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41 - 챕터 1150

1359 챕터

제1141장

온연은 대답을 못 했다. 그녀는 심개의 아내가 그렇게 당돌할 줄 몰랐고, 사람들 앞에서 난리를 피운 것도 모자라 목정침의 회사까지 찾아갔다니. 그녀는 왠지 모르게 심개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드럽고 우아한 남자가 말 안 듣는 아내를 만나, 심지어 좋아하는 여자도 아닌지라 그가 손해보는 게 상상이상일 것 같았다.  그녀가 말이 없자 목정침은 폭발했다. “대답해! 말 안 하면 뭐가 달라져? 묵인하는 거야? 나 이제 겨우 30대인데 너 때문에 열 받아서 일찍 죽기 싫어!”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라는 거예요? 난 내 할 말 다 했어요. 진짜 밥만 먹었을뿐이라고요. 밥 먹으면서 옛날 얘기도 좀 하자는데 내가 거절할 수 있어요? 좋은 사람이라 더 거절할 수 없었어요. 과거를 담담하게 마주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물러나는 게 더 이상해요. 망설임 없이 당당해야 하는 게 맞다고 난 생각했어요. 숨고 피하고 그러면 괜히 찔리는 것 같잖아요.”  몇 초 간 정적이 흐른 뒤 목정침이 물었다. “너 아직 걔 좋아해?”  온연은 고민하지 않았다. “안 좋아해요. 그 사람도 말했어요. 시간은 재밌는 것 같다고, 좋아하던 것도 안 좋아하게 될 수 있다고요. 옛날에 내 눈에 당신은 무섭고 사납고 다가가기도 어려워서 내가 좋아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었는데 지금은 사랑하게 됐잖아요. 그 반대로 난 그 사람한테 지금 그때의 감정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요. 분명 당신이 이겼는데 왜 여기서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요.”  목정침은 말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온연은 자신의 말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고 적어도 그는 화가 좀 풀렸다.  다행히 그녀는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진몽요의 방식대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지금에서야 왜 진몽요가 경소경을 휘어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싸울 때 누가 잘못을 했든 대화의 흐름을 유지하고 중간에 애교만 조금 섞어주면 남자들은 넘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떠보듯 물었다. “다 설명했으니 이제 일하러 가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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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장

사무실로 들어가자 목정침은 바쁘게 일을 시작했다. 온연은 신발을 벗고 소파에 앉아 패션잡지를 보며 때때로 목정침을 살폈다. 그는 아직 화가 완전히 식지 않았고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그녀를 보는 눈빛도 부드럽지 않았기에 그녀는 온 몸이 불편했다.  목정침을 회의에 보내고 그녀는 해방된 기분이 들어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몽요야, 넌 내가 방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를 거야. 내가 지금 살아서 너랑 전화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진몽요는 회사에 있었고 재밌는 얘기에 이끌려 사람 없는 비상구로 몸을 숨겼다. “무슨 일이야? 누가 널 그렇게 만들었어? 목정침이야?”  온연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에 심개가 회사에 날 찾아왔거든. 너 번호 물어보면서 같이 점심 먹자길래 먹었는데 그 와이프가 알게 된 거야. 그래서 회사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 나랑 심개의 과거까지 다 알고 있더라고. 그래서 심개가 가자마자 나한테 달려들더니 한 마디 하더라. 지금 회사 사람들은 분명 뒤에서 다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거야. 그건 그렇다 치는데, 그 여자가 목정침씨 회사까지 와서 한바탕 했나 봐. 목정침씨가 바로 날 찾아와서, 지금 이 사람 사무실에 있는데… 진짜 죽을 뻔했어.”  진몽요는 놀랐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심개 와이프는 네가 심개랑 밥 좀 먹었다고 뭐라고 한 거야? 왜? 밥 먹는 게 어때서? 너도 뭐라고 했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한 마디 했을 텐데! 너랑 심개랑 잘되진 못 했어도 어쨌든 지금은 친구잖아. 목정침 때문에 너랑 심개랑 거의 연락도 안 하는데 밥 좀 먹었다고 그러는 거야? 너무하다! 목정침이 널 어떻게 한 건 아니지?”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방금 화 냈었다가 내가 해명하고 나서 지금은 괜찮아졌어. 근데 또 언제 화낼지 모르지. 나랑 심개 일은 그 사람 마음속에 가시 같아. 안 건들이면 괜찮은데, 잘못 건들이면 우리 둘 다 아프거든. 난 심개 와이프한테 뭐라고 안 했어. 그럴 필요가 없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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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장

