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들어온 후, 새로운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은 후, 진몽요는 자신의 얼굴을 두들겼다. “정신 차리자!” A는 넋을 놓고 가슴을 치며 “아까 경대표님이랑 같이 들어올 때, 그냥 인사할 생각만 하고 있어서 사장님이 있는것도 까먹고 있었어요. 사장님 앞에서 대놓고 지각해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진몽요는 지각한 게 본인 탓이 아니었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됐어요, 그만 쳐요. 더 때리면 안 그래도 없는 거 더 없어지겠어요. 맞다, 저 아침 안 먹었는데, 먹을 거 있어요?” A는 배를 만지며 괴로워했다. “나도 안 먹었어요. 배달시킬까요? 이따가 문 앞에 가서 먹어요, 여기서 먹으면 혼나니까.” 진몽요는 속으로 살짝 망설였다. 경소경과 회사에 와서 먹기로 했는데, 왜 그는 아무 소식이 없는걸까? 만약 배달을 시키면 그의 것도 시켜야 하나? 그녀가 막 고민하고 있을 때, 우아한 걸음걸이의 하람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고, 그녀의 자리를 지나칠 때 자연스럽게 도시락 통을 그녀의 책상위에 올려 두었다. “소경이꺼 챙기면서, 네 생각이 나서 같이 챙겨왔어. 시간 될 때 집에도 들리렴.”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드디어 왜 경소경이 아무 말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미리 하람이 음식을 갖다 줄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람이 그녀의 비밀을 지켜줘서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람의 말은 주말에 경소경을 데리고 경가네 공관으로 오라는 말이었다… 그녀는 저번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 봐 불안했다. 하람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A는 배고픈 원숭이처럼 달려들었다. “몽요씨는 진짜 운도 좋아요. 배고플 때 먹을 거 갖다 주는 사람도 있고. 게다가 갖다 준 사람이 대표님 어머님이라니. 난 그냥 두 입정도만 얻어 먹을게요. 배달시키기 귀찮잖아요. 어머님이랑 사이가 꽤 좋은가봐요? 왜 몽요씨를 며느리 삼지 않으셨데요?” 진몽요는 입꼬리를 내리고 말했다. “먹어요. 이걸 먹어도 당신 입은 못 막겠지만.” 하람이 다시 나올 때, 진몽요도 거의
경소경은 그녀의 애교를 이길 수 없어 합의를 했다. “그래요, 가면가는 거지. 그냥 내가 감정조절이 안될까 봐 그래요. 당신이 그때는 잘 잡아줘요, 무력을 써도 되니까. 나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그가 허락하자 진몽요는 마음이 놓였다. “알겠어요, 대신 약속 지켜야해요. 연이한테 연락 좀 해봐야겠어요, 연락 못 한지 오래됐거든요.” 전화가 연결되자 그녀는 기쁜 목소리로 자기의 계획을 말했다. “연아, 나 임신 준비할 거야. 너무 재촉을 하셔서, 아이를 안 낳으면 압박이 심해져서 안되겠어. 나 지금 소경씨랑 검사했는데, 결과는 다 정상으로 나왔어. 이제 준비 잘하면, 아마 금방 생길 거 같아. 연아, 네가 아이 이모 역할 잘 해줘야 해. 네 도움도 좀 받아야지~” 온연은 흔쾌히 승낙했고,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준비 잘 하고, 좋은 소식 기다릴게… 너 아이라면 내가 친자식처럼 잘해줄 수 있지.” 어차피 그녀는 다시 아이를 갖을 수 없으니 말이다.” 진몽요는 쉴새없이 말했다. “난 딸이었으면 좋겠어. 우리엄마가 요즘 이상한 꿈을 자꾸 꾼데. 막 뱀이랑 꽃이 나온다고. 어르신들이 이런 꿈은 분명 주변에 누군가 임신을 했을거라는데, 아마 내가 금방 생길 것 같아. 나중에 나 애 낳을 때 너도 와야해. 아니면 안정감이 없어.” 경소경은 옆에서 질투했다. “네네, 저는 안정감을 드리지 못하지만 온연을 줄 수 있나봐요. 아직 임신도 안 했는데 벌써 낳을 생각부터 하네요.”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온연은 앞에 음식을 보고도 별 입맛이 없었다. 요즘 가게가 바빠서 그녀도 많이 지쳐 있었다. “알겠어 몽요야. 너도 얼른 가서 점심 먹어. 오후에 일 해야 돼서 난 좀 쉴게.” 전화를 끊자, 그녀는 밥 그릇을 정리했다. 란샹은 의아해서 물었다. “더 안 먹어? 너 아직 두 입도 안 먹었는데, 요즘 너무 피곤해서 그래?” 온연은 기운 없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거 같아. 요즘 별로 입맛도 없는데 잠은 잘자. 집에 가면 바로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한참을 침묵하다가, 어렵게 말하기 힘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나… 임신했어요… 나쁜놈, 내가 못 낳는 거 알면서 왜 그랬어요?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몽요는 그렇게 임신하고 싶어하는데… 걔가 임신 해야되는데, 왜 나에요? 당신이 너무 미워!”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리 목정침이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도 그녀는 다 무시했다. 