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마음 한구석으로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 봤을 때 그들의 사이는 더없이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어떠한 풍랑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한듯 했다. 어둠탓인지 피곤한 탓인지 그런지 목정침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 후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살짝 뜬 온연은 목정침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모른척하기로 했다. 차라리 그가 보고 나서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심개의 연락처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걸까? 없어서 다행이었다… 일찍 잠들어서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온연은 잠에서 깼다. 목정침은 아직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살금살금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갔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처음으로 한 외박이었기에 아이 생각이 났다. 대충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문을 열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목정침이 언제 깨여났는지 바로 욕실 문 앞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일어났어요? 아직 이른데, 아니면… 집에 들렀다 올래요? 옷도 갈아입고 아이도 볼겸요. 어제 하루 안 들어갔더니 마음이 안 놓여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로 걸어가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녀는 머리를 정리하며 자신의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방금은 정말 깜짝 놀랐다. 호텔에서 나갈 때 목정침은 프론트에서 체크아웃을 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 이 호텔도 목가네 소유 라는 뜻이었다. 목가네로 돌아와보니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온연은 아이를 보자 기분이 좋아져 아주머니 손에서 아이를 받았다. “제가 할 게요.” 목정침은 아무 소리 없이 드레스룸으로 들어갔고 유씨 아주머니가 작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도련님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셔? 어제 두 사람 좋은 시간 보내러 간 거 아니였어?” 온연은 심란했다. “맞아요, 근데 어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모르겠네요. 괜찮
그녀는 답답했다. “정말 몰라서 물어요? 난 당신이랑 데이트하면 로맨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환상이 다 깨졌어요.” 목정침은 다시 콩알이이게 다가가 아이의 귀를 막았다. “나도 로맨틱하고 분위기 좋은 데이트를 만들고 싶었어. 근데 너도 나랑 데이트할 기분이 아니었잖아.” 온연은 순간 억울했다. “당신 표정이 계속 안 좋아서 내가 눈치만 보느라 다른 거 생각할 겨를이 어딨었겠어요? 진짜 내가 뭐라도 잘못한 거 같잖아요. 당신 진짜 너무해요! 강연연이 돌아왔을때도 난 당신에게 이러지 않았어요. 내가 심개를 우연히 만난 게 그렇게 기분 나빠할 일이에요?” 아이는 반항적으로 목정침의 손을 쳐냈고 목정침은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애 먹이고 내려와서 아침 먹어. 이따 회사로 데려다 줄 게.” 회사로 돌아가는 길, 진몽요의 타이밍에 맞지 않는 문자가 도착했다. ‘어제 어땠어? 연애세포가 다시 되살아나고 그랬어?’ 온연은 목정침이 운전에 집중해서 자신을 보고있지 않자 얼른 답장을 보냈다. ‘연애세포는 무슨. 어제 내가 우연히 심개랑 마주쳤는데 그걸보고 저녁 내내 나한테 웃는 얼굴 한번 안줬어.’ 진몽요는 심개 이야기에 흥미로워졌다. ‘심개가 왔어? 왜 나한테는 연락도 안 했데. 대학 때 우리 셋이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당장 따져야겠어. 네 남편은 알아서 잘 달래 봐. 남자가 속이 좁기는.’ 온연은 목정침을 보면서 진몽요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는 정말 시도때도 없이 화를 잘 냈다. 회사에 도착하자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나 올라가 볼게요.” 목정침은 그녀에게 예쁜 파랑색 상자를 건넸다. “너 거야, 어제 저녁에 주려고 준비한 건데, 못 줬어.” 그녀는 툴툴거리며 상자를 받고 차에서 내렸다. 목정침의 차가 멀어지자 상자를 열어 보니 팔찌였다. 이 남자 정말, 병 주고 약 주고, 사람을 들었다놨다 한다. 한편, 진몽요는 심개가 돌아온 걸 알고 만나고 싶어했다. 게다가 날씨도 추워졌고 배도 많이 불러와서 휴식도 취할 겸 월
