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에 차 있던 찰나에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내가 예전에 디자인했던 거야. 나중에 조금 수정해서 공예사한테 3달 동안 맡겨서 나온거야. 만족스럽게 나와서 너한테 가져온 거고.” 그가 이렇게 말하자 온연은 문득 생각났다. 이 반지 디자인은 어렸을 때 그의 서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그때 그녀는 그가 미래의 아내를 위해 디자인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올 줄은 몰랐다… 이래서 운명은 기묘한 것 같다. 이번생에 그녀는 그의 손아귀에 제대로 잡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닫았다. 지금 반지를 낄 생각이 없었다. 평소에 일할 때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니 잃어버릴까 봐 걱정됐다. 목정침은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이 안 좋아졌다. “안 껴?” 그녀가 해명했다. “잃어버릴까 봐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읿어버리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지. 그냥 껴.” 그의 엄숙한표정을 보고 그녀는 쫄아서 얼른 반지를 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니까 손이 더 예쁘게 돋보였다. 이 선물은 정말 감동이었다. 점심시간이 길지 않아 밥만 먹고 회사로 향했다. 오늘 목정침의 선물과 데이트가 너무 맘에 들었던 온연은 회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때 빠르게 그의 입가에 가벼운 뽀뽀를 해줬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사실 그는 밥 먹으러 가기 전부터 이러고 싶었다. 그가 온연이 너무 짙은색의 립스틱을 바르는걸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줄까 봐 싫은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섹시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흥분할까봐 걱정한 것도 있었다. 사실 그녀의 하얀 피부엔 어떠한 립스틱 색깔도 잘 어울렸다. 긴 키스가 계속 이어졌고, 온연의 핸드폰 알람이 울려서야 마지못해 끝났다. 그녀는 업무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하는 습관이 있었다. 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목정침은 아련한 눈빛으로 말했다.
갑자기, 서양양이 그녀앞으로 걸어왔다. “언니, 원고 정리 다 됐는데, 오후에 샘플 만들까요? 엄 매니저님이 오후에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온연은 얼른 핸드폰을 끄고 부자연스럽게 머리를 귀뒤로 넘겼다. “어… 그래요, 고마워요. 샘플은 오후에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이번 건 좀 복잡해서 시간이 좀 필요할 거예요. 일찍 시작해서 야근하지 말고요.” 서양양은 그녀의 손에 낀 반지를 발견했다. “와, 언니, 반지 정말 예쁘세요. 보석이 엄청 큰데, 분명 엄청 비싸겠죠? 오전까지만 해도 안 끼고 계시던데, 아까 밥 먹으러 가셨을 때 남편분께서 선물하신 거죠? 목 대표님 정말 로맨틱하세요.” 온연은 웃었다. “가요, 작업실 가서 샘플 만들어야죠, 옆에서 좀 도와줘요.” 목정침의 문자로 인해 그녀는 오후 내내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이상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식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가는 게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어쩌면 일상이 너무 따분하고 반복적이라 갑자기 생긴 변화에 신선함을 느끼는 거일수도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진몽요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싶어 전화한거였는데, 온연은 목정침과의 선약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목정침과의 약속을 미루면 그가 화낼까 봐 날짜를 바꿀 수 없었다. 온연이 평소에 거절을 잘 안 하는 편이라 진몽요는 의아했다. “너 저녁에 뭐하는데? 콩알이 때문이면 그냥 데려와. 나 오후에 출근도 안 해서 지루해 죽겠어. 이제 같이 밥도 못 먹어 주는 거야? 정말 이러기야?” 온연은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나중에 만나자. 오늘은 진짜 일이 있어. 선약이 있어.” 진몽요는 놀렸다. “선약이 있다고? 그 목석같은 남자분과의 약속은 아닐테고, 새로운 남자 생긴 건 아니지? 목정침씨가 알면 노발대발할 텐데.” 온연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근데 진짜 처음으로… 점심 때 그 사람이