목정침이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온연은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비록 사무실에 히터가 켜져 있었지만 이불을 안 덮고 자면 추울수도 있었기에 그는 다가가서 그녀를 깨웠다. “나 일 끝났어, 밥 먹으러 가자.”  온연은 비몽사몽 일어났고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코도 막혔다. 잠깐 잠들은 사이에 감기 기운이 있을 줄 몰랐고 그녀의 체질은 여전히 약했다. “아… 몇 시예요?”  목정침은 손목시계를 들이밀었다. “퇴근 시간이지 몇 시긴? 감기 걸렸어?”  그녀는 코를 훌쩍였다. “그런 거 같아요. 심한 건 아니에요. 가죠.”  회사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자 그녀는 추워서 오들오들 떨며 목정침의 품에 안겼다. “너무 추워요!”  목정침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차에 타면 괜찮을 거야.”  온연은 익숙하게 그의 보호를 받았고, 역시 그는 키가 커서 바람을 막아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됫쪽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서예령은 이 장면을 보면서 눈꼴이 시려웠다. 그녀는 자신이 질투할 자격이 없는 걸 알았지만 불편한 감정은 미친듯이 속에서 커지고 있어 걷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목정침 옆에 서고 싶은 여자가 그녀 한 명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중 가장 집착이 심한 사람이었다. 목정침의 첫 후원을 받은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을 오로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목 대표님이랑 사모님 사이 진짜 좋으신가 봐. 사모님이 10살 연하라던데, 역시 딸처럼 잘 챙겨주시네. 부러워~”  옆에 있던 사람이 감탄하는 걸 들으며 서예령이 마음이 불편해져 인상을 쓰고 회사를 떠났다.  백수완 레스토랑. 온연은 앉자마자 진몽요에게 사진을 보냈다. ‘네 남편 식당에 밥 먹으러 왔어.’  진몽요도 집에서 밥 먹는 사진을 보냈다. 비록 경소경과 둘만의 식사지만, 경소경은 음식을 많이 했고,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  온연이 문자를 하는 모습을 보고 목정침은 불만을 가졌다. “누구랑 문자해?”  온연은 핸드폰을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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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장

그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목정침은 불쾌했다. “내가 그렇게 출장 갔으면 좋겠어? 일주일이나 가는데 아무 생각도 없는 거야?”  온연은 고개를 저으며 “별 생각 없죠. 당신이 출장 간다는데 내가 뭐라고 해요? 못 가게 할 수 있는 거예요? 걱정 말고 다녀와요. 집에 내가 있잖아요. 일주일이면 긴 시간도 아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데, 한 달도 아니고 일 년도 아니잖아요. 설 날에는 그래도 한가해지겠죠. 그때 가족들끼리 다 모이면 되고요. 연말에 당신 바쁜 거 이해할 수 있어요.”  목정침은 침묵하다가 민감한 주제를 꺼냈다. “나 없을 때 심개랑 만났다가 들키면 오늘처럼 넘어가지 않을 거야.”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국을 마시며 불만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잔소리 그만해요. 요리 다 식어요.”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오자 밖에는 눈꽃이 휘날리고 있었다.  온연은 추워서 얼른 차에 탄 뒤 손을 비볐다. “출장 가는 곳은 춥데요?”  목정침은 히터를 틀었다. “안 추워. 날씨 좋데.”  온연은 농담식으로 말했다. “좋네요. 집은 이렇게 추운데 가서 추위도 피하고, 딱이네요.”  목정침은 그녀를 흘낏 보며 “내가 출장 가는데 왜 이렇게 넌 기분이 좋아 보이지? 나 그냥 가지말까? 너가 이러니까 내가 마음 편히 못 가겠어.”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거예요? 비행기표까지 다 예약했는데, 안 가고싶다 해서 안 갈 수 있는 거예요? 됐어요… 말 안 할래요. 또 당신이 트집 잡으면서 날 오해하는 게 싫어요.”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았고 온연도 속으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자 마자 그녀는 히터를 틀었고, 그 다음 일을 예상하고 있었으니 그녀는 부끄러워서 목정침을 쳐다볼 수 없었다. 결혼한지 이렇게 오래됐지만 그녀는 쑥스러움을 탔다.  “같이 씻을래?” 목정침은 외투를 벗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아니요 아니요… 먼저 먼저 씻어요! 너무 배불러서 좀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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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장

