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1151 - Chapter 1160

1359 Chapters

제1151장

그 직설적인 말은 마치 그녀가 예쁜 것 말고는 아무것도 갖은 게 없다는 걸 의미했다. 온연은 속으로 욕을 했지만 얼굴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가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저희 두 사람이 논해야 할 문제죠. 어울리는지의 대한 조건을 보는 게 아니라 서로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제시카씨, 저희 드레스 얘기는 언제하나요?”  제시카는 그녀를 보며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목 사모님, 패션 잡지에서 봤던 작품이 엄청 훌륭하시더라고요. 경력도 좋으신 것 같지만, 그래도 제 요구에 도달하진 못하셨어요. 저희 개인디자이너들도 다 사모님보다 유명하거든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뵙길 바라요.”  온연은 한 마디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엄 매니저를 생각하면서 인내심을 발휘해 그녀를 보냈다. 그래도 이 여자는 목정침과 협력하는 사람이고, 그녀가 사업을 망칠까 봐 두려워 웬만해서 참았다.  얘기가 잘 안된 걸 알자 엄 매니저는 약간 실망했지만 별 얘기 안 했다. 이런 큰 고객은 안 그래도 잡기 어렵기에 자신의 회사가 어떤 수준인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목정침은 제시카가 제도에 온 걸 알았고 그는 혼란스러웠다. 이 여자가 말도 없이 왔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았고, 일 얘기를 하러 온 것 같았기에 그래도 주동적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어차피 선물 얘기도 꺼내서 오해를 풀어야 했다.  온연은 억울함을 참고 저녁에 목정침에게 털어놓으려 했으나 퇴근 전 목정침이 약속이 있으니 혼자 집에 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제시카와의 만남인 걸 알았기에 성질이 나서 전화를 끊었다.  저녁, 백수완 레스토랑. 목정침은 제시카와 마주보고 앉았고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데이비드와 동행했다. 그는 제시카가 일 얘기 때문에 비서와 함께 올 줄 알았는데 상대는 혼자 왔다.  그가 다른 사람을 데려오자 제시카는 불만이 있었지만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단둘이 만나는 자리인 줄 알았어요.”  목정침은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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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장

목정침은 솔직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사과드리려고 온 거예요. 오해할 여지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시카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대처하는 사람을 처음 봤고, 갑자기 망신을 당하니 창피해서 화가 났다. “사과 한 마디로 해결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세요? 선물을 줄 때는 모르셨고 이렇게 한참 지난 뒤에 오해라고 하시니 저 혼자서 김칫국 마신 거네요? 제가 특별히 시간 내서 대표님 보려고 제도에 왔는데, 저한테 이렇게 망신을 주시네요!”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목정침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는 이미 정중한 태도였는데 상대방이 말을 저렇게 하니 이제 더 이상 협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가 잘못을 했으니 사과를 했고, 오해할 상황을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업 일은 잘 생각해보시고, 정 안되면 저도 어쩔 수는 없겠네요.”   목정침이 이렇게 단호할 줄 몰랐고 제시카는 그가 여자의 감정을 중요시하지 않는 남자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분노를 애써 눌렀다. “그래요. 어차피 오해였으니까 저도 알겠어요. 사적인 건 사적인 거고 일은 일이니 저는 그래도 저희가 계속 협력했으면 하네요. 오해든 말든 저는 대표님을 존경하니까요. 맞다, 오늘 기회가 돼서 사모님을 뵀어요. 보니까 엄청 어리고 예쁘시던데, 이런 여자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두 분 안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목정침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우연히 만난 건 아니겠죠?”  제시카는 사실대로 말했다. “일부러 찾아간 거예요. 대화도 좀 나눴고요.”  그녀의 귀걸이를 보며 목정침은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귀걸이 마음에 드시면 그냥 갖으세요. 제 아내는 남이 꼈던 거 절대 안 끼거든요. 저희 협력은 없었던 걸로 하는 게 좋겠네요. 저는 잘난 척하는 여자랑 협력하기 싫어서요. 계산은 제가 할게요. 마중은 됐습니다.”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데이비드는 황급히 그를 쫓아갔고, 혼자 남은 제시카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그녀는 분노한 채 귀걸이를 빼서 책상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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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장

