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온지령의 말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알고 더 콧웃음을 쳤다. 그냥 할머니를 데려가서 매번 그녀에게 돈을 달라고 할 속셈 아닌가?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게다가 진함을 욕할 수 있는 건 그녀뿐이었고, 눈 앞에 이 여자는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빼냈다. “엄마랑은 제가 연락해 봐서 어딨는지 알아요. 저는 친정 필요 없으니까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 할머니는 아마 돌아가기 싫으실 거예요. 한번 물어보세요.” 온지령은 온연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아 노부인에게 매달렸다. “엄마, 어떻게 손녀가 절 미워하게 만드실 수가 있어요. 제가 아무리 못나도 전 딸이잖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요…” 노부인은 짜증이 나서 “맨날 이랬다 저렜다 하지마. 난 이제 나이가 들어서 널 상대할 기운도 없어. 난 안 돌아가. 목가네에서 이렇게 잘 지내는데, 굳이 돌아가서 뭐해? 가, 얼른 가, 목가네 밥도 너한테 대접해주기 아까워!” 임집사는 상황을 보고, 온연의 태교를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아 온지령의 팔을 잡았다. “제가 나가는 길 모시겠습니다.” 온지령은 기분이 나빠져 임집사의 손을 냉큼 뿌리쳤다. “당신 목가네 하인 아니야? 대화에 끼어들 자격 있어? 난 이 집 사모님의 고모야, 네 집 사모님이랑 같은 성씨라고! 어디서 감히!” 이 장면에 온연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고모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 봐준 임집사에게 화를 내고 모욕감을 주니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닥치세요! 고모는 목가네에서 말할 자격도 없어요! 당장 나가세요, 당장!” 그녀가 열을 내가 노부인은 지팡이로 온지령을 마구 때렸다. “너 이 양심 없는 것, 나한테 그런것도 모자라 내 손녀까지 해치려 하고, 얘 임신했어. 더 화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임집사는 밖에 있는 경호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온지령은 끌려 나가면서 선물과 같이 밖에 버려졌다. 온지령은 비록 염치는 없었지만, 노부인과 살면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자라 순간적
임집사는 고개를 숙이도 대답을 했다. 목정침은 발소리가 온연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윗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서 그녀가 깊게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서재로 향했다. ...... 저녁, 임립이 퇴근할 시간이 되자 안야는 그와 함께했다. 임립은 늘 혼자 살았어서 미리 안야에게 경고했다. “내 집 엄청 더러워요. 평소에는 거의 회사에 있어서 자주 가지도 않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청소해주실 분만 불러요.” 안야는 가슴을 두드리며 “걱정 마세요. 앞으로 집은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깨끗하게 청소할 게요! 앞으로 그 돈으로 청소부 안 부르셔도 돼요!” 임립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뜻이 아닌데… 제 말은 너무 싫어하지 말라고요.” 안야는 그를 보며 이가 훤히 보이게 웃었다. “절대 안 그래요! 맞다, 제가 월세 드릴게요. 지금 이체해 드릴 테니까, 부족한 건 월급 받고나서 갚을 게요.” 이것도 돈을 낸다는 건가? 임립은 말려야했다. “잠깐만요! 돈 안 줘도 돼요. 나 대신해서 청소해준다면서요? 그걸로 그냥 월세 퉁 쳐요. 사실 잠깐 오시는 분한테 돈 드리는 것도 비싼데, 월세랑 거의 비슷해요.” 이건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의 집은 시내에 있어서, 청소부한테 주는 돈으로 월세는 어림도 없었다. 그저 그 돈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안야는 사정을 모를 것이다. 안야는 의심도 하지 않고, 그의 말을 믿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 같이 살면 어쨌든 불편할 텐데 제가 집 찾는 대로 바로 나갈게요. 그런데 자주 들려서 청소는 해드릴 수 있어요. 돈 안 받고요. 너무 좋으신 분이잖아요? 저한테 큰 도움도 주시고.” 집에 돌아오자 임립은 습관적으로 소파에 앉았다. “윗층 올라가 봐요. 좀 둘러보고, 어느 방 쓰고 싶은지 정해요. 아무데나 상관없어요. 난 평소에 밥을 안 해 먹어서, 배달시키죠. 뭐 먹을래요?” 임립의 집은 2층까지 있는 복층 형태였고, 면적이 엄청 크진 않았다. 하지만 시내
