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는 다시 임신할 수 있나요?안왕은 아라를 처리한 뒤 다시 궁으로 돌아갔다.원경릉도 궁에 돌아가 안왕비의 상태를 보니 점진적으로 안정되고 있었다. 어의가 약을 쓴 뒤로 출혈은 있었으나 심각한 건 아니고 잔류한 태반이 흘러나온 것인데 안왕비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원경릉은 어떻게 안왕비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엄마로 이 고통이 어떤 건지 알기 때문이다.원경릉이 흘끔 안왕비를 보니 눈가에도 고통의 빛이 드러났다.오늘밤은 역시 원경릉과 안왕이 침전에서 밤을 샐 것 같다.안왕비는 약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허약한 몸으로 정신적으로도 동요가 심해 원경릉은 안정제를 먹여 푹 재웠다.원경릉은 밤새 안왕과 마주하는 게 싫어서, 나가서 걸으려 하자 안왕은 안왕비의 상태가 급변할 까봐 원경릉에게 침전에서 같이 돌보기를 원했다.원경릉은 전에 자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안왕비 상태가 급변했던 걸 떠올리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안왕에게 그때 기억이 남아 있다는 걸 눈치챘다.원경릉은 장의자에 누워 쪽잠을 자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안왕은 의자를 원경릉 앞으로 끌어와 원경릉을 바라봤다.이렇게 주시하니 잠이 들었다고 해도 안정을 취하기 힘든데 원경릉은 잠도 들지 않았으니 말해 뭐 해?원경릉은 눈을 뜨고 안왕의 섬뜩 거리는 눈빛을 보더니, “하고 싶은 말 있어요?”안왕이 어색한 표정에 쉰 목소리로,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겁니까?”원경릉이, “전 잘 몰라요, 그건 어의에게 물어 보세요. 어의가 어쩌면 더 잘 알 거예요.”안왕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연아는 줄곧 날 위해 아이를 낳고 싶어했어요, 만약 이번에 속을 다쳐서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면 괴로워 할 거예요. 난……연아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이것 만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네요.”원경릉은 안왕의 말투에서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안왕은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안왕비가 가장 원하는 것은 주지 못하는 느낌?원경릉은 안왕의
진북후 석방진북후가 경조부를 나서, 사바의 자유로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날이 쾌청하다. 며칠을 눈이 올 듯 말듯 꾸물거리더니 결국 안 오고 날이 맑은 것처럼, 세상사도 날씨같이 머리를 굴려 봤자 알 수가 없다.우문호가 다리를 절며 환송하는데 진북후가 우문호를 부축하며 정중하게, “태자 나리, 제가 목숨을 빚졌습니다.”우문호가, “어르신 그런 말씀 마세요. 전 경조부 부윤으로 어르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그럼 어르신은 어떻게 보답하실 생각이신 데요?”진북후가 한 손으로 우문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하게, “정말 수양딸을 거둘 생각이 있습니다. 때가 되면 수양딸을 시집보내 태자의 은덕을 갚지요.”우문호가 한 손으로 막으며 엄숙하게, “집에 질투쟁이가 있어 서요, 참아주세요.”진북후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농담입니다. 태자 전하 겁내지 마세요, 태자비 마마는 좋은 분이십니다. 전하께서 이런 대우 하실 만 합니다.”진북후는 한 걸음 물러나 예를 취하고 미소를 거둔 뒤, “태자 전하 앞으로 만약 제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태자 전하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갔다.우문호는 늠름한 뒷모습과 함께 진북후부의 마차가 맞은편 길에서 오는 것을 봤다. 진북후는 마차에 올라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한번 쳐다보고 떠났다.우문호가 씩씩거리며, “목숨을 구해줬는데 금일봉도 척 내놓지 않다니, 돈을 안 주겠다는 의도인데 아니 다 큰 어른이 예의도 차릴 줄 모르나?”다음날 아침 일찍 우문호는 구사의 부축을 받고 조정에 출사했는데 며칠 요양하고 상처는 이미 많이 좋아졌으나 특정 부위를 당기는 바람에 여전히 신중한 편이 낫다. 그래서 출입할 때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았다.우문호는 안왕을 위해 사정하며 ‘경조부 일은 형제 사이의 악감정 때문이었으며, 진북후 사건과는 무관하고 지금 형제 사이에 이미 악수하고 화해했다. 앞으로 서로 공경하며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해 아바마마의 시름을 덜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했다는 것이다.비