목정침의 눈빛은 의미심장했고, 그녀는 눈치챈 뒤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그녀는 상자를 들고 욕실에 들어가서 열어봤다. 역시… ‘야릇한’ 잠옷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이것만 입고 나가지 않고 겉에 가운을 걸쳤고 뭔가 어색해서 욕실에서 40분 동안 머뭇거렸다. 만약 목정침이 더 인내심이 있었다면 더 머뭇거렸을지도 모른다.  욕실 문이 열린 순간 그녀는 목정침과 눈이 마주쳤고, 그의 눈빛은 기대에 차 있었지만 가운을 입은 그녀를 보자 기대감이 사라졌다. “가운 벗어.”  그녀는 반항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이런 옷 안 입어봐서 불편해요. 아니면 불 좀 꺼줄래요?”  목정침은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턱을 들어올리고 눈을 마주쳤다. “오늘 저녁은 불 안 꺼. 널 보고 싶어.”  이 순간, 온연은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있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블랙홀 같았고, 쉽게 빠져 들것만 같아 잠시나마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보았다. “너랑 잘 어울릴 줄 알았어.”  온연은 순간 사고회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때 그는 그녀를 들어 안아 침대에 내려놨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연아, 이런 모습의 너 정말 예뻐.”  다음 날 두 사람은 늦게 일어났다. 온연의 출근은 급하지 앉았고 조금 늦는다고 해도 엄 매니저는 그저 가만히 있었지만 목정침은 비행기가 있어서 달랐다.  황급히 목가네로 돌아온 뒤 온연은 옷을 갈아입고 아이를 안아준 뒤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오늘 같은 날은 목정침이 그녀를 회사까지 데려다 준다면 비행기를 놓칠수도 있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은 뒤, 그녀는 계속해서 어젯밤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수상한 미소를 짓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서양양은 그녀를 보고 물었다. “언니,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오늘 회사 와서 계속 멍만 때리시고 바보처럼 웃으시잖아요.”  온연은 헛기침을 했다. “아니요, 그냥… 재밌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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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장

그는 선물에 메모를 남겼다. ‘어제 저녁에 주려고 준비한 건데, 까먹고 못 줬네. 나 돌아오면 너 끼고있는 거 보고싶어.’  아마 그 귀걸이가 없어져서 그런지 그녀는 썩 기쁘지 않았다. 그에게 물어봐야 하나? 아님 모른 척해야 하나?  그녀가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 “연아, 뭐 하고 있어? 집에 왔는데 애도 안 보고 여기서 왜 멍 때리고 있는 거야?”  온연은 감정을 숨기고 콩알이를 품에 안았다. “아니에요. 저 콩알이 데리고 좀 걷고 올게요. 밥 먹을 때 불러주세요.”  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목정침으로부터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온연은 한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서 카메라에 아이를 비췄다. “애 데리고 정원에서 산책 중이에요.”  목정침은 아이를 보며 “얘 말고 너 볼래.”  온연은 힘들어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콩알이는 점점 성장하고 있었고 겨울이라 옷도 두껍게 입어서 한 손으로 안고 있기 힘들었다. “나 봐서 뭐하게요? 예쁘지도 않은데.”  목정침은 말없이 그녀의 표정을 보며 아이를 볼때와는 사뭇 다른 얼굴이었다.  온연은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안 바빠요? 진짜 못 말린다니까. 시차도 있는데 왜 영상통화까지 해요. 난 퇴근하고 바로 집 왔어요. 감시하려고 전화한 거면 이제 됐죠? 나 배고파서 밥 먹으러 갈 거예요.”  목정침은 낮게 말했다. “남편이라고 불러줘.”  온연은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안도했다. “왜요? 싫어요…” 그녀는 어제 그가 강제로 남편이라고 불러 달라고 한 걸 잊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소리가 안 나왔다.  목정침은 웃으며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돌아가서 들을게 그럼. 들어가서 밥 먹어.”  전화를 끊고 온연은 긴 숨을 내쉬었다. 방금 몇 번이나 귀걸이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결국 물어보지 못 했다.  식사 시간. 유씨 아주머니는 콩알이한테 밥을 먹이며 온연과 얘기를 나눴다. “도련님이 널 진짜 아끼시는 것 같아. 가시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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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장

