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1359 챕터

제611장

침대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세수를 하고 가게에 출근할 준비를 했다.  양치를 하면서, 그녀는 컵에 남은 물방울들을 보았다. 목정침의 칫솔도 젖어 있는 걸 보니 어젯밤 일은 꿈이었다. 그는 정말 왔었고, 게다가… 그녀의 양치컵을 사용했다!  그녀는 순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고, 그의 칫솔을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본인의 사심만 채우고 말도 없이 떠난 그는 도대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한 걸까? 어제 저녁은 잠도 잘 잤겠지? 또 불면증이 오지 않았겠지? 반면에 그녀는 한 숨도 못 자 오늘 1시간이나 늦게 일어났다.  그녀가 그를 원망하며 양치를 하던 도중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온몸이 굳었고, 목정침이 아침밥을 들고 화장실 앞에 나타났다. “일어났어? 얼른 준비하고 아침 먹자. 내가 이따가 가게로 데려다줄게. 어제 저녁에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그녀는 대답을 하고 뻣뻣한 자세로 양치를 했다. 머릿속엔 여러가지 생각들이 엉켜 있었다. 그는 떠난 게 아니라 아침을 사러 갔을 뿐이었고, 그 답지 않은 말들을 내뱉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는 이렇게 친절해진 걸까? 어제 저녁에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게 꼭 두 사람이 몇 천 킬로미터 차이가 나는 다른 도시에 사는 게 아닌 맞은 편에 사는 거처럼 말했다. 귀찮지도 않나?  처음엔 그가 문을 두드린 시간이 저녁 9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가 찾아온 시간은 새벽 1시였다. 그가 침대에서 그녀와 할 일을 마쳤을 때는 거의 새벽4시였다. 그녀가 만약 어제 일찍 잠들지 않았더라면 오늘 오후까지도 아마 출근하지 못 했을것이다.  양치를 다 하고 보니, 목정침은 아직도 화장실 문 앞에 있었다. 그녀는 이상하게 여겨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쓰레기통 안에 버려진 불쌍한 칫솔을 향해 있었다. 그녀는 어색한 거짓말을 했다. “그… 컵 쓰면서 실수로 떨어졌어요.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그냥 버렸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밥 먹어
더 보기

제612장

안야는 란샹에 귓가에 다가가 물었다. “언니, 이렇게 되면 가게 더 일찍 문 닫게 되겠죠? 사장님은 목가네 사모님이고, 가서 이제 편하게 사셔야죠…”  란샹은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연이가 돌아가는 건 아직 생각 안 해봤다고 했어. 만약에 제도로 돌아가게 되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너도 연이 결혼생활이 원만하길 바라지 않아? 어떻게 됐든, 지금은 가게가 아직 있으니까 우리도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가게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저 아쉬울 뿐 일자리는 새로 구하면 되잖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안야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당연히 연이 사장님 결혼생활이 원만하길 바라죠. 저도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여쭤본 거였어요. 이제…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저 혼자서 어떻게든 살아야죠. 하루하루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만약 사장님이 정말 제도로 돌아가게 되면, 가게도 안 열 테니 같이 제도로 가보려고요.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어요. 아니면 인생이 너무 평범하잖아요. 예전에 할아버지가 계실 때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혼자니까 어디든지 갈 수 있잖아요…”  란샹은 그녀를 위로하며 어깨를 토닥였다. “할아버지는 너를 생각에서 천국으로 가신 거 일거야. 넌 아직 젊으니까 제도로 가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젊은 때, 아직 결혼 안 했을 때, 책임져야 할 가정이 없을 때, 가서 제대로 경험해 봐. 난 응원해.”  점심시간, 갑자기 문자 알림소리가 울렸다. 온연과 안야는 동시에 핸드폰을 꺼냈고, 안야는 무안하게 웃었다. “사장님… 제 거예요…”  온연은 실망한 눈치였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밥을 먹었다. “알아… 그냥 시간 좀 본거야…”  안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빠르게 타이핑을 치더니 고개를 들어 말했다. “립님 문자였어요. 제가 그 분한테 그 날 저녁에 술 마셔준 거 죄송하다고 사과드렸거든요. 아무 일 없다고 해서 다행이에요. 아니면 진짜 죄송했을 거예요.”  온연은 임립과 안야가 사적으로 자주 연락하는 사이인지 몰랐다. “둘이 연락 자주 해?” 
더 보기