경소경은 슬그머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남녀사이에 순수한 우정은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심개가 좋아했던 건 온연이지만 그때 진몽요도 심개와 친했으니 혹시 진몽요가 심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왜 심개가 돌아오자마자 월차를 내고 만나러 가려는 걸까? 평소에 월차 내라고 해도 안 내던 그녀인데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생각을 굳혔다. “나랑 같이 가든지, 아님 가지 말든지 해요.” 진몽요는 화가 났다. “그래요, 안가요 안가! 어머님한테 이를 거예요. 배가 이렇게 나왔는데 휴가도 못 내게 한다고. 욕 먹을 준비나 해요!” 경소경은 진묭요의 으름장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진몽요가 정말 하람에게 고자질을 할 줄은 몰랐다. 진몽요가 자리를 뜨자마자 하람의 전화가 걸려와서 다짜고짜 그를 혼내기 시작했다. 그는 곤란해졌다. “엄마, 집사람 얘기만 듣지 마세요. 월차 내고 집에서 쉬려는 게 아니라 친구 만나러 간다고 그래요. 그것도 남자요. 배가 부른 임산부를 제가 보내주는 게 맞는 거예요? 같이 가자고 했는데 죽어도 싫데요.” 겨우 하람을 달래면서 경소경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였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진몽요는 왜 같이 심개를 만나러 가지 않으려는 걸까? 같이 가는 게 정상 아닌가? 저도 모르게 그녀와의 세대 차이가 느껴다. 그럼 10살이나 차이 나는데 세대 차이가 나는 게 맞는 건가? 점심 시간. 아직도 화가 잔뜩 나 있는듯한 진몽요를 보면서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나는 같이 못 가게 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 옛 친구 좀 만나자는 게 뭐가 문젠데요?” 진몽요는 그를 노려봤다. “우리가 비밀 얘기할 수도 있잖아요. 당연히 당신이 옆에 있으면 안되죠.” 경소경은 질투했다. “당신이랑 심개 사이에 무슨 비밀이요? 온연씨랑 있는 거면 몰라도. 설마 당신 예전에 그 사람 좋아했어요?” 진몽요는 놀랐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생각 좀 똑바로 할 수 없어요?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강령은 입을 다물었다.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냥 화분이잖아요. 키우고 싶으면 키우는 거고 귀찮으면 버리면 되는 거죠. 어차피 나도 꽃 같은거에 들일 시간 없어요.” 경소경은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선물한 건데, 그냥 갖고 있어요…” 진몽요는 원망하는 눈빛으로 강령을 보았고, 강령은 몰랐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라고 이렇게 될줄 알았으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거리가 될만한 화제를 꺼냈을 뿐이었다. 갑자기, 진몽요의 핸드폰이 울렸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지만 웬지 익숙했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안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몽요… 사장님…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안야의 번호는 진작 삭제해서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안야의 목소리는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다. 과거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사이였지만 그냥 죽게 냅둘 수는 없었다. 안야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저… 샤워하다가 넘어졌는데… 아택씨가 전화를 안 받아요. 배가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진몽요는 깜짝 놀랐다. 안야는 임신중인데, 넘어지면 안됐다. 관건적인 시각에, 아택은 연락이 안됐고, 안야는 자신과 온연 빼고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전화가 온 게 분명했다. 그녀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경소경을 잡아당겼다. “가요, 안야한테 큰일 났어요. 나랑 같이 가요!” 경소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요?” 진몽요는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경소경도 모른척할만한 상황이 아닌지라 황급히 차키를 챙겨 앞장섰다. 그들이 이렇게 빨리갈 줄 몰랐던 강령은 식탁 위에 아직 많이 남아있는 음식들을 보며 물었다. “너네 다시 와서 먹을 거야? 몽요는 임신중인데 많이 먹지도 못 했잖아. 배고프면 어떡해?” 진몽요는 지금 밥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괜찮아요, 저희 이따 다시 안 올지도 몰라요. 알아서 챙겨드세요.”