온연의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 그녀는 드디어 목정침이 딸을 갖고싶어 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딸을 키우는 재미는 분명 아들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 공주님, 왜 거기로 간 거야? 아빠한테 와.”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에 온연의 몸은 그대로 굳었고 옆으로 돌아보니 심개의 놀란 눈과 마주쳤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게 별로 없었다. 다만 나이만 더 먹었을 뿐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도 놀랐다. 그저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 “어… 언제 귀국했어요?” 잠깐의 침묵 후 그녀는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은듯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개는 살짝 숨을 들이 마시며 딸을 안았다. “며칠 안 됐어요. 가족들 보러 귀국한거라 오래 안 있을 거예요. 진짜 신기하네요…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 몰랐어요. 아이 용품 사러 온 거예요? 너무 급하게 오는 바람에 당신이랑 몽요씨한테 연락도 못 했네요…” 심개는 그녀가 아이를 낳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도 그가 결혼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연은 웃었다. “누구 좀 기다리면서 구경 좀 하고 있었어요. 몽요가 지금 임신중이라 심심하면 약속 잡아봐요. 당신 딸이에요? 몇 살이에요? 너무 귀엽네요.” 심개는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11개월 됐어요. 걸음마를 빨리 떼서 막 돌아다녀요. 연이씨 아이는… 제 딸보다 좀 더 어리겠죠, 다 알고 있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온연은 아직도 심개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수 없었다. 간단한 안부인사 뒤에 어떤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심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목정침씨가 잘 해주죠? 그래 보여요. 모든 게 좋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온연은 마음이 씁쓸했다. 씁쓸한 건 과거의 청춘이 시간에 갇혀버려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날들이 되어버렸다는것과 지금은 친구사이로도 돌아가기 어렵다는
여자는 아이를 안고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난감했고 무력감만 더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심개 마음속에 있는 온연의 자리를 대체하지 못할거라는걸 알았다. 그녀가 심개 사이에 아이가 있는 지금도 여전히 인정해야 할 비참한 사실이었다. 백화점에서 나오자 온연은 긴 한숨을 쉬었고, 찬 바람을 맞으면서 이성을 되찾았다. 이제 목정침이 올 시간이었다. 그녀는 문자로 그에게 백화점 문 앞에 있다고 말해주었고, 그의 차는 금방 도로변에 주차되었다. 그녀가 차에 타자 안에 온기가 추위를 녹여주었다. 그녀는 대충 바람에 날린 머리를 정리했다. “밥 어디 가서 먹어요?” 목정침이 대답을 안 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왜 그래요?” 그는 무표정으로 백미러를 보았다. “심개 언제 온 거야?” 그녀는 살짝 멍해있다 그제서야 멀지 않은 거리에 심개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는 모습을 보았다. 목정침이 이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녀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친지 방문 목적으로 잠시 귀국했데요.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며칠 이따가 바로 출국할 건가 봐요. 아까 쇼핑하다가 아내랑 아이까지 마주쳤어요. 딸이 엄청 귀여워요. 벌써 걸을 줄 알더라고요.” 목정침은 말없이 차를 출발했다. 그의 얼굴엔 기분이 드러나지 않았다. 온연은 그 모습에 오히려 긴가민가했다. 원래 오늘 저녁에 약속된 데이트를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해프닝이 일어날줄이야. 화난 건가? 그녀는 뭐라도 해명하고 싶었지만 뭘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해명해야 할만 한것도 없었다.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한 뒤 목정침은 차를 발렛에 맡겼다. “가자.” 온연은 고개를 숙인 채 그를 따라갔고,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자리에 앉자 그는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건넸다. “너가 주문해.” 자세히 메뉴판을 들여다볼 기분이 아닌 그녀는 아무거나 대충 시켰다.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져 그녀가 입을 열려던 찰나에 목정침이 한 발 빨리 말