제613장

진몽요는 A에게 음료 한 병을 건넸다. “자, 이러면 우리 서로 공편한거죠?”  A는 일부러 귀여운 척을 했다. “얄미워~! 말이 나와서 말인데, 몽요씨는 꽤나 잘 사나봐요. 우리다 똑 같은 월급 받고 사는데, 자신한테 하나도 아끼지 않고 투자하잖아요. 맨날 다론 옷 다른 가방, 그리고 몇 천 만원짜리 시계까지. 뭐 부잣집 사모님 급은 아니더라도, 적은 돈은 아닌 것 같던데요.”  진몽요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번 회사에서 비싼 가방을 매서 사람들한테 욕을 먹었어서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경소경네 회사에 있으니, 그녀는 최대한 평범한 차림새를 유지했고 시게도 집에서 제일 저렴한 걸로 착용했다. 가방도 타오바오에서 산 몇 만원짜리 제품이었는데, A가 자신을 돈 많은 사람으로 볼 줄 몰랐다. 설마 그녀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합쳐서 2만원 미만정도 어치만 착용해야 가난하다고 볼 수 있는걸까? 요즘 디자이너들 수준이 그렇게 낮아졌나?   대답을 하지 않아도 A의 조잘거리는 입은 막을 수 없었다. “맞다, 듣기로는 경대표님 약혼했데요. 진짜 대박이야. 예전에는 비혼주의자로 알았는데,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셨나 봐요. 에휴, 뭐 다들 약간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축복하는 마음이에요. 남신께서 드디어 제 짝을 찾으셨으니, 그리고 비서까지 남자로 바꾸셨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여자가 분명 매력 있나봐요. 어떤 아가씨가 로또를 맞으셨는지 모르겠네.”  진몽요는 살짝 의기양양해져 하마터면 가슴을 내밀고 자신이 저 나쁜자식을 정복한 행운의 여인이라고 말할 뻔했다. “가서 일하죠, 여기서 그만 떠들고요. 만약에 부장님한테 들키면, 또 혼나요.”  A는 부장쪽을 쳐다보고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야식메뉴 뭘 거 같아요?”  진몽요는 고민도 안 하고 대답했다. “킹크랩, 랍스터.”  A는 의심했다. “어떻게 알아요? 꽤나 확신에 찬 모습이네.”  진몽요는 그녀를 보며 묘하게 웃었다. “왜냐면 내가 먹고 싶거든요.”  야식시간. A는
더 보기

제614장

A는 억울한표정을 지으며 “나는 부서에서 그래도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몽요씨 어디 사는지 알까 봐 그런 거예요? 원래 주말에 만나서 쇼핑하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당신 정말 사람 속상하게 하네요. 난 그래도 친구로 대했는데, 그쪽은 저를 동료로만 생각했나 봐요.”  진몽요는 혹시라도 경소경이 갑자기 올까 봐 안절부절하지 못 했다. 만약 A 같은 입이 싼 사람이 알게 된다면 내일이면 회사 전체가 그녀가 이 회사의 며느리란 걸 알게 될 것이다. “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녀는 자신의 집주소를 얘기했더니 A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우리 정말 같은 길이네요! 우리 집은 바로 그 맞은 편인데, 그 쪽 비싸잖아요. 역시 잘 사는 줄 알았어요!”  진몽요는 그 부분까지 생각해 보지 못 했다. 그녀는 당장 누구라도 불러 A를 납치해 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저 오늘 저녁에 집에 안 갈지 몰라요. 친구네 가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알아서 들어 가세요.”  그녀가 주저할수록 A는 고집을 부렸다. “왜 나는 계속 몽요씨가 나랑 가기 싫어하는 거 같죠? 나 몰래 뭐하려고요? 정 안되면 그냥 차비 더 내고 타죠 뭐…”  갑자기, 진몽요는 멀리서 오는 포르쉐를 발견했고, 그 순간 초조했다. “같이 안 가고싶은 거 아니에요. 주말에 같이 쇼핑가면 되잖아요. 아… 왜 택시가 없어… 여기 분명 택시 잘 잡히는 곳인데…”  A도 경소경의 차를 발견하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냈다. “음… 아니면 경대표님한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면, 그래주실까요?”  진몽요는 머리가 띵했다. 설마 이렇게 들키는 건가?  경소경의 차는 빠르게 그녀들의 앞에 멈췄고, 차창을 내려 미소를 지었다. “택시 못 잡았어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 늦은 시간에 여성분들끼리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말을 하면서 경소경은 일부러 진몽요를 보지 않았다.  A는 이상한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바보처럼 웃었다. “좋아요, 역시 경대표님 짱~!”  정만 안 들킨건가? 진몽요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더 보기