그녀가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자 목정침은 웃었다. “너 화내는 모습 좀 귀엽다.”  온연은 그를 노려봤다. “내가 화내는 게 귀여워요? 참 좋겠네요, 나를 화나게 만들고 나서도 기쁠 수 있다니. 어쨌든 이 일은 당신 잘못이잖아요. 당신이 선물을 헷갈려서 상대가 오해한 거잖아요! 그 여자는 당신이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날 도발한 거라고요!”  목정침은 얌전히 그녀의 꾸중을 들었다. “맞아, 내 잘못이야. 내가 이미 처리했어. 선물은 다음번에 줄게.”  온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싫어요! 당신 선물 하나도 안 갖고 싶어요. 그러다가 또 누가 날 찾아와서 욕하면 어떡해요? 난 이제 그런 대우 당하기 싫어요. 협력 그만둬서 손해 꽤 크게 봤겠네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지. 근데 너가 억울한 거에 비하면 그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보다 중요한 건 없어.”  온연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음은 이미 녹아내렸다. 그가 이런 말도 할 줄 알았던가…  그녀는 콩알이를 그의 품에 안겼다. “본인 아들은 본인이 안으세요. 난 밥 먹으러 갈 거예요.”  목정침은 오늘 아이처럼 쫓어다녔다. 온연이 어디로 가면 그는 아이를 안고 그녀를 따라갔고, 온연이 화장실을 갈 때도 그가 밖에서 기다리자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왜 자꾸 따라다녀요!”  목정침은 뻔뻔하게 말했다. “애가 엄마 보고싶다잖아. 아니면 울어.”  온연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이런 장면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흔히 있는 장면 아닌가? 남자들은 애를 보면 다 이런 생각뿐인가? 늘 아이가 엄마를 떨어지지 못 한다고 생각한다.  저녁. 그녀는 란샹이 보낸 가계부를 처리했고, 목정침에게 특별히 방해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가 밖에서 계속 어슬렁거리며 말을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엄마 뭐하는지 볼까? 왜 우리 애기를 안 안아주는 거지? 엄마 불러봐.”  온연은 그가 귀찮게 굴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한가해 죽겠죠? 그럼 애 재울 생각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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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장

온연은 당황했다. 그는 이미 오빠라는 호칭을 금지했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걸까?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  목정침은 그녀의 어깨를 감싼 뒤 세게 안았고 그녀는 숨쉬기가 어려웠다. “왜 그래요? 좀 살살해요. 너무 숨 막혀요.”  그는 그녀에게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고 그녀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이 날 저녁 그녀는 푹 깊은 잠을 잤고, 원래 사람을 피곤할 때 더 깊은 잠에 드는 법이었다.  둘째 날 아침, 온연이 세수를 할 때 목정침은 그녀의 옆에서 양치를 했다. 그녀는 어제 저녁 그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게 생각나서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손에 있던 물기를 그에게 털며 “오빠, 좋은 아침이에요.”  목정침은 양치를 하다가 거품이 목에 걸려 한참을 기침했다. “너… 조용히 해!”  온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호칭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어제는 오빠라고 불러달라면서요. 왜요? 어렸을 때 그 느낌이 아니에요? 보통 여자들은 다 자기 남자친구한테 오빠라고 부르잖아요. 그냥 호칭일 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요? 어제는 이런 반응 아니었잖아요.”  목정침은 입을 헹구고 나갔고 온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회사로 가는 길, 목정침은 운전에 집중했고 온연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왜 갑자기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한 거예요?”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너가 애교부리는 거 듣고 싶어서. 애교 좀 부려볼래?”  온연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 애교 못 부려요. 아님 당신이 시범 좀 보여줄래요?”  목정침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남자랑 여자는 애교를 부리는 방식이 달라. 시범을 보여도 넌 어차피 못 따라해. 애교는 여자들의 천성 아니야? 못 한다고 하지 말고 얼른 해 봐.”  온연은 말대꾸를 했다. “그럼 당신은 애교부릴 줄 아나봐요? 남자는 어떻게 다른지 보여줘봐요. 나한테 보여주면 앞으로 나도 매일 애교 부릴게요. 근데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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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장

