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과 기왕비의 흑심우문호는 사건의 경위를 순서대로 설명했으나 원경릉이 시체를 검시한 것과 어떤 사람이 익명으로 주지의 소재를 알려 주었다는 사실은 감췄다.원경릉의 공을 박탈 하고자가 아니라 하필 기왕이 여기 있어 기왕에게 원경릉이 이 사건에 발을 담근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익명으로 제보가 들어온 것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잠시 황제 폐하께 알릴 수 없었다.기왕은 범인의 이름이 주지라는 말을 듣고 벌써 안색이 굳어졌다.명원제가 우문호를 크게 칭찬하니 기왕의 마음에 미움이 차 올랐지만 얼굴은 오히려 잘되었다며 흐뭇한 기색이어야 했다.명원제의 서예 연습을 지켜볼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다가, 씩씩거리며 궁을 나와 기왕비의 방으로 직행했다.기왕비는 막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가 기왕이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왕야 무슨 일이십니까?”기왕이 노려보며, “넌 알고 있었지, 우문호가 사건을 해결해서 주지가 걸려들었다는 거?”기왕비는 깜짝 놀라, 얼른 몸을 일으키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럴 리가!”“나도 원래 그럴 리 없다고 생각 했어.” 기왕이 천천히 다가가며 냉정한 눈빛으로, “하지만 사건의 경위를 들어보니 초왕이 근교의 낡은 절에서 주지를 체포했고, 주지도 살인사실을 남김없이 자백했다더군.”기왕비는 기왕의 얼굴이 흉악해 지는 것을 보고, “왕야께서는 왜 그런 눈으로 신첩을 보십니까?”기왕이 차가운 목소리로: “왕비, 주지가 왜 교외의 낡은 절에 가야 했을까?”기왕비가 당황해서, “신첩도 모릅니다, 아픈지 며칠이 되어 그쪽 얘기를 전혀 전달받지 못했습니다.”기왕비의 얼굴도 점점 냉정해 지며 거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신첩 이제야 알겠습니다. 왕야께서 신첩을 의심하시는 군요. 신첩이 왕야를 위해 일을 계획했으나 결국 이 공을 우문호에게 주었다는 말씀이지요?”기왕은 한동안 그녀를 노려보다가 겨우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왕비가 당연히 그럴 리 없겠지.”기왕비는 텅 빈 눈동자로, “부부는
만취한 우문호기왕비가 폐병으로 죽어도 아무도 그녀의 사인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고 부모와 형제는 계속 기왕을 지지할 것이다. 혹시라도 기왕이 다시 한 번 상심할까 황제는 기왕을 더 측은하게 여겨 결국 기왕비는 회왕을 돌보다가 안타깝게 병을 얻은 것으로 될 것이다. 멀쩡하게 살인사건의 공로를 우문호에게 넘겨준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만약 이런 식으로 기왕을 압박하지 않으면 기왕비는 철저하게 이용 가치를 잃게 된다.기왕비를 잃으면 백배는 고통을 겪을 것이란 걸 끊임없이 상기시켜 줘야 기왕을 장악할 수 있다.경조부는 오늘밤 공로를 치하하는 분위기다.우문호는 술을 잔뜩 마셨는데 오늘 밤은 허물없이 경조부 관원들이 권하는 축하주를 마셔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과음상태로 과음도 이만저만 많이 마신 게 아니다.서일이 우문호를 초왕부 입구까지 데려다 주니 우문호는 마차를 내리자마자 문간에 있는 늙은 회화나무에 한바탕 토했다. 완전 인간 분수로 서일이 보고는 덜덜 떨린 정도로 사람이 토하다 죽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우문호가 다 토하더니 술이 좀 깨서 서일을 가리키며 호통을 치는데, “너……운전 그 따위로 할 거야?”서일이 우문호를 부축하며, “예, 예,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소월각으로 돌아가십시다.”우문호는 서일의 손을 뿌리치며, 노기 충천해서: “부축할 필요 없다. 난 봉의각으로 갈 거야.”“예, 알겠습니다. 왕비마마께 가십시다.” 서일이 따라가면서 보니 우문호가 갈지자로 허위허위 걷는데 넘어질까 걱정이다.“가서 죄를 물을 것이다!” 우문호가 청천벽력같이 외쳤다. “지가 뭔 데? 날 그렇게 대할 수가 있어?”“왕야, 목소리 좀 줄이세요!” 서일이 차마 입을 틀어막지는 못하고 말했다.이 말을 왕비께서 들으시면 또 화를 내시겠네.우문호는 비틀비틀 소리를 지르며 봉의각 입구에 도착했다.문 앞의 나무를 붙들고 다시 한번 거하게 토하는데 다바오조차 슬금슬금 피해서 저 멀리 도망갔다.우문호는 다 토하고나서 계속 쩌렁쩌렁 소리를 치며, “
