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359 챕터

제1161장

그녀가 멍을 때릴 때 목정침은 진함에게 와인을 따라주었다. “어머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식탁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임집사와 유씨 아주머니 모두 조심스럽게 온연을 보았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온연은 급하게 잔을 들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다들 한잔 하시죠.”  그녀가 어색해서 일부러 그러는 걸 알았기에 모두가 협조했다. 그녀는 진함에게 한번도 엄마라고 불러본 적이 없었고 목정침은 아직 그녀가 그 호칭을 떼지 못한 걸 알고 있었다…  진함은 어른스럽게 목정침과 대화를 나눴다. “정침아, 올해 회사는 어땠어?”  목정침이 대답했다.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나쁘지 않은 정도요.”  두 사람은 계속해서 사업 얘기를 나눴고 온연은 끼지 못 하니 옆에서 콩알이를 챙겼다.  식사 후, 가족들은 2층 테라스에서 불꽃놀이를 보았고, 하늘에 퍼지는 불꽃을 보며 아이가 잡아보려 하자 가족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저녁 10시. 이제 해산할 시간이었고 진함은 차를 타고 목가네를 떠날 예정이었다.  목정침은 갑자기 말했다. “어머님 가신데.”  온연은 목정침의 말이 진함이 이 도시를 떠난다는 말인 걸 알았고 강균성을 피하기 위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걸 의미했다.  참 사람의 인생이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여생을 다 어떠한 사람 때문에 피해를 봐야할 이유가 없지만 진함의 결정이 틀리진 않았으니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서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네.”  한편, 경가네 공관.  강령과 진몽요는 이곳에서 명절을 보낼 예정이었고, 두 사람은 같이 있으니 참 사이가 좋았다. 게다가 진몽요 뱃속에 아이가 있으니 올해는 작년보다 더 즐거웠다.  경소경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때 서재에 숨어서 담배를 피다가 진몽요에게 잡혔다.  그는 황급히 담뱃불을 껐다. “나 그… 딱 두 모금 폈어요. 여기 있지 말아요. 냄새 맡으면 아이한테 안 좋아요.”  그는 진몽요가 화난 줄 알았는데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소매위로 떨어진 재를 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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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장

예군작은 그녀의 답장을 받고 휠체어에 앉아 불꽃을 보았다. 같은 도시 같은 세상에서 그와 그녀가 보는 경치는 같았다. 분명 같을 것이다…  국청곡이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왔고 예군작은 얼른 핸드폰을 뒤집어 작은 책상 위에 올려놨다.  국청곡은 다 보고서도 모른 척했다. “할아버지가 저한테 빨간봉투 주셨어요. 당신 것도 있고요. 뱃속에 있는 아이 것도 생각해 주셨어요.”  예군작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갖고 있어요, 기념이잖아요. 난 졸려서 먼저 잘게요.”  국청곡은 그를 침대까지 부축한 뒤, 직접 그의 신발을 벗겨주었다. “그럼 먼저 자요, 난 할아버지랑 얘기 좀 더 하고 올게요.”  나가기 전 국청곡은 그가 책상위에 올려둔 핸드폰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그녀가 들어왔을 때 분면 진몽요와 문자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고, 그가 억지로 그녀에게 하는 행동들은 진몽요에겐 억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기쁜 저녁이지만 모두가 다 행복한 건 아니었다.  안야와 아택은 다른 가족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차가운 월세방에서 명절을 보냈다.  명절을 보내든 말든 혼자인 아택에겐 의미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안야는 달랐다. 예전엔 할아버지와 늘 둘이었는데, 올해는 아택도 있고 뱃속에 아이도 있었다.  오늘 저녁 그녀는 많은 요리들을 준비했고, 아택을 위해 술도 준비했다. 창밖에 불꽃을 보며 그녀는 왠지 마음에 희망이 가득 찼다. “예전에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시간도 없었는데, 명절 때 보는 불꽃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네요.”  아택은 그녀의 옆에 섰다. “불꽃이 뭐가 아름다워요?”  그녀는 그의 무심함에 웃었다. “하여간 남자들은 이런 걸 안 좋아해요.”   아택은 무언가 생각난 듯 뒤돌아 방으로 들어간 뒤 다시 나와서 집문서를 그녀에게 주었다. ”집 새로 샀어요. 명정 끝나면 이사 가요. 이제 여기 안 살 거예요.”  안야는 놀랐다. “언제 샀어요?”  그는 망설이다 답했다. “좀 됐어요. 지금은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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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장