지금 그녀는 완전히 무너져서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 목씨 그룹 회사. 대표 사무실 안, 목정침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밖에 있던 비서 데이비드는 너무 놀라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겼다.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목정침의 기운은 무거웠고, 거울 속 그의 눈동자는 감겨져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 날 그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지막에 바로 기절해버려서, 딱 그 한번정도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가뜩이나 예민한데, 이번에 또 그녀에게 아이를 잃게 만들었으니, 아마 그녀가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감정을 가라 앉히고, 그는 데이비드를 사무실로 불렀다. “비행기표 날짜 변경해줘, 오늘 제일 빠른 걸로. 그리고 새로운 핸드폰 하나 마련해줘.” 데이비드는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지금 잘못 걸리면 죽는다는 건 알았기에 대답을 하고 얼른 도망쳤다. 목정침은 처음으로 좌불안석인 느낌을 받았다. 온연은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보고, 그는 지금 날개라도 달려 바로 그녀에게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그녀는 지금 무섭고 속상하지 않을까? 그는 분명 제일 좋은 걸 그녀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매번 빗나가서 정작 상처만 주고 있었다. 온연이 있는 도시에 도착했을 땐 오후 6시쯤이었다. 이게 제일 빠른 비행기였다. 그는 쉬지 않고 달려가 아파트에 도착해서 문들 두들겼다. 초췌한 모습의 온연을 보자, 그의 죄책감은 더 깊어져 무슨
”불 세기는 너 마음대로 조절해. 너무 세면 안되고, 너무 약해도 안돼. 어차피 더 말해도 너는 모르니까 이정도만 알려줄게. 제일 중요한 건 양념의 양이야.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너무 많이 넣지만 마! 부족한 거 같으면 그건 착각이야, 특히 소금! 만약에 너가 요리실력에 자신 있으면 계란이랑 야채 같은것도 넣어주면 좋아. 그럼 더 맛있게 보여. 면만 있으면 너무 단조롭잖아.” 목정침은 경소경이 말한 걸 다 메모하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조리도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진몽요와 경소경은 눈을 마주쳤다. 경소경은 무언가를 눈치챘다. “정침이 지금 목가네 아니에요. 온연씨네 집에 있나봐요. 진짜 이상한 일이네, 저 자식이 주방에 있는 날도 다 오고…” “무슨 얘기하는 거야?” 목정침의 차가운 목소리에 경소경은 놀라서 전화를 끊었다. 진몽요는 기분이 좋은 상태로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매님, 네 남자 지금 네 집 주방에서허우적거리고 있지? 경소경한테 배우긴 했는데 부족할 거 같아. 너가 들어가서 한번 봐봐, 너네집 주방 불 나기전에.’ 온연은 문자를 보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까 목정침한테 요리를 하라고 했던 건,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그를 고생시키고 싶어서였고, 정말 다른 걸 먹을 입맛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가 무슨 사고라도 낸다면, 그건 다른 문제였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녀는 일어나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냄비에 물은 슬슬 거품이 생겼고, 거의 끓기 직전이었다. 목정침은 냄비 앞에 서서, 냄비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혹시라도 폭발할까 봐 걱정하는 거 같았다. 이 장면을 보던 온연은 화가 나서 웃었다. “안 폭발해요, 그건 물이지 폭탄이 아니에요! 정 안되면 나가요, 내가 할테니까.” 목정침은 무안해서 냄비를 옆으로 옮겼다. “괜찮아. 나 할 수 있어. 가서 쉬고 있어, 금방 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온연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요, 물이 보글보글 하면 끓는 거예요. 지금 면
