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21 - 챕터 1130

1359 챕터

제1121장

서예령은 얼굴이 살짝 굳은 채 어쩔 줄 몰라했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나가자 목정침은 데이비드를 사무실로 불렀다. “넌 여기서 돈 그냥 버니? 너 자리가 바로 내 사무실 앞에 있는데 문 하나 못 지켜? 누가 마음대로 내 사무실에 아무나 들이래? 이 층에는 급한 일 아니면 아무도 못 들어와, 알겠어? 마지막 경고야, 내가 모르는 상황에 서예령이 다시 한번 여기 오게 된다면 넌 해고야!”  데이비는 혼이 나서 벙쪘다. “아니 그게… 저번에는 아무 말없으시길래, 두 분이 가까운 사이신 줄 알고, 이렇게까지 신경쓰실 줄 몰랐어요. 게다가 저 분 사람도 괜찮고 말도 예쁘게 하셔서 제가 완전히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안 들여보낼게요.”  목정침은 긴 한숨을 쉬었다. “됐다, 너 때문에 내가 화병 나서 죽겠어. 나가!”  데이비드는 식은 땀을 닦고 얌전히 자리로 돌아와 문을 지켰다. 그는 비서 치고는 한가했고, 평소에 목정침이 시키는 일도 적었다. 스케줄과 필요한 문서 정리 외에 대부분의 시간은 멍을 때리고 있었기에, 좋은 직업 같아 보여도 사실 그는 문지기나 다름없었다…  목정침의 그 단추를 서예령은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았고, 목정침의 대한 존경심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를 봤을 때 그녀의 몸은 마치 우주에 있는 거 같았고, 그는 우주 안에 별 같았다. 그 많은 별들 중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오전에 일을 다 마치고 온연은 지루해서 목정침에게 커피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나 일다 끝냈어요. 이 회사 잘 온 거 같아요, 일도 안 바쁘고 말이에요.’  핸드폰 알림 소리를 듣자 그는 움직임 없이 계속 서류를 보았다. 어차피 그는 온연이 보낸 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온연이 문자를 먼저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서류를 본지 10분이 지나자 그는 귀찮은 듯 핸드폰을 열었고, 이때 마음이 급해져 빠르게 타자를 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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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장

