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으로 오자 그녀는 경소경을 막 깨웠다.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요, 아버님 오셨어요!” 경소경은 바로 일어났다. “뭐라고요?” 그녀는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정말이라고요. 아랫층에 와계세요. 얼른 나랑 같이 내려가요. 혼자서는 너무 긴장 되서 안되겠어요…” 경소경은 눈썹을 찌푸리며 느릿느릿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아버지는 본 그 순간 그의 표정은 굳었고, 인사를 하지도 않은 채 진몽요는 데리고 소파에 앉았다. “소경이 다 컸네.” 경소경은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은 남자를 보았고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사람이 당연히 크죠. 아마 아버지 기억속에 저는 엄청 어린애 모습으로 남아 있겠죠?” 그의 아버지는 눈을 내리깔고 눈가엔 죄책감이 스며 들었다. “다 내 잘못이야.” 강령은 궁금했지만 다른 사람의 가족사이니 기어들지 않았다. 하람의 인내심을 놀라울 정도로 강했고, 얼굴에는 불쾌함이 드러났지만 말로 티내지 않았다. 식시시간, 가족들의 분위기를 그럭저럭 괜찮았고 경소경만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가 하람은 참지 못하고 남편과 싸웠다. “지금까지 소식 한번 없어서 난 당신이 정말 죽은 줄 알았어. 이혼도 안 해주고 사라져 버리고, 이렇게 내 인생 낭비하라는 거야?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만약 이혼했으면 소경이는 이미 다른 남자한테 아버지라고 불렀을거야!” 경성욱은 후회했다. “하람,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처음에는 그저 내 꿈만 이루고 싶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시 돌아오려 했을 때 이미 염치가 없다고 생각했어… 만약 네가 이번에 나한테 소경이 결혼한다고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이유로 돌아올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을지 몰라. 젊었을 때는 꿈만 생각하느라, 당신이랑 소경이의 감정 따위 신경 쓰지 못 했어. 이제 돌이켜보니까 당신이랑 소경이가 꿈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 하람은 그에게 차갑게 웃어보였다. “당
경소경은 도저히 웃을 수 없어 그녀를 안았다. “괜찮아요, 당신한테 화난 거 아니니까 너무걱정하지 말아요. 엄마가 아버지한테 전화한 거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 몰랐아요. 나는 심지어 그 사람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길 바랬고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돌아와서 우리 엄마랑 평화롭게 같이 살면 괜찮지만, 나중에 또 도망가 버리면 엄마는 무너질 거예요.” 진몽요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나 누구 달래주는 거 잘 못 하는데, 혼자 좀 쉬고 있을래요? 나 먼저 가서 화장 지우고 샤워하고 올게요. 어제 잘 못 잤으니 오늘 저녁엔 일찍 자요. 나 내일 또 일자리 찾으러 나가봐야 해요.” 그녀가 막 일어나자 경소경에게 붙잡혔다. “같이 씻어요…” 진몽요의 얼굴은 시뻘게졌다. “왜요… 아직 적응 안 됐는데 그냥 따로 씻어요. 금방이면 돼요.” 경소경은 굽히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샤워기를 틀었고, 그녀는 차가운 벽에 기대어 있었다. 점점 따듯해지는 물이 두 사람 몸에 닿았고, 천천히 바닥으로 흘렀다. 빠르게 욕실에는 온기가 가득 찼고, 두 사람의 엉켜 있는 몸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절대 좋지 않은 일을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앞에서는 늘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척, 헤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도 적지 않은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두 사람은 그제서야 침대에 누웠다. “아이 낳아 줄래요…?” 진몽요는 정신 번뜩 들었다. “너무 이른거 아니에요? 난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고 아이 낳으면 모든 게 달라질텐데. 애 키우면 자유가 사라지잖아요. 이러는 이유가 설마 나 임신시키려고 그러는 거 아니죠? 내가 말하는데, 나 아직 충분히 못 놀았어요. 그래서 안 돼요!” 경소경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걱정하지 마요. 당신이 낳으면 내가 키울게요. 당신이 원하는 자유 내가 다 줄게요…” 일이 끝나고, 경소경이 일어났을 때 진몽요는 이미 잠 들어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수정구슬 안에 들어있던 가루는 탕위엔의 뼛가루였다. 