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군작은 말없이 방 불을 끄고 국청곡을 등진 채 있었다. 국청곡은 이불을 걷어낸 뒤 일어났고, 침대에는 그의 냄새가 나자 그녀는 순간 마음이 들떠 잠 기운이 달아났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대한 모든 인내심이 두 집안의 협력 때문인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그가 잘해준다고 느껴도 그 호의 안에는 어떠한 감정도 섞여 있지 않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감싸려 했고, 적어도 지금은 이유를 갖고 그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건들지 마요.” 예군작은 차갑게 말했다. 국청곡은 몸이 살짝 굳었고 화가 나서 그를 등졌다. 그녀는 정말 자신의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몰랐고, 어쩌면 미래의 어느 날은 지쳐서 그를 떠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움직임이 느껴졌고,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는 박력있게 그녀의 턱을 잡고 따뜻한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조금 놀랐다. 방금은 그저 그를 안고 잠만 자고 싶었을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잠옷이 풀리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아… 안돼요…” 예군작의 목소리는 낮고 어두웠다. “이러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몸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의 다리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진몽요는 안야가 걱정되어 다시 한번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경소경은 그녀와 함께 갔지만 안에 들어가지 않고 차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병실 문을 열자 진몽요는 아택을 보았다. 안야는 아침을 먹고 있었고 그녀는 안도했다. “이왕 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어제 그 상황에서 저도 전화를 안 받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아택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진몽요는 투덜거렸다. “감사 인사 듣자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임산부는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니 노력 좀 하세요. 아내도 자식도 다 당신 거예요. 너무 내버려두지 말라고요.” 안
“당신… 아직 경소경 좋아해요?” 안야는 놀란 눈으로 아택을 보았다. “네?” 아택은 그녀가 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에요.” 그녀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아택은 일어나서 그녀가 먹은 도시락통을 치웠다. 사실 그녀도 자신이 정말 경소경을 좋아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사람이 질투에 눈이 멀게 되면 모든 게 다 가짜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그저 무사히 아이를 낳고 편안한 알을 보내고 싶었다. 지금의 일상도 좋으니 그녀는 더 바랄 게 없었다. 진몽요는 무언가를 마음 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라 안야의 일은 온연도 금방 알게 되었다. 진몽요는 전화 너머 고민이 많아 보였다. “우리 셋이서 예전에 참 좋았었는데 지금은 서로 얼굴 보기도 어색하네. 내가 만약 진짜 안야를 미워해서 그 전화를 끊어버렸다면 일이 커졌을지도 몰라. 내가 전화를 안 끊어서 다행이고, 경소경씨가 나를 도와서 병원까지 가줘서 다행이지. 그때 나랑 경소경씨 둘 다 매정하지 않았어서 다행인 거 같아.” 온연의 태도도 진지했다. “그래도 사람과의 인연이 장난은 아닌 것 같아.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 걔는 다른 가족도 없는데 너한테 연락했다는 건 신뢰가 있어서 겠지. 너가 도울 줄 알았던 거야. 너는 걔가 과거에 했던 일을 미워하고 마음이 불편해도, 걔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나서서 돕잖아. 그게 다 과거에 정 때문 아니겠어?” 진몽요는 부정할 수 없었다. 옛정은 중요했지만 지금의 절교도 진심이었다. 전화를 끊고 온연은 일어나 정수기에서 물을 받았고 이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온연씨, 누가 1층 로비에서 찾아요. .” 그녀는 한 눈 판 사이에 뜨거운 물에 손이 데였고, 따가워서 얼른 손을 피했다. “네, 금방 내려가요.” 그녀는 고객이 찾아온 줄 알고 황급히 내려갔는데, 내려가 보니 심개였다. 그녀는 그가 찾아올 줄 몰랐어서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어…” 심개는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일하는 거 알고 지나가던 길에 들렸어요. 저번에