그가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던 찰나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문을 열자 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안야는 재료를 든 채 온 몸이 젖어 있었고, 얼굴은 웃고 있었다. “죄송해요, 길을 잘 못 들어서 조금 늦었어요. 밖에 비도 와서…” 그는 재료를 들어줬다. “가서 올 갈아 입어요, 재료 준비하고 있을게요.” 안야는 재채기를 했다. “네… 알겠어요, 금방 올게요.” 그가 재료를 봉지에서 꺼내기도 전에 안야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제가 할게요. 앉아 계세요. 밥 금방 할 수 있어요.”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마치 감염되는 것 같았고, 그는 이렇게 연약하지 않은 여자는 또 처음 봤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왜 전화 안 했어요? 비도 오는데 내가 차러 데리러 갈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시장 꽤 멀지 않아요? 택시 탈 줄 몰라요?” 안야는 열심히 고개를 숙이고 채소를 씻으며 “너를 바보라고 생각하실까 봐요. 여기서 그렇게 멀지도 않고 그냥 걸어오면 되죠. 택시 잡으면 돈 낭비예요. 비 내리면 뭐 어때요,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비 맞은 사람도 한 둘이 아니었어요. 저는 몸이 튼튼해서 감기 안 걸려요.” 임립은 더 대꾸하지 않고 나가서 수건을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머리 닦아요.” 안야는 벙찐 채로 그를 뒤돌아봤다. 그는 이미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오직 그 수건만 그가 왔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향긋한 밥과 요리가 식탁에 금방 올려졌고, 반찬까지 푸짐했다. 비록 비주얼은 그냥 그랬지만, 냄새는 정말 좋았다. 임립은 한번에 밥을 세그릇이나 비웠다. “요리 잘 하네요. 이렇게 입맛도는 거 정말 오랜만이에요.” 안야의 눈동자는 반짝거렸고, 천진난만하게 그를 보며 “정말요? 이게 다 저희 집에서 자주 먹는 요리들이에요. 위가 안 좋으시니까 고추 같은 거 안 넣었어요. 맛있게 드셨으면 됐어요. 앞으로 매일 해드릴 게요!” 이 말은 들을수록 이상해서 임립은 대답하지 않고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그 뭐지… 나 회사에 일
시간이 늦어서 진몽요는 더 그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서 베게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 준비를 했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배부르게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게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일이었다. 경소경은 그녀가 편안하게 쉬지 못 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다. “아직 안 한 거 있잖아요.” 그녀는 미치기 직전이었다. “임신 준비도 기력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 지금 매일 매일 피곤해 죽겠어요, 아이를 임신해도 건강하지 안 하다고요. 난 지금 그냥 자고싶으니까 내버려둬요!” 그가 어떻게 가만히 잠만 잘 수 있을까? 그는 계속 매달렸다. “그러지 말아요… 이것 때문에 나 술담배도 다 끊었는데, 이제 와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나 못 해요. 피곤하면 내일부터 야근하지 말아요. 임신준비 열심히 하고, 할 일 없으면 온연이랑 안야랑 나가서도 좀 놀고 그래요. 그러면 당신 마음도 편하고, 기분도 좋아질 수 있잖아요?” 진몽요는 동요했다. 임신 준비 때문에 야근을 못 한다고 하면 아무도 그녀를 탓하지 못 할 것이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알겠어요. 대신 아이 못 갖으면 당신 맞을 각오해요!”陈 경소경은 그녀의 협박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일은 장담할 수 없고, 임신이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노력하고, 더 힘써 볼게요!” 딱 중요한 타이밍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분위기가 깨지자 그를 발로 차버렸다. “가서 전화 받아요. 시끄럽게 하지 말고요.”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목정침의 전화여서 그는 원망할 수도 없었다. “여보세요? 정침이 넌 왜 이 저녁에 전화해? 여자친구한테 괜히 발로 까였잖아…” 전화너머 목정침의 무거운 목소리가 느껴졌다. “넌 여자친구가 침대에 못 올라오게 할 때 어떻게 했어?” 경소경은 웃었다. “네 말은 온연이 너 침대에 못 올라오게 한다는 말이야? 그냥 얼굴 두껍게하고 밀어붙여. 어차피 너희 두 사람 이제 못하잖아…” 목정
