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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71 - 챕터 280

3038 챕터

제 271화

풀리지 않는 살인 사건노비는 원경릉을 보고, “만약 기왕비가 너에게 치료해달라고 부탁하면 가서 치료할 거니?”원경릉이 웃으며, “기왕비가 저한테 부탁할 리 없어요.”“그건 모를 일이야, 기왕비는 가늠할 수가 없어.” 노비가 말했다.낙평공주도 호기심을 가지고 원경릉에게, “만약 정말 부탁하면?”원경릉이 잠시 생각하더니, “마음은 하고싶지 않을 게 틀림없어요.”기왕은 전에 우문호에게 손을 썼고 그때의 자상으로 우문호는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뻔 했다.기왕비는 순수한 사람이 아니고, 심지어 기왕보다 모질고 독하다. 그렇지 않고 서야 고의로 회왕을 오인하게 만들어 치료를 포기하도록 했을 리 없다.기왕 부부가 발목을 잡지만 안았어도 원경릉의 인생이 훨씬 평탄했을 텐데.원경릉은 유시(오후5시~7시)가 끝날 즈음 초왕부로 돌아와 우문호가 돌아오길 계속 기다렸다.원경릉은 며칠 밤을 너무 피곤한 나머지 기다리다 잠이 들어버렸는데 오늘은 기필코 우문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야 말겠다.그런데 우문호는 돌아오지 않았다.이렇게 오래 조사를 거듭했는데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없고, 범인이 도대체 몇명인지 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흉기에 대해서도 단서가 전혀 없다.우문호는 심지어 방을 붙여 만약 흉기와 유사한 도끼를 발견해 관아에 가져오면 은 열 냥을 상으로 걸었다.내리 이틀간 식칼은 적지 않게 들어왔지만 상처에 들어맞지 않았다. 백성들이 은 열 냥의 상금에 눈이 멀어 가짜를 진짜라고 속인 것이다.우문호는 가슴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서 초왕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폭발할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자시(밤11시~1시)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녹주가 밤을 새다가 원경릉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달려가, “왕비마마, 어찌 아직 안 주무십니까?”원경릉이: “왕야께서는 아직 안 오셨느냐?”녹주가: ‘방금 서일이 와서 오늘밤 왕야께서는 관아에서 묵으신다고 하셨습니다. 쇤네는 왕비마마께서 주무시는 줄 알고 들어가 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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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2화

경조사에 온 원경릉포졸 하나가 급히 들어와 예를 취하며: “왕야, 왕비마마께서 오셨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왕비가?”뭐 하러 왔지? 이 밤중까지 왜 안 잤어?우문호가 나가보니 정말 녹주가 원경릉을 부축해서 들어오고 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피곤에 절은 창백한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오늘 공주마마께서 얘기해 주셨는데 황제폐하께서 7일의 말미를 줄 테니 사건을 해결하라고 하셨다면서요, 이렇게 큰 일이 있는데 왜 말씀을 안 하셨어요? 우문호가 부드럽게 안심시키며: “걱정하지 마요, 7일의 기한이 아직 다 되지 않았고, 7일 안에 사건을 해결할 자신이 있으니.”원경릉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만약 정말 기한 안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면 집에도 돌아오지 못 할리 없다. 원경릉은 우문호를 잡아 끌고, “사건해결에 대하선 아는게 없지만 의술은 알아요, 시체 좀 보여주세요. 제가 뭔가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시체를 본다고? 안돼!” 우문호는 바로 반대하며, “죽은 사람이 뭐가 볼 게 있다고?”사람이 죽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시체 안치소에 얼음을 층층이 쌓아 뒀지만, 시체가 이미 부패하기 시작했다. 냄새가 심한데 원경릉이 어찌 그 냄새를 견딜 수 있을까?“하지만 당장 경조사도 별다른 진전이 없잖아요, 맞죠? 절 속이려는 생각 마세요.” 원경릉이 말했다.“날 믿어, 잘 될 거야.” 우문호 자신조차 자기 말이 공허하게 들렸다.원경릉을 관아 뒤 후원으로 보내 나한상에서 좀 쉬게 한 뒤, 녹주를 불러 왕비가 쉬도록 잘 돌보지 못했다고 꾸지람을 했다. 우문호가 자신을 손바닥 위의 구슬처럼 다뤄주는 것에 감동했지만, 둘은 지금 이미 부부로 무슨 일이 생기면 둘이 함께 분담하는 것이 마땅하다.그래서 우문호의 이런 행동에 원경릉은 무력함을 느꼈다.하지만 억지로 할 일도 아니고 우문호는 정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원경릉은 마치 장소를 바꿔 자려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고 우문호는 여전히 사건때문에 정신이 없다.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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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3화