안왕비의 퇴원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기숙사를 새로 짓는다고 인부를 모집하자, 너도나도 자진해서 짓는 걸 도우려 왔는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전에 기숙사를 헐었던 사람들이었다.안왕비가 궁을 떠나 안왕부로 돌아가던 날 원경릉이 한차례 다녀왔는데 주 목적은 안왕비가 자리를 잡은 뒤 다시 검사하기 위해서 였다.안왕비는 눈에 띠게 우울해 보였는데 가는 길에도 말이 없고 안왕부에 도착해서 안왕에게 태자비와 개인적인 얘기할 게 좀 있다고 여자들 얘기니 먼저 나가시라고 했다.안왕이 관대하게 하하 웃으며, “얘기는 좋지만 나와 다섯째의 험담은 안 돼요.”안왕비도 웃으며, “그거야 당연히 안 하죠.”안왕이 그윽하게 안왕비를 보더니 뒤를 돌아갔다.안왕비는 안왕이 문을 나가는 것을 보고 시녀 아채에게 가서 문을 닫고 밖에서 지키라고 했다.원경릉이 좀 이상해서 안왕비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지? 이건 완전 누구 들을 까봐 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 같은데?아직 어리둥절한 상태로 원경릉은 안왕비에게 손목을 잡혔다. 안왕비는 중상을 입고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엄청난 힘을 쓰는 것이다, “태자비 마마, 제가 왕야를 대신해 사죄 드립니다!”원경릉은 안왕비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것을 보고 웃어 넘기려, “무슨 말씀이셔요, 사죄는 무슨 사죄예요?”안왕비가 깊이 한숨을 내 쉬더니 슬픈 눈으로, “부군 생각엔 제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전에 아라가 개인적으로 형부 사람과 대학사와 왕래하며 서재에서 비밀스럽게 협상을 주고받더군요. 당시 저는 의심이 들어 뒤에 친정에 갔을 때 오빠에게 물어봤더니 오빠는 별 말이 없었지만 어렴풋이 부군이 태자와 맞서고 있다는 걸 알았죠. 태자의 지위를 빼앗으려는 의도로 말이죠.”원경릉이 안왕비를 보며, 사실 남편이 하는 모든 걸 다 아내가 아는 게 당연하지만, 안왕은 은밀하게 진행하는 일이 너무 많고 안왕비가 그런 일에 물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원경릉이 천천히 손을 빼며, “그건 남자들 사정이고 우리는 그런
원용의가 결혼을?손왕비가 기쁘게, “맞아, 친정 오촌 조카가 무과 장원급제 출신인데, 그 맹꽁이 녀석이 무술에만 심취해 있는 줄 알았더니, 용의를 보더니 한눈에 반할 줄 누가 알았나. 게다가 용의가 혼례를 치렀던 적이 있다는 걸 전혀 개의치 않더라고.”안왕비가 이 말을 듣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원용의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요. 너무 좋네요. 행복해야 해요.”원경릉은 사실 축하의 말이 안 나오는 게, 원용의가 사실 일곱째를 좋아하고 일곱째의 마음에도 원용의가 있지만 서로 사이가 틀어졌을 뿐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원용의가 반드시 일곱째와 다시 합쳐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일말의 예고도 없이 이렇게 쫓기듯이 시집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원용의는 이 일을 얘기하고 싶지 않은 눈치로 얼굴이 빨개져서, “됐어요, 얘기하지 마세요.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닌데. 그냥 매파를 넣은 것 뿐이잖아요.”“듣자 하니 노마님도 수락하시려는 마음이 있으시다면서. 이제 너만 마음 정하면 되는 거잖아.” 손왕비가 웃으며 말했다.안왕비가 웃자 원용의 본인도 쑥스러워 하며 웃었으나 원경릉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이 소식은 너무 충격적이다.그래서 안왕부를 나와서 원경릉은 원용의를 끌고와 마차에 태웠다.“정말 무과 장원한테 시집갈 생각이야?” 원경릉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원경릉은 원용의와 사이가 이 정도로 말 해도 될 만큼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전에 동서 지간 이어서가 아니라 친구로서다.“할머니가 동의하셨어요.” 원용의가 눈을 내리깔고 작게 말했다.“넌? 혼인 당사자는 넌데 할머니가 동의하시고 말고 뭐가 중요해?” 원경릉은 마음이 급한 것이 이 꼬맹이는 늘 주관이 뚜렷하더니, 뜬금없이 이 일만 할머니 말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구는 건 아니지?하지만 원용의는 전에 일곱째의 후궁으로 시집 갔던 것도 노마님의 뜻이었다. 원용의는 손수건을 꼭 쥐고 아무 말없이 평소의 쾌활함은 전혀 없고 마치 보통의 규수 같다.그렇다. 지난 사랑이 원용의의 마음에
