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참 ‘안심이 된다는’ 미소를 지으며 정말 진몽요가 둘도 없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표정이 이상하자 진몽요는 그제서야 눈치챘다. “목정침씨 전화야?” 온연은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매일 이 시간.” 목정침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심개가 떠난 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넌 알 필요 없어.” 진몽요는 혀를 내밀으며 아무 소리도 못 냈고 온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랑 상관 있다고 말한 적 없어요. 심개는 몽요랑 좋은 친구잖아요. 나랑 몽요랑 그 정도 얘기하는 건 괜찮지 않아요? 아저씨, 트집 그만 잡으세요. 우리 아들 밥 먹여야 돼요.” 목정침은 이번엔 전화를 빨리 끊었고 딱 봐도 기분이 안 좋아보였다. 온연은 이정도까지는 달래 줄 필요가 없다고 여겨 무시했다. 진몽요는 애교스러운 말투로 “너가 목정침이랑 전화하는 줄 모르고 실수로 그랬어. 그냥 생각난 김에 얘기한 건데, 설마 목정침이 또 화난 건 아니겠지? 키가 180cm 넘는 사나이가 이런 걸로 화를 내면 너무 쪼잔하잖아.” 온연은 살짝 웃었다. “원래 그래. 이정도는 화낸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진몽요는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혀를 찼다. “너 그 반지 정말 예쁘다. 난 살 쪄서 이제 결혼반지도 안 들어 가. 잠깐 빼놨다가 아이 낳으면 다시 끼려고. 반지 안 껴지는 것만 아니었으면 난 내가 살찐 거 평생 모를 뻔했어.” 진몽요가 너무 실망할까 봐 온연은 조곤조곤 말했다. “그런 게 정상이야. 임신은 뒤로 갈수록 액세서리 같은 거 안 하는게 좋아. 살 찌는 것도 그렇고 붓기도 심해서 나중에 액세서리 빼고 싶어도 빼기 힘들어져. 난 그때 몸이 안 좋아서 살도 별로 안 쪘었고, 아이를 일찍 낳았잖아. 그래서 난 차라리 너처럼 건강한 게 좋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 상황에 만족해. 우리 애는 일찍 태어나서 나중에 수술도 해야한데.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 다 내 탓이니까.” 진몽요는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게, 너 그때 진
목정침은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그녀의 귀를 응시했다. “귀걸이 왜 안 했어?” 귀걸이? 온연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귀걸이요?” 그는 인상을 쓰고 물었다. “출장가기 전에 너한테 준 그 귀걸이 말이야.” 온연은 의심에 가득 차 목걸이를 빼서 보여줬다. “당신이 나한테 준 건 목걸이였잖아요.” 목정침은 몸이 살짝 굳었다. “너… 확실해?” 온연은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이 나한테 준 건 귀걸이가 아니라 목걸이였어요.” 그녀야 말로 그가 귀걸이를 누구에게 줬는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주려고 샀던 거 아니었나? 목정침은 말없이 출장 가기 전 날들을 회상했다. 원래 그 목걸이는 미국 여자 고객에게 선물하려던 것이었고 귀걸이가 온연의 선물이었다. 누가봐도 그녀를 위한 것이었는데, 박스가 비슷해서 그가 착각을 한 모양이다. 다 그 날 아침에 너무 정신이 없었던 탓이었다. 어쩐지 그 고객에게 선물을 주자 상대방이 그를 보던 눈빛이 이상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개방적인지라 신경을 별로 안 썼었었고, 상대방이 그에게 몇 번이나 약속을 잡아도 그는 일 관련된 거 말고는 다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상대가 오해를 한 모양이다. 그가 아무 말이 없자 온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귀걸이는요?” 그는 눈빛을 피했다. “내가 고객한테 주려던 선물이랑 네 선물을 헷갈렸다고 하면 믿어줄래? 나도 이럴 줄 몰랐어…” 제일 중요한 건 그 여자 고객이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야하는데, 차갑게 대할 수도 없고, 자신이 무덤을 파서 그 여자에게 의도치 않게 들이댔다. 온연은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 됐다. “사실, 그 날 저녁에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다 봤었어요. 그래서 왜 나한테 일반적인 목걸이를 주고 그 귀걸이를 안 줬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고객 여자죠? 그럼 그 상대도 그 귀걸이가 뭘 의미하는지 알았을 텐데, 당신… 무슨 오해할 상황 만든 거 아니겠죠?” 목정침은 잠깐 고민했다. “내가 알아서 할