시체를 부검하는 원경릉서일이 고개를 저으며 어쩔 줄 몰라: “소인은 그렇지 않습니다.”“나는 너를 도왔는데, 내가 너에게 부탁하는데도 네가 도와주지 않으니, 이런 걸 바로 배은망덕이라고 하는 거야.”서일이 난감한 표정으로 왕비를 보니, 차갑게 화가 있어 일순간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녹주도 앞으로 나와 사정하며, “서일은 왕야의 가장 측근에서 사건에 대해 고민했잖아, 왕비마마께서 흔쾌히 도우시겠다는데 왕비마마를 도와주는 게 어때? 그리고 막상 왕야께 알려진다고 해도 왕비마마의 명령이었다고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고 하면 돼지.”서일은 왕야께서 자기를 잘라버릴 걸 알지만, 사건조사가 지금까지 진전이 없고, 왕비마마는 지금까지 계속 기적을 일으키셨으니 혹시 왕비마마께서 보시고 뭔가 발견해 내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서일은 고개를 들어: “좋습니다. 하지만 왕비마마 오래 머무시면 안되고, 시체 안치소는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지만 누군가 그쪽으로 순찰을 하다가 발견되면 반드시 왕야께 알려집니다.”“알았어!” 원경릉이 한마디로 수락하고 녹주에게: “넌 여기를 지키다가 만약 왕야께서 오시면 내가 화장실에 갔다고 얘기해라.”“예, 알겠습니다,” 녹주가 말했다.서일이 등롱을 들고 원경릉을 데리고 나갔다.시체 안치소는 경조부 관아 좌측 뒤쪽에 있는데 대략 50제곱미터 크기로 세워진 건축물이다. 벽은 비교적 얇고 창이 2개있지만 둘 다 닫혀 있다.입구에 두개의 등이 걸려있어 엷은 붉은 등불이 시체 안치소 문을 온통 시뻘겋게 비추니 한밤중엔 특히나 음산하고 공포스럽다.서일이 덜덜 떨며 걸어 들어가다가 원경릉을 흘끔 보고, “왕비마마께서는 안 무서우십니까?”“뭐가 무서운데?”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넌 여기서 기다려, 누가 오면 나한테 알리고.”“소인은 왕비마마를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서일은 원경릉 혼자 안에서 놀라서 실신할 까봐 걱정이 되었다. 입으론 아니라고 하지만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어? 안에 그렇게 많은 시체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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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4화

