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태도도 평소와는 다르게 좋아서 온연은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만약에는 없어요. 예전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만약에가 어딨어요? 목정침씨, 이런 식으로 나 아프게 하면 난 당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어요.” 그녀가 담담하게 한 말이었지만 목정침의 가슴에는 깊이 박혔다. 그녀가 그를 미워한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마음도 상처를 받았다. “나도 내가 못 난 거 알아. 그런데 이런 일은 단정 지을 수 없어. 어떻게 됐든 결과 보고 다시 얘기해.” 곧 병원에 가야 하는것과 곧 마주해야 할 미래를 생각하니, 온연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가는 건 피할 수 없이 꼭 가야했다. 그녀는 목정침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면을 먹지 않자 심기가 불편했다. 그녀는 다 먹었는데, 본인이 만든 요리조차 못 먹겠다 이건가? “면 다 먹어요.” 목정침은 거의 다 먹은 그녀를 보자, 의식적으로 몸이 굳어갔다. 아마 심하게 맛이 없지는 않았나보다… 그는 다시 젓가락을 들고 계속 먹었는데, 방금처럼 이상한 맛은 아니지만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 정말 맛이 없었다. ...... 경가네 공관. 경소경은 들어가자마자 간식을 들고 강아지와 놀아 주었고, 경성욱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 경석욱도 신경 쓰지 않고 소파에서 잡지를 보고 있었다. 하람은 과일을 깎아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몽요야, 너희 와서 과일 좀 먹어. 있다가 밥 먹어야지. 어제는 왜 안 왔어?” 진몽요는 살짝 어색했다. “어제 병원에 검사하러 하느라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을 잘 못 잤어요. 오후에 낮잠 좀 자려고 했는데 자다가 저녁에 일어났지 뭐예요. 소경씨도 절 안 깨워주고…” 하람은 경소경을 보더니 그가 일부러 안 깨운 걸 알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괜찮아, 오늘 왔으니까 됐어. 둘이 지금 백수완에서 같이 살고 있지? 소경이는 집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걸 싫어해서 지금까지 일하는 사람도 고용 안
진몽요는 처음엔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이해를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그녀가 오해할까 봐 지금 경성욱을 대신해서 해명해주고 있는 거 아닌가? 이건 분명 좋은 징조였다. “알아요. 당신 아버지 웃는 것도 잘 못 하시고 말도 잘 안 하시는 거. 보기에는 진지해 보이시잖아요. 그땐 그냥 내가 생각이 많았어요. 예전에 돈 없던 날들을 살다 보니까 돈 버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닫고, 굳이 불필요한 가정부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님이 집에 돈이 있다고 하실 때 처음에는 좀 비참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경제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난 이미 노력했고, 당신이랑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이에요. 괜찮아요, 아버님이 악의는 없으셨을 거예요. 내 문제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경소경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신 이미 훌륭해요, 나랑 안 어울리지 않아요.” 대화가 끝나자 그의 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왔다. 핸드폰은 차에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소리를 진몽요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심지어 뭐라도 잡은 거처럼 흥분했다. 그는 어이가 없어서 “대신 봐줘요, 난 운전중이니까.” 진몽요는 바로 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문자를 본 그녀의 눈을 휘둥그래졌다. “경소경씨!” 경소경은 그녀 때문에 깜짝 노랐다. 혹시라도 과거의 누군가 그녀가 오해할 만한 문자를 보냈을까 봐 바로 차를 옆에 세우고 핸드폰을 뺏었다. 문자내용과 발신인을 확인하자 그는 안도했지만 또 걱정했다. “당신은 임신하고 싶어도 못 했는데, 온연은 이런 상황에서 또 임신이 됐네요… 아마 정침이가 많이 긴장했겠어요.” 진몽요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이를 또 지키지 못 하면 연이는 얼마나 속상할까요? 목정침은 어떻게 또 이럴 수 있죠? 못 낳는 거 뻔히 알면서 또 이러네! 연이 데리고 제도 와서 검사하고 싶다는데, 연이 생각은 존중 안 하는 거예요? 진짜 당장가서 패버리고 싶네요!” 경