긴급한 상황이니 남녀 신경 쓸 것 없이 경소경이 안야를 둘쳐 안고서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진몽요는 차에서 계속 안야의 손을 잡고 계속해서 입김으로 온기를 불어넣어줬다. “안야, 안야, 내 목소리 들려?” 아무리 불러도 안야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이미 깊은 혼미상태에 빠져버렸다. 병원에 도착한 후 안야는 응급실로 이송됐고, 의사가 가족이 누구냐는 질문에 진몽요와 경소경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들은 아무도 안야의 가족이 아니었고 오직 아택만 안야의 가족이라고 말할수 있기 때문이였다. 응급처치를 마친 후, 다행히 안야와 뱃속에 아이는 무사했다. 발만 살짝 다쳐 약간의 가벼운 골절이 있긴 했다. 잠시 혼미상태에 빠진 건 넘어질 때 머리가 부딪혀서엿다. 다행이 안야가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진몽요에게 전화를 했기에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을 구했다. 안야는 금방 일반 병실로 옮겨졌고 링겔을 맞은지 한참뒤에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 깨어난 그녀는 바로 배를 만져보고 아이가 무사한 걸 확인한 뒤 안도했고 침대 옆에 서 있는 진몽요와 경소경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경소경은 아무 말없이 뒤돌아 복도로 나갔다. 진몽요는 경소경이 아직도 과거 일 때문에 그러는걸 알기에 굳이 아무렇지 않은 척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별 일 없어서 다행이야. 너가 나한테 전화한 이상, 나로서는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근데 아택씨도 좀 그렇네, 너가 이렇게 됐는데도 나타나지 않고. 다시 전화 해볼래?” 안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전화 안 받는 거면 분명 바쁜 일이 있어서일거에요.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늦은 시간에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저는 혼자 있어도 되니까 두분 얼른 들어가 보세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야가 이렇게 된 모습을 보자 진몽요도 마음이 좋지 않아 물었다. “아택씨가 너한테 잘 해줘? 두 사람 결혼한 이유가 임신 때문이야 아님 정말 서로 좋아해서야? 내가 오지랖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난 그냥 결혼은 함부로 하면 안되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잔소리를많이 들어 이미 익숙해진 진몽요는 귀를 파며 받아쳤다. “그래도 내가 좋은 거 아니에요? 아니면 왜 다른 여자 안 만나고 나를 만났어요? 어쨌든 결혼은 나랑 했잖아요. 아니, 그보다는... 안야랑 아택씨 애 때문에 결혼한 것 같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좀 과장되게 들리나? 하긴 요즘 시대에 실수로 임신하면 다들 지우니까 아이가 결혼에 그렇게 큰 역할을 하는것 같지도 않고... 뭐 아택씨네 집안이 엄청 재벌이여서 상속할 후계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잖아요. 억지로 결혼할 이유가 없는데 두 사람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지금 안야 혼자 병원에 있으니까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 경소경은 안야와 아택 일에 관심이 없었기에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다른 건 우리랑 상관없으니까 이상한 생각 그만해요.” 진몽요는 입술을 삐죽이며 더 얘기하지 않고 경소경의 음식을 기다렸다. 그러다 허겁지겁 밥을 먹은 뒤 하품을 하며 자러 올라갔다. 임신하면 쉽게 피곤해진다. 병원. 안야는 이송될 때 아무거도 챙기지 못한터라 핸드폰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간호사의 핸드폰을 빌려 아택에게 연락했다. 이미 시간은 새벽이었고 드디여 아택에게 전화가 연결됐다. 그녀는 오늘 저녁에 일어난 일들을 다 말해주고 싶었지만 잠깐의 고민끝에 결국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나 지금 밖이에요. 나올때 핸드폰을 안 챙겨서 나왔네요. 당신 혹시 집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나 찾지 말라고요.” 아택은 물었다. “어딘데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밖이라고요?” 안야의 여린 마음이 무너져 내리며 눈물이 떨어졌고 아택에게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나… 일이 좀 있어서 친구네 집에 있어요. 급하게 나오느라 핸드폰을 못 챙겼어서 아무 일 없다고 전해주려고 전화한 거예요. 괜찮으니까 일 봐요. 이거 핸드폰 빌린 거라서 이제 돌려줘야 해요. 먼저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미안한 듯 간호사를 향해 미소를 지었
