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리 서일우문호는 산에서 원경릉이 병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돕는데 문둥산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 적합한 장소였다. 살고자 하는 갈망으로 가득한 얼굴을 보며 자기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거움을 새삼 느끼고 슬픔을 떨쳐 내기 시작했다.산을 내려올 때 바람이 살을 에일 듯 추워서 일행은 전부 오들오들 떨고 서일이 앞으로 달려가며 고개를 돌려 뒤따라 오는 일행들에게, “달리니까 좀 덜 추워요!”서일은 헉헉거리며 열심히 달리는데 콧물이 주룩 흐르자 소매로 쓱 닦고 고개를 돌려 씩 웃는데 동네 하나씩 있는 바보 형 같다. 사식이가 눈뭉치를 만들어 서일에게 던지며, “더럽지도 않아요, 진짜?”서일이 몸을 피하며 머리끝까지 시뻘게지며 나무라길, “그래요 저 더러워요 왜, 더러우면 제 근처에 안 오면 될 거 아닙니까?”사식이가 싫다는 듯, “당신 근처에 가기 싫거든요.”“거짓부렁, 맨날 저한테 붙어 있으면서.” 서일이 콧방귀를 뀌었다.“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마요!” 사식이가 열 받아 얼굴이 빨개져서, “내가 언제 찰싹 붙어있었다고 그래요?”서일이 은근한 눈길을 주며 방탕한 상남자 표정으로, “저 좋아한다고 인정한 겁니다!”사식이가 서일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다시 한번만 지껄여 봐요, 머리를 쳐서 눈 늑대 밥으로 줘버릴 테니까.”서일이 부리나케 돌아서며, “와 살벌하다. 앞으로 누가 데려갈 건지……”서일은 앞에 나무에 부딪히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 나무에 부딪히며, 나무가 흔들리더니 가지에 쌓인 눈이 우수수 떨어지고 서일도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는데, 코에서 또 콧물이 나오는 거 같아 쓱 훔쳤더니 피다. 입도 아파서 손으로 감싸니 손에 앞니 하나가 빠져 있다.사식이가 깔깔 웃으며, “넘어져도 싸지,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더라니!”서일이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하고 반쯤 떨어져 나온 다른 앞니 하나를 꾹 밀어 넣으며 사식이에게 눈을 흘겼다.원경릉과 우문호는 서일 이 모지리를 가리키며 웃으라 눈물이 다 났다.서일은 이 세상은 자기에게 악의가 충만하다며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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