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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9화

왕야의 추태와 탕양의 조언

과연 바람같이 한 사람이 복도에 나타나 날쌔게 숨는 게 흡사 미행하는 것 같다.

서일과 탕양은 눈을 부릅떴다가 자신의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이게 왕야라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우문호는 전신에 실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작은 차 마시는 탁자로 거기를 가리고 잽싸게 뛰어 왔다. 곧 눈을 부라리며 두 사람에게, “오늘밤 일이 밖에 새나갔다간 둘의 혓바닥이 남아 나지 않을 줄 알아라!”

“왕야, 문턱이!”

너무 늦었다. 급한 나머지 차 마시는 탁자가 시선을 가려 우문호는 발이 걸려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아이고머니나, 서일. 어서 가서 왕야 부축해드리고, 아, 아니다, 넌 가서 옷을 가져오너라, 우선 덮어드려야지. 아이고, 상궁이 오는 구만…… 희상궁 일단 거기 멈춰요. 오면 안돼. 일 났어…….”

희상궁은 왕비마마께서 왜 화가 나셨는지 물어보러 왔다가 뭔가 일이 터진 소리가 나서 황급히 달려온 것이다.

소월각은 잠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우문호는 이불을 감싸고 발로 서일에게 약주를 닦게 시키고 등을 꼿꼿하게 세우는 이 동작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화가 난 건지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다른 기분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우문호의 심경은 지금 상당히 복잡했다.

복잡한 나머지 서일, 탕양은 물론 희상궁까지 잘게 다져서 개 먹이로 주고 싶을 정도다.

희상궁이 비록 흘깃 봤으나 바로 봉의각으로 돌아갔다.

우문호는 역시 한 둘을 죽여서 마음 속의 감정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일과 탕양은 슬쩍 마주보며 ‘어째 왕야의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지?’ 하는 눈빛을 교환한다.

“왕비는?” 우문호는 천천히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

“왕비마마는 왕야와 함께 목욕하신 게 아니셨습니까?” 서일이 물었다.

우문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래, 그런데 도중에 갔지. 소월각엔 돌아온 적이 없지?”

“없습니다. 마마께서 왜 중간에 가셨나요?” 서일이 궁금해서 물었다.

우문호는 서일의 배를 한 대 걷어차며 분풀이를 하더니,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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