제615장

경소경은 어쩔 수 없었다. “걱정 마요, 나 맨날 그런 것만 생각하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피곤하면 가서 잘 쉬어요. 난 그냥 안고만 잘게요.”  진몽요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남자들은 하나 같이 거짓말쟁이였다.  백수완 별장.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잠에 들었고, 감히 깊게 잠들지 못 했다.  그녀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경소경은 정말 그녀를 건들이지 않고, 정직하게 그녀를 안고 잠에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주는 건 육체적 기쁨밖에 없다고 느껴 그가 그녀에게 해주는 것에 부응하지 못 한다고 생각해 평소에 그의 제안을 잘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그가 이렇게 그녀를 생각해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는 감동을 받고, 더 그를 사랑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그녀는 아직 안 일어난 경소경을 보고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간지럽히다 감탄했다. “내 남자 정말 잘 생겼다!”  초 겨울로 향해가는 늦은 가을의 아침은 나른했고, 짚은 냉기가 괜히 이불 속에서 벗어나기 싫게 만들었다. 경소경의 얼굴을 실컷 감상한 후, 그녀는 그의 입에 입을 맞췄다.  진몽요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늦겠어요, 이제 30분도 안 남았는데, 얼른 일어나서 준비할게요.”  경소경은 음흉하게 웃었다. “세수할 시간 10분 줄게요. 아침은 회사가서 먹어요.”  이젠 정말 서둘러야 해서, 진몽요는 우왕좌왕했고,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뛰쳐 들어갔다. “당신도 서둘러요! 만약 나 지각하면 혼낼 거예요!”  시간이 비교적 촉박해서, 두 사람은 같이 세수를 해야했다. 진몽요가 변기에 앉자 경소경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진몽요는 긴장해서 하던 걸 멈췄다. “당신… 좀 기다려 줄 수 있어요? 그렇게 보고 있으면 쌀 수가 없어요…”  경소경은 피식 웃었다. “당신이 서두르라고 했잖아요. 난 내 양치하고, 내 얼굴 씻느라 당신 안 봐요. 얼른 싸요.”  비록 그는 이렇게 말하고 그녀를 등진 채 할 일을 했지만,
더 보기

제616장

회사에 들어온 후, 새로운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은 후, 진몽요는 자신의 얼굴을 두들겼다. “정신 차리자!”  A는 넋을 놓고 가슴을 치며 “아까 경대표님이랑 같이 들어올 때, 그냥 인사할 생각만 하고 있어서 사장님이 있는것도 까먹고 있었어요. 사장님 앞에서 대놓고 지각해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진몽요는 지각한 게 본인 탓이 아니었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됐어요, 그만 쳐요. 더 때리면 안 그래도 없는 거 더 없어지겠어요. 맞다, 저 아침 안 먹었는데, 먹을 거 있어요?”  A는 배를 만지며 괴로워했다. “나도 안 먹었어요. 배달시킬까요? 이따가 문 앞에 가서 먹어요, 여기서 먹으면 혼나니까.”  진몽요는 속으로 살짝 망설였다. 경소경과 회사에 와서 먹기로 했는데, 왜 그는 아무 소식이 없는걸까? 만약 배달을 시키면 그의 것도 시켜야 하나? 그녀가 막 고민하고 있을 때, 우아한 걸음걸이의 하람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고, 그녀의 자리를 지나칠 때 자연스럽게 도시락 통을 그녀의 책상위에 올려 두었다. “소경이꺼 챙기면서, 네 생각이 나서 같이 챙겨왔어. 시간 될 때 집에도 들리렴.”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드디어 왜 경소경이 아무 말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미리 하람이 음식을 갖다 줄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람이 그녀의 비밀을 지켜줘서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람의 말은 주말에 경소경을 데리고 경가네 공관으로 오라는 말이었다… 그녀는 저번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 봐 불안했다.  하람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A는 배고픈 원숭이처럼 달려들었다. “몽요씨는 진짜 운도 좋아요. 배고플 때 먹을 거 갖다 주는 사람도 있고. 게다가 갖다 준 사람이 대표님 어머님이라니. 난 그냥 두 입정도만 얻어 먹을게요. 배달시키기 귀찮잖아요. 어머님이랑 사이가 꽤 좋은가봐요? 왜 몽요씨를 며느리 삼지 않으셨데요?”  진몽요는 입꼬리를 내리고 말했다. “먹어요. 이걸 먹어도 당신 입은 못 막겠지만.”  하람이 다시 나올 때, 진몽요도 거의
더 보기