자리에 앉은 후 심개가 말했다. “몽요한테 전화했는데 역시나 욕하더라고요. 성질 여전해요. 결혼하고 이제 애도 낳을 텐데 성격이 하나도 안 변했어요. 그래도 그 성격 때문에 고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털털할수록 살기 쉬우니까요.” 대화 주제를 꺼내자 온연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게요.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해요. 몽요는 참 운이 좋아요, 경소경씨가 사랑해주고, 뭐든지 다 맞춰주거든요. 해외에서 생활하는 건 어때요? 귀국해서 일할 생각은 없는 거예요?” 심개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적응 못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적응이 되더라고요. 이미 뿌리를 박아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고 그냥 이렇게 살죠 뭐. 이거 봐요, 이 가게 인테리어 아직도 그대로예요. 너무 익숙하지 않아요?” 온연은 주변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하나도 안 변하고 그대로네요. 음식 맛도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심개는 이때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손등을 발견했고, 그녀의 손을 잡고 자세히 보았다. “손이 왜 그래요? 화상 입은 것 같은데.” 그녀는 얼른 손을 뺐다. “물 따르다가 실수도 데였어요. 이정도는 그냥 놔두면 자연적으로 치료 돼요.” 심개는 무언가를 눈치 채고 표정이 살짝 굳었다. “미안해요… 너무 급해서 그만…” 온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땐 이런 거 신경도 안 썼는데요 뭘. 지금은 결혼하기도 했고 목정침씨가 워낙 질투가 많아서 기분 상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난 괜찮아요.” 심개의 눈빛을 씁쓸해 보였다. “시간은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과 안 좋아하는 것을 바꿀 수 있잖아요.” 온연은 침묵하며 이 말에 동의했다. 처음에 그녀는 심개를 좋아했지만, 나중엔 목정침을 사랑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형태 없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식사 후, 심개는 다시 그녀를 회사 문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의 차가 멀어지는 걸 보며 그녀는 속으로 그가 행복하길 빌었다. 앞으로 이런 만남
이때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되어 직원들이 속속히 돌아왔고, 사람을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이는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하는 온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모님, 말 조심하세요. 저는 무서울 게 없지만 사모님은 아니실 텐데요. 제가 정말 그 사람이랑 뭐가 있다면 대낮에 회사에 절 데리러 오게 만들었겠어요? 제발 그 머리로 생각 좀 할 수는 없으신가요?” 심개의 아내는 차갑게 웃었다. “당당할수록 찔리는 게 있는 거겠죠. 두 사람은 원래도 만나면 안되는 사이였어요!”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보며 온연은 도저히 심개의 아내와 싸우기 싫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일해야 되서 여기서 한가하게 이럴 시간 없네요.” 그녀는 바로 회사로 들어갔고, 심개의 아내도 쫓아가지 않고 씩씩거리며 나갔다. 자리에 앉은 뒤 서양양이 다가가서 작게 물었다. “언니, 방금 저 여자 누구예요? 왜 언니한테 욕한 거예요?” 온연은 머리가 아팠다. “물어보지 말고 일하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서양양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지금 회사에서 다 언니 얘기뿐이에요. 겉으로는 도도하고 청순한 척 다 하고 평소에 회사에서 이성이랑 대화도 잘 안 나누면서, 뒤에서는 목대표님 몰래 바람 피운다고요… 사람들이 다 그 여자가 찾아왔으니 언니가 확실히 그랬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어요… 물론 저는 사람들 말 안 믿고, 언니 편에 설 거예요.” 온연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일거리를 만들기 싫었는데 밥 한 끼 먹었다고 왜곡된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졌다. “나 그런 사람 아니니까 마음대로 떠들게 둬요. 신경쓰기도 귀찮으니까.” 그녀가 몰랐던 건 심개의 아내가 목가네 그룹에 목정침을 찾으러 갔다는 것이었다. 대표 사무실. 목정침은 무표정으로 눈 앞에 여자를 보았다. “심 사모님, 무슨 일이세요?” 심개의 아내는 그를 훑어봤다. “목 대표님은 생긴 것도 출중하시고, 목가네가 제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저는 이해가 안되네요. 왜 아내가 다른 여자 남편을 못