시체의 사인을 밝히는 원경릉어쩌면 해부가 필요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미 시체의 부패상태로 보건대 혼자서 해부하기는 힘들 듯 싶다.잠시 생각하더니 자석을 꺼내 시체의 머리부분부터 아래로 쭉 훑어 나갔다.심장 부근을 훑어가는데 자석에 반응이 생기며 심장 부근도 약하게 움직였다.원경릉이 자석을 내려놓고 심장 위치를 자세히 관찰하자 심장에 바늘구멍 같은 것을 있다. 털처럼 얇고 가늘어 시체가 부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늘구멍이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다.보아하니 심장을 해부하는 수밖에 없다.해부는 쉬운 일이 아니다.원경릉은 경험도 부족할 뿐더러 의대를 다닐 때 해부학 수업을 들었을 뿐이다.그나마도 어깨에 상처가 있는 상태로 힘을 쓸 수 없으니 서일이 도와줘야 할 판이다.서일이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자 놀라 자빠지며, “왕…….왕비마마!”“들어와서 나 좀 도와줘.” 원경릉이 말했다.서일은 원경릉의 머리에 묶여 있는 손전등을 보고, “이게 뭡니까?”“쓸데 없는 말은 됐고, 빨리 와서 좀 도와줘, 뭘 발견 했어.”서일은 발견한 게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따라 들어갔다.코를 찌르는 냄새로 서일은 거의 토할 뻔 했지만 원경릉이 잽싸게 마스크를 꺼내 씌워줬다. 그래도 서일은 여전히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원경릉은 서일의 호흡이 좀 안정된 것을 보고 매스를 건네며, “날 도와서 망자의 심장을 해부할 거야, 난 안에 바늘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테니까.”“에? 심장을 해부한다고요?” 서일이 손을 덜덜 떨었다. 심지어 시체들이 녹색으로 변해 부풀어 커진 모습을 보고 일순간 아연실색해 버렸다.“뭘 그렇게 무서워 해? 인간은 다 죽어. 만약 네가 그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면 저 사람들은 편안히 눈을 감고 너한테 감사할 거야.” 압박에 못 이겨 서일은 매스라는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심장을 해부하니 전체 심장이 다 검은색이며 과연 작고 가느다란 바늘이 있었다.원경릉은 겸자를 끼워 검게 변한 심장을 들여다 봤다.“중독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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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5화

사인을 알게 된 우문호와 원경릉꾸짖으려던 우문호는 원경릉의 이 말에 말문이 막혔다. 검시관과 검률도 같이 있었는데 원경릉의 말을 듣고 검시관이 바로 나와: “왕비마마, 저들은 절대로 중독사 일수 없습니다. 소인이 여러차례 검시하였으나, 중독 증상이 없었습니다.”원경릉이: “이리 와서 좀 봐주세요, 모든 사체의 심장에 전부 독침이 있고, 이 두 개의 독침은 망자의 심장에서 꺼낸 거로 막 꺼내서 독성이 아직 심장에 봉인되어 있을 겁니다. 침에도 독성이 남아 있을 거구요, 확인하셔도 좋습니다.”검시관이 나와서 자세히 살피는 중 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내, “당장 관아 후원에 자러 가시오.” 원경릉은 고분고분하게 떼부리지 않고, “잘못했습니다. 그저 돕고 싶었을 뿐이니 화내지 마세요.”“가시오.” 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 내고, “분명 나를 도왔으나, 이걸 발견한 것으로 이미 충분하오. 남은 일은 저들이 할 테니 당신은 후원으로 가서 나를 기다리도록 하시오, 사람을 시켜 목욕물을 길어오게 하리다.”“목격자가 있다면서요. 그 증인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원경릉이 나가는 김에 물어봤다.우문호가 어르고 달래며, “그래요, 내일 다시 물어봅시다. 그리고 개도 한 마리 증인인데 내일 같이 심문하기로 하지요.”“좋아요!” 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어쩌질 못하겠다. 하지만 마음은 뛸 듯 기쁜 게 적어도 며칠동안 생긴 첫 발견으로 이 발견은 철저하게 그들의 사고의 틀을 바꾸어 놓기 충분했다.만약 범인이 독이나 암기를 사용하는 고수라면 그들의 원래 가설은 틀렸다.당초에 추측한 살인자는 그들과 원한관계에 있는 백성이었다.그러나 고수가 살인 하는 데는 보수가 있어야 하고, 일반 백성은 그들에게 살인의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진짜로 나 강아지가 너무 좋은데 내일 나한테 그 강아지 데려다 줄 수 있어요?” 원경릉이 애원했다.어쨌든 우문호에게 그녀가 개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우문호는 눈을 흘기며, “내일 얘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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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6화

