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로 향했다. 노부인은 이제 막 밖에서 돌아왔고, 아이 옷과 용품들을 잔뜩 사왔다. “연아, 와서 봐봐 부족한 거 있는지. 예전에 네 고모가 아이 낳을 때도 내가 도와줘서 경험은 좀 있어. 이런 물건들 다 필요할 거야. 옷도 다 좋은 재질이고.” 예전에 노부인은 늘 그녀를 괴롭히고, 가족의 따듯함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해줬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 제가 이 아이 낳는 게, 맞는 걸까요?” 노부인은 고민했다. “대충 들었어. 너 몸 안 좋은 거. 그런데 내가 낳고 싶으면 낳아야지. 목가네 가업이 이렇게 큰데, 후손이 없는것도 이상해. 만약에 의사가 확실하게 못 낳는다고 했으면, 의사 말 들어. 생명이 제일 중요한데,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야? 만약에 의사가 그렇게 말 안했으면, 네가 낳고 싶다고 해도 난 지지해.” 온연은 노부인을 꽉 안았다. “할머니, 저 이 아이 낳고 싶어요. 이게 저의 마지막 기회예요.” 막 대문에서 들어온 목정침은 이 장면을 보고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많은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사셨어요? 마음을 너무 쓰셨네요.” 노부인은 온연의 손을 잡으며 소파에 앉았다. “어차피 다 네 돈이잖아. 네 아이한테 쓰는 돈인데 아까워하면 안되지. 연이는 아이 낳고 싶다는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목정침은 온연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이건 제가 고민해 볼게요. 아직 정리가 안됐어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먼저 씻을게요.” 온연은 두 손을 꽉 쥐었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목정침의 태도는 거의 명확해 보였고, 그의 마음은 이미 아이를 지우는 쪽으로 기운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어떤 타이밍에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할 뿐이었다. 노부인은 소리쳤다. “내 손 뿌러지겠어! 뭐하는 거야?” 온연은 그제서야 노부인의 손을 놓아주었다. “죄송해요…” 노부인은 태연하게 사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아이
방에 돌아오고 나서, 목정침은 문을 닫고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의사가 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데. 내가 물어봤어. 어떠한 예외도 발생할 수 있는데, 난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아. 나한테는 네가 중요해, 알아? 나도 내가 예전에 못났던 거 알아. 만약에 네가 아이를 못 갖는다고 해도, 난 평생 다른 여자 안 만날 거야. 다른 여자가 내 아이를 낳을 일도 없을 거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지금 널 위해 생각해주는 거야. 너만 지킬 수 있다면 아이는 필요 없어.” 온연은 그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태도는 단호했다. “의사 선생님이 내가 무조건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아니고,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나도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고, 내 귀로 다 들었어요. 목정침씨, 지금 나랑 이혼해서 내가 이 아이를 낳든 말든 당신이랑 상관없어지게 하던지, 아니면 내가 이 아이 낳게 하던지, 선택해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목정침은 그녀의 성질을 알았다. 지금 이 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거의 목숨을 걸었다. 그녀도 알았다, 목정침은 이혼을 택하지 않을 거라는걸. 그의 마음은 요동치고 있었다. “네가 아이를 낳고 싶은 건 좋아. 그런데 반드시 돌아와서 목가네에서 살고 내 옆에 착하게 있어야 돼. 다시는 나를 떠나선 안돼. 내 조건 나를 위해서고 너를 위해서야. 나 말고 네가 이 아이를 안전하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목가네로 돌아오고, 그의 곁으로 돌아온다… 온연은 배를 만지며 1초동안 망설인 뒤 동의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그녀에게 지금 아이 이외에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아이를 낳을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상관없이 다 포기할 수 있었다. 목정침은 그녀가 결심하자 더 설득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디저트가게는 내가 다른사람한테 우선 맡길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매달 말에 란샹이 너한테 가계부 보내줄 거야. 앞으로 태교에만 신경 써.” 그는 늘 뱉은 말