......  병원, 산부인과 수술실 밖.  예군작은 묵묵히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아택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국청곡은 수술실에 있었고, 그가 원하지 않던 그 아이는 이제 죽기 직전이었다.  그는 자신이 분명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알았다. 아침부터 병원에 와서 수술전 검사를 할 때부터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국청곡이 수술실로 들어가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진몽요가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고, 콩알이의 귀여웠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는 아이를 싫어하진 않지만 자신의 더러운 핏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랐다…  “도련님, 만약 어르신이 이 일을 알게되시면 어떡하실 건가요? 수술하고 회복 기간도 필요하실 텐데, 같은 지붕아래 살면 눈치를 못 채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택은 걱정했다.  예군작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눈치 채면 뭐 어쩌게? 그땐 이미 아이가 없을 테니, 다 소용없는 거잖아.”  아택은 다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국청곡이 불쌍해졌다. 결혼을 했는데 건강한아이를 낳지 못 한다는 건 참 비참한 일이었다.  갑자기 예군작이 물었다. “안야는 출산까지 얼마나 남았어?”  아택이 대답했다. “봄쯤 일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서요.”  아마 봄이 되면 진몽요와 경소경의 아이도 태어날 것이다…  잠깐의 침묵 후 예군작이 말했다. “들어가서 의사한테 수술 멈추라고 해. 아직 늦지 않았다면…”  아택은 벙쪘다가 수술실 문을 열었다. “잠깐만요! 수술 멈춰주세요!”  임신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큰 수술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아택의 목소리를 듣고 마취사는 놀라서 손을 떨었고, 마취제가 담긴 주사기를 떨어트렸다.  국청곡도 깜짝 놀랐다. “아택씨?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아택은 또박또박 말했다. “도련님이 생각을 바꾸셨어요. 아이 낳으시래요!”  국청곡은 믿을 수 없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저… 정말이에요?”  아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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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장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냥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왜 고맙다고 해요? 이런 일이 고마운 일이에요? 이걸 은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 국청곡이에요. 국가네 아가씨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고개 숙일 필요 없어요. 애초부터 내 의견을 듣지 않고 단호하게 낳겠다고 했어야 됐어요.”국청곡은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 했다. 분명 그가 협박해서 유산을 할뻔한거였는데 말이다.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예요? 난… 난 그저 아이 때문에 당신이랑 싸우기 싫었어요. 내가 아무리 낳고 싶어도 당신이 싫다면 나도 우리 미래를 위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그가 비꼬았다. “국청곡씨, 설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죠?”국청곡은 당황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비꼬는 듯한 말투는 그녀의 심장을 찔렀고, 그래서 그녀는 좋아한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정략결혼으로 만났으니 감정이 없는 게 당연했다. 첫 만남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첫 눈에 반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 짧은 시간동안 감정이 생긴다는 것도 황당했다. 설령 그녀가 첫 눈에 반했다고 말해도 그는 안 믿을것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를 비웃을 것이다… 왜냐면 첫 눈에 반한 사람은 그녀뿐이었고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웃었다. “아니요, 우린 부부잖아요. 두 가족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야죠. 아닌가요?” 예군작은 그녀의 씁쓸한 미소를 보지 못 했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다.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이미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쩌면 예군작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계속 국가네 아가씨처럼 거만하게 행동하면서, 그의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는 게 맞았다. 그는 그런 모습을 싫어했다. 그녀는 뱃속에 아이가 아직 살아 있어서 마음이 좀 놓였다. “임신한 거 부모님한테 알릴 거예요.”  그녀는 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자신이 국가네 아가씨라는 걸 상기하면서 그의 의견을 묻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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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장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목정침은 빠르게 그녀쪽을 한번 쳐다봤다. “왜 쳐다봐? 얼굴에 뭐 묻었어?”  그녀는 얼른 시선을 거뒀다. “당신 본 거 아니고 바깥 풍경 본 거예요. 오늘 날씨 좋네요. 눈도 안 오고. 조금 춥긴 하지만요.”  그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너 쪽 창문이랑 풍경이 똑같을텐데 굳이 내 쪽 창문으로 봐야해? 나 때문에 가려졌을 거 같은데.”  그녀는 민망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 꼭 저렇게 아는 척을 해야 할까?드디여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목정침이 그녀를 향해 살짝 팔을 들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팔짱을 꼈고 다음 순간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사실… 데이트를 하는 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주문을 할 때 그녀는 그가 커피를 마시지 말라던 잔소리가 생각나 주스를 시켰다. 그러니 와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와인도 술이니 수유기간엔 자제해야 했다.  예상치 못 하게 목정침이 그녀를 대신해 거절했다. “주스 말고 와인으로 주세요.”  그녀는 의아했다. “저녁에 콩알이 수유해야 해요. 술 마시면 좀 그렇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적당히 마시면 저녁때가서는 별 영향 없어. 양식 먹는데 억울하게 주스 마시는 것도 그렇잖아. 와인은 괜찮아. 정 걱정되면 미리 담아둔 거 먹여. 어차피 남은 거 있잖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말에 동의했다. 적게 마시면 괜찮을것 같았다. 어차피 반나절이나 남았으니, 소화시켜서 유해 물질이 남지 않으면 그만이지 뭐.  이때 갑자기 그가 마법처럼 어디선가 검은 색 상자를 꺼내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 “열어봐, 선물이야.”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 남자가… 경소경한테 이런 걸 배워온 건가? 왜 갑자기 잘 해주는 거지? 그녀에게 대놓고 선물 주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았나?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반지가 들어있었다. 반지에는 큰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주변에는 작은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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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장