다음 날, 온연은 평상시처럼 회사에 출근했다. 목정침은 시차를 아직 적응하느라 일어나지 못해서, 그녀를 데려다 주지 못 했다. 회사에 막 도착하자 서양양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제시카라는 여자 고객이 언니가 자기 개인 디자이너가 되어 달라고 찾아왔어요. 드레스가 필요하다면서 아침 일찍 왔는데 지금 엄 매니저님이랑 같이 계세요. 꽤 큰 고객이신지 엄 매니저님이 이렇게 고객한테 애쓰는 건 처음 봐요.” 온연은 대답을 하고 게스트룸에 가보려던 순간 서양양이 또 붙잡았다. “언니, 조심하세요. 그 제시카라는 분 만만치 않아 보여요.” 온연은 웃었다. “걱정 말아요. 그럼 사람 안 만나 본 것도 아니고, 정 안되면 다른 사람 찾으라고 하죠 뭐.” 게스트룸에 들어오자 엄 매니저는 온연을 얼른 끌어당겼다. “제시카씨, 찾으시던 디자이너가 온연씨 맞죠?” 온연은 예의바르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제시카씨. 제가 온연입니다.” 제시카는 딱 봐도 기가 세 보였고, 서양적인 얼굴에 나이는 30이 넘어보였다. 보톡스를 많이 맞았는지 피부가 탄탄했고 몸매와 분위기도 고급졌다. 그녀는 유창하지 않은 중국어로 “안녕하세요, 역시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고 목 사모님은 정말 예쁘시네요. 목 선생님께서 역시 보는 눈이 있으세요.” 온연은 경계심이 들었다. 상대는 그녀를 디자이너로 보는 게 아니라 그녀가 목 사모라는 신분을 들먹이며 목정침의 얘기까지 꺼내자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이때 그녀는 제시카의 귀에 마침 목정침이 자신에게 선물하려던 귀걸이를 발견했다. 이 사람이 목정침이 출장가서 만난 그 여자 고객인가? 그녀는 이제야 이해가 됐다. 이 사람은 드레스를 맞추러 온 게 아니라 자신과 비교해보고 싶어서 온 거였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시간 되시면 저희 드레스에 대해서 얘기 좀 나눠 볼까요?” 제시카의 시선은 온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그녀를 훑어보는 느낌이었다. “좋아요. 엄 매니저님, 별 일 없으시면 여기 안 계셔도 돼요.
그 직설적인 말은 마치 그녀가 예쁜 것 말고는 아무것도 갖은 게 없다는 걸 의미했다. 온연은 속으로 욕을 했지만 얼굴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가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저희 두 사람이 논해야 할 문제죠. 어울리는지의 대한 조건을 보는 게 아니라 서로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제시카씨, 저희 드레스 얘기는 언제하나요?” 제시카는 그녀를 보며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목 사모님, 패션 잡지에서 봤던 작품이 엄청 훌륭하시더라고요. 경력도 좋으신 것 같지만, 그래도 제 요구에 도달하진 못하셨어요. 저희 개인디자이너들도 다 사모님보다 유명하거든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뵙길 바라요.” 온연은 한 마디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엄 매니저를 생각하면서 인내심을 발휘해 그녀를 보냈다. 그래도 이 여자는 목정침과 협력하는 사람이고, 그녀가 사업을 망칠까 봐 두려워 웬만해서 참았다. 얘기가 잘 안된 걸 알자 엄 매니저는 약간 실망했지만 별 얘기 안 했다. 이런 큰 고객은 안 그래도 잡기 어렵기에 자신의 회사가 어떤 수준인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목정침은 제시카가 제도에 온 걸 알았고 그는 혼란스러웠다. 이 여자가 말도 없이 왔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았고, 일 얘기를 하러 온 것 같았기에 그래도 주동적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어차피 선물 얘기도 꺼내서 오해를 풀어야 했다. 온연은 억울함을 참고 저녁에 목정침에게 털어놓으려 했으나 퇴근 전 목정침이 약속이 있으니 혼자 집에 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제시카와의 만남인 걸 알았기에 성질이 나서 전화를 끊었다. 저녁, 백수완 레스토랑. 목정침은 제시카와 마주보고 앉았고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데이비드와 동행했다. 그는 제시카가 일 얘기 때문에 비서와 함께 올 줄 알았는데 상대는 혼자 왔다. 그가 다른 사람을 데려오자 제시카는 불만이 있었지만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단둘이 만나는 자리인 줄 알았어요.” 목정침은 가시