이 선물을 그 어떤 선물과 가치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귀하고 소중한 선물이었다. 목정침이 이렇게 마음 써줄 줄 그녀는 생각지도 못 했다. 그녀는 드림캐쳐를 조심스럽게 침대맡에 걸었고 폰을 꺼내 목정침에게 문자를 보냈다. ‘고마워요.’ 이 짧은 한 마디에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긴 세월동안 그녀가 그에게 감동을 받은 일은 처음이었다. 보기에는 차가워 보여도 따뜻한 구석이 있었다. 이번에 그의 마음은 세상 모든 걸 주지 않아도 그녀에게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목정침은 답장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전화버튼을 눌렀다. “선물 고마워요, 잘 받았어요.” 목정침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네가 좋아하면 됐어. 원래 거기 있었을 때부터 집사아저씨한테 부탁했었는데, 내가 돌아와서 보니까 좀 마음에 안 들어서 직접 디자인했어. 아니면 더 일찍 받을 수 있었을거야. 요새 제도는 좀 시원해졌는데, 거긴 어때?” 마치 오래된 친구가 대화를 나누듯이 온연도 불편할게 없었다. “여기는 아직도 더워요. 날씨가 제도랑은 좀 달라서요. 시원해졌으면… 따뜻하게 잘 챙겨 입어요. 감기 걸리지 말고요. 샤워 다 하고 머리 말리는 것도 잊지 말아요. 시간 다 돼서 가게에 가봐야 해요. 먼저 끊을게요.” 통화가 끝났지만 목정침의 입가엔 아직도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사무실 문 앞에 가서 새로운 남자비서를 보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는 예전부터 목정침네 회사에서 일했었고, 이제 비서로 승진했다. 그 비서는 목정침히 변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웃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이렇게 좋으니,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걸까? 그는 짐작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목정침은 데이비드를 발견하고 웃음기가 싹 사라졌고 다시 평소처럼 차가워졌다. 데이비드는 그의 앞으로 다가왔고, 손에 있던 서류를 그의 책
모닝은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직 그 사람 좋아하죠? 그래서 마음 접으라는 거잖아요. 내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했는데, 화도 안 내고.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요.” 온연은 질문에 마주하지 않았다. “됐어요, 놀러 왔으면 놀다 가세요. 그럼 먹고 있어요, 저는 일하러 가 볼게요.” 모닝은 재잘거리던 걸 멈추고 첫 입에 반해버렸다. “이거 거의 수준급 파티시에 수준인데요! 뭐든 잘할 수 있다니 정말 부러워요! 우리 아빠는 내가 맨날 아무것도 못 한다고 혼내기만 하는데.” 온연은 주방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이렇게 잘할 수 있는 건 다 목정침이 알려준 비법 덕분이에요. 그정도면 거의 손만 있으면 다 만들 수 있는 수준이죠. 별거 없어요. 말 나온김에 궁금한건데, 정말 저 찾으러 온 거 아니죠?” 모닝은 입주변에 뭍은 크림을 핥으며 웃었다. “맞다고 봐야죠. 그냥 정침오빠랑 정말 재결합 못하는지 궁금해서 확인하러 와봤어요. 지금 보니까 아니네요. 친구로써 경고하는데, 그런 남자 혼자 두면 위험해요. 대시하는 여자가 적지 않을텐데, 진짜 이런 곳에 숨어서 신경조차 안 쓰게요?” 온연은 반 농담식으로 말했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가서 대시 해봐요. 만약 그 사람이 나랑 이혼해준다면 내가 고마워 할께요.” 모닝은 당황했다. “진짜예요?”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모닝을 주방을 향해 말했다. “나 갈게요, 제도가서 정침오빠 찾을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아요~” 온연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를 가게를 떠났다. 란샹은 모닝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연아, 저 사람 누구야? 말도 하나도 안 가려서 하고? 못하는 말이 없네…” 온연은 그저 웃었다. “저 사람 성격 원래 저래. 신경 쓰지 마. 근데 쟤가 목정침 좋아하는 건 진짜야.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목정침을 몰랐거든. 따지고 보면 내가 중간에서 가로챈거지.” 란샹은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목정침은 질척이지 않고 카메라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잘자.” 전화가 끊기자 온연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자신의 심장 빠르게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흡입력 있는 목소리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 자신이 미친건가 싶었다. 