그녀는 용기내어 그의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들겼다. “아택씨, 자요?”  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문이 바로 열렸고 아택은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보며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잠시 후 그녀는 용기내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리 한번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만약 진짜 아니다 싶으면 다시 헤어져도 되잖아요. 그땐 절대 매달리지 않을 게요. 내 생각엔, 우리가 이제 애도 있는데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잘될 수도 있잖아요? 아이도 화목한 가정을 갖을 수 있고요.”  아택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의 마음은 무거워져 그의 눈을 보지 못 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섣불렀다는 생각에 후회했다. 만약 이 사람이 그럴 생각이 없다면? 만약 그녀가 그의 이상형이 아니라면? 그녀는 아이를 빌미로 그를 구속하는 거 아닐까?  그녀가 불안해할 때 아택이 담담하게 말했다. “늦었어요, 얼른 가서 쉬어요.”  그녀는 침묵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그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가? 그래서 대답을 피한 거겠지?  잠시 후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를 보며 웃었다. “못 들은 걸로 해줘요. 잘자요.”  그녀가 뒤돌아 가려고 할 때 아택이 입을 열었다. “잘 때 방에 히터틀고 자요. 가습기 키는 것도 잊지 말고요, 너무 건조하잖아요. 내일 아침에 뭐 먹을래요?”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한테 그렇게 잘해줄 필요 없어요. 집 문서에도 내 이름 쓸 필요 없었고요. 아이도 내가 낳겠다고 한 거니까 책임감 갖지 말아요.”  “나 졸려요.” 아택은 이 한 마디와 함께 문을 닫았다.  안야는 숨을 들이마셨고, 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그는 분명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잘해주었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잠에 들지 못 했다. 임신 후반부쯤 되니 온 몸이 아파왔고,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깨는 바람에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래서 낮엔 늘 피곤했고 눈도 제대로 못 떴지만 저녁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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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장

명절에도 출장을 가야 한다는 사실에 온연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회사 일은 중요하니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목정침의 반응을 보니 일이 꽤 심각해 보였다.  목정침이 떠난 뒤 그녀도 집에 있기 지루해서 콩알이를 데리고 백수완 별장에 진몽요를 찾으러 갔다. 진몽요는 이미 백수생활에 적응해서 여유로웠고, 좋은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다는 게 그저 좋았다.  경소경은 휴가가 끝나고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 낮에는 하람이 와서 진몽요를 챙기고 저녁엔 본인이 챙길 생각으로 역할을 분배해놨다. 원래는 아주머니를 고용할 생각이었으니 하람은 외부인은 마음이 안 놓인다고 한가한 본인이 하겠다고 자처했다.  진몽요네 집은 먹을 게 많으니 콩알이에겐 천국 같은 곳이었고 아이는 어느정도 먹자마자 바로 트림을 했다.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애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나? 먹는 걸 너무 좋아하네. 이것 저것 다 먹고 있어.”  진몽요는 웃었다. “잘 먹는 건 좋은 거지. 애가 잘 크면 얼마나 좋아, 몸도 더 튼튼해지고 못 먹는 것보단 낫지. 넌 엄마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 난 내 딸이 나중에 먹고싶은 거 있으면 다 먹게 해줄 거야. 못 먹지는 것만 아니면 막을 이유도 없지. 어렸을 땐 살 좀 쪄도 괜찮아, 어차피 나중에 크면 다 빠지는데 뭘. 목정침씨는 명절에도 출장 갔는데, 넌 기분이 괜찮아 보이네?”  온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기분이 안 좋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잖아? 집에 있어도 어차피쓸모 없어. 더럽다고 콩알이 기저귀도 안 갈아줘. 근데 너도 너무 딸이라고 단정짓지 마. 난 너가 아들 낳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내가 임신했을 때랑 배 모양이 비슷하다니까.”  진몽요는 그녀를 노려봤다. “난 너네 집이랑 사돈 맺을 거라고 했잖아. 근데 진짜 아들이면 어떡하지? 아니지, 진짜 아들을 낳아도 난 아이를 또 낳을 거야. 딸 낳을 때까지.”  경소경은 얘기를 듣더니 표정이 굳었다. “아이는 한 명으로 충분해요. 더 낳으면 나만 힘들어요.”  진몽요는 견과류 하나를 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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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장