오늘 목정침의 기분은 유난히 좋았고, 그가 회사에 오자 데이비드는 바로 알아차렸다.  데이비드는 당연히 왜 그가 기분이 좋은지 알 수 없었다. 제시카와의 파트너쉽을 잃어서 손해가 적지 않았기에 화를 내는 게 맞았다.  모든 일에는 반전이 있을 수 있으니 데이비드는 방심하지 않고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목 대표님, 오늘은 커피 드릴까요 홍차 드릴까요? 아님 다른 걸로 드릴까요?”  목정침은 자리에 앉아 데이비드를 보며 웃음기 가득한 채로 말했다. “마음대로, 너가 알아서 해줘.”  데이비드는 침을 삼킨 뒤 말을 더듬었다. “그럼… 홍차로 가져오겠습니다.” 그의 경험으로 봤을 땐 목정침은 홍차를 자주 마셔서 이 선택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목정침은 대답만 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차갑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웠다.  컴퓨터를 켠 뒤, 그는 메일이 온 걸 확인하고 열었다. 제시카가 보낸 거였고, 제시카라는 이름을 보자 표정이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  상대는 아직도 협력을 원하고 있었고, 오해는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는 뜻을 밝혔다.  그는 망설였다. 제시카는 믿을 만한 협력 업체였고, 이익도 많이 낼 수 있었기에, 그 일만 아니었어도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가 온연에게 막 대한 걸 생각하면 협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갈등을 하다가 그는 메일은 못 본 척했고,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홍차를 갖고 들어오자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렸다. “커피로 바꿔. 설탕 없이.”  데이비드는 손을 떨었다. “네… 네….” 역시, 목정침은 빛보다 빠르게 바뀌는 사람이었다. 그가 방심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또 혼났을지 모른다.  점심. 목정침은 회사 밖에서 걸으며 온연과 문자했다. 비록 점심을 같이 먹진 않지만 그는 그녀가 뭘 먹는지 알고 싶었다.  이때 회사 문 앞에 오자 그는 제시카의 차를 보았고 온화했던 표정이 사라져버렸다.  제시카는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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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장

제시카는 난감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목정침씨!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한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이유를 알고싶어요, 잘못한 건 그 쪽 아닌가요? 사과도 제가 받았으니 협력은 이어갈 수 있는 거잖아요. 설마 제가 그쪽 사모님을 만났다고 해서 협력도 못하는 건가요?”  목정침은 숨을 들이마신 뒤 망설이다 말했다. “맞아요. 제 아내가 제 마지노선이거든요. 아무도 넘으면 안되는 선 같은 거죠. 제가 잘못해서 사과도 했으니 여기까지만 하죠. 비록 협력을 하기 전엔 제가 제시카씨를 좋게 봤지만 목가네 그룹은 협력할 수 있는 회사들이 많아서요. 여기서 계속 매달리시면 매력이 더 떨어져요.”  제시카는 화가 나서 웃었다. “진짜 제가 만나본 남자중에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분이네요. 제가 사모님을 찾아간 건 그때 오해를 해서 그랬고요, 오해를 안 했더라면 찾아갈 일도 없었겠죠. 논리적으로 보면 목 대표님 잘못이 맞기 때문에 억지로 저한테 잘못을 뒤집어 씌우실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이번 협력건이 실패하면 양쪽의 손해가 다 클 텐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껴져서요. 남자가 일할 때는 좀 쿨해야지, 이런 거에 감정 낭비할 필요 없는 것 같은데요. 만약 필요하시다면 제가 사모님한테 사과할게요. 그럼 됐죠?”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렸다. “맞는 말이시네요. 그런데 제 아내가 불편해해서요. 그 사람이 저희의 협력을 막진 않겠지만 이런 걸로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아요. 사과는 됐어요, 어차피 오해였잖아요. 해결됐으니 그럼 된 거죠. 협력은 그냥 없던 일로 하시죠.”  그리고 그는 떠났다.  제시카는 입술을 꽉 깨물으며 상황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멀리서 찾아왔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거절을 당할 줄 몰랐다. 오해는 목정침의 잘못이고, 그가 사과도 했는데 왜 그녀는 마음이 편하지 못 한 걸까? 분명 잘못한 건 그녀가 아니지만, 정작 잘못한 사람이 그녀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밤새 생각해서 이 남자를 갖진 못 해도, 협력은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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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장

