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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1화

대망의 발표위태부, 소요공, 주재상 세사람도 태자의에 앉아있고 모두 질서 정연하게 우문호 일행을 보고 있는 가운데, 명원제가 엄숙한 표정으로 가운데 앉아 있다.세 사람은 앞으로 나가 예를 취하고 자리에 앉았다.우문호는 이 상황을 보고 속으로 감이 와서 얼굴색이 변했지만 참고 침묵을 지켰다.명원제가 입을 열어, “요 며칠 궁에서 발생한 일은 짐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리라 믿네. 짐이 올해 상업을 크게 신장시키고 대주와의 상업 왕래를 촉진해 상업세를 다시 걷어 국고를 보충할 중차대한 시기로, 우리 북당은 향후 3~5년 사이 큰 변동을 겪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태자의 지위는 흔들려서는 안될 것 일세. 국본이 견고해야만 조정과 후궁에 분쟁이 없기 때문이지.”명원제의 목소리는 상당히 무기력하고 피곤해서 새해 초하루에서 지금까지 고작 육 칠일이 지났건만 아주 폭삭 늙은 것처럼 귀밑머리가 반백이 되었다.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이 느껴진다.“하지만,” 명원제가 말을 이어, “태자의 생모 현비가 덕을 잃어 작금에 태자의 지위에 대한 논쟁이 분분한 바 일세. 북당은 대대로 다음 군주를 세울 때 황자의 생모는 조건이 있네. 정결하고 현덕하며, 품행이 고결하여 향후 후궁이 내정에 간여하지 않고, 외척이 정치를 어지럽히지 않을 것을 보증해야 하지. 허나 태자의 생모 현비는 덕을 잃고 패악을 일삼아 그 행실이 인륜을 저버린 바 천하 어머니의 본으로 삼을 수 없음이라. 따라서 천자가 법을 어겨도 백성과 같은 죄로 다스리듯, 짐은 현비가 저지른 악행을 추궁할 것을 결정하고 누구든 이에 의의를 제기하거나 죄를 사해줄 것을 요구할 경우 같은 죄를 물을 것이다.”명원제가 이 말을 하고 우문호와 우문령을 흘깃 보니,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는데, “그러나 짐이 방금 말했듯 북당은 태자를 폐위할 수 없으므로, 짐이 황실의 어른 및 중신들과 상의한 결과 덕비에게 아이가 없으니 태자와 공주를 덕비의 양자로 들이게 하고, 덕비는 오늘부로 황귀비로 봉하여 황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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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2화

운명의 밤어서방에서 딱 한 명이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다.바로 황후다.황후는 정말 생각치도 못했다. 겨우겨우 현비를 없앴더니, 덕비를 좋게 해 준 꼴이 되고 말았다.비록 덕비와 좀더 잘 지내긴 했지만 후궁들 중에 덕비가 제일 박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오히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이 아닌가.‘현비야, 넌 정말 어쩜 이렇게 바보 같을까. 반편생을 고생해서 전부 덕비만 좋은 일 시켰어.’의식은 합덕전(合德殿)에서 거행되었는데 자녀가 절한 뒤, 덕비가 황귀비에 봉해져 황귀비의 첩지를 받았다. 황후는 이제 황귀비와 같이 서로 의지할 수 있으니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난다’고 하고, 황제의 정실 부인의 신분으로 우문호와 우문령 오누이는 황귀비를 효를 다해 섬기라고 훈시했다.우문호는 내내 목석처럼 가만 있어서 만약 원경릉이 잡아당기지 않았으면 제때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덕비의 눈엔 눈물이 어린 채 우문호를 쳐다보며 작게 한숨을 쉬더니, “태자는 옥체를 보중하시게.”우문호는 ‘예’하는데 마치 자기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텅텅 빈 소리가 났다.예식을 마치고 명원제는 경여궁으로 가고, 목여태감을 시켜 두 사람은 건곤전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우문호의 마음이 문득 아득해 지며 황제가 경여궁으로 갈 게 틀림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 큰 일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어마마마에게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꽉 잡고 건곤전 안으로 들어가자, 태상황도 아직 잠들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있고 안풍친왕은 가고 없다.