목정침은 솔직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사과드리려고 온 거예요. 오해할 여지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시카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대처하는 사람을 처음 봤고, 갑자기 망신을 당하니 창피해서 화가 났다. “사과 한 마디로 해결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세요? 선물을 줄 때는 모르셨고 이렇게 한참 지난 뒤에 오해라고 하시니 저 혼자서 김칫국 마신 거네요? 제가 특별히 시간 내서 대표님 보려고 제도에 왔는데, 저한테 이렇게 망신을 주시네요!”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목정침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는 이미 정중한 태도였는데 상대방이 말을 저렇게 하니 이제 더 이상 협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가 잘못을 했으니 사과를 했고, 오해할 상황을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업 일은 잘 생각해보시고, 정 안되면 저도 어쩔 수는 없겠네요.” 목정침이 이렇게 단호할 줄 몰랐고 제시카는 그가 여자의 감정을 중요시하지 않는 남자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분노를 애써 눌렀다. “그래요. 어차피 오해였으니까 저도 알겠어요. 사적인 건 사적인 거고 일은 일이니 저는 그래도 저희가 계속 협력했으면 하네요. 오해든 말든 저는 대표님을 존경하니까요. 맞다, 오늘 기회가 돼서 사모님을 뵀어요. 보니까 엄청 어리고 예쁘시던데, 이런 여자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두 분 안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목정침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우연히 만난 건 아니겠죠?” 제시카는 사실대로 말했다. “일부러 찾아간 거예요. 대화도 좀 나눴고요.” 그녀의 귀걸이를 보며 목정침은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귀걸이 마음에 드시면 그냥 갖으세요. 제 아내는 남이 꼈던 거 절대 안 끼거든요. 저희 협력은 없었던 걸로 하는 게 좋겠네요. 저는 잘난 척하는 여자랑 협력하기 싫어서요. 계산은 제가 할게요. 마중은 됐습니다.”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데이비드는 황급히 그를 쫓아갔고, 혼자 남은 제시카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그녀는 분노한 채 귀걸이를 빼서 책상위에
그녀가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자 목정침은 웃었다. “너 화내는 모습 좀 귀엽다.” 온연은 그를 노려봤다. “내가 화내는 게 귀여워요? 참 좋겠네요, 나를 화나게 만들고 나서도 기쁠 수 있다니. 어쨌든 이 일은 당신 잘못이잖아요. 당신이 선물을 헷갈려서 상대가 오해한 거잖아요! 그 여자는 당신이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날 도발한 거라고요!” 목정침은 얌전히 그녀의 꾸중을 들었다. “맞아, 내 잘못이야. 내가 이미 처리했어. 선물은 다음번에 줄게.” 온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싫어요! 당신 선물 하나도 안 갖고 싶어요. 그러다가 또 누가 날 찾아와서 욕하면 어떡해요? 난 이제 그런 대우 당하기 싫어요. 협력 그만둬서 손해 꽤 크게 봤겠네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지. 근데 너가 억울한 거에 비하면 그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보다 중요한 건 없어.” 온연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음은 이미 녹아내렸다. 그가 이런 말도 할 줄 알았던가… 그녀는 콩알이를 그의 품에 안겼다. “본인 아들은 본인이 안으세요. 난 밥 먹으러 갈 거예요.” 목정침은 오늘 아이처럼 쫓어다녔다. 온연이 어디로 가면 그는 아이를 안고 그녀를 따라갔고, 온연이 화장실을 갈 때도 그가 밖에서 기다리자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왜 자꾸 따라다녀요!” 목정침은 뻔뻔하게 말했다. “애가 엄마 보고싶다잖아. 아니면 울어.” 온연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이런 장면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흔히 있는 장면 아닌가? 남자들은 애를 보면 다 이런 생각뿐인가? 늘 아이가 엄마를 떨어지지 못 한다고 생각한다. 저녁. 그녀는 란샹이 보낸 가계부를 처리했고, 목정침에게 특별히 방해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가 밖에서 계속 어슬렁거리며 말을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엄마 뭐하는지 볼까? 왜 우리 애기를 안 안아주는 거지? 엄마 불러봐.” 온연은 그가 귀찮게 굴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한가해 죽겠죠? 그럼 애 재울 생각은 안