온연은 요즘 집에만 있어서 답답했는데 그녀들이 와서 기분이 나아졌다. 진몽요는 특별히 시고 매운 두가지 간식을 가져왔다. “연아, 너 신 거 먹고 싶어 매운 거 먹고 싶어? 다른 사람들은 다 이런 게 땡긴다던데.”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아무 맛도 안 땡겨. 요즘에 입덧이 있어서 평소에도 잘 못 먹고입맛도 없어. 이제 2주에 한 번씩 검사도 해야 하고, 검사할 때만 밖에 나갈 수 있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감히 마음대로 못 나가겠어. 아이 낳을 때까지 집에만 있을 생각하니까, 좀 까마득하네.” 노부인은 옆에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이를 위해서 좀 참아야지. 아이를 낳는 게 엄마가 되는 것 중에 제일 힘든 일이야. 남자들은 그 정도 힘쓰고 어림도 없지. 그래도 양심 있는 남자 만나면, 그나마 챙겨주는데 양심 없는 남자 만나면 다 알아서 해야 해. 넌 그래도 옆에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 복 받은 거지.” 진몽요는 노부인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할머님 말이 맞아요. 여자들이 겪기 힘든 일이죠. 저는 언제 임신이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 간절해서 짜증이 날 지경이에요.” 온연은 위로했다. “괜찮아, 때 되면 자연스럽게 되겠지.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안 좋아.” 안야가 집에 들어온 뒤로 말이 없자 온연은 이상하게 여겼다. “안야는 왜 아무 말이 없어? 무슨 일 있어?” 안야는 어리둥절 하며 “아… 아니에요. 아마 여기 온지 얼마 안 돼서 일하는 것도 적응이 안되고 그래서 좀 피곤한가 봐요.” 온연은 민감하고 세심한 사람이라 안야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임립이 그녀에게 피곤한 업무를 주진 않았을테고, 가게에서 힘든 일을 시켜도 이런 적이 없었다. “안야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절대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닌 것 같은데. 넌 내가 본 사람중에 제일 피곤을 모르는 사람이었어. 무슨 일 있으면 우리한테 얘기해. 너 여기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한테는 숨기지 않아도 돼.” 안야는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아요. 그냥 적응이
진몽요는 그제서야 계단 앞에 누군가 어두운 표정으로 서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왜 오늘이 주말이라 목정침이 집에 있는 걸 까먹은 걸까?그녀는 무안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를 일부러 노려봤다. “내가 맞는 말 한 거 아닌가, 들었으면 오히려 잘 된거죠!” 목정침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온연에게 걸어가 그녀의 이마를 쓰다 듬었다. “옷 좀 많이 껴입어. 감기 걸리지 말고. 이틀 후에 검사하러 가자.” 온연은 그의 관심이 적응되지 않았고, 불편한 듯 고개를 숙였다. “응…” 진몽요는 손목시계롤 시간을 확인했다. “연아, 나 가봐야겠다. 동료랑 쇼핑 가기로 약속해서. 너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내가 사다줄게.”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없어. 얼른 가 봐.” 진몽요는 웃으며 온연의 뱃속에 아이한테 인사했다. “안녕, 다음에 또 보러올게~” 목가네에서 나온 뒤, 그녀는 차를 타고 A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녀가 탄 건 집에 원래 있었던 아우디였고, 감히 경소경의 차를 탈 수 없었다. 만약 자랑이라도 한다면, 그 동료와 즐겁게 쇼핑할 수가 없었다. A와 만나자, A는 그녀를 데리고 핸드폰 매장으로 향했다. “몽요씨, 나 핸드폰 바꾸고 싶었는데 이 브랜드 괜찮아요? 몽요씨도 이 브랜드 쓰길래요.” 진몽요는 가슴을 두들기며 보장했다. “당연하죠. 전 계속 이 브랜드만 썼어요. 걱정 말고 사요. 이따 점심 때 같이 밥 먹어요. 좋은 곳 데려가 줄게요.” A는 물었다. “인당 2만원 넘는 곳이에요? 넘으면 말고요. 제 월급으로는 부족해서 그 정도는 더치페이도 못 해요.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돼요.” 진몽요는 이미 경소경네 가게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 경소경은 회사에서 일하고, 디자인 부서는 휴가라서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아이고, 내가 살게요. 진짜 쪼잔하네. 얼른 사요. 핸드폰 다 사고 나 겨울 옷 좀 사러 가야 해요. 사 놓은 건 이미 유행이 지나서 촌스럽더라고요. 우리 같은 일하는 사람들은 유행에 뒤쳐지면 안