태상황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 정신이 맑아지는 탕을 가져오게 해서 셋이 마셨다.다바오가 건곤전 밖에서 뛰어들어와 태상황의 발 아래 기어가자, 태상황이 담뱃대를 내려놓고 한 손으로 안아 올려 가슴에 안고 쓰다듬었다.모두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강아지 입에서 나오는 ‘헥헥’ 소리가 편안해 지는데, 다바오는 이내 잠들었다.태상황이, “올해가 지나가려면 아직 멀었나?”며칠, 불과 며칠이 일년 같다.우문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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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3화

현비와 독대하는 명원제현비는 의자에 두 손을 뒤로 묶여 있는데 한동안 소란을 피우다가 결국 밧줄을 풀지 못한 채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는 나머지 조용해 졌다. 명원제가 들어온 것을 보고 고개를 들어 산발한 머리에 음침한 표정으로 비웃음을 띠고, “폐하께서 드디어 납시셨군요.”명원제가 현비 맞은 편에 앉아 일 장 정도 거리를 두고 현비를 쳐다보는데 실망과 증오, 혐오가 가득한 눈빛이다.현비가 눈치채고 눈물을 떨구더니 오히려 웃으며, “폐하 신첩에게 실망하셨습니까? 하지만 폐하께서도 신첩을 실망시키셨습니다. 신첩이 폐하께 시집온지 이십 여년인데 폐하의 마음 속에 신첩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까?”현비는 콧소리가 심했는데 눈은 이미 빨갛게 부어서 마치 짓이겨 놓은 썩은 복숭아 같다.명원제가 입을 열어, “원래 다시는 자네를 보고싶지 않았으나 방금 자네 말 대로 이십 여년의 세월동안 이러구러 살아온 정이 있으니 역시 짐이 직접 자네에게 얘기하는 것이 마땅하겠어.”현비가 황제를 보고 미약하게, “폐하 만약 신첩을 죽이시려 거든 성지 한 줄이면 됩니다. 공주의 결혼이 끝나면 신첩 죽을 수 있습니다. 신첩이 이제 폐하와 담판을 할 자격도 없는데 폐하께서는 어찌 오셨는지요?”“자네는 짐과 뭘 담판하고 싶었지?” 명원제의 눈빛이 냉담해 졌다.현비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눈빛으로, “신첩은 폐하께서 소씨 집안에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씨 집안은 날로 커지는데 소씨 집안은 날로 추락해 조정에 소씨 집안의 세력이 없습니다. 폐하, 소위 현명한 사람을 뽑을 때 피붙이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소씨 집안에 이토록 모질게 대하시는 지요?”“소씨 집안? 자네 마음 속엔 그저 소씨 집안 뿐이군. 자네 아들 딸은? 어찌 걔들에 대한 말 한마디가 없어?”“그들도 폐하의 아들 딸이니 폐하께서 당연히 소홀히 대하시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신첩이 못 마땅한 것은 신첩이 낳은 아이가 태자가 되었는데, 왜 폐하께서는 신첩의 신분을 올려주지 않으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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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4화

현비와 명원제의 마지막명원제가 계속, “그리고, 자네 머리로 짐이 왜 공주를 이리율과 짝지어 주려 하는지 모를 리가 있나? 하지만 자네는 한사코 혼사를 방해하고 반대했지. 짐이 시행하는 국책을 가로막고 결국엔 공주를 경여궁에서 인질로 잡기까지 마다치 않고 공주의 얼굴을 상하게 하고 태자비까지 다치게 했어. 마음으로도 입으로도 온통 소씨 집안 소씨 집안만 줄창 읊어 댄 주제에 어미로 낯짝을 들 수 없어 죽고 싶어야 마땅해.”“신첩이 어찌 공주를 다치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현비가 고개를 저으며 통곡하는데 눈물이 빗물처럼 떨어지고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은 불쌍하기 그지 없는데, “신첩이 공주를 잡고 있긴 했어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신첩 마음 속으로 소씨 집안을 생각했던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인과 효를 숭상하시지요, 그 중에 효가 먼저 아닙니까, 신첩은 효를 다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입니까?”