우문호는 머리를 움켜쥔 채 집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관계없는 이들은 다 나가거라!”그가 손을 휘저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을 듣고 기상궁과 기라가 황급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우문호는 격동된 표정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너…… 화내지 마.”라고 말했다.“나 화 안 났어.” 원경릉이 답했다.“거짓말!”우문호는 그저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원경릉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너 취했구나!”원경릉이 말했다.그는 탁자를 내리치더니 “본왕은 취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그의 부어오른 손바닥을 보며 “됐어. 나 화 안 났어.”라고 말했다.“난 네 말을 믿지 않아, 너는 분명히 화났다! 네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 본왕이 말했지 않았느냐, 근데 넌 계속해서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술기운 탓인지 그가 주절주절 계속 말을 했다.“그래, 내가 잘 못 했어. 내가 괜한 걸 물어봤네.”원경릉은 이틀 내내 괴로웠기에 지금, 이 순간 그와 입씨름하기 싫었다. “물어봐도 돼, 근데 지겹게 계속 묻지는 마. 본왕이 말했잖아 아니라고, 근데 넌 안 믿고, 또 물어보고.”우문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그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나 계속 안 물어봤어, 너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잖아.” “본왕이 말했잖아 아니라고!”그의 눈에는 원망스러움이 담겨있었다.아, 가소롭다. “솔직히 말해봐 맞잖아!”우문호는 노발대발하며“아니라고, 네가 나를 우습게 생각하니까 본왕이 그랬을 거라고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원경릉은 어리둥절했다.“무슨 뜻이야? 내가 너를 우습게 생각한다고?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한다는 건대?”“아!니!라!고!” 우문호는 한 글자 한 글자 원망의 눈빛을 담아 원경릉에게 내질렀다.“자세히 설명해봐!”원경릉이 그의 눈을 쳐다보자 우문호는 순간 흠칫하며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술기운 때문인지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아무튼 아니야…….”원경릉은 손사래를 치며 “그래, 아니라고
우문호는 고개를 숙여 원경릉의 손목을 살짝 물었다. 그는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그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그가 그녀를 깨문 자리에는 물린 자국도 남지 않았다.“우리 이제 그만 싸우자. 싸우면 마음만 다쳐.”그는 슬픈 얼굴로 그녀의 눈을 보았다.원경릉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래. 우리 그만 싸우자.”라고 말했다.“안아줘.”우문호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안더니, 한순간에 그의 무거운 몸이 그녀를 덮쳤다.원경릉은 웃으며 “바닥에서 이러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침상으로 올라가서 하자.”라고 말했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우문호, 일어나!” 원경릉이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때, 그녀의 귓가에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원경릉은 그의 밑에 깔린 채 힘없이 두 팔을 늘어뜨렸다.‘좋아 잠들었다 이거지?’그녀는 하는 수없이 서일을 불러 그를 침상으로 옮겼다. 원경릉은 잠자는 그의 등을 토닥토닥 어루만졌다. 해장국이 도착해서 그를 깨우려고도 했지만, 그는 잠에 깊게 들었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없이 우문호를 자게 내버려 두었다.그녀는 잠옷을 입고, 그의 가슴에 기대 누웠다. 그의 말을 믿어도 될까? 정말 궁녀가 못생겨서 그랬다고? 그녀는 방금 전 상황을 생각하니 웃음이 터졌다. 원경릉이 화를 낼까 봐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가 원경릉을 많이 아끼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정말 신경쓰지 않았다.‘근데 정말 그의 말이 맞을까?’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품을 연거푸 하더니 잠이 들었다.얼마나 잤을까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떴다가, 쏟아지는 졸음에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얼마 후 우문호는 정신이 들었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안은 채 그녀의 귀에 자신을 입술을 가져다 댔다.피곤했던 원경릉은 “좀 더 자.”라고 말했다.“안 잘래, 안 졸려!”우문호는 입을 삐죽거리더니“네가 이틀 동안