데이비드는 방금 전 대화를 다 들었고 그는 조심스럽게 문서를 주웠다. “네,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일을 맡긴 후, 목정침은 운전을 해서 온연의 회사로 갔다. 회사에 도착한 후 그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회사 앞이야, 내려와.’ 문자를 받은 온연은 창가로 가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고 목정침이 정말 온 걸 확인한 뒤 당황했다. 이렇게 빨리 그의 귀에 들어갔다고? 그녀는 그가 화난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오싹했기에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 피할 수는 없었고, 어차피 집에 가서도 계속 이럴 테니,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엄 매니저에게 반차를 내고 내려갔다. 내려가기 전, 서양양은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 “언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잘못한 게 없으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요.” 목정침 차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나 반차 냈어요, 집에 가서 얘기해요.” 목정침은 차가운 얼굴로 엑셀을 세게 밟았고,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온연은 손잡이를 잡았다. 그는 역시 알고 왔다. 근데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이럴 일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안 가는 건데… “천천히 달려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콩알이는 고아가 되는 거잖아요!” 그녀의 말을 듣고 목정침은 이성을 찾은 뒤 속도를 줄였다. 그는 짜증섞인 모습으로 넥타이를 잡았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회사에 날 찾아와서 내 아내가 바람 났다는데,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돼?” 온연은 성내며 말했다. “아니죠. 당신은 나한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먼저 물었어야죠. 나를 믿었어야지, 다른 사람 말을 먼저 믿어요? 내가 당신한테 미안할 짓 한 적 있어요?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에요!” 목정침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이런 막무가내 화법은 누구한테 배운 거야? 진몽요가 가르쳐 줬어? 나한테 똑바로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집에서 애 앞에서 너랑 싸우기 싫으니까똑바로 설명 못 하면 알아서 해.” 온연은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 “그…
온연은 대답을 못 했다. 그녀는 심개의 아내가 그렇게 당돌할 줄 몰랐고, 사람들 앞에서 난리를 피운 것도 모자라 목정침의 회사까지 찾아갔다니. 그녀는 왠지 모르게 심개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드럽고 우아한 남자가 말 안 듣는 아내를 만나, 심지어 좋아하는 여자도 아닌지라 그가 손해보는 게 상상이상일 것 같았다. 그녀가 말이 없자 목정침은 폭발했다. “대답해! 말 안 하면 뭐가 달라져? 묵인하는 거야? 나 이제 겨우 30대인데 너 때문에 열 받아서 일찍 죽기 싫어!”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라는 거예요? 난 내 할 말 다 했어요. 진짜 밥만 먹었을뿐이라고요. 밥 먹으면서 옛날 얘기도 좀 하자는데 내가 거절할 수 있어요? 좋은 사람이라 더 거절할 수 없었어요. 과거를 담담하게 마주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물러나는 게 더 이상해요. 망설임 없이 당당해야 하는 게 맞다고 난 생각했어요. 숨고 피하고 그러면 괜히 찔리는 것 같잖아요.” 몇 초 간 정적이 흐른 뒤 목정침이 물었다. “너 아직 걔 좋아해?” 온연은 고민하지 않았다. “안 좋아해요. 그 사람도 말했어요. 시간은 재밌는 것 같다고, 좋아하던 것도 안 좋아하게 될 수 있다고요. 옛날에 내 눈에 당신은 무섭고 사납고 다가가기도 어려워서 내가 좋아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었는데 지금은 사랑하게 됐잖아요. 그 반대로 난 그 사람한테 지금 그때의 감정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요. 분명 당신이 이겼는데 왜 여기서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요.” 목정침은 말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온연은 자신의 말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고 적어도 그는 화가 좀 풀렸다. 다행히 그녀는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진몽요의 방식대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지금에서야 왜 진몽요가 경소경을 휘어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싸울 때 누가 잘못을 했든 대화의 흐름을 유지하고 중간에 애교만 조금 섞어주면 남자들은 넘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떠보듯 물었다. “다 설명했으니 이제 일하러 가봐도