“현비,” 명원제의 얼굴에 노기 외에 복잡한 심정이 지나가는데 어릴 때 부부가 되어 20여년을 함께 했다. 살아온 정이 있어 이렇게 만나러 온 것인데, 이런 모습을 보고 명원제는 고개를 흔들며, “자네는 효도를 했지. 그러나 오늘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 소씨 집안에 누가 자네 때문에 괴로워 하나? 가슴 아파 하는 사람이 있어? 태후 마마를 시해했다는 소식이 궁밖으로 나간 뒤에 소씨 집안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도망갔어. 왜 도망갔는지 모르겠어? 현비 자네와 자기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연을 완전히 끊어버린 거야. 당신들이 전에 손잡고 얼마나 많은 불미스런 일을 저질렀어? 하지만 인과응보는 오늘 당신한테만 돌아오겠지. 자네의 효심이 참된 것이면 소씨 집안 가족들이 당신을 살려 달라고 구명 했어야 마땅해. 꽁지가 빠져라 내빼는 게 아니라. 반대로 자네가 희생으로 삼았던 아들과 딸은 지금 건곤전에서 자네 때문에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고 있어. 영이 우는 소리 안 들려? 영이는 오늘 하마터면 자네 손에 죽을 뻔 했어. 그런데도 자네는 입만 열면 소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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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5화

현비에게 가는 길우문령이 울며 와서, “어마마마께 먹을 것 좀 가져다 드릴 수 있어요? 종일 실랑이를 벌이느라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하셨어요.”목여태감이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가능하지요!”우문령이 서둘러 준비시키며 상처 난 몸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현비에게 뜨거운 밥을 해드리려고 분주하다.찬합이 준비되고 목여태감이 원경릉을 맞으러 와서, “태자비 마마 가시지요.”원경릉이 우문호를 보는데 마음이 너무 괴롭다. 우문호가 알고 있는 사실을 원경릉도 안다. 황제가 방금 현비를 만났는데, 현비 태도가 초지일관 나빴다면 태자비가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분명 현비의 태도가 바뀌어 혹시 뉘우치는 마음이 든 게 아닐까 황제가 특별히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원경릉은 현비가 너무 밉지만 현비가 죽으면 우문호가 슬퍼할 게 틀림없기 때문에 차라리 현비가 살아있는 게 백배 낫다. 왜냐면 현비가 살아 있어도 황제는 현비를 궁에 둘 리 없는 것이 어쨌든 모두 황귀비를 태자의 어머니로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끌어 안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걱정 말고.”우문호도 원경릉을 안아 주며 거의 애원하다시피, “자극……하지 마!”원경릉은 마음이 아파서 돌아서 눈물을 흘렸다.현비 넌 도대체 네 아들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셈이야?우문령은 계속 울며 따라가려 했지만 우문호에게 잡혀 우문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빠, 어떻게 해? 어떡해?”우문호가 우문령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며 암담한 눈빛으로, “전부 맡기는 수밖에.”밖은 추워서 원경릉은 나가자마자 벌벌 떨었고, 목여태감이 앞장 서는데 발걸음이 약간 휘청거렸다. 요 며칠 그렇게 많은 일이 터졌으니 정신을 못 차릴 만도 하다.건곤전을 나오는데 황귀비의 가마가 밖에 있고 황귀비도 서성이고 있는 것을 보니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목여태감이 원경릉에게, “방금 소인이 왔을 때도 황귀비께서는 여기 계셨습니다.”원경릉이 잠시 생각하더니, “태감, 잠시만 기다려줘요.”원경릉이 황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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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6화