그가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태도도 평소와는 다르게 좋아서 온연은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만약에는 없어요. 예전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만약에가 어딨어요? 목정침씨, 이런 식으로 나 아프게 하면 난 당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어요.” 그녀가 담담하게 한 말이었지만 목정침의 가슴에는 깊이 박혔다. 그녀가 그를 미워한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마음도 상처를 받았다. “나도 내가 못 난 거 알아. 그런데 이런 일은 단정 지을 수 없어. 어떻게 됐든 결과 보고 다시 얘기해.” 곧 병원에 가야 하는것과 곧 마주해야 할 미래를 생각하니, 온연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가는 건 피할 수 없이 꼭 가야했다. 그녀는 목정침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면을 먹지 않자 심기가 불편했다. 그녀는 다 먹었는데, 본인이 만든 요리조차 못 먹겠다 이건가? “면 다 먹어요.” 목정침은 거의 다 먹은 그녀를 보자, 의식적으로 몸이 굳어갔다. 아마 심하게 맛이 없지는 않았나보다… 그는 다시 젓가락을 들고 계속 먹었는데, 방금처럼 이상한 맛은 아니지만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 정말 맛이 없었다. ...... 경가네 공관. 경소경은 들어가자마자 간식을 들고 강아지와 놀아 주었고, 경성욱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 경석욱도 신경 쓰지 않고 소파에서 잡지를 보고 있었다. 하람은 과일을 깎아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몽요야, 너희 와서 과일 좀 먹어. 있다가 밥 먹어야지. 어제는 왜 안 왔어?” 진몽요는 살짝 어색했다. “어제 병원에 검사하러 하느라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을 잘 못 잤어요. 오후에 낮잠 좀 자려고 했는데 자다가 저녁에 일어났지 뭐예요. 소경씨도 절 안 깨워주고…” 하람은 경소경을 보더니 그가 일부러 안 깨운 걸 알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괜찮아, 오늘 왔으니까 됐어. 둘이 지금 백수완에서 같이 살고 있지? 소경이는 집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걸 싫어해서 지금까지 일하는 사람도 고용 안
진몽요는 처음엔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이해를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그녀가 오해할까 봐 지금 경성욱을 대신해서 해명해주고 있는 거 아닌가? 이건 분명 좋은 징조였다. “알아요. 당신 아버지 웃는 것도 잘 못 하시고 말도 잘 안 하시는 거. 보기에는 진지해 보이시잖아요. 그땐 그냥 내가 생각이 많았어요. 예전에 돈 없던 날들을 살다 보니까 돈 버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닫고, 굳이 불필요한 가정부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님이 집에 돈이 있다고 하실 때 처음에는 좀 비참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경제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난 이미 노력했고, 당신이랑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이에요. 괜찮아요, 아버님이 악의는 없으셨을 거예요. 내 문제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경소경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신 이미 훌륭해요, 나랑 안 어울리지 않아요.” 대화가 끝나자 그의 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왔다. 핸드폰은 차에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소리를 진몽요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심지어 뭐라도 잡은 거처럼 흥분했다. 그는 어이가 없어서 “대신 봐줘요, 난 운전중이니까.” 진몽요는 바로 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문자를 본 그녀의 눈을 휘둥그래졌다. “경소경씨!” 경소경은 그녀 때문에 깜짝 노랐다. 혹시라도 과거의 누군가 그녀가 오해할 만한 문자를 보냈을까 봐 바로 차를 옆에 세우고 핸드폰을 뺏었다. 문자내용과 발신인을 확인하자 그는 안도했지만 또 걱정했다. “당신은 임신하고 싶어도 못 했는데, 온연은 이런 상황에서 또 임신이 됐네요… 아마 정침이가 많이 긴장했겠어요.” 진몽요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이를 또 지키지 못 하면 연이는 얼마나 속상할까요? 목정침은 어떻게 또 이럴 수 있죠? 못 낳는 거 뻔히 알면서 또 이러네! 연이 데리고 제도 와서 검사하고 싶다는데, 연이 생각은 존중 안 하는 거예요? 진짜 당장가서 패버리고 싶네요!” 경