진몽요는 마음속으로 당황했다. 경소경은 오늘 분명 회사에 있는다고 했는데 왜 여기에 나타난 걸까? 게다가… 정말 누구를 데리고 옷을 사러 온 거 같은데, 마침 그녀가 목정침네 회사 브랜드 매장에 가서 앉아 있고 싶었을 때,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A에게 소리내지 말라고 신호를 보냈고, 눈빛은 경소경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대략 5분정도 지난 뒤 몸매가 좋고 긴 생머리의 여자가 탈의실에서 나왔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경소경에게 보여주며 한 바퀴 돌았다. 경소경은 진몽요를 등지고 있어서 그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분명히 웃고 있었고, 심지어 예뻤다. 거침없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 총애를 받는 공주 같았다. “저 사람이 경대표님 약혼녀인가요? 얼굴은 정말 예쁘네요, 몸매도 좋고, 키도 거의 170은 되 보이는 게 꼭 모델 같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A가 말했다. “전혀 아니거든요!” 진몽요의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뭐야… 왜 이렇게 흥분했어요?” A는 깜짝 놀랐다. “아니에요… 그냥… 자기 약혼녀 몰래 밖에서 저러는 게 너무 괘씸해서요…” 진몽요는 그 순간 쇼핑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저 여잔 도대체 누굴까? 그녀와 사귄 뒤로 분명 경소경은 성실해졌는데, 설마 다 가짜였던 걸까? 갑자기, 경소경은 일어나서 여자를 탈의실 쪽으로 밀었고, 그의 큰 몸에 여자는 완전히 가려져 그들이 키스하고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진몽요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A씨… 나… 몸이 안 좋은 거 같아요. 우리 가요.” A는 무슨 일인지 몰라 매장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몽요씨 설마 진짜 경대표님 좋아하는 거 아니죠?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거 보고, 이러는 거예요…?” 진몽요는 말하고 싶지 않았고, 해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우스웠다. 경소경은 그녀가 자신의 마지막 여자라고 믿게 만들었고, 그녀는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
“A랑 쇼핑하고 오는 길에 잠깐 보러 들렀어요. 내가 3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어디 갔다 왔어요?” 진몽요는 아무것도 못 본 척 물었다. “저… 거래처 좀 만나고 왔어요. 나간 김에 밥 먹고 왔는데, 밥 안 먹었어요? 내가 배달시켜 줄게요.” 경소경은 눈빛을 피했지만 자상하게 그녀가 밥을 먹었는지 물었다. “됐어요. 그냥 얼굴 보러 왔어요. 이따가 집 가면서 대충 사 먹으면 돼요. 일 해요 그럼.” 말을 하고 진몽요는 바로 등을 돌려 나갔고, 그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녀는 애써 떨어지려는 눈물을 참았다. 저녁. 경소경은 거래처와 식사가 있다고 경가네 공관을 안 간다고 말한 뒤 그녀에게 저녁을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말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지만 전화를 끊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 온연은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서 감정이 격해지면 안되니 온연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안고 있어야했다. 참을수록 마음이 아파왔다. 저녁 11시가 다 되자 경소경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침대의 누워서 그가 샤워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그가 침대에 올라오자 그녀는 잠든 척을 했다. 그도 그녀를 깨우지 않고 그냥 끌어안았고, 그녀의 베게가 젖은 걸 발견하지 못 했다. 밤새 진몽요는 잠에 설쳤다. 너무 졸려서 거의 기절할 때쯤에 잠들었고, 또 이유 없이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옆에 있는 남자가 잠든 모습을 보며 그를 미워할 수 없었고 그저 자신이 어디가 부족했는지 고민했다. 그는 정말로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그녀는 아침까지 뒤척였고 경소경은 7시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그녀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샤워하러 들어갔다. 진몽요는 깨어 있어서 당연히 그의 미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누워서 움직이지 않다가 10분 후에 일어나 기계적으로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문을 나설 때 경소경은 드디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왜 그래요? 눈이 부었는데? 울었어요?” 진몽요는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