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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461 - Chapter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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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1화

조용한 결혼 피로연궁에서는 피로연이 열렸고 황실의 종친들을 초대했는데 원경릉은 피로연을 즐길 기분이 아니라 대충 먹고 초왕부로 돌아왔다.초왕부로 돌아오니 할머니는 복도에 앉아 햇볕을 쬐고 계신데, 원경릉은 할머니 발치에 앉아 할머니 무릎에 기어가서 들릴 듯 말듯, “할머니, 피붙이 사이에서 왜 계산이 넘쳐나야 하는 거예요?”“그건 다른 얘기야!” 할머니는 세상을 꿰뚫어 보고 원경릉의 심정을 훤히 알고 계시기에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시며, “천하에 부모자식 간의 사랑은 대부분 아름답지.”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할머니의 온유한 눈빛을 보고 시공을 넘어 자기에게 온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것은 이런 사랑이다.원경릉은 우문호에 비해 너무 너무 행운이었다.“인생이란 게 그래.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나면 따스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지. 사람은 다 그래. 길 거리의 거지도 온갖 질시를 받고 초라하고 궁핍하지만 결국 연민을 얻게 될 때가 오는 법이거든.”원경릉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의 이 저기압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이리 저택은 분명 흥청거릴 것이다. 하지만 원경릉은 그 떠들썩함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서 사람을 보내 우문호를 지켜 보기만 했다.우문호는 어쩌면 취했을 것이다. 지금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마취시키려고 말이다. 오늘밤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자. 우문호도 자신을 놔줘야 하니까.원경릉은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준 뒤 소월각으로 돌아갔다.우문호가 늦게 서야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제 막 해시를 지났을 뿐인데 초왕부로 돌어왔다.심지어 술기운도 하나 없다.원경릉이 우문호의 망토를 벗겨주며, “술 안 마셨어?”우문호가 원경릉을 안고 턱으로 원경릉의 뺨을 누르는데 턱이 무척이나 차갑다. “안 마셨어, 마시면 감정을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원경릉은 가슴이 아팠다. 우문호와 같이 앉아 뜨거운 차를 따라주고 그윽한 눈빛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오늘 꽃가마가 나가고 어마마마를 뵙고 왔어.”“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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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2화

우문령의 근친며칠이 지날 동안 우문호는 계속 이 문제를 묻지 않았다.묻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속으로 직감했던 것이다. 아마도 좋은 말이 아닐 거라는 사실을. 만약 좋은 소리였다면 죽임을 당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영아의 혼사라는 기쁨이 슬픔을 조금은 희석시켜 마음 속에 작은 희망이 생겨났고,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원경릉은 우문호의 눈에 반짝이는 기대를 보고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 유언이 없었다고 하면 너무 잔인한 말이라 우문호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게 틀림없다.한두마디 대충 지어서 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우문호가 믿을까?