설날에도 택배는 쉬지 않았고, 그녀는 견과류랑 물건들을 사서 온호에게 보냈다. 기브앤 테이크는 중요한 법이다. 그녀는 가명을 써서 온지령 부부가 자신이 보낸 걸 모르게 했다.  목정침이 돌아왔을 땐 이미 명절이 거의 다 지나 있었고, 그는 그동안 하나도 쉬지 못 해서 피곤에 쩔어 있었다. 온연도 별 말없이 그저 그쪽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다.  목정침은 말하지 않았다. “아니야,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까 넌 신경쓰지 마. 너도 이제 다시 출근해야지?”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면 다시 가야죠. 회사가 그런 건 칼 같아서요.”  오랫동안 아이를 못 보다보니 목정침은 집에 돌아와서 쉬지 않고 계속 아이를 안고 놀아주었다. 아이는 이제 누군가에게 안기는 걸 싫어했고 바닥에서 기는 걸 더 좋아해서 안겨 있어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발버둥을 치자 목정침은 웃었다. “자식, 힘도 쎄네.”   온연은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예 그냥 애를 줄로 묶어놓을까 봐요. 그럼 기어다닐 때 뒤에서 따라다녀도 안 힘들고, 위험한 곳으로 기어가면 다시 줄을 당기면 되잖아요.”  목정침은 동의하지 않았다. “강아지도 아닌데, 줄로 왜 묶어?”  온연은 눈썹을 움직였다. “농담이잖아요, 내가 설마 진짜 그러겠어요? 애가 이제 너무 컸나 봐요. 깨어있을 때 절대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아주머니가 피곤하실까 봐 걱정이에요.”  목정침은 그 점을 걱정하진 않았다. “원래 사람은 나이들수록 더 많이 움직여야 돼. 그래야 건강에 더 좋지. 무슨 일이라도 나겠어?”  저녁시간. 목정침은 밥을 먹으면서 계속 하품을 했고 온연은 아이가 더 이상 그를 귀찮게 하지 못 하게 했다. 그가 밥을 다 먹자 얼른 자라고 부추겼고, 남편이니 당연히 그런 모습이 안 쓰러웠다. 젊은 나이에 벌써 피곤해서 쓰러지면 안되니 말이다.  오랜만에 아빠를 봐서 그런건지 콩알이는 저녁이 되자 목정침에게 더 달라붙으며 계속 목정침을 따라가려 했다. 온연은 아이를 말릴 수 없어 아이를 안고 방에 들어가서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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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장

목정침은 그녀를 좀 더 꽉 끌어안았다. “얼른.”  그녀는 생떼를 피웠다. “싫어요.”  그는 그녀의 귓가에 바람을 불며 “서방님한테 잘자라고 말해줘. 빨리.”  온연은 자신의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가 들렸고 떠보듯 입을 열었다. “서방님… 잘 자요?”  그녀의 말투엔 애교스러움이 전혀 없어서 목정침은 만족하지 못 했다. “애교스러운 말투는 느끼할 정도로 달달해야 해, 알아? 아니면… 내가 가르쳐 줄까?”  말이 끝나고 그가 불안한 듯 손을 움켜쥐고, 그녀는 숨을 죽였다. “나한테 연습할 시간을 좀 줘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  너무 피곤했는지 목정침도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호흡이 점차 평온해지며 움직이지 않았다.  둘째 날 아침. 온연이 비몽사몽 깨어나 눈을 뜨자마자 목정침의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의 맑은 눈동자를 보니 일어난지 꽤 된 모양이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그녀를 보고 있었고, 그 모습에 그녀는 잠이 확 깨버렸다. “뭐… 뭐해요?”  그는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 “뭐…”  그녀는 수줍은 듯 그늘 밀쳤다. “짓궂어!”  그는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고, 아이가 깰까 봐 목소리를 낮추니 더 매력있게 들렸다. “어떤 남자가 안 이래?”  그녀는 반박했다. “당신 예전엔 안 이랬잖아요, 엄청 정직했었다고요!”  그는 머리를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은 뒤 천천히 냄새를 맡았다. “예전엔 안 그런 척한 거야. 너가 놀랄까 봐, 근데 지금은 안 놀라잖아.”  온연은 왠지 속았다는 느낌이 들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오늘 출근해야 돼요. 늦으면 안되니까 먼저 씻을게요.”  그의 두 팔은 단단하고 힘이 쎘다. “아직 이르니까 안 늦어. 너가 반항을 안 하면 시간이 지체되지 않겠지. 보름 가까이 나를 못 봤는데, 안 보고싶었어?”  보고싶었나? 당연히 보고싶었다. 하지만 온연은 그런 닭살 돋는 말을 하지 못 하니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살짝 어두워졌다. “너 내가 장난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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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장