“그럼 모비가 너한테 어의에게 진찰 받으라고 하지 않았어?”원경릉이 물었다.“어의를 매번 보냈지, 근데 내가 협조하지 않아서, 계속 화를 내셨어.”우문호가 답했다.우문호는 그녀에게 볼을 비비며 “화 안 낼거지?”라고 물었다.“원래 화 안 났어. 내가 그날 밤에 화 안 낸다고 말했잖아.”“거짓말 마. 난 더 이상 여자를 믿지 않아.”역시 탕양의 말이 맞다. 여자가 하는 말은 다 믿으면 안된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말한 것에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당시 모비는 두 명의 궁녀를 데리고 와서 그에게 고르라고 했다. 그가 둘 중에 하나를 고르자, 모비는 그가 고른 궁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궁녀로 바꿔버렸다. 그 당시 우문호는 모비가 자신의 의견을 묻지 않고, 궁녀를 바꾸자 반항심에 그 궁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모비가 고른 그 궁녀는 못생겨도 너무 못생겼었다. 이 사실을 안 모비는 그에게 병이 있다고 여기고 몇 년 동안이나 그에게 치료를 권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거절했다. 만약 우문호가 어의를 만난다면, 그가 아무 병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문호가 그 동안 모비를 속여왔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그래서 우문호는 곁방 궁녀나 첩도 두지 않았다.공주부에 관한 소문이 돌자 모비는 우문호가 억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모비는 그가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원경릉은 그의 해괴한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 그를 보며 “뭐가 웃겨?”라고 물었다.“아무것도 아냐!”우문호가 웃음을 멈추었다.원경릉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우문호의 말을 곱씹으며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똑똑한 신여성이었기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다. 현재에 집중하자!’다음날 우문호는 관아로 돌아갔고, 원경릉은 명원제에게 회왕의 상태를 보고하기 위해 궁으로 향했다. 이른
상선은 태상황을 모신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수십 년 동안 그의 눈치는 전혀 늘지 않았다.상선은 멋쩍은 표정으로“그럴 필요 없으십니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태상황의 관자놀이를 눌렀다.‘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점점 아이 같아진다고 하더니, 태상황도 관심이 고픈 어린아이 같구나.’얼마나 주물렀을까, 태상황이 그녀에게 앉으라고 하더니 떡을 하나 주었다.“다친건 다 나았느냐?”태상황이 물었다.“괜찮습니다!” 원경릉이 떡을 집어들고는 방글방글 웃으며 대답했다.“바보 같긴, 넌 단명하고 싶은거지?”태상황은 늘 그렇든 독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원경릉은 입을 삐죽거리며 “소인. 그렇게 쉽게 안 죽습니다.”라고 말했다.그녀는 태상황이 모진 소리를 할 것을 예상했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태상황은 소처럼 큰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보았다.“이전에 네가 입궁했을 때, 과인이 너를 꾸짖으며, 모든 일에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라고 했던 거 기억하느냐? 설마 무뇌라서 잊은 건 아니겠지?”원경릉은 태상황의 말에 ‘무뇌’라는 말에 입이 떡 벌어졌다. 과거에도 저런 말이 있었다니.“알죠. 압니다. 제가 잠깐 방심했나 봅니다.” 원경릉은 욕을 먹어도 싸다. 회왕이 독을 먹고 죽을 뻔했던 그날, 그녀도 초왕부로 돌아갈 때, 마땅히 주위를 경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적들이 회왕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만 했지, 그녀까지 죽이려고 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방심하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태상황이 이런 말을 해봤자 뭐 하겠느냐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가끔 보면 머리는 좋은데 다른 방면으로 젬병인 부류가 있다. 원경릉이 그 부류에 속한다. 이런 부류들은 한 가지의 결말로 수렴하는데, 그 결과는 바로 죽음이다.태상황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어서방 태감이 와서는 “왕비, 황상께서 부르십니다.”라고 말했다.태감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오’하고 일어나서 태상황에게 인사를 했다.“잠깐만!”태상황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원경릉이