안야는 고민도 하지 않고 승낙했다. “네! 저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집이랑 사장님들 가게에서도 청소만 해서, 믿고 맡기셔도 돼요.” 안야가 제도에 온 걸 알고 온연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안야는 들뜬 목소리로 일자리와 거처를 이미 구했다고 보고 했다. “사장님 걱정 마세요. 임립님 회사에서 청소하고 그 분 집에서 잠깐 머물기로 했어요. 사장님은 태교에만 집중하시고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만약에 괜찮으시면 제가 보러 갈게요.” 온연도 언제가 괜찮을지 몰랐다. 목정침은 그녀를 엄격하게 감시했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 하게 했다. 집에 드나드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럼… 얼른 가서 일 열심히 해. 자리만 잘 잡으면 됐지. 나중에 시간되면 밥 먹자.” 전화를 끊고 임집사가 방문을 두들겼다. “사모님, 고모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온연은 살짝 당황했다. 고모? 그녀에게 고모라는 사람은 그때 노부인은 두고 갈 때 고작 한 번 만난 사람인데, 왜 그 사람이 온 걸까? 단순히 노부인을 보러 온 건가? 그녀는 대답을 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노부인은 거실에 있었고,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물었다. “할머니, 고모 오셨다는데, 안 나가 보세요?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노부인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걔가 왜 여기에 왔는지 몰라서 그래? 처음에는 내가 쓸모없고 귀찮기만 하고, 게다가 내가 생모가 아닌 것까지 알았으니 너한테 버리고 갔잖아. 지금은 너랑 나랑 둘 다 목가네에 있는 거 아니까 달라붙으려고 온 거야. 어쨌든 난 그냥 걔를 키워줬을 뿐이고, 내가 직접 낳은 자식도 아닌데, 걔가 날 부양하지 않는 걸 택했으면 굳이 다시 만나서 뭐하겠어? 그냥 가라고 해.”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슬그머니 대문으로 나갔다.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던 그녀는 온연을 보자 알랑거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문 사이로 손에 들고 있던 건강식품을 얼른 내밀며 “연아, 할머니 잘 계시니? 내가 좀 만나야겠어!” 온연은 선물을 받
온연은 온지령의 말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알고 더 콧웃음을 쳤다. 그냥 할머니를 데려가서 매번 그녀에게 돈을 달라고 할 속셈 아닌가?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게다가 진함을 욕할 수 있는 건 그녀뿐이었고, 눈 앞에 이 여자는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빼냈다. “엄마랑은 제가 연락해 봐서 어딨는지 알아요. 저는 친정 필요 없으니까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 할머니는 아마 돌아가기 싫으실 거예요. 한번 물어보세요.” 온지령은 온연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아 노부인에게 매달렸다. “엄마, 어떻게 손녀가 절 미워하게 만드실 수가 있어요. 제가 아무리 못나도 전 딸이잖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요…” 노부인은 짜증이 나서 “맨날 이랬다 저렜다 하지마. 난 이제 나이가 들어서 널 상대할 기운도 없어. 난 안 돌아가. 목가네에서 이렇게 잘 지내는데, 굳이 돌아가서 뭐해? 가, 얼른 가, 목가네 밥도 너한테 대접해주기 아까워!” 임집사는 상황을 보고, 온연의 태교를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아 온지령의 팔을 잡았다. “제가 나가는 길 모시겠습니다.” 온지령은 기분이 나빠져 임집사의 손을 냉큼 뿌리쳤다. “당신 목가네 하인 아니야? 대화에 끼어들 자격 있어? 난 이 집 사모님의 고모야, 네 집 사모님이랑 같은 성씨라고! 어디서 감히!” 이 장면에 온연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고모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 봐준 임집사에게 화를 내고 모욕감을 주니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닥치세요! 고모는 목가네에서 말할 자격도 없어요! 당장 나가세요, 당장!” 그녀가 열을 내가 노부인은 지팡이로 온지령을 마구 때렸다. “너 이 양심 없는 것, 나한테 그런것도 모자라 내 손녀까지 해치려 하고, 얘 임신했어. 더 화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임집사는 밖에 있는 경호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온지령은 끌려 나가면서 선물과 같이 밖에 버려졌다. 온지령은 비록 염치는 없었지만, 노부인과 살면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자라 순간적