원용의 혼인은 어디로?원용의가 속눈썹을 바르르 떨더니 얼른 고개를 들고, “만약 사랑이 괴로움과 상처를 의미한다면 자신을 그렇게 학대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사랑하고 말고는 저에게 조금도 신뢰를 주지 못해요. 사랑은 일종의 감각이지 조건은 아니니까요. 사랑은 사라질 거지만 조건은 그렇지 않죠. 무과 장원급제자는 선량하고 무공이 강하고 착실한데다 승부욕이 있어요. 이런 성격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죠. 남편감으로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보세요. 제왕 전하께서 처음에 뼈 속 깊이 사랑하는 주명취를 찾았지만 마지막에 결국 결말이 어땠나요?”원용의는 마지막 말을 할 때 평정심을 가장하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원경릉은 뭐라고 반박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얼핏 그럴싸한 얘기가 아닌가.“정말 결정한 거야?” 원경릉은 이렇게 묻기만 했다.원용의가 한참을 침묵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셈이죠.”원경릉이, “만약 내 의견을 묻는다면 난 찬성하지 않을 게 확실해. 네가 혼인하는 걸 찬성하지 않는 게 아니라 네가 쫓기듯이 혼인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거야. 만약 일곱째와의 감정을 포기했다면 제일 좋은 건 원래 계획대로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 다니다가 힘들면 돌아와서 이미 감정은 다 내려놨으니 다시 마땅한 사람을 찾아 혼인하거나, 마음 속에 여전히 그가 있으면 그때 무과 장원 급제에게 시집을 가도 그에게 불공평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원용의가 작게, “만약 그에게 시집가는 걸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그에게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그럴 수 있다고 믿고요.”원용의는 고개를 들고 흥분한듯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사실 원 언니는 절 위해 기뻐해 주세요. 줄곧 한가지를 마음속에 두는 고집스런 성격은 피곤 해요. 전 포기할 수 있어요. 넓게 볼 수 있죠, 좋은 거 아닌가요? 그러니 절 축복해 주세요. 잘 할 거예요.”원경릉은 하는 수 없이, “만약 네가 진심으로 나에게 축복을 원한다면 나도 진심을 다해 축복해. 하지만
원용의와 무과 장원사식이 얘기로 무과 장원과 원용의는 3번 만났다고 했다.원용의가 봄에 산책을 나갔을 때 우연히 무과 장원을 만났고 둘이 같이 꼬마를 구해주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고 했다.안면을 튼 뒤 서가(西街) 장신구점에서도 한번 만났는데 그때 무과 장원이 모친의 생신선물을 사러 왔다가 마침 가게안에서 물건을 사고 있던 원용의를 만났다.세번째 만남은 바로 무과 장원이 원용의에게 매파를 넣은 것으로 이 각 잡힌 청년은 뜻밖에 자기가 직접 따라 왔다.“할머니는 무과 장원이 말주변이 없고, 충분히 똑똑하질 못한데다 남녀의 사랑을 이해못한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용의 언니는 남녀 간의 사랑을 모르는 건 좋은 일이고, 사람이 그렇게 똑똑해서 뭐하냐며, 말주변이 없는 것도 부부간에 대화를 좀 적게 하면 되는 거라고 자기는 괜찮다고 해요.”“용의는 일곱째를 얼른 잊어버리게 할 사람을 찾고 싶은 거구나.”“맞아요, 전에 누군가를 잊는 제일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을 찾는 거란 말을 들었 대요. 이 말은 태자 전하께서 제왕 전하께 하신 말씀인데 제왕 전하는 안 들으시고, 언니가 새겨 듣네요.”원경릉은 기가 막혔다. 우문호는 자기가 결혼 좀 했다고 무슨 전문가라도 되나 보지? 어디 남의 사랑에 ‘지적질’이야.“원 언니, 설득하지 마세요. 저도 해봤고 집안 사람들이 다 해봤는데 듣지를 않아요.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세요. 이렇게 계속 제왕 전하를 그리워하는 것도 옳은 건 아니니까, 어쨌든 인간은 앞으로 나가야 하잖아요. 제왕 전하는 주명취를 내려놓지 못하신 거 같은데, 이제라도 정신차렸으면 됐죠. 만약 앞으로 3년이고 5년이고 더 기다렸는데도 여전히 제왕 전하께서 주명취를 못 잊고 계시면 그야말로 꽃다운 시기를 날려 보내는 게 아니고 뭐예요?”원경릉은 사식이가 이렇게 세상사를 깊이 숙고하고 있을 줄 몰랐다. 처음 막 왔을 때에 비해 사고가 많이 성숙했고, 요 일년동안 모두 성장하고 있다.사식이도 눈깜짝할 사이에 다 큰 처녀가 되었고, 유치함이 눈에 띄게