진몽요는 디저트를 먹으며 칭찬했다. “연아, 네가 만든 디저트는 여전히 맛있어. 사람이 이래서 똑똑해야 돼. 배우는 것도 빠르잖아. 너 그때 배울 때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말이야.”  온연은 웃으며 그녀에게 주스를 가져다주었다. “천천히 먹어, 뺏어 먹을 사람 없어. 이따가 더 만들어 줄 테니까 집에 가져가.”  경소경은 옆에서 그녀를 챙겼다. “디저트 적당히 먹어요. 좀 이따 밥도 먹어야 하잖아요. 디저트는 많이 먹으면 살쪄요.”  진몽요는 중얼거렸다. “임신하면 원래 살 쪄요. 나 아직 많이 안 쪘는데 벌써 잔소리하는 거예요? 오랜만에 연이가 한가해서 디저트 만들었는데 당연히 많이 먹어줘야죠.”  온연은 진몽요가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맨 위에 있는 과일부터 먹는 걸 발견했다. 디저트는 거의 장식용이라 요즘 나오는 딸기랑 키위는 특히 더 시큼했기에 온연은 의심했다.“몽요야, 너 애기 성별 나왔어?”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근데 딸 같아. 그리고 요즘 성별 검사하는 거 불법 아니야? 아는 의사 있으면 물어볼 수는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내가 딸이라면 딸인 거지. 난 너희랑 사돈 맺을 거야.”  온연은 물었다. “만약 아들이면?”  진몽요는 벙쪘다. “너만 괜찮으면 뭐…”  온연은 얼른 그녀의 말을 끊었다. “당연히 안 괜찮지! 얼른 먹어. 그래야 애가 쑥쑥 자라지. 이제 태어날 일만 남았네.”  경소경은 어이가 없었고 진몽요의 사고회로를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점심 시간. 반 정도 먹자 경소경에게 급한 전화가 와서 그는 먼저 갔다. 진몽요는 우걱우걱 맛있는 갈비를 먹었다. “봤지? 요즘 계속 저렇게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이 없어. 주말에도 안 쉬어. 목정침씨도 출장 갔지? 경소경씨는 매일 퇴근하면 집에 와서 나한테 밥만 해주고 또 야근하러 나가. 난 저 사람 보기만 해도 피곤해. 앞으로 너희 집 와서 좀 얻어먹는 게 낫겠어. 저 사람 왔다 갔다 하기에 피곤할 거 같아서. 혼자서 회사 일을 다 하려니 꽤나 바쁜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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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장

온연은 참 ‘안심이 된다는’ 미소를 지으며 정말 진몽요가 둘도 없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표정이 이상하자 진몽요는 그제서야 눈치챘다. “목정침씨 전화야?”  온연은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매일 이 시간.”  목정침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심개가 떠난 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넌 알 필요 없어.”  진몽요는 혀를 내밀으며 아무 소리도 못 냈고 온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랑 상관 있다고 말한 적 없어요. 심개는 몽요랑 좋은 친구잖아요. 나랑 몽요랑 그 정도 얘기하는 건 괜찮지 않아요? 아저씨, 트집 그만 잡으세요. 우리 아들 밥 먹여야 돼요.”  목정침은 이번엔 전화를 빨리 끊었고 딱 봐도 기분이 안 좋아보였다. 온연은 이정도까지는 달래 줄 필요가 없다고 여겨 무시했다.  진몽요는 애교스러운 말투로 “너가 목정침이랑 전화하는 줄 모르고 실수로 그랬어. 그냥 생각난 김에 얘기한 건데, 설마 목정침이 또 화난 건 아니겠지? 키가 180cm 넘는 사나이가 이런 걸로 화를 내면 너무 쪼잔하잖아.”  온연은 살짝 웃었다. “원래 그래. 이정도는 화낸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진몽요는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혀를 찼다. “너 그 반지 정말 예쁘다. 난 살 쪄서 이제 결혼반지도 안 들어 가. 잠깐 빼놨다가 아이 낳으면 다시 끼려고. 반지 안 껴지는 것만 아니었으면 난 내가 살찐 거 평생 모를 뻔했어.”  진몽요가 너무 실망할까 봐 온연은 조곤조곤 말했다. “그런 게 정상이야. 임신은 뒤로 갈수록 액세서리 같은 거 안 하는게 좋아. 살 찌는 것도 그렇고 붓기도 심해서 나중에 액세서리 빼고 싶어도 빼기 힘들어져. 난 그때 몸이 안 좋아서 살도 별로 안 쪘었고, 아이를 일찍 낳았잖아. 그래서 난 차라리 너처럼 건강한 게 좋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 상황에 만족해. 우리 애는 일찍 태어나서 나중에 수술도 해야한데.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 다 내 탓이니까.”  진몽요는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게, 너 그때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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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장

