌아가자, 졸음이 와서 방에 들어가 누웠다.삼대 거두는 원경릉이 가자,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윽고 태상황이 입을 열었다. “그 닭 말이야, 우리가 끌어낼 수 있겠지? 어떻게 생겼나 한번 보자고.”주 재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끌어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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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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