제시카는 잠깐 불쾌한 눈빛을 보이며 자신은 길거리에서 파는 밀크티를 안 마실 거라고 생각했다. “목 대표님이 굉장히 사모님을 사랑하시더라고요. 저번에 제가 찾아간 건 오해 때문이었어요. 사모님한테 드리려던 귀걸이를 저한테 주셔서, 다른 뜻이 있으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사과드리러 왔어요. 오해였고 이젠 다 풀렸는데, 제가 사모님을 찾아간 것 때문에 협력을 안 하려고 하셔서요. 아마 이 협력이 서로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 모르시겠지만, 제가 직접 찾아와서 사과를 드릴 정도예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협력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데 그 결정권이 사모님한테 달린 것 같아요. 제가 어느 정도의 이익은 양보하겠습니다. 어떠세요?”  온연은 자신의 입장을 깨끗하게 정리했고, 그녀는 목정침의 단호함을 믿었다. 그리고 그녀는 제시카 같이 거만한 여자가 거슬렸다. “제시카씨 눈에는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처럼 보이나 봐요? 그럼 저는 그런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결정권은 그 사람한테 있겠죠. 저는 관여 못 해요. 그 사람이 안 하겠다면 안 하는 거지 저를 찾아오셔도 소용없어요. 다른 용건 없으시면 가볼게요. 맞다, 이 집 커피 잘 해요. 오늘 날씨도 좋으니 천천히 마시다 가세요.”  말을 한 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제시카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제시카는 두 사람 다 매정하다는 걸 알았다. 상의할 여지도 주지 않았고, 그녀가 온연을 찾아온 건 애초에 잘못이었다.   온연은 제시카가 다시 찾아온 걸 목정침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목정침이 제시카와의 협력을 거절한 일은 그녀에게 감동을 주었다. 평소에 티는 잘 안 내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이런 세심한 부분에서 나타냈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인데도 사람들은 추가 근무를 하러 나왔고, 오후쯤 사람들은 일찍 퇴근했다. 온연은 일찍 집어가서 육아를 하고싶지 않아 서양양을 데리고 쇼핑을 갔다. 점심 때 밥을 별로 안 먹어서 배고팠던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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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장

두 사람은 과일코너에 와서 온연은 콩알이에게 사갈 과일을 생각하며 뭘 사야 할지 고민했다. 콩알이는 과일을 많이 먹어보지 못 했으니 알러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건 피하는 게 좋았다.  이때 뒷문 쪽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힘겹게 과일상자를 옮기고 있었고, 뒷문은 보통 수화물을 옮기는 통로였다. 온연이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이였다. 온호. 지금은 겨울방학 시즌이였고, 온호도 곧 졸업이니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거겠지?  그녀는 바로 다가가서 인사를 하지 않고 그가 물건을 어느 정도 다 옮기자 다가갔다. “온호야, 여기서 뭐해?”  그녀를 보자 온호는 놀라서 살짝 눈을 피했다. “누나… 저 방학이라 할 일도 없고 그래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돈 좀 벌려고요. 사회생활도 미리 해볼 겸요.”  온연은 온호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살폈고, 그는 힘들고 더러운 것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유니폼은 더러웠고, 겨울인데도 코 끝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너희 부모님 그래도 학비랑 생활비 정도는 대주실 수 있지 않아? 이거 해서 얼마나 버는데? 이거 엄청 힘들잖아.”  온호는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저 혼자서 벌 수 있어요. 저도 곧 졸업이니까 나중에 인턴도 시작할 거구요.”  온호가 철든 모습을 보자 온연은 마음이 복잡했다. 목정침은 그때 그녀 몰래 그들에게 많은 돈을 주었는데 만약 온호의 아빠가 허투루 쓰지 않았다면 그의 가족들은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못난 아빠 때문에 아들이 더 고생을 많이 했다.  온호가 게으른 사람이 아닌 걸 알아서 온연은 갈등하다가 말했다. “졸업하기 전까지 생활비랑 학비는 내가 내줄게. 인턴 열심히 하고, 이정도 능력이면 앞으로 인생 잘 살 수 있을 거야. 곧 설인데, 밖에서 이러지 말고 얼른 들어가.”  온연은 거절했다. “아니요, 그거 얼마 안 들어요. 여기서 일하면서 벌 수 있어요. 방학때는 학비 좀 벌고, 학기 중에는 생활비 벌면 돼요. 누나, 정말 걱정 마세요. 마음만 받을게요.”  온연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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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장