온천에 몸을 담근 원경릉과 우문호초왕부에 온천이 하나 있다.이 온천은 희한하게도 여름에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지 않고 봄, 가을과 겨울에만 나온다.전에는 물이 모이지 않더니 탕양이 이틀전에 와서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온천에 물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원경릉이 다친 상태기도 했고, 우문호도 사건이 급박해서 그녀를 데려올 여유가 없었다.오늘 어깨에 큰 짐이 사라진 데다 두 사람이 모두 전신에 악취가 심각하니 흐르는 온천수에 몸을 씻어 내기 안성맞춤이다.온천은 소월각 뒤쪽에 있는데 온천이 솟아나는 구멍은 전부 두 개인데 둘 사이 거리가 가까우나 온천탕이 큰 방 절반 정도는 돼서 작다고는 볼 수 없다.원경릉이 한 눈에 온천에 이름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상한 온천”원경릉이 웃으며, “왜 이상한 온천이라고 불러? 분위기 하나도 없는 이름이네.” 원경릉은 이 온천에 대한 인상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짐작할 수 있었다.역시 그랬어. 몸의 원주인이 시집온지 그렇게 오래 됐는 데도 소월각에 와 본 적이 없으니 여기도 알 리가 없다.“그건 이 온천이 요상하기 그지없기 때문이야. 여름에 비가 와서 물이 많을 땐 온천수가 나오지 않다가, 가을 겨울 가물 때 비로소 콸콸 온천이 터지니 요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아?”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우문호는 시녀가 들고 있던 옷을 받아 든 김에, 문을 닫고 녹주와 기라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온천 옆에는 옷장과 병풍이 하나씩 있어 우문호는 깨끗한 옷을 병풍에 걸쳐 두었다. 벽 위에는 밝은 구슬이 박혀 있어 촛불이나 등롱 없이도 충분히 밝았다.단지 빛이 충분하지 못하고 온천수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와 빛이 물안개에 휩싸여 한층 몽환적이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낭만적이고 편안한 곳이다.원경릉은 무심코: “여기 진짜 좋다, 여자를 몇 명이나 데리고 왔겠네?”우문호는 그녀의 어깨에 옷을 벗기며, “꽤 돼지, 하나씩 셀 테니까 들어 볼래?”원경릉의 어깨의 상처를 보니 이미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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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7화

우문호의 첫 상대원경릉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게 웬만큼 좋지 않고 서는 안 나오는 표정이다.더욱이 우문호가 원경릉의 머리를 감겨 주다니 이건 정말 의외다.분명 우문호는 그녀의 인생에 등장한 첫날부터 권력을 가진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풋풋한 황족 훈남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그 여자들이 누군지 얘기해봐!” 원경릉이 눈을 감고 말했다.“없어, 장단 맞춰준 거야!”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이: “거짓말, 처음 하는 솜씨가 아닌데.”우문호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다행이 원경릉 뒤에 있어 보이지 않았다.“누가 처음이 아니래?” 우문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원경릉이 몸을 돌려 우문호에게, “내가 그랬어 왜. 단순히 호기심에서 하는 말인데, 질투 아니거든. 말해봐. 처음은 어땠어?”우문호는 원경릉의 눈빛을 피하며, “뭘 그런 걸 물어? 그게 뭐 좋은 거라고.”“호기심이라니까, 듣고 싶어, 얘기해 줘.” 원경릉의 두 손이 우문호의 목을 감싸 쥐고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말 안 해!” 우문호는 원경릉의 몸을 돌려 세우고 계속 머리를 감겨 준다.원경릉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부부사이엔 매사에 솔직한 건 줄 알았는데, 넌 나한테 감추는 게 있네.”원경릉은 한 걸음 앞으로 가서 우문호와 거리를 두고, “내가 씻을 게, 신경 안 써도 돼.”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 안고, 그녀의 얼굴색을 살피며, “화났어?”“아니, 그냥 우리 사이가 별로 솔직한 것 같지 않아서. 난 뭐든 다 얘기했는데 약 상자일까지 전부. 그런데 왕야는 이런 일조차 나한테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니까.” 원경릉이 상처받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어떻게 같아?”원경릉이: “화 안 낸다고 약속 했는데도?”“그럼 맹세해.” 우문호는 원경릉을 돌려 세우고, “나한테 화내지 않고, 질투도 안 하겠다고 맹세해.”“맹세해!” 원경릉이 한 손을 들고 맹세했다.우문호는 팔을 당겨 그녀를 자신 앞에 껴안고, “그럼 애기할 게. 사실 딱히 할 말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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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8화