의사는 심사숙고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위기가 생길수도 있다는 것뿐입니다. 만약에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가능하긴 하지만, 4개월 후부터 매주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 평소에도 침대에 누운 채로 태아를 보호하고, 힘든 일도 하시면 안됩니다. 지금은 우선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위험률을 최대한 줄이고, 나중에 조산을 하셔야 될 수도 있어요. 물론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생존율이 높습니다. 검사결과를 보니까, 사모님 자궁은 예전보다 많이 회복이 되신 상태고, 잘하면 아이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네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말에 온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저는 꼭 낳고싶어요!” 목정침은 눈썹을 찌푸렸다. “연아… 진몽요랑 우선 밖에 나가서 앉아 있어. 난 선생님이랑 따로 얘기 좀 더 하게. 이 일은 신중해야 해, 너의 생명과 연관된 일이니까,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온연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진몽요가 제지했다. “연아, 괜찮아. 우리 먼저 나가있자. 이 일은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되고 잘 상의를 해봐야 해.” 진료실에 목정침과 의사만 남자, 그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아이 지킬 수 있는 거 맞아요? 저 사람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전제하예요.” 의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대답할 수가 없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목선생님… 여성들이 출산을 하려는 과정에서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과다출혈이라던지, 양수가 터진다던 지 다 위험요소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예외적인 상황 말고도, 사모님의 몸 상태는 일반적인 여성들 보다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를 꼭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니, 극도로 조심해 주신다면, 7개월 정도 지났을 때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저의 오랜 경험으로 봤을 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모님의 생명이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로 향했다. 노부인은 이제 막 밖에서 돌아왔고, 아이 옷과 용품들을 잔뜩 사왔다. “연아, 와서 봐봐 부족한 거 있는지. 예전에 네 고모가 아이 낳을 때도 내가 도와줘서 경험은 좀 있어. 이런 물건들 다 필요할 거야. 옷도 다 좋은 재질이고.” 예전에 노부인은 늘 그녀를 괴롭히고, 가족의 따듯함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해줬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 제가 이 아이 낳는 게, 맞는 걸까요?” 노부인은 고민했다. “대충 들었어. 너 몸 안 좋은 거. 그런데 내가 낳고 싶으면 낳아야지. 목가네 가업이 이렇게 큰데, 후손이 없는것도 이상해. 만약에 의사가 확실하게 못 낳는다고 했으면, 의사 말 들어. 생명이 제일 중요한데,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야? 만약에 의사가 그렇게 말 안했으면, 네가 낳고 싶다고 해도 난 지지해.” 온연은 노부인을 꽉 안았다. “할머니, 저 이 아이 낳고 싶어요. 이게 저의 마지막 기회예요.” 막 대문에서 들어온 목정침은 이 장면을 보고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많은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사셨어요? 마음을 너무 쓰셨네요.” 노부인은 온연의 손을 잡으며 소파에 앉았다. “어차피 다 네 돈이잖아. 네 아이한테 쓰는 돈인데 아까워하면 안되지. 연이는 아이 낳고 싶다는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목정침은 온연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이건 제가 고민해 볼게요. 아직 정리가 안됐어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먼저 씻을게요.” 온연은 두 손을 꽉 쥐었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목정침의 태도는 거의 명확해 보였고, 그의 마음은 이미 아이를 지우는 쪽으로 기운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어떤 타이밍에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할 뿐이었다. 노부인은 소리쳤다. “내 손 뿌러지겠어! 뭐하는 거야?” 온연은 그제서야 노부인의 손을 놓아주었다. “죄송해요…” 노부인은 태연하게 사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아이
