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립은 먹으면서 더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사실 나중에 또 보자는 말은 거의 나중에 볼일이 없다는 말과 같았다. 그는 다시 이곳에 올 일이 없었고, 이번은 예외였다. 잠시 후, 안야는 희망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립님, 고향이 제도에요? 제도 엄청 크죠? 다 큰 건물이고 휘황찬란하죠?” 임립은 이렇게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을 처음봤다. “거의 그렇죠. 살만해요. 어차피 여기보다는 훨씬 크고, 환경도 좋고, 인구도 많아요. 안 가봤어요?” 안야는 조금 상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안 가봤죠. 어렸을 때부터 이곳을 떠난 적이 없어요, 사실 할아버지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고 싶었는데, 바깥 세상도 구경시켜 드리고. 그런데 돈이 없어서요. 지금 벌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연세가 드셔서, 아프시기도 하고, 이제 저를 거의 못 알아보세요… 지금 살아계실 때 제도를 구경시켜 드리고 싶어요. 이번에 이렇게 큰 돈을 주셔서, 진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할아버지와의 여행 계획만 짜면 되겠어요!” 임립은 갑자기 먹고 있던 전병이 맛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항상 힘들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있으나 없으나, 다 혼자서 해내야 했고, 매일 발바닥에 불날듯이 바빴다. 지금 자신보다 더 비참한 사람을 만나자 그는 가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한가지, 가족 관련된 건 안야가 그보다 나았다. 그래서 그는 부러웠다. “그쪽 생각 멋지네요.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려는 그 모습. 만약에 제도 오면 전화해요. 내가 시간 있으면 가이드 해 줄게요. 다른 가이드보다 나을 거예요.” 안야는 그의 말을 빈말로 생각하지 않았다. “진짜요? 너무 좋네요, 그럼 제도로 가게 되면 꼭 연락 드릴게요. 전화 안 받으면 안돼요, 약속!” 안야는 손을 뻗었고, 임립은 조금 이상하게 여겼다. “나이 먹었는데 손가락 약속까지 해야 돼요? 어린 애예요?” 안야는 굴하지 않았다. “우리 할아버지는 늘 나를 애라고 생각했어요. 손가락 거는 게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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