우문호의 비자금일반 하인들이 전부 수령한 뒤엔 각 분야 총무들 차례로, 보통 총무는 2냥씩이다.만아와 기라는 소월각의 총무로 두 사람은 모두 2냥의 은자 외에 500닢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아는 헤헤 웃으며 사식이에게, “있다가 만둣국 사줄 게요.”“앗 싸!” 사식이가 눈을 깜박이며, “다음엔 제가 통닭 쏠게요.”사식이는 지금 초왕부에서 월봉을 받는데 원씨 집안 쪽에도 받고 있어서 양쪽으로 월봉을 받는다.사식이는 초왕부에서 은자 5냥을 받는데 처음엔 필요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원경릉이 용돈으로 쓰라고 해서 겨우 받게 되었다.서일 차례가 되어 직접 손을 뻗어, “태자비 마마 감사합니다!”묵직한 돈 주머니가 서일 손에 놓이자 열어보고 다시 얼른 덮더니 눈을 크게 뜨고, “맙소사, 잘못 됐죠?”“맞아요, 10냥!”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가져가세요. 이달에 분주하게 저를 따라 산 넘고 물 건너 고생이 많았어요.”우문호가 한쪽에서 듣더니 질투의 눈초리로 서일을 째려보며, “쟤가 10냥이면 나는?”“셋 다 10냥씩 입니다.” 원경릉이 나눠 주자 우문호가 한 손으로 받으며 불만스럽게, “그럼 내가 서일이랑 같은 거잖아?”원경릉이, “6품 관원이 일년에 받는 녹봉이 고작 은자 45냥인데, 자기는 한달에 10냥인데 적다는 거야? 이 10냥은 사실 용돈에 불과하잖아. 먹고 마시는데 드는 비용은 집에서 쓰니 신경 쓸 필요 없는데 왜 모자라는 걸까? 난 한달에 2냥도 아직 못쓰는데.”원경릉이 장부를 대조해 보더니 지출 장부에서 과연 손을 댄 흔적을 발견했다. 매달 구매하는 고기가 의외로 많이 는 것으로 초왕부의 고기는 대부분 궁에서 공급해 주므로 필요해서 구매하는 양은 적다. 그런데 여기 장부에 궁에서 보내오는 고기를 지출할 은자로 처리해 놓았다.원경릉이 계산해 보니 우문호가 적어도 대충 은자 20냥을 횡령했다.원경릉은 알면서도 입을 다문 게, 우문호가 지금 경조부 부윤으로 있으니 슬하의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밥도 사고 술도 사는데 돈
제왕의 본심비록 우문호가 제왕과 동그란 얼굴 계집애 일을 상관하지 않는다고는 했으나 이 날은 짬을 내서 냉정언과 구사를 초대해 같이 술을 마시기로 약속하고 겸사겸사 일곱째 집에 같이 술 마시러 갔다. 헤헤거리며 원경릉에게 동그란 얼굴 계집애가 일곱째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해주겠 노라고 자신이 이 일을 해결할 것처럼 떵떵거렸다.구사는 결혼한 이후 소위 남자들끼리 모임에 흥미가 별로 없고 시간 나면 얼른 집에 가서 아내랑 같이 있는데 일치감치 아이들이 생겨서 태자 전하 집안과 사돈을 맺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그래서 구사는 대충 몇 잔 마시고 가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우문호가 갑자기 폭탄선언을 했다, “맞다, 너희들 알고 있어? 원용의가 시집간데.”구사는 바로 자세를 고쳐 앉고 무의식적으로 냉정언과 함께 제왕을 봤다.제왕은 막 잔을 들고 시시껄렁하게 미소를 띠고 떠들다가 우문호의 말을 듣더니, 번지던 미소가 순간 입가에 딱딱하게 굳었다.그런 뒤 세사람은 제왕의 미소가 울고 싶은 표정으로 바뀌더니, 다시 영혼 없는 미소로 바뀌는 것을 봤다. 제왕이 “그래요? 그거 정말 축하할 일이군요. 어느 집안 공자께서 이런 행운을 채 가셨을까? 원용의는 좋은 아가씨죠, 누가 장가를 들던 복 받은 겁니다.”구사가 살짝 제왕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왕 전하, 울고 싶으면 우세요. 비웃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제왕이 하늘을 보고 하하하 세번 웃더니, “울긴 왜 웁니까? 이렇게 좋은 일에. 저와 그녀는 비록 그런 적이 없지만 어쨌든 한때 부부였는데 당연히 진심으로 기쁘죠. 어? 그런데 전에 그녀가 떠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길을 떠나지 않고 혼인을 하게 된 거죠? 여자의 마음이란 이렇게 변덕스럽다니 까요. 그래도 어쨌든 잘됐네요. 잘 됐어요. 한 잔 하죠.”제왕은 잔을 들더니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한 얄팍한 미소를 띠고, “자, 우리 그녀를 위해 건배합시다.”우문호가 술 주전자를 밀어주며, “한 주전자 어때?”“좋아요, 좋아!” 제왕이 잔을 내려놓고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원경릉은 원가에서 이 혼사를 분명히 찬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노태군이 일곱째 아가씨를 시집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에서 혼담을 꺼내는 것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원가의 유일한 문제는 일곱째 아가씨 본인이었는데,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이다.역시나, 다음 날 탕양과 함께 원가로 향한 원경릉은 원가에서 심지어 점쟁이까지 청해 두 사람의 사주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의 사주를 본 점쟁이는 한참 확인하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두 사람의 사주가 다소 상충합니다.”원 노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가 상충하는가?”“한 사람은 닭띠, 한 사람은 개띠입니다. 이는 닭과 개가 편치 않은 사주라, 혼사를 치른 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노태군은 탁자를 쾅 치며 말했다.