방에 돌아오고 나서, 목정침은 문을 닫고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의사가 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데. 내가 물어봤어. 어떠한 예외도 발생할 수 있는데, 난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아. 나한테는 네가 중요해, 알아? 나도 내가 예전에 못났던 거 알아. 만약에 네가 아이를 못 갖는다고 해도, 난 평생 다른 여자 안 만날 거야. 다른 여자가 내 아이를 낳을 일도 없을 거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지금 널 위해 생각해주는 거야. 너만 지킬 수 있다면 아이는 필요 없어.” 온연은 그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태도는 단호했다. “의사 선생님이 내가 무조건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아니고,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나도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고, 내 귀로 다 들었어요. 목정침씨, 지금 나랑 이혼해서 내가 이 아이를 낳든 말든 당신이랑 상관없어지게 하던지, 아니면 내가 이 아이 낳게 하던지, 선택해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목정침은 그녀의 성질을 알았다. 지금 이 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거의 목숨을 걸었다. 그녀도 알았다, 목정침은 이혼을 택하지 않을 거라는걸. 그의 마음은 요동치고 있었다. “네가 아이를 낳고 싶은 건 좋아. 그런데 반드시 돌아와서 목가네에서 살고 내 옆에 착하게 있어야 돼. 다시는 나를 떠나선 안돼. 내 조건 나를 위해서고 너를 위해서야. 나 말고 네가 이 아이를 안전하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목가네로 돌아오고, 그의 곁으로 돌아온다… 온연은 배를 만지며 1초동안 망설인 뒤 동의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그녀에게 지금 아이 이외에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아이를 낳을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상관없이 다 포기할 수 있었다. 목정침은 그녀가 결심하자 더 설득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디저트가게는 내가 다른사람한테 우선 맡길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매달 말에 란샹이 너한테 가계부 보내줄 거야. 앞으로 태교에만 신경 써.” 그는 늘 뱉은 말
안야는 고민도 하지 않고 승낙했다. “네! 저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집이랑 사장님들 가게에서도 청소만 해서, 믿고 맡기셔도 돼요.” 안야가 제도에 온 걸 알고 온연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안야는 들뜬 목소리로 일자리와 거처를 이미 구했다고 보고 했다. “사장님 걱정 마세요. 임립님 회사에서 청소하고 그 분 집에서 잠깐 머물기로 했어요. 사장님은 태교에만 집중하시고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만약에 괜찮으시면 제가 보러 갈게요.” 온연도 언제가 괜찮을지 몰랐다. 목정침은 그녀를 엄격하게 감시했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 하게 했다. 집에 드나드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럼… 얼른 가서 일 열심히 해. 자리만 잘 잡으면 됐지. 나중에 시간되면 밥 먹자.” 전화를 끊고 임집사가 방문을 두들겼다. “사모님, 고모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온연은 살짝 당황했다. 고모? 그녀에게 고모라는 사람은 그때 노부인은 두고 갈 때 고작 한 번 만난 사람인데, 왜 그 사람이 온 걸까? 단순히 노부인을 보러 온 건가? 그녀는 대답을 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노부인은 거실에 있었고,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물었다. “할머니, 고모 오셨다는데, 안 나가 보세요?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노부인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걔가 왜 여기에 왔는지 몰라서 그래? 처음에는 내가 쓸모없고 귀찮기만 하고, 게다가 내가 생모가 아닌 것까지 알았으니 너한테 버리고 갔잖아. 지금은 너랑 나랑 둘 다 목가네에 있는 거 아니까 달라붙으려고 온 거야. 어쨌든 난 그냥 걔를 키워줬을 뿐이고, 내가 직접 낳은 자식도 아닌데, 걔가 날 부양하지 않는 걸 택했으면 굳이 다시 만나서 뭐하겠어? 그냥 가라고 해.”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슬그머니 대문으로 나갔다.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던 그녀는 온연을 보자 알랑거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문 사이로 손에 들고 있던 건강식품을 얼른 내밀며 “연아, 할머니 잘 계시니? 내가 좀 만나야겠어!” 온연은 선물을 받