임집사는 고개를 숙이도 대답을 했다. 목정침은 발소리가 온연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윗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서 그녀가 깊게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서재로 향했다. ...... 저녁, 임립이 퇴근할 시간이 되자 안야는 그와 함께했다. 임립은 늘 혼자 살았어서 미리 안야에게 경고했다. “내 집 엄청 더러워요. 평소에는 거의 회사에 있어서 자주 가지도 않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청소해주실 분만 불러요.” 안야는 가슴을 두드리며 “걱정 마세요. 앞으로 집은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깨끗하게 청소할 게요! 앞으로 그 돈으로 청소부 안 부르셔도 돼요!” 임립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뜻이 아닌데… 제 말은 너무 싫어하지 말라고요.” 안야는 그를 보며 이가 훤히 보이게 웃었다. “절대 안 그래요! 맞다, 제가 월세 드릴게요. 지금 이체해 드릴 테니까, 부족한 건 월급 받고나서 갚을 게요.” 이것도 돈을 낸다는 건가? 임립은 말려야했다. “잠깐만요! 돈 안 줘도 돼요. 나 대신해서 청소해준다면서요? 그걸로 그냥 월세 퉁 쳐요. 사실 잠깐 오시는 분한테 돈 드리는 것도 비싼데, 월세랑 거의 비슷해요.” 이건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의 집은 시내에 있어서, 청소부한테 주는 돈으로 월세는 어림도 없었다. 그저 그 돈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안야는 사정을 모를 것이다. 안야는 의심도 하지 않고, 그의 말을 믿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 같이 살면 어쨌든 불편할 텐데 제가 집 찾는 대로 바로 나갈게요. 그런데 자주 들려서 청소는 해드릴 수 있어요. 돈 안 받고요. 너무 좋으신 분이잖아요? 저한테 큰 도움도 주시고.” 집에 돌아오자 임립은 습관적으로 소파에 앉았다. “윗층 올라가 봐요. 좀 둘러보고, 어느 방 쓰고 싶은지 정해요. 아무데나 상관없어요. 난 평소에 밥을 안 해 먹어서, 배달시키죠. 뭐 먹을래요?” 임립의 집은 2층까지 있는 복층 형태였고, 면적이 엄청 크진 않았다. 하지만 시내
그가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던 찰나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문을 열자 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안야는 재료를 든 채 온 몸이 젖어 있었고, 얼굴은 웃고 있었다. “죄송해요, 길을 잘 못 들어서 조금 늦었어요. 밖에 비도 와서…” 그는 재료를 들어줬다. “가서 올 갈아 입어요, 재료 준비하고 있을게요.” 안야는 재채기를 했다. “네… 알겠어요, 금방 올게요.” 그가 재료를 봉지에서 꺼내기도 전에 안야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제가 할게요. 앉아 계세요. 밥 금방 할 수 있어요.”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마치 감염되는 것 같았고, 그는 이렇게 연약하지 않은 여자는 또 처음 봤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왜 전화 안 했어요? 비도 오는데 내가 차러 데리러 갈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시장 꽤 멀지 않아요? 택시 탈 줄 몰라요?” 안야는 열심히 고개를 숙이고 채소를 씻으며 “너를 바보라고 생각하실까 봐요. 여기서 그렇게 멀지도 않고 그냥 걸어오면 되죠. 택시 잡으면 돈 낭비예요. 비 내리면 뭐 어때요,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비 맞은 사람도 한 둘이 아니었어요. 저는 몸이 튼튼해서 감기 안 걸려요.” 임립은 더 대꾸하지 않고 나가서 수건을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머리 닦아요.” 안야는 벙찐 채로 그를 뒤돌아봤다. 그는 이미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오직 그 수건만 그가 왔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향긋한 밥과 요리가 식탁에 금방 올려졌고, 반찬까지 푸짐했다. 비록 비주얼은 그냥 그랬지만, 냄새는 정말 좋았다. 임립은 한번에 밥을 세그릇이나 비웠다. “요리 잘 하네요. 이렇게 입맛도는 거 정말 오랜만이에요.” 안야의 눈동자는 반짝거렸고, 천진난만하게 그를 보며 “정말요? 이게 다 저희 집에서 자주 먹는 요리들이에요. 위가 안 좋으시니까 고추 같은 거 안 넣었어요. 맛있게 드셨으면 됐어요. 앞으로 매일 해드릴 게요!” 이 말은 들을수록 이상해서 임립은 대답하지 않고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그 뭐지… 나 회사에 일