매번 통화를 하는 건 목정침에게 더 큰 진전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가 잘 준비를 하자 모창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랑 사이가 좋은 어른이 아무 이유 없이 전화를 하진 않았을테고, 모닝이 귀국하고 나서 온 첫번째 연락이었는데 아마 전지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한 것 같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아저씨.” 모창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침아, 너 요즘 온연이랑 사이 좀 그렇다며. 내가 잘 안 본 사이에 닝닝이가 또 도망가버렸지 뭐니. 널 분명 찾으러 갈거야. 잘 챙겨주길 바란다. 너도 걔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잖아… 너희가 잘 안 될 걸 알지만, 다시 나한테 돌려보내 주겠니.” 목정침은 머리가 아팠다. 그와 온연이 잠깐 떨어져 있는 걸 어떻게 다들 알게 된걸까? 모닝은 정말 타이밍도 잘 잡았다. 지금 그는 도저히 그들을 상대해 줄 힘이 없었다. 그는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걱정마세요 아저씨.” 모창해는 전화를 바로 끊지 않고 고민하더니 물었다. “전지… 혹시 어디 갔는지 아니?” 다들 늘 이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엔 그도 마지막에 본론을 물어보기 위해서 전화한 것이였다. 모창해도 목정침의 아버지 편이어서 전지를 보호하고 싶은건가? 그렇다 쳐도 이미 늦었다. 목정침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 "아저씨, 아빠가 혼외자식 있는 거 말씀만 해드렸을 뿐이지 그렇게까지 관심 갖지 않으셔도 돼요. 전지... 이미 이 세상에 없어요, 아시겠어요? 이건 저희 목가네의 일이에요, 상관 없는 일에는 신경 끄세요." 모창해는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말이 없네..
모닝의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하... 진짜 나 쫓아내려고요? 나는 우리 사이에선 긋고 싶지않은데. 침대에서 그냥 같이 자는 것도 안돼요?" 목정침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드레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뒤 딱 한마디만 했다."우리 그렇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가까운 사이 아니야. 나의 구역에선 내가 만든 규틱을 지켜야 돼. 마지막으로 알려주는 거야." 그의 차가 목가네에서 떠나자, 모닝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모닝의 표정은 편안해 보이지 않았고, 이 남자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수록 그녀는 더 그를 갈망했다. 전에는 그저 목정침과 온연의 사이를 보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떨어져 있으니 그녀는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 방안에는 목정침의 향기와 기운이 가득했고, 그녀를 더 탐욕스럽게 만들었다. 그녀의 꿈은 이곳에 평생 남아 그와 죽을때까지 함께하는 것이었다. 이 생각은, 그녀가 그를 처음봤을때부터 들었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은 더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때, 임집사가 방 앞으로 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모 선생님께서 전화 왔습니다. 받아 보세요." 상상의 나라가 끊기자 모닝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대답을 하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다.모창해는 목가네로 바로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에요? 제가 외국에 있기 싫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모창해는 지금 막 국내 공항에 착륙했고 화가나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너 이 망할 기집애, 목가네에서 딱 기다려, 지금 바로 데리러 갈거야! 내가 하는 말은 매번 흘려 듣고, 내가 어떻게 너 같은 걸 키웠지? 목정침은 이미 결혼했어, 넌 지금 아빠 체면에 똥칠하고 있는거야!" 예전에 모창해는 말로 잘 딸을 타이르는 편이었지, 절대 심하게 혼내지 않았었다. 모닝은 혼이 나더니 화를 냈다. "제가 아빠 얼굴에 똥칠한 거면 딸 없는 셈치시면 되