온연은 당황했다. 그는 이미 오빠라는 호칭을 금지했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걸까?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 목정침은 그녀의 어깨를 감싼 뒤 세게 안았고 그녀는 숨쉬기가 어려웠다. “왜 그래요? 좀 살살해요. 너무 숨 막혀요.” 그는 그녀에게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고 그녀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이 날 저녁 그녀는 푹 깊은 잠을 잤고, 원래 사람을 피곤할 때 더 깊은 잠에 드는 법이었다. 둘째 날 아침, 온연이 세수를 할 때 목정침은 그녀의 옆에서 양치를 했다. 그녀는 어제 저녁 그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게 생각나서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손에 있던 물기를 그에게 털며 “오빠, 좋은 아침이에요.” 목정침은 양치를 하다가 거품이 목에 걸려 한참을 기침했다. “너… 조용히 해!” 온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호칭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어제는 오빠라고 불러달라면서요. 왜요? 어렸을 때 그 느낌이 아니에요? 보통 여자들은 다 자기 남자친구한테 오빠라고 부르잖아요. 그냥 호칭일 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요? 어제는 이런 반응 아니었잖아요.” 목정침은 입을 헹구고 나갔고 온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회사로 가는 길, 목정침은 운전에 집중했고 온연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왜 갑자기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한 거예요?”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너가 애교부리는 거 듣고 싶어서. 애교 좀 부려볼래?” 온연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 애교 못 부려요. 아님 당신이 시범 좀 보여줄래요?” 목정침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남자랑 여자는 애교를 부리는 방식이 달라. 시범을 보여도 넌 어차피 못 따라해. 애교는 여자들의 천성 아니야? 못 한다고 하지 말고 얼른 해 봐.” 온연은 말대꾸를 했다. “그럼 당신은 애교부릴 줄 아나봐요? 남자는 어떻게 다른지 보여줘봐요. 나한테 보여주면 앞으로 나도 매일 애교 부릴게요. 근데 못
오늘 목정침의 기분은 유난히 좋았고, 그가 회사에 오자 데이비드는 바로 알아차렸다. 데이비드는 당연히 왜 그가 기분이 좋은지 알 수 없었다. 제시카와의 파트너쉽을 잃어서 손해가 적지 않았기에 화를 내는 게 맞았다. 모든 일에는 반전이 있을 수 있으니 데이비드는 방심하지 않고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목 대표님, 오늘은 커피 드릴까요 홍차 드릴까요? 아님 다른 걸로 드릴까요?” 목정침은 자리에 앉아 데이비드를 보며 웃음기 가득한 채로 말했다. “마음대로, 너가 알아서 해줘.” 데이비드는 침을 삼킨 뒤 말을 더듬었다. “그럼… 홍차로 가져오겠습니다.” 그의 경험으로 봤을 땐 목정침은 홍차를 자주 마셔서 이 선택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목정침은 대답만 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차갑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웠다. 컴퓨터를 켠 뒤, 그는 메일이 온 걸 확인하고 열었다. 제시카가 보낸 거였고, 제시카라는 이름을 보자 표정이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 상대는 아직도 협력을 원하고 있었고, 오해는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는 뜻을 밝혔다. 그는 망설였다. 제시카는 믿을 만한 협력 업체였고, 이익도 많이 낼 수 있었기에, 그 일만 아니었어도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가 온연에게 막 대한 걸 생각하면 협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갈등을 하다가 그는 메일은 못 본 척했고,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홍차를 갖고 들어오자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렸다. “커피로 바꿔. 설탕 없이.” 데이비드는 손을 떨었다. “네… 네….” 역시, 목정침은 빛보다 빠르게 바뀌는 사람이었다. 그가 방심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또 혼났을지 모른다. 점심. 목정침은 회사 밖에서 걸으며 온연과 문자했다. 비록 점심을 같이 먹진 않지만 그는 그녀가 뭘 먹는지 알고 싶었다. 이때 회사 문 앞에 오자 그는 제시카의 차를 보았고 온화했던 표정이 사라져버렸다. 제시카는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