의혹에 차 있던 찰나에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내가 예전에 디자인했던 거야. 나중에 조금 수정해서 공예사한테 3달 동안 맡겨서 나온거야. 만족스럽게 나와서 너한테 가져온 거고.”  그가 이렇게 말하자 온연은 문득 생각났다. 이 반지 디자인은 어렸을 때 그의 서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그때 그녀는 그가 미래의 아내를 위해 디자인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올 줄은 몰랐다… 이래서 운명은 기묘한 것 같다. 이번생에 그녀는 그의 손아귀에 제대로 잡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닫았다. 지금 반지를 낄 생각이 없었다. 평소에 일할 때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니 잃어버릴까 봐 걱정됐다.  목정침은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이 안 좋아졌다. “안 껴?”  그녀가 해명했다. “잃어버릴까 봐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읿어버리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지. 그냥 껴.”  그의 엄숙한표정을 보고 그녀는 쫄아서 얼른 반지를 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니까 손이 더 예쁘게 돋보였다. 이 선물은 정말 감동이었다.  점심시간이 길지 않아 밥만 먹고 회사로 향했다.  오늘 목정침의 선물과 데이트가 너무 맘에 들었던 온연은 회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때 빠르게 그의 입가에 가벼운 뽀뽀를 해줬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사실 그는 밥 먹으러 가기 전부터 이러고 싶었다.  그가 온연이 너무 짙은색의 립스틱을 바르는걸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줄까 봐 싫은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섹시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흥분할까봐 걱정한 것도 있었다. 사실 그녀의 하얀 피부엔 어떠한 립스틱 색깔도 잘 어울렸다.  긴 키스가 계속 이어졌고, 온연의 핸드폰 알람이 울려서야 마지못해 끝났다. 그녀는 업무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하는 습관이 있었다.  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목정침은 아련한 눈빛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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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장

갑자기, 서양양이 그녀앞으로 걸어왔다. “언니, 원고 정리 다 됐는데, 오후에 샘플 만들까요? 엄 매니저님이 오후에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온연은 얼른 핸드폰을 끄고 부자연스럽게 머리를 귀뒤로 넘겼다. “어… 그래요, 고마워요. 샘플은 오후에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이번 건 좀 복잡해서 시간이 좀 필요할 거예요. 일찍 시작해서 야근하지 말고요.”  서양양은 그녀의 손에 낀 반지를 발견했다. “와, 언니, 반지 정말 예쁘세요. 보석이 엄청 큰데, 분명 엄청 비싸겠죠? 오전까지만 해도 안 끼고 계시던데, 아까 밥 먹으러 가셨을 때 남편분께서 선물하신 거죠? 목 대표님 정말 로맨틱하세요.”  온연은 웃었다. “가요, 작업실 가서 샘플 만들어야죠, 옆에서 좀 도와줘요.”  목정침의 문자로 인해 그녀는 오후 내내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이상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식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가는 게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어쩌면 일상이 너무 따분하고 반복적이라 갑자기 생긴 변화에 신선함을 느끼는 거일수도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진몽요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싶어 전화한거였는데, 온연은 목정침과의 선약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목정침과의 약속을 미루면 그가 화낼까 봐 날짜를 바꿀 수 없었다.  온연이 평소에 거절을 잘 안 하는 편이라 진몽요는 의아했다. “너 저녁에 뭐하는데? 콩알이 때문이면 그냥 데려와. 나 오후에 출근도 안 해서 지루해 죽겠어. 이제 같이 밥도 못 먹어 주는 거야? 정말 이러기야?”  온연은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나중에 만나자. 오늘은 진짜 일이 있어. 선약이 있어.”  진몽요는 놀렸다. “선약이 있다고? 그 목석같은 남자분과의 약속은 아닐테고, 새로운 남자 생긴 건 아니지? 목정침씨가 알면 노발대발할 텐데.”  온연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근데 진짜 처음으로… 점심 때 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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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장

