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의 죽음원경릉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전 여기 남겠습니다. 남편을 대신해 마마를 보내 드리겠어요.”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 그러시지요, 하지만 곁에 다른 사람은 안됩니다.”밖에서 어떤 궁인이 붉은 등을 떼 내자 흑암이 순식간에 좌중을 석권해 원경릉은 순간 기절할 것 같아 기둥에 기댔다.구사가 원경릉의 곁을 지나가는데 마치 우문령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고, 우문호의 침통한 눈빛을 본 것처럼 가슴이 저릿했다.전신에 힘이 풀려 궁인이 와서 부축해 주지 않았으면 원경릉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을 뻔 했다.구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현비는 질겁해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태자를 만날 거야, 폐하를 만날 거야, 태후 마마를 만날 거야……”구사가, “마마, 하나를 고르시지요!”“싫어, 아직 15일이 안 됐어. 아직 공주 결혼식이 안 됐다고…… 공주는 모친상 기간에 시집을 갈 수 없어. 이 혼사는 저주받은 거야. 오지 마!” 현비의 목소리가 스산하고 처참한 것이 밤 하늘을 나는 부엉이처럼 절망의 빛을 띠었다.목여태감이, “현비 마마 걱정 마세요. 공주 마마는 이미 황귀비 마마를 모친으로 모셨습니다. 공주 마마께서 출가하실 때 당연히 모친의 축복을 받을 것이니 크게 복된 혼인입니다. 공주 마마는 행복하실 것이니 마마께서는 안심하시고 길을 떠나시지요.”원경릉이 천천히 안으로 돌아가 휘장 곁에 기대 현비가 미쳐 날뛰는 것을 봤다. 쟁반을 들어 엎고 독주를 쏟고 비수를 ‘챙강’ 바닥에 던졌는데, 유독 흰 비단만 바람에 날려 현비의 무릎에 말려 있었다. 미친 듯이 비단을 밀쳐내며 공포에 가득 찬 얼굴로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목여태감이 얼른, “마마께서 흰 비단을 고르셨으니 소인이 마마를 도와드리겠습니다!”목여태감이 흰 비단을 펼치자 비단은 백사처럼 하늘로 올라가더니 대들보에 걸려 아래로 늘어뜨려 졌다. 목여태감이 비단을 걸고 매듭을 지었다.현비는 흰 비단을 죽어라 잡아 뜯으며 소리치는데, “우문호, 빨리 와, 저들이 어마마마를 죽이려 해.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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