회사에 도착한 온연이 자리에 앉자 서양양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온연 언니, 설 잘 보내셨어요? 명절 끝나자마자 언니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온연은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선물을 꺼냈다. “자, 선물이에요. 좀 늦은 새해 선물이지만요.”  선물을 받은 서양양은 기쁜 표정에 수줍음이 섞여있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언니 선물 준비 못 했는데… 맞다, 저희 회사에 엄청 대단한 새 디자이너분이 오셨데요. 엄청 잘 생기셨다 던데,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안 오셨어요. 첫 날부터 지각이라니, 역시 편애를 받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겠죠.”  서양양의 말투를 들어보니 이 디자이너는 온연보다 경력이 오래된 거 같아 누군지 궁금해졌다. “얼마나 대단한데요? 저보다 더 대단하겠죠?”  서양양은 웃었다. “에이, 그냥 한 말이죠. 제 마음속에는 언니가 제일 멋지고 그 누구랑도 비교할 수 없어요. 회사 사람들이 하도 얘기하길래, 말씀드린 것뿐이에요.”  온연도 따라서 웃었다. “아부는 됐어요. 양양씨, 정직원 전환됐죠? 얼른 가서 일 봐요.”  서양양이 말한 그 대단한 디자이너는 오전 10시에 회사에 오기로 했지만, 2시간이나 늦게 왔다. 생긴 건 정말 잘 생겼지만 그저 훈남 스타일이었다. 키 크고, 분위기 있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온연은 그 여자들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의 이상형이 좀 이상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서양양이 미리 말을 해둬서 그런지 실물을 봤을 땐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고, 그녀보다 확실히 대단했다. 디자인 업계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유명한 패션잡지에도 몇 번 실렸었고, 아마 제시카가 원하는 그런 ‘탑급’ 디자이너였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 디자인을 해주고 적지 않은 비용을 받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의 중국 이름은 당천이었다.  당천은 도착하자마자 엄 매니저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에서 나왔다. 엄매니저와 함께 나오는 걸 보니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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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장

그녀의 체면을 봐서 엄 매니저는 당연히 서양양을 데리고 갔다. 엄 매니저는 평소에 치사한 편이라 고객에게 대접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은 파격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을 골랐고 돈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며 기쁘게 웃었다. 하긴, 당천 같은 디자이너는 집에서 쉬기만 해도 돈 많은 사람들의 러브콜을 받을 테니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월급을 탈 이유가 없었다. 이정도 월급으로는 그가 한번 나가서 놀기에도 부족했고, 엄 매니저가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도 그가 가져올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식당에 도착한 뒤 서양양은 자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물을 따랐다. 그녀도 자신의 주제를 알았기에 이정도 눈치는 있어야 했다.  엄 매니저는 당천과 온연을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이 있으니까 정말 이 작은 회사에 빛이 나네요.”  당천은 입꼬리를 올리고 살짝 웃으며 대꾸하지 않고 우아하게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온연도 말이 별로 없어서 대꾸하지 않았지만 엄 매니저도 무안해하지 않고 말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가 당천의 자리를 온연 옆으로 배치한다고 하자 온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혼자 책상을 쓰는 게 익숙해졌는데, 옆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고 생각하니 불편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당천은 몸값이 그녀보다 비쌌고, 그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데, 그녀가 불평을 하는 건 너무 거만해 보일 수 있었다.  요리가 올라오자 당천은 갑자기 온연의 그릇을 들고 국을 떠주었다. “날씨가 추우니까 식사전에 국으로 위를 좀 따뜻하게 해두세요.”  온연은 예의 있게 감사하다고 하며 국은 건들이지 않았다. 당천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반 농담식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독이라도 탔을까 봐요? 아니면 남편분이 질투하실까 봐요?”  온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후자요. 제 남편이 질투쟁이거든요.”  당천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정도 외모의 소유자라면, 앞으로 질투할 일이 많으시겠네요.”  온연은 그의 별 뜻 없는 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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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장