모창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딸의 뺨을 때렸다. 경쾌한 소리가 나고 모닝은 그대로 멍해졌다. 그녀는 빠르게 부어오르는 얼굴을 부여잡으며 모창해를 봤다. "때린거예요? 제가 틀린 말 했어요? 다른 사람도 없는데 말도 못해요?" 모창해는 경호원이 건낸 약을 먹고 진정이 되자 입을 열었다. "자기 부모가 낳은 의붓형제도 죽이는 앤데, 너라고 다르겠어? 걔가 널 좋아하게 되면 넌 걔 먹잇감이 되는거야. 제일 무섭고 추하게 죽게 될 거라고. 난 딸이 너 하나뿐인데, 네가 죽게 냅둘 수 있었네? 온연은 평범해보여도 목정침이 10년을 넘게 키운 아이야, 너랑 뭘로 비교할래? 이번에 돌아가면 조용히 시집가고 목정침 근처엔 얼씬도 하지마!" 모닝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목정침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 놀라운 일을 그녀는 당연히 그가 무서웠다. 그 순간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졌다. 모창해는 그녀를 떄린 죄책감이 들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닝닝아, 아빠는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거야. 건들이면 안 되는 건 건들지 말자. 목가네 사람은 갖을 수 없어. 사랑은 증오를 낳기 마련이야. 그래서 아빠는 네가 온연한테 나쁜짓이라도 할까봐 무서워. 그러면 목정침이 널 용서하지 못 할 거야. 지금 그냥 손 떼, 알겠지? 아빠는 네가 나쁜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질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어. 이번엔 아빠 말 들어." 모닝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찼다. "저는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분명 온연은 아무것도 없는 고아이고, 외모로 봐도 제가 꿀리지 않고, 집도 우리집이 훨씬 잘 사는데, 걔보다 부족한 게 뭔지 모르겠어요... 알겠어요 아빠. 앞으로 걱정 안 시킬게요. 이제 목정침한테 안 매달려요." 정말 그녀를 포기하게 만든건, 모창해의 걱정도 목정침의 매정한 성격도 아닌 온연이 목정침과 함께한 10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그건 영원히 그녀가 이길 수 없는 거였고, 대체할 수 없는 거였다. 오후, 목정침은 급한 일을 처리하고 온연에게
목정침은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너무 늦었으니 밖에서 먹지 말지, 우리 둘뿐이니까 당신 집에 가서 아무거나 만들어 먹으면 될 것 같은데, 라면 끓일 줄 알지?"그녀가 끓인 라면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건가? 라면은 그녀가 유일하게 잘 하는 요리였고,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나마 제일 잘 하는 것이 라면이었다. "그러죠...... 그렇게 맛있지도 않은데 대충 먹으면 되겠네요. 선물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내일 시간을 내서 꼭 밥을 사도록 할게요."목정침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렴풋이 그녀가 자신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1년 뒤에 그녀가 그와 함께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다른 것은 더 이상 문제 삼고 싶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온연은 거실 에어컨을 먼저 켠 뒤 주방으로 부리나케 들어가며 말했다."잠시만 기다려요, 금방 라면 끓여 줄게요."목정침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그녀를 따라서 부엌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이런 작은 집이 오히려 더 집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온연은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뜻이지? 이 상황에서 집 같은 느낌이라니?온연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서 그를 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됐어요, 여긴 더우니까 나가서 에어컨 바람이나 쐬고 있어요. 여기 일 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목정침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 너 보러 왔지."온연은 원래 그가 업무를 하러 오는 김에 그녀를 찾은 건 줄 알았고, 그가 일부러 그녀를 보러 왔다는 솔직한 대답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가 1년 동안 고려해 보겠다고 대답한 것은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었지, 결코 그와 함께 돌아갈 생각은 아니었다. 아마 1년 후에 그녀는 그와 한바탕 싸울 게 분명했다.왜인지 모르게 그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할수록 그녀는 마음이 불안해져만 갔고, 그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