화가 난 원경릉과 혼자 남겨진 우문호우문호는 손을 뻗어 원경릉을 물 위로 끌어 올리고 긴장한 얼굴빛으로, “너 화났지? 화 안 낸다더니, 거짓말쟁이.”원경릉이 부드럽게 우문호에게, “정말 화 안 났어. 내가 화 안 났다면 안 난 거야. 어서 씻어. 방에서 기다릴 게.”원경릉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 올라가 버렸다.“너 다 씻었어?” 우문호가 당황해서 원경릉의 얼굴을 보니 빙그레 웃는 모습이 정말 화난 얼굴은 아니다.“다 씻었어. 왕야도 빨리 씻어, 아직 머리도 안 감았잖아. 먼저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원경릉이 가운을 입고 뽀뽀하는 입모양을 지으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예쁘다.우문호는 하마터면 실망할 뻔 했다.하지만 방에 가서 해도 좋지.“그럼 먼저 가서 기다려, 나도 금방 갈게.” 우문호는 잠수하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박박 감고, 원경릉은 손에 잡히는 대로 깨끗한 옷과 더러운 옷을 같이 들고 총총히 사라졌다.이상한 온천 밖으로 나와 기라와 녹주에게: “왕야께서는 오늘밤 봉의각에서 묵지 않으신다고 하셨다. 너희 둘은 봉의각에 가서 내 시중을 들어 주렴. 며칠 묵지 않아서 침대보도 정리하고.”“예, 왕비마마!” 기라와 녹주는 우문호가 했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고 원경릉을 따라 갔다.원경릉은 이를 악물었다.화를 내면 안된다는 걸 안다. 전부 과거의 일이다. 우문호는 예전에 주명취를 좋아한 적도 있잖아. 원경릉은 그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사실 이번 얘기도 신경 쓸 필요 없지.하지만 열 받는다. 열 받아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우문호의 말이 너무 또렷하게 그려진다.분노가 활활활활 타오른다고!봉의각으로 돌아와 원경릉은 바로 녹주와 기라에게 분부해, “봉의각의 문을 전부 닫고, 왕야께서 오시거든 밖에서 막고 내가 몸이 안 좋다고 말씀드려. 오늘은 손님 안 받아!”녹주와 기라는 서로 멀뚱히 바라보며, 잘못 들었나? 손님을 받는다고?왕비마마께 무슨 일이 있는 거지? 화나서 미친 모습인데.왕야, 도대체 무슨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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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화