목정침은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그녀의 귀를 응시했다. “귀걸이 왜 안 했어?”  귀걸이? 온연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귀걸이요?”  그는 인상을 쓰고 물었다. “출장가기 전에 너한테 준 그 귀걸이 말이야.”  온연은 의심에 가득 차 목걸이를 빼서 보여줬다. “당신이 나한테 준 건 목걸이였잖아요.”  목정침은 몸이 살짝 굳었다. “너… 확실해?”  온연은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이 나한테 준 건 귀걸이가 아니라 목걸이였어요.” 그녀야 말로 그가 귀걸이를 누구에게 줬는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주려고 샀던 거 아니었나?  목정침은 말없이 출장 가기 전 날들을 회상했다. 원래 그 목걸이는 미국 여자 고객에게 선물하려던 것이었고 귀걸이가 온연의 선물이었다. 누가봐도 그녀를 위한 것이었는데, 박스가 비슷해서 그가 착각을 한 모양이다. 다 그 날 아침에 너무 정신이 없었던 탓이었다.  어쩐지 그 고객에게 선물을 주자 상대방이 그를 보던 눈빛이 이상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개방적인지라 신경을 별로 안 썼었었고, 상대방이 그에게 몇 번이나 약속을 잡아도 그는 일 관련된 거 말고는 다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상대가 오해를 한 모양이다.  그가 아무 말이 없자 온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귀걸이는요?”  그는 눈빛을 피했다. “내가 고객한테 주려던 선물이랑 네 선물을 헷갈렸다고 하면 믿어줄래? 나도 이럴 줄 몰랐어…” 제일 중요한 건 그 여자 고객이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야하는데, 차갑게 대할 수도 없고, 자신이 무덤을 파서 그 여자에게 의도치 않게 들이댔다.  온연은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 됐다. “사실, 그 날 저녁에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다 봤었어요. 그래서 왜 나한테 일반적인 목걸이를 주고 그 귀걸이를 안 줬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고객 여자죠? 그럼 그 상대도 그 귀걸이가 뭘 의미하는지 알았을 텐데, 당신… 무슨 오해할 상황 만든 거 아니겠죠?”  목정침은 잠깐 고민했다. “내가 알아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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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장

다음 날, 온연은 평상시처럼 회사에 출근했다. 목정침은 시차를 아직 적응하느라 일어나지 못해서, 그녀를 데려다 주지 못 했다.  회사에 막 도착하자 서양양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제시카라는 여자 고객이 언니가 자기 개인 디자이너가 되어 달라고 찾아왔어요. 드레스가 필요하다면서 아침 일찍 왔는데 지금 엄 매니저님이랑 같이 계세요. 꽤 큰 고객이신지 엄 매니저님이 이렇게 고객한테 애쓰는 건 처음 봐요.”  온연은 대답을 하고 게스트룸에 가보려던 순간 서양양이 또 붙잡았다. “언니, 조심하세요. 그 제시카라는 분 만만치 않아 보여요.”  온연은 웃었다. “걱정 말아요. 그럼 사람 안 만나 본 것도 아니고, 정 안되면 다른 사람 찾으라고 하죠 뭐.”  게스트룸에 들어오자 엄 매니저는 온연을 얼른 끌어당겼다. “제시카씨, 찾으시던 디자이너가 온연씨 맞죠?”  온연은 예의바르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제시카씨. 제가 온연입니다.”  제시카는 딱 봐도 기가 세 보였고, 서양적인 얼굴에 나이는 30이 넘어보였다. 보톡스를 많이 맞았는지 피부가 탄탄했고 몸매와 분위기도 고급졌다. 그녀는 유창하지 않은 중국어로 “안녕하세요, 역시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고 목 사모님은 정말 예쁘시네요. 목 선생님께서 역시 보는 눈이 있으세요.”  온연은 경계심이 들었다. 상대는 그녀를 디자이너로 보는 게 아니라 그녀가 목 사모라는 신분을 들먹이며 목정침의 얘기까지 꺼내자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이때 그녀는 제시카의 귀에 마침 목정침이 자신에게 선물하려던 귀걸이를 발견했다. 이 사람이 목정침이 출장가서 만난 그 여자 고객인가?  그녀는 이제야 이해가 됐다. 이 사람은 드레스를 맞추러 온 게 아니라 자신과 비교해보고 싶어서 온 거였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시간 되시면 저희 드레스에 대해서 얘기 좀 나눠 볼까요?”  제시카의 시선은 온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그녀를 훑어보는 느낌이었다. “좋아요. 엄 매니저님, 별 일 없으시면 여기 안 계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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