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의 제안안왕이 웃으며 예리한 눈빛으로, “그게 어디 그렇습니까? 사람을 하나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원경릉은 이런 대화방식을 굉장히 싫어하는 게, 왜 직설적으로 주고받을 수 없고, 겉치레 말을 에둘러서 하는 건데?“여긴 바람이 심하니,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원경릉이 말했다.안왕이 고개를 흔들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말씀하시죠, 연아(燕兒)가 쉬고 있으니 깨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아에게 잔혹한 얘기는 들려주고 싶지 않고요.”원경릉은 옷을 단단히 여몄는데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아프다. 이 사람은 안왕비한테만 자상하고 다른 사람은 죽던 말던 상관 않는구나.“그럼 제가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오늘이 삼일 째인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오늘 제가 아라를 가로막으려고 사식이를 보낸 걸 알면서도 막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아라를 처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라가 당신을 위해 이렇게 오래 일해왔으니 아라 손에 당신의 죄를 증명할 것들이 많을 게 분명하고, 또 요 사흘간 아라를 안심시킨 건 어쩌면 당신이 물밑에서 암암리에 아라 사람을 전부 내 사람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오늘 드디어 다 마무리되어서 아라를 출궁시켰다, 왜냐면 궁 밖에 이미 매복을 심어 두었고 아라가 출궁하면 당신 사람들에게 잡혀서 끌려갈 것이고, 그래서 당신이 사식이가 다된 밥에 재 뿌린다고 한 거다, 대략 이런 뜻이 맞나요?”안왕이 칭찬의 눈길로, “태자비는 의술만 고명한 줄 알았더니 아주 총명하군요, 늘 말하지만 안왕비가 날 위해 이렇게 쓰일 수만 있으면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됐어요, 띄우지 마세요, 감당 못하니까.” 원경릉이 어이가 없는 게 안왕은 지금 말이나 행동이나 감추지 않고 아예 대놓고 하고 있다. “그래서 사적으로 아라를 처리하고 여전히 진북후가 범인이라고 우기겠다?”“협상 가능합니다!” 안왕이 말했다.“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원경릉이 몸을 난간에 기댔다. 고개를 들어 안왕과 대화하는 게 힘들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