왕야의 추태와 탕양의 조언과연 바람같이 한 사람이 복도에 나타나 날쌔게 숨는 게 흡사 미행하는 것 같다.서일과 탕양은 눈을 부릅떴다가 자신의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이게 왕야라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우문호는 전신에 실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작은 차 마시는 탁자로 거기를 가리고 잽싸게 뛰어 왔다. 곧 눈을 부라리며 두 사람에게, “오늘밤 일이 밖에 새나갔다간 둘의 혓바닥이 남아 나지 않을 줄 알아라!”“왕야, 문턱이!” 너무 늦었다. 급한 나머지 차 마시는 탁자가 시선을 가려 우문호는 발이 걸려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아이고머니나, 서일. 어서 가서 왕야 부축해드리고, 아, 아니다, 넌 가서 옷을 가져오너라, 우선 덮어드려야지. 아이고, 상궁이 오는 구만…… 희상궁 일단 거기 멈춰요. 오면 안돼. 일 났어…….”희상궁은 왕비마마께서 왜 화가 나셨는지 물어보러 왔다가 뭔가 일이 터진 소리가 나서 황급히 달려온 것이다.소월각은 잠시 아수라장이 되었다.우문호는 이불을 감싸고 발로 서일에게 약주를 닦게 시키고 등을 꼿꼿하게 세우는 이 동작을 오랫동안 유지했다.화가 난 건지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다른 기분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우문호의 심경은 지금 상당히 복잡했다.복잡한 나머지 서일, 탕양은 물론 희상궁까지 잘게 다져서 개 먹이로 주고 싶을 정도다.희상궁이 비록 흘깃 봤으나 바로 봉의각으로 돌아갔다.우문호는 역시 한 둘을 죽여서 마음 속의 감정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일과 탕양은 슬쩍 마주보며 ‘어째 왕야의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지?’ 하는 눈빛을 교환한다.“왕비는?” 우문호는 천천히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왕비마마는 왕야와 함께 목욕하신 게 아니셨습니까?” 서일이 물었다.우문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래, 그런데 도중에 갔지. 소월각엔 돌아온 적이 없지?”“없습니다. 마마께서 왜 중간에 가셨나요?” 서일이 궁금해서 물었다.우문호는 서일의 배를 한 대 걷어차며 분풀이를 하더니, “꺼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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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0화

원경릉을 찾아 봉의각으로 간 우문호우문호가 화를 내며: “어째서 오늘밤 이렇게 낭패를 본 건 난데, 결국 잘못한 것도 내가 되는 건데??”“왕야께선 잘못 하신 게 없으시지요.” 탕양이 내숭의 최고 경지를 시전하며, “하지만 왕비마마도 틀리지 않으셨습니다. 잘못된 건 이 일 자체지요. 이 일 자체가 거론돼서는 안되는 일인 겁니다. 예를 들자면 왕비마마께선 왕야께서 이전에 어떤 여인이 있었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실 때 왕야는 마음속으로 기쁘셨습니까?”우문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별로 안 기뻤지, 하지만 적어도 오늘밤처럼 이렇게 처참한 기분은 아니었어.”“처참한 기분은 잠깐입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건 왕비마마께서 왕야를 진심으로 중시하신 다는 것입니다. 마음 속에 왕야가 계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소인 생각에는 왕야께서 고분고분 왕비께 가서 잘못을 인정하시는 게 나을 것으로 사료됩니다.”우문호가 눈을 부라리며, “잘못을 인정해? 방금 내가 잘못한 거 아니라며.”“이건 잘잘못과 상관없습니다. 부부사이에 잘잘못과 시시비비가 어디 있나요? 맞춰주고 사랑해 줄 뿐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요.”탕양이 계속 권했다. 두 주인이 사이가 틀어져서는 곤란하지. 초왕부가 겨우 요 며칠 평안하게 지내지 않았는가 말이다.우문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탕양이 말한 대로 생각해 보고, “네 말도 맞네. 왕비도 내가 신경 쓰이니까 이렇게 하는 게 틀림없어. 만약 왕비가 듣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내가 오히려 걱정했겠지.”“바로 그렇다니까요?” 탕양이 권하며, “왕야 어서 봉의각에 가셔서 달래 주세요, 여자는 좀 맞춰주면 좋아집니다.”우문호가 일어나, “넌 여기 남아, 나 혼자 가면 되니까.” 탕양에게 자신이 여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꼴을 보여줄 순 없다. 이건 체면 문제다.탕양이 미소를 지으며: “예, 소인이 사람을 시켜 탕을 올리라 하지요, 왕비마마와 왕야 두 분이 같이 마시세요.”우문호가 성큼성큼 나가는 것을 보고 탕양은 복도에 서서 웃음을 띤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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