원경릉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작은 소리로, “미리 얘기해 두는데 별로 좋은 얘기 아니야, 하지만 내가 돌아 나올 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어. 돌아보니 울고 있더라.”우문호의 손이 살짝 떨리며, “그럼…… 후회하는 말은 못 들었지?”원경릉이, “그랬는지 아니었는지 몰라, 내가 나갈 때 전처럼 그렇게 비명을 지르지 않고 차분해졌으니까.”우문호는 찻잔을 손에 들고 작게, “어쩌면 마지막 순간엔 알았을지도 몰라.”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 없이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우문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현비가 마지막 순간 정말 깨달음을 얻었기를 원경릉은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공주가 혼인 후 삼일 째가 되어 근친을 오는 날 원경릉은 미색과 같이 입궁했다.공주는 전보다 행복해 보였고 각 궁에 인사를 마치고 합덕전에서 황귀비, 원경릉 등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황귀비는 궁인들을 다 내보내고 공주의 손을 잡더니 작은 소리로, “너한테 잘 하니?”공주가, “딱 2번 봤는데 좋았어요.”황귀비가 놀라며, “고작 2번 봤다고?”“그래요, 처음은 신혼 첫날로 방에 들어와서 면사포를 벗겨주고 몇 마디 하더니 갔어요. 그리고 나머지 한번은 오늘 친정에 오면서 저랑 같이 입궁한 거.”황귀비는 그동안 공주를 아이 취급했어도, 이제 혼인을 했건만 아직 부마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하니 묻기가 애매했다.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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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3화

현비의 장례황귀비는 ‘흥’하고 웃으며 혼내길, “날 왜 쳐다보는 것이냐? 좀 정숙해야지 날라리씨.” 미색은 이 여자들은 정말 부끄러움이 많다고 생각하며, “이게 뭐요? 여자들끼리, 얘기 좀 하면 어때요? 제 얘기는 여섯째가 몸이 좀 약하지만 그……”“조용해!” 원경릉이 미색에게 눈을 부라리며, “어떻게 공주 마마 면전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있어?”공주는 아직 이리 나리와 그렇고 그런 적이 없다고.원경릉은 당시 우문호와 같이 잠자리를 한 뒤로 우문호도 온 세상에 자기들 침대 사정을 떠벌렸던 걸 기억하고, 보아하니 미색도 그런 사람이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미색이 공주를 보니 공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사실 원경릉은 저들이 합방하지 않은 걸 대략 눈치채고 있었다. 이리 나리의 유유자적한 성격으로 미루어 보면 고작 두 세번 만났다고 한침대에서 잘 만큼 친분이 쌓였을 리 없다.이리 나리는 천천히 친해지는 스타일이다.그래도 미색이 자세히 얘기하려 하자 원경릉이 못하도록 말리고, “됐어요, 이 얘기는 그만해요. 본론을 얘기하죠.”“본론이 뭔 가요?” 미색이 원경릉을 쳐다봤다.원경릉은 짐짓 화제를 딴 데로 돌리며, “의원 찾는 걸 도와 주기로 했는데, 좀 찾았어요?”“그야 식은 죽 먹기죠, 태자비 마마께서 문둥산의 병자들을 낫게 한 뒤로 태자비 마마의 이름을 사모하는 의원들이 줄을 섰어요. 부르러 오실 필요도 없이 태자비 마마께서 한 마디만 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데요.” 미색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이 일은 상당히 시간을 끌었기 때문에 빨리 매듭 짓기를 원했다.이리 나리는 어서방에서 장인 어른과 얘기하는데 대략 두어 시진(4시간)을 얘기했더니 식사시간이 되었는데도 명원제는 놔주지 않았다.어서방에는 친왕들도 있었는데 명원제가 민생에서 치수 프로젝트, 국고에서 내탕고 지출까지 전체를 아울러 한 단어로 표현했는데 조정은 지금 상당히 ‘힘들다’고 말이다.명원제는 얘기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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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4화