온연은 마음 한구석으로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 봤을 때 그들의 사이는 더없이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어떠한 풍랑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한듯 했다. 어둠탓인지 피곤한 탓인지 그런지 목정침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 후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살짝 뜬 온연은 목정침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모른척하기로 했다. 차라리 그가 보고 나서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심개의 연락처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걸까? 없어서 다행이었다… 일찍 잠들어서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온연은 잠에서 깼다. 목정침은 아직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살금살금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갔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처음으로 한 외박이었기에 아이 생각이 났다. 대충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문을 열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목정침이 언제 깨여났는지 바로 욕실 문 앞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일어났어요? 아직 이른데, 아니면… 집에 들렀다 올래요? 옷도 갈아입고 아이도 볼겸요. 어제 하루 안 들어갔더니 마음이 안 놓여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로 걸어가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녀는 머리를 정리하며 자신의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방금은 정말 깜짝 놀랐다. 호텔에서 나갈 때 목정침은 프론트에서 체크아웃을 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 이 호텔도 목가네 소유 라는 뜻이었다. 목가네로 돌아와보니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온연은 아이를 보자 기분이 좋아져 아주머니 손에서 아이를 받았다. “제가 할 게요.” 목정침은 아무 소리 없이 드레스룸으로 들어갔고 유씨 아주머니가 작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도련님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셔? 어제 두 사람 좋은 시간 보내러 간 거 아니였어?” 온연은 심란했다. “맞아요, 근데 어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모르겠네요. 괜찮
그녀는 답답했다. “정말 몰라서 물어요? 난 당신이랑 데이트하면 로맨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환상이 다 깨졌어요.” 목정침은 다시 콩알이이게 다가가 아이의 귀를 막았다. “나도 로맨틱하고 분위기 좋은 데이트를 만들고 싶었어. 근데 너도 나랑 데이트할 기분이 아니었잖아.” 온연은 순간 억울했다. “당신 표정이 계속 안 좋아서 내가 눈치만 보느라 다른 거 생각할 겨를이 어딨었겠어요? 진짜 내가 뭐라도 잘못한 거 같잖아요. 당신 진짜 너무해요! 강연연이 돌아왔을때도 난 당신에게 이러지 않았어요. 내가 심개를 우연히 만난 게 그렇게 기분 나빠할 일이에요?” 아이는 반항적으로 목정침의 손을 쳐냈고 목정침은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애 먹이고 내려와서 아침 먹어. 이따 회사로 데려다 줄 게.” 회사로 돌아가는 길, 진몽요의 타이밍에 맞지 않는 문자가 도착했다. ‘어제 어땠어? 연애세포가 다시 되살아나고 그랬어?’ 온연은 목정침이 운전에 집중해서 자신을 보고있지 않자 얼른 답장을 보냈다. ‘연애세포는 무슨. 어제 내가 우연히 심개랑 마주쳤는데 그걸보고 저녁 내내 나한테 웃는 얼굴 한번 안줬어.’ 진몽요는 심개 이야기에 흥미로워졌다. ‘심개가 왔어? 왜 나한테는 연락도 안 했데. 대학 때 우리 셋이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당장 따져야겠어. 네 남편은 알아서 잘 달래 봐. 남자가 속이 좁기는.’ 온연은 목정침을 보면서 진몽요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는 정말 시도때도 없이 화를 잘 냈다. 회사에 도착하자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나 올라가 볼게요.” 목정침은 그녀에게 예쁜 파랑색 상자를 건넸다. “너 거야, 어제 저녁에 주려고 준비한 건데, 못 줬어.” 그녀는 툴툴거리며 상자를 받고 차에서 내렸다. 목정침의 차가 멀어지자 상자를 열어 보니 팔찌였다. 이 남자 정말, 병 주고 약 주고, 사람을 들었다놨다 한다. 한편, 진몽요는 심개가 돌아온 걸 알고 만나고 싶어했다. 게다가 날씨도 추워졌고 배도 많이 불러와서 휴식도 취할 겸 월