온연의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 그녀는 드디어 목정침이 딸을 갖고싶어 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딸을 키우는 재미는 분명 아들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 공주님, 왜 거기로 간 거야? 아빠한테 와.”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에 온연의 몸은 그대로 굳었고 옆으로 돌아보니 심개의 놀란 눈과 마주쳤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게 별로 없었다. 다만 나이만 더 먹었을 뿐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도 놀랐다. 그저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  “어… 언제 귀국했어요?” 잠깐의 침묵 후 그녀는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은듯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개는 살짝 숨을 들이 마시며 딸을 안았다. “며칠 안 됐어요. 가족들 보러 귀국한거라 오래 안 있을 거예요. 진짜 신기하네요…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 몰랐어요. 아이 용품 사러 온 거예요? 너무 급하게 오는 바람에 당신이랑 몽요씨한테 연락도 못 했네요…”  심개는 그녀가 아이를 낳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도 그가 결혼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연은 웃었다. “누구 좀 기다리면서 구경 좀 하고 있었어요. 몽요가 지금 임신중이라 심심하면 약속 잡아봐요. 당신 딸이에요? 몇 살이에요? 너무 귀엽네요.”  심개는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11개월 됐어요. 걸음마를 빨리 떼서 막 돌아다녀요. 연이씨 아이는… 제 딸보다 좀 더 어리겠죠, 다 알고 있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온연은 아직도 심개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수 없었다. 간단한 안부인사 뒤에 어떤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심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목정침씨가 잘 해주죠? 그래 보여요. 모든 게 좋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온연은 마음이 씁쓸했다. 씁쓸한 건 과거의 청춘이 시간에 갇혀버려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날들이 되어버렸다는것과 지금은 친구사이로도 돌아가기 어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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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여자는 아이를 안고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난감했고 무력감만 더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심개 마음속에 있는 온연의 자리를 대체하지 못할거라는걸 알았다. 그녀가 심개 사이에 아이가 있는 지금도 여전히 인정해야 할 비참한 사실이었다.  백화점에서 나오자 온연은 긴 한숨을 쉬었고, 찬 바람을 맞으면서 이성을 되찾았다. 이제 목정침이 올 시간이었다.  그녀는 문자로 그에게 백화점 문 앞에 있다고 말해주었고, 그의 차는 금방 도로변에 주차되었다. 그녀가 차에 타자 안에 온기가 추위를 녹여주었다. 그녀는 대충 바람에 날린 머리를 정리했다. “밥 어디 가서 먹어요?”  목정침이 대답을 안 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왜 그래요?”  그는 무표정으로 백미러를 보았다. “심개 언제 온 거야?”  그녀는 살짝 멍해있다 그제서야 멀지 않은 거리에 심개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는 모습을 보았다. 목정침이 이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녀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친지 방문 목적으로 잠시 귀국했데요.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며칠 이따가 바로 출국할 건가 봐요. 아까 쇼핑하다가 아내랑 아이까지 마주쳤어요. 딸이 엄청 귀여워요. 벌써 걸을 줄 알더라고요.”  목정침은 말없이 차를 출발했다. 그의 얼굴엔 기분이 드러나지 않았다.  온연은 그 모습에 오히려 긴가민가했다. 원래 오늘 저녁에 약속된 데이트를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해프닝이 일어날줄이야. 화난 건가? 그녀는 뭐라도 해명하고 싶었지만 뭘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해명해야 할만 한것도 없었다.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한 뒤 목정침은 차를 발렛에 맡겼다. “가자.”  온연은 고개를 숙인 채 그를 따라갔고,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자리에 앉자 그는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건넸다. “너가 주문해.”  자세히 메뉴판을 들여다볼 기분이 아닌 그녀는 아무거나 대충 시켰다.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져 그녀가 입을 열려던 찰나에 목정침이 한 발 빨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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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장