모지리 서일우문호는 산에서 원경릉이 병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돕는데 문둥산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 적합한 장소였다. 살고자 하는 갈망으로 가득한 얼굴을 보며 자기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거움을 새삼 느끼고 슬픔을 떨쳐 내기 시작했다.산을 내려올 때 바람이 살을 에일 듯 추워서 일행은 전부 오들오들 떨고 서일이 앞으로 달려가며 고개를 돌려 뒤따라 오는 일행들에게, “달리니까 좀 덜 추워요!”서일은 헉헉거리며 열심히 달리는데 콧물이 주룩 흐르자 소매로 쓱 닦고 고개를 돌려 씩 웃는데 동네 하나씩 있는 바보 형 같다. 사식이가 눈뭉치를 만들어 서일에게 던지며, “더럽지도 않아요, 진짜?”서일이 몸을 피하며 머리끝까지 시뻘게지며 나무라길, “그래요 저 더러워요 왜, 더러우면 제 근처에 안 오면 될 거 아닙니까?”사식이가 싫다는 듯, “당신 근처에 가기 싫거든요.”“거짓부렁, 맨날 저한테 붙어 있으면서.” 서일이 콧방귀를 뀌었다.“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마요!” 사식이가 열 받아 얼굴이 빨개져서, “내가 언제 찰싹 붙어있었다고 그래요?”서일이 은근한 눈길을 주며 방탕한 상남자 표정으로, “저 좋아한다고 인정한 겁니다!”사식이가 서일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다시 한번만 지껄여 봐요, 머리를 쳐서 눈 늑대 밥으로 줘버릴 테니까.”서일이 부리나케 돌아서며, “와 살벌하다. 앞으로 누가 데려갈 건지……”서일은 앞에 나무에 부딪히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 나무에 부딪히며, 나무가 흔들리더니 가지에 쌓인 눈이 우수수 떨어지고 서일도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는데, 코에서 또 콧물이 나오는 거 같아 쓱 훔쳤더니 피다. 입도 아파서 손으로 감싸니 손에 앞니 하나가 빠져 있다.사식이가 깔깔 웃으며, “넘어져도 싸지,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더라니!”서일이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하고 반쯤 떨어져 나온 다른 앞니 하나를 꾹 밀어 넣으며 사식이에게 눈을 흘겼다.원경릉과 우문호는 서일 이 모지리를 가리키며 웃으라 눈물이 다 났다.서일은 이 세상은 자기에게 악의가 충만하다며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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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5화

이초의 아들기왕비가 증오심에 차서, “하여간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그 쌍놈의 자식이 진짜 희열이를 써먹으려고 해요. 공주의 혼인날 신부 배웅을 간다는 핑계로 불순한 마음을 품고 희열이의 상대를 물색하러 갔던 거예요. 이번에 이리 나리 댁 피로연에 참석한 강남의 부유한 상인 이초(李超)는 포목점으로 집안을 일으켜 재산이 많은데, 쌍놈의 새끼가 글쎄 이초에게 사돈을 맺자고 했어요.”원경릉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사돈을 맺자고 하면 그냥 맺어지는 겁니까? 군주의 혼사인데 궁중에서 주관하지 않나요?”“아바마마께서 지금 상인들을 구슬리는 중으로 아마 반대는 하지 않으실 게 분명해요. 기왕이 힘을 써서 수작을 부리면 아바마마께서도 동의하지 않으실 수 없을 겁니다.” 기왕비는 주먹으로 차탁을 치며 눈을 부라렸다. “희열이는 이제 고작 12살이예요, 그 놈은 정말 미친 거라고요.”“맞아요, 희열이는 이제 겨우 12살이니 정혼을 했다고 한들 뭐 할 수 있겠어요?” 원경릉은 정말로 기왕이 무슨 속셈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기왕비가 차갑게, “제가 오늘의 인맥을 가진 건 돈으로 만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지금 기왕을 지지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어요, 전부 기왕이 황제의 장자라는 신분 때문인데……” 기왕비는 밖을 살펴보고 목소리를 낮춰, “병사를 모으고 말을 사고, 문하에 책사와 능력 있는 사람들을 두려면 역시 돈을 써야 하니까,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 다 쓰려는 거예요, 자신이 대사를 치르기 위해.”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어디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지? 