당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줄 알았어요. 보통 여자들은 제 앞에서 딱 두 가지 거든요. 온연씨처럼 저랑 눈을 못 마주치거나, 아님 눈을 떼리 못 하거나. 하지만 다들 공통점이 있죠. 그건 바로 심장이 빨리 뛴다는 거…”  그의 자신감에 온연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거 아닌가? 그가 잘 생기고, 느낌 있고, 잘 나가고, 돈 많은 건 그녀도 인정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몇 번은 더 쳐다봤겠지만, 하필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들이대는 거지?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녀는 불편한듯 옅은 기침은 두번했다. “엣헴, 저는 심장이 빨리 뛰진 않았고요, 그저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낯선 사람이랑 어색한 대화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안고요. 어차피 엄 매니저님은 신경 안 쓰실 테니, 지금 혼자 나가서 등산하면서 영감을 찾으시는 것도…”  당천은 벙쪄서 의자를 다시 옮겼다. “장난이었는데, 재미없으시네요.”  온연은 안도하며 그저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목정침을 보며 눈을 정화하고 싶었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이상형이 바뀌는 걸 원치 않았고, 그래도 목정침은 10년을 넘게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온연은 목정침이 일이 생겨 늦을 것 같으니 데리러 못 올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그가 설날에도 출장을 다녀올 만큼 바쁜 걸 알았기에 집에 혼자 갈 수 있다고 자상하게 말했다.  가방을 챙길 때 당천이 손에 있는 차키를 흔들었다. “남편분이 데리러 못 오신데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어차피 저 할 일도 없고, 가는 길에 일 얘기도 하면서 온연씨가 저의 영감을 떠오르게 하실 수 있나 보고싶어요.”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에게 들키면 무조건 혼날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  당천은 그녀의 가방을 낚아챘다. “비싼 차만 타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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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장

어쨌든, 당천도 실력 있는 원로 디자이너였다. 가는 길에 그들은 얘기를 나누며 온연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천이 집에 데려다 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가네 대문 앞에 도착하자 당천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봬요.”  그녀는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이 장면을 본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마중을 나왔다. “연아, 누가 데려다줬어? 도련님 차는 아니잖아.”  온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동료요.”  유씨 아주머니는 더욱 의심했다. “동료? 남자? 비록 난 잘 모르지만, 목가네에서 일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그 차가 비싸 보이는데, 어떤 동료가 저렇게 비싼 차를 타? 차 색깔만 봐도 별로 믿음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남자가 빨간 차를 타다니. 그런 사람은 좀 멀리해, 도련님이 아시면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유씨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온연은 그제서야 목정침 차고에 빨간 차가 별로 없다는 게 생각났다. 그가 직접 운전하는 것도 본 적이 없기에 유씨 아주머니가 봤을 땐 빨간 차를 타는 남자는 바람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온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경소경씨가 빨간 스포츠카 타는 거 잊으셨어요? 그럼 경소경씨도 좋은 남자는 아니겠네요?”  유씨 아주머니는 투덜거렸다. “솔직히 경소경씨도 예전에 사생활이 믿음직스러운 편은 아니었지. 엄청 바람둥이였는데 지금은 신념 있는 사람으로 달라졌지만.”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아주머니, 차 색깔 하나로 그 사람을 단정지으면 안돼요. 누군가 저를 데려다 주는 것도 가끔이고 제가 거절했는데,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그런걸요. 모든 사람들이 제가 목가네 사모님인 걸 알고 결혼하고 자식 있는 것도 아는데, 얼마나 눈이 낮으면 저한테 관심이 있겠어요? 걱정마세요, 목정침씨만 봐와서 다른 사람은 제 눈에도 안 들어와요.”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에 외모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됐네. 콩알이 좀 안고 있어, 난 주방 가서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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