“그럼 바꾸면 되지! 이제 보니 우리 딸은 말띠다. 방금 헷갈렸었다.”“말띠요? 말띠라면 괜찮습니다. 말띠는 올해 연분이 따르는 해 입니...”노태군은 점쟁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괜찮다니 됐다. 이제 길일을 골라주게.”그러자 점쟁이는 다시 손을 펴고 계산하더니 말했다.“올해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연말쯤이어야...”“좋다. 이번 달 15일로 하지.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도 오붓이 모이는 날이니, 좋지 않겠나?”점쟁이가 책자를 닫고,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예.”혼사는 원가에서 준비하니, 제시간에만 준비 된다면 안 될 것도 없었다.15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원가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일을5일 안에 끝낼 수 있을까 걱정 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아직 부족했는데, 혼례복을 만드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원가는 이미 일곱째 아가씨를 위해 혼례복을 준비해 두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새로 만들었기에, 지금껏 서랍 속에 쌓여 있는 혼례복만 해도 7~8벌이나 되었다.혼수도 일찌감치 마련해 두고, 혼담을 꺼낼 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
사식이는 다들 일곱째 고모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의아해하며 물었다.“일곱째 고모께서 편지를 보내신 겁니까?”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편지가 왔단다. 며칠 놀다가 곧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구나.”사식이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일곱째 고모께서 돌아오고 나서 혼담을 꺼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곱째 고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이 난감해질 텐데요.”노태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모든 일을 저질렀느넫 이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니? 감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목을 매겠다!”노태군은 일곱째 고모가 열여덟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의 혼사를 기다려 왔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미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혼인 기약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혼사를 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다.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곱째 아가씨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라고 이씩 때문에, 이 일은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사식아, 네 고모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거의 죽게 생겼다고 전해라!”노태군이 단호히 명령했다.딸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저주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정말 독한 늙은이었다.서일은 탕양을 데리고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 중매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바로 황후를 찾아가야 했다.소월궁에서 우문호 부부는 탕양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짐이 보기엔, 일찍 일곱째 아가씨에게 네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리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탕양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안에 휩싸여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폐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 그녀가 어디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