시간이 늦어서 진몽요는 더 그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서 베게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 준비를 했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배부르게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게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일이었다. 경소경은 그녀가 편안하게 쉬지 못 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다. “아직 안 한 거 있잖아요.” 그녀는 미치기 직전이었다. “임신 준비도 기력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 지금 매일 매일 피곤해 죽겠어요, 아이를 임신해도 건강하지 안 하다고요. 난 지금 그냥 자고싶으니까 내버려둬요!” 그가 어떻게 가만히 잠만 잘 수 있을까? 그는 계속 매달렸다. “그러지 말아요… 이것 때문에 나 술담배도 다 끊었는데, 이제 와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나 못 해요. 피곤하면 내일부터 야근하지 말아요. 임신준비 열심히 하고, 할 일 없으면 온연이랑 안야랑 나가서도 좀 놀고 그래요. 그러면 당신 마음도 편하고, 기분도 좋아질 수 있잖아요?” 진몽요는 동요했다. 임신 준비 때문에 야근을 못 한다고 하면 아무도 그녀를 탓하지 못 할 것이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알겠어요. 대신 아이 못 갖으면 당신 맞을 각오해요!”陈 경소경은 그녀의 협박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일은 장담할 수 없고, 임신이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노력하고, 더 힘써 볼게요!” 딱 중요한 타이밍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분위기가 깨지자 그를 발로 차버렸다. “가서 전화 받아요. 시끄럽게 하지 말고요.”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목정침의 전화여서 그는 원망할 수도 없었다. “여보세요? 정침이 넌 왜 이 저녁에 전화해? 여자친구한테 괜히 발로 까였잖아…” 전화너머 목정침의 무거운 목소리가 느껴졌다. “넌 여자친구가 침대에 못 올라오게 할 때 어떻게 했어?” 경소경은 웃었다. “네 말은 온연이 너 침대에 못 올라오게 한다는 말이야? 그냥 얼굴 두껍게하고 밀어붙여. 어차피 너희 두 사람 이제 못하잖아…” 목정
온연은 요즘 집에만 있어서 답답했는데 그녀들이 와서 기분이 나아졌다. 진몽요는 특별히 시고 매운 두가지 간식을 가져왔다. “연아, 너 신 거 먹고 싶어 매운 거 먹고 싶어? 다른 사람들은 다 이런 게 땡긴다던데.”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아무 맛도 안 땡겨. 요즘에 입덧이 있어서 평소에도 잘 못 먹고입맛도 없어. 이제 2주에 한 번씩 검사도 해야 하고, 검사할 때만 밖에 나갈 수 있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감히 마음대로 못 나가겠어. 아이 낳을 때까지 집에만 있을 생각하니까, 좀 까마득하네.” 노부인은 옆에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이를 위해서 좀 참아야지. 아이를 낳는 게 엄마가 되는 것 중에 제일 힘든 일이야. 남자들은 그 정도 힘쓰고 어림도 없지. 그래도 양심 있는 남자 만나면, 그나마 챙겨주는데 양심 없는 남자 만나면 다 알아서 해야 해. 넌 그래도 옆에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 복 받은 거지.” 진몽요는 노부인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할머님 말이 맞아요. 여자들이 겪기 힘든 일이죠. 저는 언제 임신이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 간절해서 짜증이 날 지경이에요.” 온연은 위로했다. “괜찮아, 때 되면 자연스럽게 되겠지.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안 좋아.” 안야가 집에 들어온 뒤로 말이 없자 온연은 이상하게 여겼다. “안야는 왜 아무 말이 없어? 무슨 일 있어?” 안야는 어리둥절 하며 “아… 아니에요. 아마 여기 온지 얼마 안 돼서 일하는 것도 적응이 안되고 그래서 좀 피곤한가 봐요.” 온연은 민감하고 세심한 사람이라 안야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임립이 그녀에게 피곤한 업무를 주진 않았을테고, 가게에서 힘든 일을 시켜도 이런 적이 없었다. “안야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절대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닌 것 같은데. 넌 내가 본 사람중에 제일 피곤을 모르는 사람이었어. 무슨 일 있으면 우리한테 얘기해. 너 여기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한테는 숨기지 않아도 돼.” 안야는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아요. 그냥 적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