의미가 있나? 풀려나니 여전히 반성할 줄을 모르고 여전히 가족을 괴롭히는 이런 종류의 인간은 정말 개돼지만도 못해요.”원경릉은 마음속으로 열불이 치밀었다. 지금 기왕이 하는 꼬라지가 꼭 자신의 못난 아버지 정후 같기 때문이다. 여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딸을 팔아서 라도 권세를 원하는 부류.기왕비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몰래 이 일을 꾸미면서 원래는 내 눈을 속이고 태후께 가서 아바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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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6화

희열이의 정혼원경릉의 걱정이 바로 그것으로 맥이 빠진 채, “왜 북당은 이렇게 가난해진 걸까요?”이리 나리가, “백성들은 그래도 괜찮아, 그런데 조정은 치수다, 관계사업이다, 북방 비적 토벌과 북막과의 전쟁에 너무 많은 은자를 썼지. 거기에 요 몇 년 서북쪽은 가뭄이 들었고, 강남은 수재가 많이 발생해 폐하께서 등극하신 이래 나라가 잠잠할 날이 없었어. 하지만 태상황께서 다스리던 시절부터 이미 점진적으로 상황이 급박해지긴 했어, 태상황 폐하께서 퇴위하시기 몇 년 전부터 중농억상 정책을 실시했지만 계속 실패했지. 조정은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생을 구호하고 보조해야 했어. 그나마 폐하께서 힘을 다해 나라를 다스렸으니 이정도지, 그렇지 않았으면 쇠락 일변도로 북당은 오늘의 모습조차 없었어.”원경릉은 이리 나리에게 경탄이 절로 나왔다. “바늘땀 같은 좁은 틈을 뚫고 사업을 이렇게 크게 일궈 내다니 대단하셔요.”이리 나리가, “북당은 전에 인구가 많고 물자가 풍부해 백성들도 부를 축적했고, 거상과 후작들은 가문의 재산을 두둑하게 모아뒀어. 거기에 인구가 많으니 각종 수요가 많아. 조정에 호재가 되는 조치가 없었을 뿐이지 만약 생긴다면 상업은 크게 발전하고 북당은 일찌감치 번영하기 시작할 거야. 태자가 이번에 제출한 상업을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길이야. 하지만 일정부분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지.”원경릉이, “ 누가 그 희생이 되고 싶겠어요?”“팔자가 기구한 사람이? 희열 군주처럼 좋은 않은 아비를 타고 태어난 경우처럼. 이 천벌 받아 마땅한 인간!”원경릉은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더 안 좋아졌다. 희열이는 자신을 선생님으로 모신 이래 매번 와서 안부인사를 하는 착하고 철든 아이다.그리고 기왕비가 원래 지혜롭고 계획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번에 마주한 건 외부의 속고 속이는 계략과 음모가 아니라 현 황제의 정책이다.이건 기왕비 혼자의 힘으로 반항할 수 없다.“방법이 없나요?” 이리 나리가 고양이를 내려놓고, “사실 황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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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7화

부자의 수라저녁 수라는 괜찮은 편이었다. 국 하나에 반찬이 4개, 밥은 알아서 먹고 싶은 만큼이다.4가지 반찬 중 2가지는 고기 요리이고 2가지는 채소 요리, 국은 닭개장으로 양은 많지 않았지만 소담하고 정갈하게 담았다.명원제가, “술 마실래?”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소자 최근 절주 중입니다. 원 선생이 싫어해요.”“네 건강을 생각해서 그렇지.”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분위기가 적막한데 부자가 허물없는 얘기를 한 적이 별로 없고 예전에 같이 식사할 때는 전부 일 얘기로, 취지는 같이 밥을 먹으며 일상사나 나누자는 것이었지만 막상 할 말이 없다.왜냐면 그 일상사가 동시에 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명원제는 아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있는데 아들의 어마마마를 죽인 것 외에도 가장 관심을 가지고 아껴주지 못한 아들이 우문호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장자도 아니고 적자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철이 빨리 들어서 어디다 둬도 손이 별로 가지 않는 아이였다. 