의사는 심사숙고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위기가 생길수도 있다는 것뿐입니다. 만약에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가능하긴 하지만, 4개월 후부터 매주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 평소에도 침대에 누운 채로 태아를 보호하고, 힘든 일도 하시면 안됩니다. 지금은 우선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위험률을 최대한 줄이고, 나중에 조산을 하셔야 될 수도 있어요. 물론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생존율이 높습니다. 검사결과를 보니까, 사모님 자궁은 예전보다 많이 회복이 되신 상태고, 잘하면 아이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네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말에 온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저는 꼭 낳고싶어요!” 목정침은 눈썹을 찌푸렸다. “연아… 진몽요랑 우선 밖에 나가서 앉아 있어. 난 선생님이랑 따로 얘기 좀 더 하게. 이 일은 신중해야 해, 너의 생명과 연관된 일이니까,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온연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진몽요가 제지했다. “연아, 괜찮아. 우리 먼저 나가있자. 이 일은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되고 잘 상의를 해봐야 해.” 진료실에 목정침과 의사만 남자, 그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아이 지킬 수 있는 거 맞아요? 저 사람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전제하예요.” 의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대답할 수가 없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목선생님… 여성들이 출산을 하려는 과정에서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과다출혈이라던지, 양수가 터진다던 지 다 위험요소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예외적인 상황 말고도, 사모님의 몸 상태는 일반적인 여성들 보다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를 꼭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니, 극도로 조심해 주신다면, 7개월 정도 지났을 때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저의 오랜 경험으로 봤을 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모님의 생명이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로 향했다. 노부인은 이제 막 밖에서 돌아왔고, 아이 옷과 용품들을 잔뜩 사왔다. “연아, 와서 봐봐 부족한 거 있는지. 예전에 네 고모가 아이 낳을 때도 내가 도와줘서 경험은 좀 있어. 이런 물건들 다 필요할 거야. 옷도 다 좋은 재질이고.” 예전에 노부인은 늘 그녀를 괴롭히고, 가족의 따듯함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해줬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 제가 이 아이 낳는 게, 맞는 걸까요?” 노부인은 고민했다. “대충 들었어. 너 몸 안 좋은 거. 그런데 내가 낳고 싶으면 낳아야지. 목가네 가업이 이렇게 큰데, 후손이 없는것도 이상해. 만약에 의사가 확실하게 못 낳는다고 했으면, 의사 말 들어. 생명이 제일 중요한데,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야? 만약에 의사가 그렇게 말 안했으면, 네가 낳고 싶다고 해도 난 지지해.” 온연은 노부인을 꽉 안았다. “할머니, 저 이 아이 낳고 싶어요. 이게 저의 마지막 기회예요.” 막 대문에서 들어온 목정침은 이 장면을 보고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많은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사셨어요? 마음을 너무 쓰셨네요.” 노부인은 온연의 손을 잡으며 소파에 앉았다. “어차피 다 네 돈이잖아. 네 아이한테 쓰는 돈인데 아까워하면 안되지. 연이는 아이 낳고 싶다는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목정침은 온연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이건 제가 고민해 볼게요. 아직 정리가 안됐어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먼저 씻을게요.” 온연은 두 손을 꽉 쥐었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목정침의 태도는 거의 명확해 보였고, 그의 마음은 이미 아이를 지우는 쪽으로 기운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어떤 타이밍에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할 뿐이었다. 노부인은 소리쳤다. “내 손 뿌러지겠어! 뭐하는 거야?” 온연은 그제서야 노부인의 손을 놓아주었다. “죄송해요…” 노부인은 태연하게 사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