“왕비님 어서 들고 가십시오. 정말 보기 드문 귀한 비취입니다. 이 비취는 소요후(逍遙侯)가 이틀 전에 입궁해 태상황님께 선물한 비취로서 태상황님께서 비취를 받고 나서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허나 자신의 몫은 남기지 않고 왕비님께 드리는 겁니다.”상선이 말했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고민되는 듯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필요 없으면 그냥 두고 나가거라!”태상황이 답답하다는 듯 화를 냈다.원경릉은 한 손으로 나무 상자를 낚아채더니“손자며느리 나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귀한 비취임을 알기에 부담스러워 거절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녀는 태상황이 자신을 생각해 주는 마음을 져버릴 수는 없었다.그녀는 상자를 손에 쥐고는 건곤전을 나와 명원제를 찾아갔다.명원제가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놀라서 “이건 소요후가 태상황님에게 준 비취가 아니냐? 이걸 왜? 이걸 다 너에게 주신 거냐?”라고 물었다.“예 맞아요, 부황께서도 갖고 싶으신가요? 저도 받은 것이지만 생색 좀 낼게요. 여기요!”원경릉은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나무 상자에 든 비취를 내밀었다.명원제는 손을 저으며 “태상황님께서 너에게 준 물건이니 잘 가지고 있어라. 짐은 이런 돌에 관심이 없다. 보아하니 태상황님께서 너를 매우 아끼시는 것 같구나.”라고 말했다.‘태상황께서 제일 좋아하는 보석이 비취 아닌가……. 소요후에게 비취를 받자마자 급히 상선을 시켜 잘 보관하게 두시길래 뭘 하시려나 했더니……. 이 귀한 걸 원경릉에게 주다니? 보아하니 태상황님께서 이 아이를 보통 예뻐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태상황님의 뜻은……’명원제는 곰곰이 생각했다.자신을 불러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명원제를 보고 원경릉은 멋쩍은 듯 서있었다.“여섯째의 병세가 어떻느냐? 말해보거라.” 명원제가 그녀에게 물었다.원경릉은 회왕의 치료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명원제는 그동안 사람을 시켜 회왕부의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원경릉
“나가보거라. 오늘 짐이 말한 것은 다섯째와 잘 의논해 보거라.” 명원제가 말했다.원경릉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명원제의 말을 곱씹을수록 그녀의 마음속엔 의심의 싹이 올라왔다.그날 저녁, 원경릉과 우문호는 부부로서 침전에서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명원제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분석하기 시작했다.“부황은 왜 내가 자식을 낳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두 팔로 안고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돌돌 말았다.“왜 그런 것 같은데?”“부황이 너를 태자로 책봉하려는 거 아니야?” 원경릉이 추측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그럴 리 없어. 부황께서는 올해 내게 실망도 많이 하셨고, 나에겐 늘 냉담하신거 너도 잘 알잖아.”라고 말했다.“그 공주부 사건은 나 때문에 그런 거잖아……. 그 사건 이전엔 부황께서 너를 중시하지 않았어?”“음……. 태자로 책봉되려면, 장남이거나 황후가 낳은 아들이어야 해.”우문호가 말했다.“현비가 낳은게 뭐 어때서?”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빙그레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는 내가 어질고 선한 재목이라고 생각해?”“아니!” 원경릉은 그의 말을 단칼에 부인했다. “선한건 모르겠고! 네 충성심과 용맹함은 내가 인정하지!”우문호는 두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고는 생각했다.‘정말 부황이 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걸까?’“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태자가 되고 싶어?”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웃으며 “싫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태자가 되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침상에 엎드려 팔꿈치에 턱을 괴고 그를 보았다.“내 생각엔 말이야, 부황께서 태상황님의 마음을 캐고 계신 것 같아. 아무래도 태상황님께서는 너를 많이 아끼시잖아. 게다가 초왕비인 내가 태상황님의 마음을 얻기도 했고…….”이 말을 들은 우문호가 그녀를 쳐다보며 “그럼 네 말은 부황이 나를 태자로 책봉하려는 게, 어쩔 수 없이 태상황의 뜻에 순종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