잘못 자랄 리도 없는 지라 어른스러운 아이는 부모가 덜 신경쓰기 마련이고 또 그래서 마음이 덜 가기도 했다.지금 우문호는 한 사람의 몫을 감당하고 있고 명원제는 나날이 골치 아픈 정무에 시달리며 지치고 힘들어 때론 아들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식사를 마치고 명원제가 젓가락을 놓더니 주변에 사람들을 물리고, “어마마마 일로 아바마마를 원망했지?”우문호가 손을 닦으며 눈을 내리깔고, “아뇨, 어마마마는 자업자득이셨습니다.”“짐은 현비에게 많은 기회를 줬어.” 명원제의 목소리에 한숨이 베어 있다. “그런데 잡지 않았지. 네 말이 맞다. 자업자득이야.”우문호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이 일은 줄곧 마음 한 켠에 있던 얘기로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 계속 덮어두면 시간에 묻혀 천천히 잊혀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 아바마마께서 이 얘기를 꺼내니 마음 속의 괴로움이 다시 되살아났다.이 순간 우문호는 갑자기 일곱째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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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8화

속이 타는 제왕우문호는 출궁한 뒤 제왕의 별채로 갔다.이곳은 호젓한데 마당에 등조차 몇 개 안 달려 있어 도처에 어둠이 옅게 깔려 있다.하인에게 물어보니 제왕은 연무방(練武房)에 있다며 우문호를 안내했는데, 제왕은 마침 손에 장검을 들고 검법을 연마하는데 뜻밖에도 상당히 유창하다.우문호가 속으로 놀라며 일곱째가 검법을 연마한다고? 진짜 해가 서쪽에서 떴구나.우문호는 순간 흥이 올라 안으로 들어가 검을 집더니 대련을 시작하는데, 예전이었으면 기껏해야10초식쯤 펼칠까 말까 인데 오늘밤은 무려 50초식을 넘겨 제왕의 옷깃이 베어지고 나서야 대련을 멈췄다.제왕이 약간 숨을 헐떡였으나 의기양양한 얼굴로, “형, 어때요? 안 본사이에 몰라보겠죠?”우문호가 검을 거둬들여 던지자 검이 거치대에 ‘착’ 제대로 놓였다.“그래 괜찮아졌네. 상당히 늘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 검법에 심취한 거야?” 제왕이 땀을 닦으며 다소곳하게, “책이 좀 지겨워져서 무술 연습을 좀 한 거예요. 뭐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동그란 얼굴 계집애 때문이지?” 우문호의 한 마디가 정곡을 찔렀다.제왕이 허둥거리며 눈빛을 피하고, “헛소리 집어치워요!”“형제 사이에 숨길 게 뭐가 있어? 형한테 사실대로 털어놔.” 제왕이 소매를 흔들며 담담한 표정으로, “사실이던 거짓이던 바뀔 건 없잖아요. 걔 곧 혼인한다 던데. 아니에요?”“응 혼인한다더라,”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차를 끓여오라고 하더니 제왕에게 다가가 무릎을 발로 차며, “하지만 네가 쟁취하려고 애써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걸.”“애쓴다고 소용 있나요? 걘 정혼했는데.” 제왕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고 피곤한듯 힘이 없어 보인다.“네가 정말 걔를 좋아하는지 확신해? 그럼 넌 주명취를 내려 놓을 수 있어?”제왕이 쓴웃음을 지으며, “형이 지금 이름을 애기하지 않았으면 기억도 못했을 거예요. 눈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났네요. 진짜 빠르죠. 사실 걔가 무과 장원이랑 그렇다는 얘기를 듣고 머리속이 온통 걔로 가득차서 주명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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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69화