사무실로 들어가자 목정침은 바쁘게 일을 시작했다. 온연은 신발을 벗고 소파에 앉아 패션잡지를 보며 때때로 목정침을 살폈다. 그는 아직 화가 완전히 식지 않았고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그녀를 보는 눈빛도 부드럽지 않았기에 그녀는 온 몸이 불편했다. 목정침을 회의에 보내고 그녀는 해방된 기분이 들어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몽요야, 넌 내가 방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를 거야. 내가 지금 살아서 너랑 전화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진몽요는 회사에 있었고 재밌는 얘기에 이끌려 사람 없는 비상구로 몸을 숨겼다. “무슨 일이야? 누가 널 그렇게 만들었어? 목정침이야?” 온연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에 심개가 회사에 날 찾아왔거든. 너 번호 물어보면서 같이 점심 먹자길래 먹었는데 그 와이프가 알게 된 거야. 그래서 회사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 나랑 심개의 과거까지 다 알고 있더라고. 그래서 심개가 가자마자 나한테 달려들더니 한 마디 하더라. 지금 회사 사람들은 분명 뒤에서 다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거야. 그건 그렇다 치는데, 그 여자가 목정침씨 회사까지 와서 한바탕 했나 봐. 목정침씨가 바로 날 찾아와서, 지금 이 사람 사무실에 있는데… 진짜 죽을 뻔했어.” 진몽요는 놀랐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심개 와이프는 네가 심개랑 밥 좀 먹었다고 뭐라고 한 거야? 왜? 밥 먹는 게 어때서? 너도 뭐라고 했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한 마디 했을 텐데! 너랑 심개랑 잘되진 못 했어도 어쨌든 지금은 친구잖아. 목정침 때문에 너랑 심개랑 거의 연락도 안 하는데 밥 좀 먹었다고 그러는 거야? 너무하다! 목정침이 널 어떻게 한 건 아니지?”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방금 화 냈었다가 내가 해명하고 나서 지금은 괜찮아졌어. 근데 또 언제 화낼지 모르지. 나랑 심개 일은 그 사람 마음속에 가시 같아. 안 건들이면 괜찮은데, 잘못 건들이면 우리 둘 다 아프거든. 난 심개 와이프한테 뭐라고 안 했어. 그럴 필요가 없었거든.
목정침이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온연은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비록 사무실에 히터가 켜져 있었지만 이불을 안 덮고 자면 추울수도 있었기에 그는 다가가서 그녀를 깨웠다. “나 일 끝났어, 밥 먹으러 가자.” 온연은 비몽사몽 일어났고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코도 막혔다. 잠깐 잠들은 사이에 감기 기운이 있을 줄 몰랐고 그녀의 체질은 여전히 약했다. “아… 몇 시예요?” 목정침은 손목시계를 들이밀었다. “퇴근 시간이지 몇 시긴? 감기 걸렸어?” 그녀는 코를 훌쩍였다. “그런 거 같아요. 심한 건 아니에요. 가죠.” 회사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자 그녀는 추워서 오들오들 떨며 목정침의 품에 안겼다. “너무 추워요!” 목정침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차에 타면 괜찮을 거야.” 온연은 익숙하게 그의 보호를 받았고, 역시 그는 키가 커서 바람을 막아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됫쪽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서예령은 이 장면을 보면서 눈꼴이 시려웠다. 그녀는 자신이 질투할 자격이 없는 걸 알았지만 불편한 감정은 미친듯이 속에서 커지고 있어 걷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목정침 옆에 서고 싶은 여자가 그녀 한 명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중 가장 집착이 심한 사람이었다. 목정침의 첫 후원을 받은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을 오로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목 대표님이랑 사모님 사이 진짜 좋으신가 봐. 사모님이 10살 연하라던데, 역시 딸처럼 잘 챙겨주시네. 부러워~” 옆에 있던 사람이 감탄하는 걸 들으며 서예령이 마음이 불편해져 인상을 쓰고 회사를 떠났다. 백수완 레스토랑. 온연은 앉자마자 진몽요에게 사진을 보냈다. ‘네 남편 식당에 밥 먹으러 왔어.’ 진몽요도 집에서 밥 먹는 사진을 보냈다. 비록 경소경과 둘만의 식사지만, 경소경은 음식을 많이 했고,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 온연이 문자를 하는 모습을 보고 목정침은 불만을 가졌다. “누구랑 문자해?” 온연은 핸드폰을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