온연은 온지령의 말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알고 더 콧웃음을 쳤다. 그냥 할머니를 데려가서 매번 그녀에게 돈을 달라고 할 속셈 아닌가?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게다가 진함을 욕할 수 있는 건 그녀뿐이었고, 눈 앞에 이 여자는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빼냈다. “엄마랑은 제가 연락해 봐서 어딨는지 알아요. 저는 친정 필요 없으니까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 할머니는 아마 돌아가기 싫으실 거예요. 한번 물어보세요.” 온지령은 온연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아 노부인에게 매달렸다. “엄마, 어떻게 손녀가 절 미워하게 만드실 수가 있어요. 제가 아무리 못나도 전 딸이잖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요…” 노부인은 짜증이 나서 “맨날 이랬다 저렜다 하지마. 난 이제 나이가 들어서 널 상대할 기운도 없어. 난 안 돌아가. 목가네에서 이렇게 잘 지내는데, 굳이 돌아가서 뭐해? 가, 얼른 가, 목가네 밥도 너한테 대접해주기 아까워!” 임집사는 상황을 보고, 온연의 태교를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아 온지령의 팔을 잡았다. “제가 나가는 길 모시겠습니다.” 온지령은 기분이 나빠져 임집사의 손을 냉큼 뿌리쳤다. “당신 목가네 하인 아니야? 대화에 끼어들 자격 있어? 난 이 집 사모님의 고모야, 네 집 사모님이랑 같은 성씨라고! 어디서 감히!” 이 장면에 온연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고모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 봐준 임집사에게 화를 내고 모욕감을 주니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닥치세요! 고모는 목가네에서 말할 자격도 없어요! 당장 나가세요, 당장!” 그녀가 열을 내가 노부인은 지팡이로 온지령을 마구 때렸다. “너 이 양심 없는 것, 나한테 그런것도 모자라 내 손녀까지 해치려 하고, 얘 임신했어. 더 화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임집사는 밖에 있는 경호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온지령은 끌려 나가면서 선물과 같이 밖에 버려졌다. 온지령은 비록 염치는 없었지만, 노부인과 살면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자라 순간적
임집사는 고개를 숙이도 대답을 했다. 목정침은 발소리가 온연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윗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서 그녀가 깊게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서재로 향했다. ...... 저녁, 임립이 퇴근할 시간이 되자 안야는 그와 함께했다. 임립은 늘 혼자 살았어서 미리 안야에게 경고했다. “내 집 엄청 더러워요. 평소에는 거의 회사에 있어서 자주 가지도 않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청소해주실 분만 불러요.” 안야는 가슴을 두드리며 “걱정 마세요. 앞으로 집은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깨끗하게 청소할 게요! 앞으로 그 돈으로 청소부 안 부르셔도 돼요!” 임립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뜻이 아닌데… 제 말은 너무 싫어하지 말라고요.” 안야는 그를 보며 이가 훤히 보이게 웃었다. “절대 안 그래요! 맞다, 제가 월세 드릴게요. 지금 이체해 드릴 테니까, 부족한 건 월급 받고나서 갚을 게요.” 이것도 돈을 낸다는 건가? 임립은 말려야했다. “잠깐만요! 돈 안 줘도 돼요. 나 대신해서 청소해준다면서요? 그걸로 그냥 월세 퉁 쳐요. 사실 잠깐 오시는 분한테 돈 드리는 것도 비싼데, 월세랑 거의 비슷해요.” 이건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의 집은 시내에 있어서, 청소부한테 주는 돈으로 월세는 어림도 없었다. 그저 그 돈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안야는 사정을 모를 것이다. 안야는 의심도 하지 않고, 그의 말을 믿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 같이 살면 어쨌든 불편할 텐데 제가 집 찾는 대로 바로 나갈게요. 그런데 자주 들려서 청소는 해드릴 수 있어요. 돈 안 받고요. 너무 좋으신 분이잖아요? 저한테 큰 도움도 주시고.” 집에 돌아오자 임립은 습관적으로 소파에 앉았다. “윗층 올라가 봐요. 좀 둘러보고, 어느 방 쓰고 싶은지 정해요. 아무데나 상관없어요. 난 평소에 밥을 안 해 먹어서, 배달시키죠. 뭐 먹을래요?” 임립의 집은 2층까지 있는 복층 형태였고, 면적이 엄청 크진 않았다. 하지만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