원용의 떠보기우문호가 일어서서 제왕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갔다.초왕부로 돌아와 원경릉에게 얘기하니, “용의한테 나오라는 약속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금 걔 마음이 어떤 지 모르겠어. 만약 무과 장원이랑 이미 정이 들었으면 일곱째가 나서서 끼어들 필요 없을 것 같거든, 그래서 내가 먼저 걔 생각을 떠보고 애기하는 게 어떨까 하는데?”우문호도 동의하며, “일곱째 사람이면 도망가지 않을 거고, 일곱째 사람이 아니면 구해도 소용없지. 일단 가서 물어봐 그리고 희열이 일로 오늘 아바마마께서 날 궁으로 부르셨는데 느낌이 아바마마께서는 동의하시는 거 같아. 나더러 사람을 강남으로 보내서 살펴보라고 하시더라. 이미 소홍천을 보냈지만 내일 서일한테 다녀오라고 해야겠어. 큰형이 분명 이 소식을 알 테니 사람을 보내 놓으면, 서일이 본 건 표면이고 소홍천이 보는 건 이면일 거야. 둘이 정반대면 딱 인데. 그러면 아바마마 앞에서 말씀 드리기가 좋거든.”“맞아, 만약 서일이 본 게 전부 아름답고 선한 거고, 소홍천이 어두운 곳에서의 더러운 일면을 찾아내면 꾸며낸 명성이란 게 들키는 셈이네.” 원경릉이 말했다.이 일은 잠시 제쳐 두고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다음날 원경릉은 사식이를 시켜 원용의를 건너오라고 했다.원용의는 참신한 살구색 비단치마를 입고 목이 긴 가죽 신 차림에 발그레한 얼굴로 웃으며 들어왔다. “방금 밖에서 말 타고 돌아왔는데 원 언니가 절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한테 뭐 득 되는 거 있어요?”원경릉은 원용의가 쾌활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우리집에 무슨 득 될 게 있겠어? 새 신부가 될 사람은 넌데, 내가 원씨 집안에 가서 피로연 축하주 얻어먹는게 맞지.”원용의가 깔깔 웃으며, “마시지 마요, 술 마시면 주사 장난 아니잖아요.”원경릉이 원용의에게 앉으라고 권하고 차를 준비시키더니 원용의의 온통 발그족족한 얼굴을 보며, “누구랑 말 타러 갔는데?”“박형이랑요!” 원용의가 아무 생각없이 내 뱉았다가 조금 아닌 듯 싶어서 웃으며 손을 내젓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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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70화

제왕의 실망제왕 쪽에서는 원경릉이 원용의와 약속을 잡아줄 거라 철썩 같이 믿고 이틀간 계속 원용의에게 할 말을 연습했다.한마디 한마디, 쉼표와 표정까지 여러 번 연습했지만 긴장됐다.하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원용의와 제왕이 만날 약속을 잡지 못했다며 지금 원용의 마음 속이 온통 무과 장원에게 가 있다고 알려왔다.제왕은 칠흑 같은 방안에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쓴 웃음을 지었다. 다섯째 형수는 최후의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렇게 동시에 꺾이고 무너져 버릴 줄 몰랐다.어떤 사람은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사실을 뼈 속 깊이 실감했다.어둠 속에서 제왕이 생각한 건 두 여자의 모습이었다.제왕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도무지 자신과 주명취가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 릴 수가 없다.그런데 원용의와 같이 있던 순간순간은 그렇게 사소하고 평범했지만 온통 빠져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제왕의 머릿속에서 주명취는 점점 사라지고 제일 많이 생각하는 건 원용의와 같이 보낸 시간이다.제왕은 전에 원용의의 손을 잡은 적이 있는데, 손가락 피부는 조금도 매끄럽지 않고 손가락에 마디가 생겨서 주먹을 쥐고 때리면 코뼈 정도는 가볍게 부러질 참이다.제왕은 전에 원용의의 얼굴을 떠올려 본 적도 있는데, 티 없이 섬세한 얼굴에 건강한 피부, 맑고 촉촉한 눈망울을 굴려 흘끔 자기를 보고 웃을 때 제왕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또 제왕은 원용의가 노래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맑게 울리는 감동적인 목소리로 가사는 정확하지만 음은 완전 엉망진창이라,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가 떨어지고, 올빼미조차 울부짖으며 어둠속으로 날아가게 만들 정도였다. 제왕은 귀를 막고 제왕부 여기저기로 도망쳐 다녔다.제왕이 상심하고 낙망 했을 때 원용의가 함께 하며, 거칠고 제멋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애타고 근심하는 얼굴로 살뜰히 보살펴주었다. 제왕은 원용의를 가진 적이 있다. 그 때 제왕이 손을 뻗기만 했어도 원용의는 자신의 손을 제왕의 손바닥 안에 넣고 이 풍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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