온연은 마음 한구석으로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 봤을 때 그들의 사이는 더없이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어떠한 풍랑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한듯 했다.  어둠탓인지 피곤한 탓인지 그런지 목정침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 후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살짝 뜬 온연은 목정침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모른척하기로 했다. 차라리 그가 보고 나서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심개의 연락처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걸까? 없어서 다행이었다…  일찍 잠들어서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온연은 잠에서 깼다. 목정침은 아직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살금살금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갔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처음으로 한 외박이었기에 아이 생각이 났다.  대충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문을 열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목정침이 언제 깨여났는지 바로 욕실 문 앞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일어났어요? 아직 이른데, 아니면… 집에 들렀다 올래요? 옷도 갈아입고 아이도 볼겸요. 어제 하루 안 들어갔더니 마음이 안 놓여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로 걸어가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녀는 머리를 정리하며 자신의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방금은 정말 깜짝 놀랐다.  호텔에서 나갈 때 목정침은 프론트에서 체크아웃을 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 이 호텔도 목가네 소유 라는 뜻이었다.  목가네로 돌아와보니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온연은 아이를 보자 기분이 좋아져 아주머니 손에서 아이를 받았다. “제가 할 게요.”  목정침은 아무 소리 없이 드레스룸으로 들어갔고 유씨 아주머니가 작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도련님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셔? 어제 두 사람 좋은 시간 보내러 간 거 아니였어?”  온연은 심란했다. “맞아요, 근데 어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모르겠네요.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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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장

그녀는 답답했다. “정말 몰라서 물어요? 난 당신이랑 데이트하면 로맨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환상이 다 깨졌어요.”  목정침은 다시 콩알이이게 다가가 아이의 귀를 막았다. “나도 로맨틱하고 분위기 좋은 데이트를 만들고 싶었어. 근데 너도 나랑 데이트할 기분이 아니었잖아.”  온연은 순간 억울했다. “당신 표정이 계속 안 좋아서 내가 눈치만 보느라 다른 거 생각할 겨를이 어딨었겠어요? 진짜 내가 뭐라도 잘못한 거 같잖아요. 당신 진짜 너무해요! 강연연이 돌아왔을때도 난 당신에게 이러지 않았어요. 내가 심개를 우연히 만난 게 그렇게 기분 나빠할 일이에요?”  아이는 반항적으로 목정침의 손을 쳐냈고 목정침은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애 먹이고 내려와서 아침 먹어. 이따 회사로 데려다 줄 게.”  회사로 돌아가는 길, 진몽요의 타이밍에 맞지 않는 문자가 도착했다. ‘어제 어땠어? 연애세포가 다시 되살아나고 그랬어?’  온연은 목정침이 운전에 집중해서 자신을 보고있지 않자 얼른 답장을 보냈다. ‘연애세포는 무슨. 어제 내가 우연히 심개랑 마주쳤는데 그걸보고 저녁 내내 나한테 웃는 얼굴 한번 안줬어.’  진몽요는 심개 이야기에 흥미로워졌다. ‘심개가 왔어? 왜 나한테는 연락도 안 했데. 대학 때 우리 셋이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당장 따져야겠어. 네 남편은 알아서 잘 달래 봐. 남자가 속이 좁기는.’  온연은 목정침을 보면서 진몽요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는 정말 시도때도 없이 화를 잘 냈다.  회사에 도착하자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나 올라가 볼게요.”  목정침은 그녀에게 예쁜 파랑색 상자를 건넸다. “너 거야, 어제 저녁에 주려고 준비한 건데, 못 줬어.”  그녀는 툴툴거리며 상자를 받고 차에서 내렸다. 목정침의 차가 멀어지자 상자를 열어 보니 팔찌였다. 이 남자 정말, 병 주고 약 주고, 사람을 들었다놨다 한다.  한편, 진몽요는 심개가 돌아온 걸 알고 만나고 싶어했다. 게다가 날씨도 추워졌고 배도 많이 불러와서 휴식도 취할 겸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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