경여궁에서원경릉은 황귀비가 정말 공주를 자기 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안다. 사실 이 일이 없었으면 어쩌면 감정이 더욱 순수했을 텐데 지금 총체적으로 복잡해지고 말았다.하지만 이 모든 건 황귀비와 상관없다. 황귀비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을 뿐이다.원경릉이 황귀비의 손을 맞잡고 작은 소리로, “태자 전하께서 곁에 계시니 안심하셔도 돼요. 돌아가서 쉬세요. 날이 추워서 감기 듭니다.”황귀비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목이 메이는지, “태자비, 믿어줘, 나도 폐하께서 선포하시기 전엔 몰랐어. 그때 사람이 그렇게 많아서 나도 거절할 수 없었던 거야, 무슨 영화를 탐해서가 아니라.”원경릉이 어찌 모를 수가 있나? 그래서 마음 놓으시라고, “쓸데없는 생각 마세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린 본심만 잘 지키면 되지요.”황귀비가, “반평생을 궁에서 지내며 많은 걸 봐와서 어미 신분으로 그들을 아낄 수 있기를 바랬고, 늘 그렇게 해왔는데 막상 이런 감투를 쓰고 나니 도리어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네.”원경릉이 가만 있었다.황귀비가 정신을 차리고, “그런데 어디 가는 길인가?”원경릉이 목여태감을 바라보며 “경여궁에 가는 길입니다.”황귀비 안색이 살짝 변하며 알았다는 듯, “그래, 가보게.”원경릉이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목여태감을 따라 가는 길에 밤바람이 뼈속까지 스며들며 칼로 베는 듯 얼굴을 때렸다.궁 안은 근하신년이라고 여기저기 초롱을 달고 오색천으로 장식했는데, 칠흑 같은 어둠이 불빛에 조금씩 내몰리고 있으나 여전히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경여궁 입구에 도착하자 입구엔 침침한 붉은 등이 걸려 있고, 등불의 빛은 어둠에 삼켜진 듯 서서히 잠식당하면서 가냘프게 흔들린다.궁문 앞에는 철갑을 입은 금군이 서 있다. 손에 장검을 들고 두 줄로 서서 조각한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심지어 눈썹조차 까딱하지 않은 채 차갑고 강경한 모습이다.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선 궁인 중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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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7화

현비의 발악현비의 두 손은 더이상 뒤로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두 손을 쓸 수 있도록 풀어주었으나 두 다리와 몸은 여전히 의자에 묶여 있다.현비는 온 사람이 원경릉인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해서 차갑게, “폐하께서는 어찌 이리도 매정하십니까? 모자가 마지막으로 한 번 보겠다는 소원마저 저버리실 수가. 정말 너무 매정하시구나.”원경릉의 등이 이렇게 아프지 않았는데 막상 현비를 보니 상처가 벌어지는 고통이 느껴지며 천천히 걸어가 맞은 편에 앉았다. 이 의자는 방금 명원제가 앉았던 그 자리다.“아바마마께서,” 원경릉이 입을 열자 잔뜩 쉰 목소리가 갈라지며, “당신이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저더러 듣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말씀하세요. 한 마디 한 마디 그대로 태자에게 전하겠습니다. 절대로 감추지 않을 겁니다.”현비가 주먹으로 의자 팔걸이를 내리치며, “좋아, 그럼 가서 우문호에게 전해, 너 원경릉이 우리 모자를 갈라 놓고, 네가 날 죽였으니 우문호에게 너를 죽이라고 해.”원경릉은 현비의 증오에 가득한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마세요. 이 말 그대로 전하겠습니다.”“네가 감히 올 생각을 해? 왜 좋아 죽겠어? 소씨 집안과 내 지금 처지를 보니 기분 좋아?” 현비가 퉤하고 침을 뱉았으나 원경릉 발 앞에 떨어졌다. 현비가 뱉은 침에 핏줄이 섞인 것이 보인다.원경릉이 무릎의 옷 매무새를 고친 뒤 고개를 들고, “제가 기분 좋을 게 뭐가 있죠? 당신에게 일이 생기면 상처받는 사람은 태자와 공주예요. 