아택은 살짝 어색하게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아이 말고 나도 있잖아요. 무슨 이유로 결혼을 했든 우리는 부부예요. 앞으로 너무 본인한테 강압적이지 말아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요, 앞으로는 잘 받을 게요. 내가 나가서 먹을 것 좀 사올 테니까 오늘 저녁은 병원에서 잘 쉬고 있어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올 게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고 멀어지는 아택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가 옴으로 인해 안정을 되찾았다. 안야 쪽 일을 대충 처리하고 아택은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왔다. 고요한 저녁인데 예군작은 아직 잠에 들지 않아 그를 붙잡았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아택은 거짓말이 소용없는 걸 알았기에 사실대로 말했다. “안야씨가 넘어져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갔다 왔습니다. 당분간 가서 챙겨줘야 할 것 같아요.” 예군작은 무표정으로 물었다. “병원까지 누가 데려다 줬는데?” 아택은 망설였다. “경소경씨랑 진몽요씨요. 안야씨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저한테 전화를 걸었었는데 제가 못 받았어서요… 급하게 가느라 말씀 못 드렸습니다.” 예군작이 손을 흔들다 아택은 그에게 담배를 건넨 뒤 불을 붙였다. 연기를 내뿜은 뒤 예군작이 말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마음이 약해. 진몽요랑 경소경이 이정도 도와줬다고 해서 안야가 말하면 안 되는 걸 말하게 하지 마. 당분간 휴가 내. 임산부 혼자 몸 관리하기도 불편할 텐데,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그냥 말만 하고 가.” 예군작이 안야가 혹시라도 입을 열까 봐 걱정을 하든, 아님 정말 다른 게 신경 쓰여서였든 아택은 그에게 감사했다. “네, 감사합니다.” 예군작은 담담하게 말했다. “뭐가 감사해?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잖아. 이정도 상황들은 이해할 수 있어. 정 걱정되면 가정부 한 명 고용해. 그리고 그동안 너 혼자 집도 없었을 텐데, 내가 집 한 채 해줄 테니까 안야도 그쪽으로 이사 하라고 해. 거기 가서 누가 좀 챙겨주면 낫겠지.
예군작은 말없이 방 불을 끄고 국청곡을 등진 채 있었다. 국청곡은 이불을 걷어낸 뒤 일어났고, 침대에는 그의 냄새가 나자 그녀는 순간 마음이 들떠 잠 기운이 달아났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대한 모든 인내심이 두 집안의 협력 때문인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그가 잘해준다고 느껴도 그 호의 안에는 어떠한 감정도 섞여 있지 않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감싸려 했고, 적어도 지금은 이유를 갖고 그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건들지 마요.” 예군작은 차갑게 말했다. 국청곡은 몸이 살짝 굳었고 화가 나서 그를 등졌다. 그녀는 정말 자신의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몰랐고, 어쩌면 미래의 어느 날은 지쳐서 그를 떠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움직임이 느껴졌고,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는 박력있게 그녀의 턱을 잡고 따뜻한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조금 놀랐다. 방금은 그저 그를 안고 잠만 자고 싶었을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잠옷이 풀리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아… 안돼요…” 예군작의 목소리는 낮고 어두웠다. “이러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몸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의 다리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진몽요는 안야가 걱정되어 다시 한번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경소경은 그녀와 함께 갔지만 안에 들어가지 않고 차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병실 문을 열자 진몽요는 아택을 보았다. 안야는 아침을 먹고 있었고 그녀는 안도했다. “이왕 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어제 그 상황에서 저도 전화를 안 받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아택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진몽요는 투덜거렸다. “감사 인사 듣자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임산부는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니 노력 좀 하세요. 아내도 자식도 다 당신 거예요. 너무 내버려두지 말라고요.”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