제617장

경소경은 그녀의 애교를 이길 수 없어 합의를 했다. “그래요, 가면가는 거지. 그냥 내가 감정조절이 안될까 봐 그래요. 당신이 그때는 잘 잡아줘요, 무력을 써도 되니까. 나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그가 허락하자 진몽요는 마음이 놓였다. “알겠어요, 대신 약속 지켜야해요. 연이한테 연락 좀 해봐야겠어요, 연락 못 한지 오래됐거든요.”  전화가 연결되자 그녀는 기쁜 목소리로 자기의 계획을 말했다. “연아, 나 임신 준비할 거야. 너무 재촉을 하셔서, 아이를 안 낳으면 압박이 심해져서 안되겠어. 나 지금 소경씨랑 검사했는데, 결과는 다 정상으로 나왔어. 이제 준비 잘하면, 아마 금방 생길 거 같아. 연아, 네가 아이 이모 역할 잘 해줘야 해. 네 도움도 좀 받아야지~”  온연은 흔쾌히 승낙했고,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준비 잘 하고, 좋은 소식 기다릴게… 너 아이라면 내가 친자식처럼 잘해줄 수 있지.” 어차피 그녀는 다시 아이를 갖을 수 없으니 말이다.”  진몽요는 쉴새없이 말했다. “난 딸이었으면 좋겠어. 우리엄마가 요즘 이상한 꿈을 자꾸 꾼데. 막 뱀이랑 꽃이 나온다고. 어르신들이 이런 꿈은 분명 주변에 누군가 임신을 했을거라는데, 아마 내가 금방 생길 것 같아. 나중에 나 애 낳을 때 너도 와야해. 아니면 안정감이 없어.”  경소경은 옆에서 질투했다. “네네, 저는 안정감을 드리지 못하지만 온연을 줄 수 있나봐요. 아직 임신도 안 했는데 벌써 낳을 생각부터 하네요.”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온연은 앞에 음식을 보고도 별 입맛이 없었다. 요즘 가게가 바빠서 그녀도 많이 지쳐 있었다. “알겠어 몽요야. 너도 얼른 가서 점심 먹어. 오후에 일 해야 돼서 난 좀 쉴게.”  전화를 끊자, 그녀는 밥 그릇을 정리했다. 란샹은 의아해서 물었다. “더 안 먹어? 너 아직 두 입도 안 먹었는데, 요즘 너무 피곤해서 그래?”  온연은 기운 없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거 같아. 요즘 별로 입맛도 없는데 잠은 잘자. 집에 가면 바로
더 보기

제618장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한참을 침묵하다가, 어렵게 말하기 힘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나… 임신했어요… 나쁜놈, 내가 못 낳는 거 알면서 왜 그랬어요?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몽요는 그렇게 임신하고 싶어하는데… 걔가 임신 해야되는데, 왜 나에요? 당신이 너무 미워!”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리 목정침이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도 그녀는 다 무시했다. 지금 그녀는 완전히 무너져서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  목씨 그룹 회사.  대표 사무실 안, 목정침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밖에 있던 비서 데이비드는 너무 놀라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겼다.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목정침의 기운은 무거웠고, 거울 속 그의 눈동자는 감겨져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 날 그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지막에 바로 기절해버려서, 딱 그 한번정도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가뜩이나 예민한데, 이번에 또 그녀에게 아이를 잃게 만들었으니, 아마 그녀가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감정을 가라 앉히고, 그는 데이비드를 사무실로 불렀다. “비행기표 날짜 변경해줘, 오늘 제일 빠른 걸로. 그리고 새로운 핸드폰 하나 마련해줘.”  데이비드는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지금 잘못 걸리면 죽는다는 건 알았기에 대답을 하고 얼른 도망쳤다.  목정침은 처음으로 좌불안석인 느낌을 받았다. 온연은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보고, 그는 지금 날개라도 달려 바로 그녀에게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그녀는 지금 무섭고 속상하지 않을까? 그는 분명 제일 좋은 걸 그녀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매번 빗나가서 정작 상처만 주고 있었다.  온연이 있는 도시에 도착했을 땐 오후 6시쯤이었다. 이게 제일 빠른 비행기였다.  그는 쉬지 않고 달려가 아파트에 도착해서 문들 두들겼다. 초췌한 모습의 온연을 보자, 그의 죄책감은 더 깊어져 무슨
더 보기