저는 두 사람이 당신 때문에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원경릉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목여태감의 냉정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보아하니 현비의 광란을 막을 방법이 없다.그래도 원경릉은 시도해 보는데, “전에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기서 당신께 사죄 드려요. 절 용서해 주세요.”현비가 부득부득 이를 갈며, “웃기고 있네, 한 마디도 못 믿어. 위선 떨지 마. 내가 우문호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마디야, 가서 전해. 만약 여전히 낳고 키워준 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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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8화

현비의 죽음원경릉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전 여기 남겠습니다. 남편을 대신해 마마를 보내 드리겠어요.”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 그러시지요, 하지만 곁에 다른 사람은 안됩니다.”밖에서 어떤 궁인이 붉은 등을 떼 내자 흑암이 순식간에 좌중을 석권해 원경릉은 순간 기절할 것 같아 기둥에 기댔다.구사가 원경릉의 곁을 지나가는데 마치 우문령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고, 우문호의 침통한 눈빛을 본 것처럼 가슴이 저릿했다.전신에 힘이 풀려 궁인이 와서 부축해 주지 않았으면 원경릉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을 뻔 했다.구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현비는 질겁해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태자를 만날 거야, 폐하를 만날 거야, 태후 마마를 만날 거야……”구사가, “마마, 하나를 고르시지요!”“싫어, 아직 15일이 안 됐어. 아직 공주 결혼식이 안 됐다고…… 공주는 모친상 기간에 시집을 갈 수 없어. 이 혼사는 저주받은 거야. 오지 마!” 현비의 목소리가 스산하고 처참한 것이 밤 하늘을 나는 부엉이처럼 절망의 빛을 띠었다.목여태감이, “현비 마마 걱정 마세요. 공주 마마는 이미 황귀비 마마를 모친으로 모셨습니다. 공주 마마께서 출가하실 때 당연히 모친의 축복을 받을 것이니 크게 복된 혼인입니다. 공주 마마는 행복하실 것이니 마마께서는 안심하시고 길을 떠나시지요.”원경릉이 천천히 안으로 돌아가 휘장 곁에 기대 현비가 미쳐 날뛰는 것을 봤다. 쟁반을 들어 엎고 독주를 쏟고 비수를 ‘챙강’ 바닥에 던졌는데, 유독 흰 비단만 바람에 날려 현비의 무릎에 말려 있었다. 미친 듯이 비단을 밀쳐내며 공포에 가득 찬 얼굴로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목여태감이 얼른, “마마께서 흰 비단을 고르셨으니 소인이 마마를 도와드리겠습니다!”목여태감이 흰 비단을 펼치자 비단은 백사처럼 하늘로 올라가더니 대들보에 걸려 아래로 늘어뜨려 졌다. 목여태감이 비단을 걸고 매듭을 지었다.현비는 흰 비단을 죽어라 잡아 뜯으며 소리치는데, “우문호, 빨리 와, 저들이 어마마마를 죽이려 해.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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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49화

현비를 보내고원경릉이 얼른 손을 내밀어 우문호를 잡고 우문호도 원경릉의 팔을 잡고, “원 선생, 어마마마가 돌아가셨어.”원경릉이 우문호를 안고 울기 시작했다.우문호는 멍청히 목여태감과 구사를 보더니 원경릉을 안아 일어나서 낮은 목소리로, “어마마마의 마지막 모습을 뵙고 싶어.”두 사람은 휘청거리며 들어갔다.바람이 경여궁 안으로 밀어닥쳐서 휘장이 하늘로 펄럭이고 얼굴과 몸을 때리며 ‘파바박’ 소리를 냈다.우문호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데 호흡을 멈췄다가 다시 심호흡을 하는 것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 같다.현비의 죽은 모습은 흉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살아있을 때보다 한참 침착해 보였다. 시체의 얼굴은 목여태감이 수습했고 눈은 감겨 있지 않지만 옷과 머리는 잘 가다듬어져 있다.