온연은 대충 온호가 인턴을 할 때까지 쓸 수 있는 돈을 짐작해서 주었고, 허투루 쓸까 봐 더 많이 주진 않았다. 온호는 받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누나, 이 돈은 제가 일하면 꼭 갚을게요. 제가 한다면 정말 하거든요.”  온연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 너가 갚을 때까지 기다릴게. 집 가는 차비도 넣었어. 얼른 집으로 가서 명절 잘 보내고.”  온호가 떠나자 서양양이 물었다. “동생이에요?”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모 아들이에요. 할머니가 고모를 입양해서 피는 안 섞였는데 동생은 그 부모랑 다르게 괜찮아서요.”  과일을 사고 한 바퀴 돌다가 온연은 집으로 갔다. 콩알이는 이제 막 밥을 먹어서 컨디션이 좋아보였고 바닥에서 멈추지 않고 기어다녔다.  유씨 아주머니는 나이가 많아서 아이가 어디라도 다칠까 봐 쫒아 다녔지만 허리가 나갈 뻔했다.  온연은 이 장면을 보고 말했다. “아주머니 좀 쉬세요, 제가 볼게요. 그냥 기어다니게 냅두세요. 조금 부딪히는 건 괜찮아요. 한번 부딪혀 봐야 조심할 줄도 알겠죠. 크면서 힘든 일이 더 많을 텐데 경험해보지 못 하면 어떻게 알겠어요? 너무 과하게 보호하는 것도 안 좋은 것 같아요. 위험한 곳만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세요.”  말은 이렇게 해도 그녀의 마음은 독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씨 아주머니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아이는 힘이 넘쳐나는듯 쉬지 않고 기어다녔고 그녀도 자신이 늙었나 싶을 정도로 온 몸이 힘들었다.  그녀가 잠시 앉아서 쉬고 있을 때, 아이는 윗층으로 기어 올라갔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쫓아갔다. 한 층을 올라 가는데 거의 20분이나 걸렸고, 손 발을 다 쓰면서 올라가니 숨을 헐떡이며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고를 반복했다.  이제 콩알이는 예전과는 다르게 활발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면 손에 닿는 건 다 건드렸고 침대 앞에 있는 카펫으로도 재밌게 놀았다.  다 갖고 논 다음에는 다시 침대 위에서 놀고 싶다고 칭얼거렸고, 온연은 그가 중간에 잠들까 봐 아이를 그녀와 목정침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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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장

온연은 더 이상 못 보겠어서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요? 만약 애가 우리 침대에 싼 거라고 말하면 침대 시트까지 바꿀 거예요?”  목정침은 굳었다. “유씨 아주머니, 이거 침대 시트 좀 갈아주세요.”  온연:“......”  결벽증 있는 남자의 민감함을 테스트하면 안된다는 사실이 이렇게 증명되었다. 더러운 게 연상됐는지 목정침은 저녁도 거의 안 먹고, 자기 전 아이를 안아주지도 않았다. 잘 때도 새로운 침대시트 냄새를 맡으며 이상한 냄새가 안 나자 그제서야 마음 편히 누웠다.  온연은 참지 못 하고 그를 노려봤다. “만약 애가 당신 몸 위에서 쌌으면 아예 신체부위까지 절단해버리지 그래요. 그래야 깨끗하잖아요. 자기 아들을 저렇게 싫어하다니, 참.”  목정침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난 내 몸 위에 쌀 기회 자체를 주지 않을 거야. 넌 엄마가 뭐하고 있었어? 애가 바지에 싸는 것도 모르고.”  온연은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말했다. “매번 그 타이밍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기저귀가 왜 있겠어요? 과학적으로 아이들은 어리면 원래 똥 오줌을 못 가려요, 알아요? 말해도 모르겠죠. 당신은 이런 게 싫겠지만 난 전혀 아니에요.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 투덜거리지나 마요.”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녀를 보았다. “가끔은 너가 현모양처 같아. 그나저나 회사에 휴가 언제 낼 수 있어? 며칠 놀러 갔다 올까?”  온연이 물었다. “애랑 같이요?”  목정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너무 일이 많아져. 애는 아직 어려니까 멀리 가도 안되고. 둘이서 가자.”  아이를 두고 며칠을 떠나야 된다고 생각하니 온연은 바로 거절했다. “그럼 됐어요. 어렵게 휴가 받아서 아이를 집에 두고 혼자 나가서 놀긴 싫어요. 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요. 난 집에서 애랑 놀 거예요.”  여행은 이렇게 무마됐다. 아이가 생긴 뒤로는 멀리 나가는 것도 제한적이었다.  각 회사에서는 슬슬 연휴기간을 가졌고, 설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길에는 네온사인이 가득해 도시에는 생기가 넘쳤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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