제619장

”불 세기는 너 마음대로 조절해. 너무 세면 안되고, 너무 약해도 안돼. 어차피 더 말해도 너는 모르니까 이정도만 알려줄게. 제일 중요한 건 양념의 양이야.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너무 많이 넣지만 마! 부족한 거 같으면 그건 착각이야, 특히 소금! 만약에 너가 요리실력에 자신 있으면 계란이랑 야채 같은것도 넣어주면 좋아. 그럼 더 맛있게 보여. 면만 있으면 너무 단조롭잖아.”  목정침은 경소경이 말한 걸 다 메모하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조리도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진몽요와 경소경은 눈을 마주쳤다. 경소경은 무언가를 눈치챘다. “정침이 지금 목가네 아니에요. 온연씨네 집에 있나봐요. 진짜 이상한 일이네, 저 자식이 주방에 있는 날도 다 오고…”  “무슨 얘기하는 거야?”  목정침의 차가운 목소리에 경소경은 놀라서 전화를 끊었다.  진몽요는 기분이 좋은 상태로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매님, 네 남자 지금 네 집 주방에서허우적거리고 있지? 경소경한테 배우긴 했는데 부족할 거 같아. 너가 들어가서 한번 봐봐, 너네집 주방 불 나기전에.’  온연은 문자를 보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까 목정침한테 요리를 하라고 했던 건,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그를 고생시키고 싶어서였고, 정말 다른 걸 먹을 입맛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가 무슨 사고라도 낸다면, 그건 다른 문제였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녀는 일어나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냄비에 물은 슬슬 거품이 생겼고, 거의 끓기 직전이었다. 목정침은 냄비 앞에 서서, 냄비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혹시라도 폭발할까 봐 걱정하는 거 같았다. 이 장면을 보던 온연은 화가 나서 웃었다. “안 폭발해요, 그건 물이지 폭탄이 아니에요! 정 안되면 나가요, 내가 할테니까.”   목정침은 무안해서 냄비를 옆으로 옮겼다. “괜찮아. 나 할 수 있어. 가서 쉬고 있어, 금방 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온연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요, 물이 보글보글 하면 끓는 거예요. 지금 면
더 보기

제620장

그가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태도도 평소와는 다르게 좋아서 온연은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만약에는 없어요. 예전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만약에가 어딨어요? 목정침씨, 이런 식으로 나 아프게 하면 난 당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어요.”  그녀가 담담하게 한 말이었지만 목정침의 가슴에는 깊이 박혔다. 그녀가 그를 미워한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마음도 상처를 받았다. “나도 내가 못 난 거 알아. 그런데 이런 일은 단정 지을 수 없어. 어떻게 됐든 결과 보고 다시 얘기해.”  곧 병원에 가야 하는것과 곧 마주해야 할 미래를 생각하니, 온연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가는 건 피할 수 없이 꼭 가야했다.  그녀는 목정침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면을 먹지 않자 심기가 불편했다. 그녀는 다 먹었는데, 본인이 만든 요리조차 못 먹겠다 이건가?  “면 다 먹어요.”  목정침은 거의 다 먹은 그녀를 보자, 의식적으로 몸이 굳어갔다. 아마 심하게 맛이 없지는 않았나보다… 그는 다시 젓가락을 들고 계속 먹었는데, 방금처럼 이상한 맛은 아니지만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 정말 맛이 없었다.  ......  경가네 공관. 경소경은 들어가자마자 간식을 들고 강아지와 놀아 주었고, 경성욱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  경석욱도 신경 쓰지 않고 소파에서 잡지를 보고 있었다. 하람은 과일을 깎아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몽요야, 너희 와서 과일 좀 먹어. 있다가 밥 먹어야지. 어제는 왜 안 왔어?”  진몽요는 살짝 어색했다. “어제 병원에 검사하러 하느라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을 잘 못 잤어요. 오후에 낮잠 좀 자려고 했는데 자다가 저녁에 일어났지 뭐예요. 소경씨도 절 안 깨워주고…”  하람은 경소경을 보더니 그가 일부러 안 깨운 걸 알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괜찮아, 오늘 왔으니까 됐어. 둘이 지금 백수완에서 같이 살고 있지? 소경이는 집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걸 싫어해서 지금까지 일하는 사람도 고용 안
더 보기
이전
1
...
6061626364
...
13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