경소경은 슬그머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남녀사이에 순수한 우정은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심개가 좋아했던 건 온연이지만 그때 진몽요도 심개와 친했으니 혹시 진몽요가 심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왜 심개가 돌아오자마자 월차를 내고 만나러 가려는 걸까? 평소에 월차 내라고 해도 안 내던 그녀인데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생각을 굳혔다. “나랑 같이 가든지, 아님 가지 말든지 해요.” 진몽요는 화가 났다. “그래요, 안가요 안가! 어머님한테 이를 거예요. 배가 이렇게 나왔는데 휴가도 못 내게 한다고. 욕 먹을 준비나 해요!” 경소경은 진묭요의 으름장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진몽요가 정말 하람에게 고자질을 할 줄은 몰랐다. 진몽요가 자리를 뜨자마자 하람의 전화가 걸려와서 다짜고짜 그를 혼내기 시작했다. 그는 곤란해졌다. “엄마, 집사람 얘기만 듣지 마세요. 월차 내고 집에서 쉬려는 게 아니라 친구 만나러 간다고 그래요. 그것도 남자요. 배가 부른 임산부를 제가 보내주는 게 맞는 거예요? 같이 가자고 했는데 죽어도 싫데요.” 겨우 하람을 달래면서 경소경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였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진몽요는 왜 같이 심개를 만나러 가지 않으려는 걸까? 같이 가는 게 정상 아닌가? 저도 모르게 그녀와의 세대 차이가 느껴다. 그럼 10살이나 차이 나는데 세대 차이가 나는 게 맞는 건가? 점심 시간. 아직도 화가 잔뜩 나 있는듯한 진몽요를 보면서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나는 같이 못 가게 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 옛 친구 좀 만나자는 게 뭐가 문젠데요?” 진몽요는 그를 노려봤다. “우리가 비밀 얘기할 수도 있잖아요. 당연히 당신이 옆에 있으면 안되죠.” 경소경은 질투했다. “당신이랑 심개 사이에 무슨 비밀이요? 온연씨랑 있는 거면 몰라도. 설마 당신 예전에 그 사람 좋아했어요?” 진몽요는 놀랐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생각 좀 똑바로 할 수 없어요?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강령은 입을 다물었다.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냥 화분이잖아요. 키우고 싶으면 키우는 거고 귀찮으면 버리면 되는 거죠. 어차피 나도 꽃 같은거에 들일 시간 없어요.” 경소경은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선물한 건데, 그냥 갖고 있어요…” 진몽요는 원망하는 눈빛으로 강령을 보았고, 강령은 몰랐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라고 이렇게 될줄 알았으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거리가 될만한 화제를 꺼냈을 뿐이었다. 갑자기, 진몽요의 핸드폰이 울렸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지만 웬지 익숙했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안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몽요… 사장님…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안야의 번호는 진작 삭제해서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안야의 목소리는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다. 과거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사이였지만 그냥 죽게 냅둘 수는 없었다. 안야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저… 샤워하다가 넘어졌는데… 아택씨가 전화를 안 받아요. 배가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진몽요는 깜짝 놀랐다. 안야는 임신중인데, 넘어지면 안됐다. 관건적인 시각에, 아택은 연락이 안됐고, 안야는 자신과 온연 빼고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전화가 온 게 분명했다. 그녀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경소경을 잡아당겼다. “가요, 안야한테 큰일 났어요. 나랑 같이 가요!” 경소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요?” 진몽요는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경소경도 모른척할만한 상황이 아닌지라 황급히 차키를 챙겨 앞장섰다. 그들이 이렇게 빨리갈 줄 몰랐던 강령은 식탁 위에 아직 많이 남아있는 음식들을 보며 물었다. “너네 다시 와서 먹을 거야? 몽요는 임신중인데 많이 먹지도 못 했잖아. 배고프면 어떡해?” 진몽요는 지금 밥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괜찮아요, 저희 이따 다시 안 올지도 몰라요. 알아서 챙겨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