우문호는 눈가가 흐려지며 손을 뻗어 현비의 얼굴을 만지고 두 손으로 현비의 눈을 가리더니 눈물이 얼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우문령이 울면서 뛰어들어와 현비의 몸에 달려들어 대성통곡했다.용화전.태후는 이미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 휘장을 열어젖히고, “누가 우느냐?”상궁이 달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태후 마마 우는 사람 없습니다. 악몽을 꾸신 것은 아니신 지요?”“현비였다. 현비가 울고 있었어.” 태후가 얼른 내려오려 했다.상궁이 부축하며 작은 소리로,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현비 마마께서 목을 매셨다고 합니다.”태후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하며 한참을 있다가, 침통한 눈물을 흘리며, “죽었느냐?”“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상궁이 말했다.태후가 숨이 안 쉬어지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죽었……구나. 죽었어. 산 사람은 덜 고통받겠지.” 태후가 침대에 누워 중얼거리는데 백발이 된 머리를 베개에 늘어뜨리고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어서방.목여태감이 돌아와 명을 수행했음을 보고했다.명원제는 엄숙한 표정으로 용상에 앉아 있는데 피곤한 기색이다.조용히 목여태감의 말을 듣더니 종이로 상소를 눌러 놓고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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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50화

태자를 폐위하라목여태감은 마음이 아팠다. 황제 곁에 이렇게 오래 있다 보니 황제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황제가 얘기한 그대로 황제는 자신조차 매정하게 대해서 궁에 있는 그 누구보다 허름한 것을 먹고 마셨다. 그게 바로 수라를 늘 혼자 하는 이유다.나라의 대사를 위해서는 본인의 희로애락은 많은 경우에 감추지 않을 수 없다. 황제의 어깨엔 너무도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다.바람이 불어 황제의 탁자에 있던 화선지가 날아가고 명원제는 뭔가를 쓰려고 했으나 붓을 들고 한참을 있어도 결국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명원제는 경여궁 사람을 전부 바꿔서 현비가 죄를 짓고 죽었다고 해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황후와 황귀비는 짐작하고 있으나 감히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명원제는 비밀리에 장사를 지내고 대외적으로는 현비가 여전히 중병을 앓고 있으며 병세가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했다.정월 초여드레, 조정 아침회의가 열리고 아직 선포가 있기도 전에, 과연 어떤 사람이 앞장 서 상소를 올려 발의하길 태자의 생모가 불경하고 불효한 대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앞장 서 상소를 올린 사람은 바로 분수에 만족하며 한동안 자중하고 있던 기왕이다.기왕은 자신만만하게 경전을 인용하고 심지어 후궁과 외척의 난까지 언급하며 태자의 생모는 반드시 품행이 단정해야 하며, 명예를 실추시키는 요소가 혈통에 이어져 향후 황실의 계승자에게 영향을 주면 안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쌀쌀맞게, “소신은 북당 강산의 천만년 대계를 위해 아바마마께서 태자 우문호를 폐위 시키고, 다른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북당 황실의 혈통이 향후 더럽혀지지 않도록 지키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우문호가 경조사 부윤을 맡을 뒤로 범인을 오인한 사건이나 미결안이 많이 쌓인 것으로 볼 때, 중임을 담당할 역량이 부족함을 알 수 있으니 아바마마께서는 이점 숙고하여 주십시오.”기왕이 제기한 안건은 조정의 많은 대신들과 협의를 거쳤지만 동조하기 쉽지 않은 것이, 일단 혈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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