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체면을 봐서 엄 매니저는 당연히 서양양을 데리고 갔다. 엄 매니저는 평소에 치사한 편이라 고객에게 대접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은 파격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을 골랐고 돈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며 기쁘게 웃었다. 하긴, 당천 같은 디자이너는 집에서 쉬기만 해도 돈 많은 사람들의 러브콜을 받을 테니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월급을 탈 이유가 없었다. 이정도 월급으로는 그가 한번 나가서 놀기에도 부족했고, 엄 매니저가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도 그가 가져올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식당에 도착한 뒤 서양양은 자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물을 따랐다. 그녀도 자신의 주제를 알았기에 이정도 눈치는 있어야 했다. 엄 매니저는 당천과 온연을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이 있으니까 정말 이 작은 회사에 빛이 나네요.” 당천은 입꼬리를 올리고 살짝 웃으며 대꾸하지 않고 우아하게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온연도 말이 별로 없어서 대꾸하지 않았지만 엄 매니저도 무안해하지 않고 말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가 당천의 자리를 온연 옆으로 배치한다고 하자 온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혼자 책상을 쓰는 게 익숙해졌는데, 옆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고 생각하니 불편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당천은 몸값이 그녀보다 비쌌고, 그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데, 그녀가 불평을 하는 건 너무 거만해 보일 수 있었다. 요리가 올라오자 당천은 갑자기 온연의 그릇을 들고 국을 떠주었다. “날씨가 추우니까 식사전에 국으로 위를 좀 따뜻하게 해두세요.” 온연은 예의 있게 감사하다고 하며 국은 건들이지 않았다. 당천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반 농담식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독이라도 탔을까 봐요? 아니면 남편분이 질투하실까 봐요?” 온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후자요. 제 남편이 질투쟁이거든요.” 당천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정도 외모의 소유자라면, 앞으로 질투할 일이 많으시겠네요.” 온연은 그의 별 뜻 없는 칭
당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줄 알았어요. 보통 여자들은 제 앞에서 딱 두 가지 거든요. 온연씨처럼 저랑 눈을 못 마주치거나, 아님 눈을 떼리 못 하거나. 하지만 다들 공통점이 있죠. 그건 바로 심장이 빨리 뛴다는 거…” 그의 자신감에 온연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거 아닌가? 그가 잘 생기고, 느낌 있고, 잘 나가고, 돈 많은 건 그녀도 인정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몇 번은 더 쳐다봤겠지만, 하필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들이대는 거지?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녀는 불편한듯 옅은 기침은 두번했다. “엣헴, 저는 심장이 빨리 뛰진 않았고요, 그저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낯선 사람이랑 어색한 대화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안고요. 어차피 엄 매니저님은 신경 안 쓰실 테니, 지금 혼자 나가서 등산하면서 영감을 찾으시는 것도…” 당천은 벙쪄서 의자를 다시 옮겼다. “장난이었는데, 재미없으시네요.” 온연은 안도하며 그저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목정침을 보며 눈을 정화하고 싶었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이상형이 바뀌는 걸 원치 않았고, 그래도 목정침은 10년을 넘게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온연은 목정침이 일이 생겨 늦을 것 같으니 데리러 못 올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그가 설날에도 출장을 다녀올 만큼 바쁜 걸 알았기에 집에 혼자 갈 수 있다고 자상하게 말했다. 가방을 챙길 때 당천이 손에 있는 차키를 흔들었다. “남편분이 데리러 못 오신데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어차피 저 할 일도 없고, 가는 길에 일 얘기도 하면서 온연씨가 저의 영감을 떠오르게 하실 수 있나 보고싶어요.”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에게 들키면 무조건 혼날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 당천은 그녀의 가방을 낚아챘다. “비싼 차만 타시는
어쨌든, 당천도 실력 있는 원로 디자이너였다. 가는 길에 그들은 얘기를 나누며 온연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천이 집에 데려다 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가네 대문 앞에 도착하자 당천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봬요.” 그녀는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이 장면을 본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마중을 나왔다. “연아, 누가 데려다줬어? 도련님 차는 아니잖아.” 온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동료요.” 유씨 아주머니는 더욱 의심했다. “동료? 남자? 비록 난 잘 모르지만, 목가네에서 일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그 차가 비싸 보이는데, 어떤 동료가 저렇게 비싼 차를 타? 차 색깔만 봐도 별로 믿음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남자가 빨간 차를 타다니. 그런 사람은 좀 멀리해, 도련님이 아시면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유씨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온연은 그제서야 목정침 차고에 빨간 차가 별로 없다는 게 생각났다. 그가 직접 운전하는 것도 본 적이 없기에 유씨 아주머니가 봤을 땐 빨간 차를 타는 남자는 바람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온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경소경씨가 빨간 스포츠카 타는 거 잊으셨어요? 그럼 경소경씨도 좋은 남자는 아니겠네요?” 유씨 아주머니는 투덜거렸다. “솔직히 경소경씨도 예전에 사생활이 믿음직스러운 편은 아니었지. 엄청 바람둥이였는데 지금은 신념 있는 사람으로 달라졌지만.”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아주머니, 차 색깔 하나로 그 사람을 단정지으면 안돼요. 누군가 저를 데려다 주는 것도 가끔이고 제가 거절했는데,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그런걸요. 모든 사람들이 제가 목가네 사모님인 걸 알고 결혼하고 자식 있는 것도 아는데, 얼마나 눈이 낮으면 저한테 관심이 있겠어요? 걱정마세요, 목정침씨만 봐와서 다른 사람은 제 눈에도 안 들어와요.”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에 외모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됐네. 콩알이 좀 안고 있어, 난 주방 가서 요
목정침은 그녀가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들어오면서 피하지 않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날 귀찮게 하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전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서요.” 그의 말투는 차가웠지만 분노가 섞여 있었고, 온연은 펜을 내려놓고 고개 들어 그를 보았다.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목정침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아직 안 잤어? 거실에서 뭐해?” 그녀는 완성하지 못한 원고를 접어뒀다. “당신 기다렸죠. 누구랑 전화했어요? 되게 화나 보이던데…” 그의 눈에선 피곤함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 먼저 샤워할게. 너도 일찍 자.” 온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의 전화내용을 다 들었고, 직감적으로 전화한 사람이 여자인 걸 알았지만 그는 입을 닫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그저 그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부부 사이는 보통 그런 걸 공유하지 않나? 그녀는 거리감이 싫었다. 목정침이 샤워를 하자 그녀는 욕실 밖에서 기다리며 뭐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생활 습관은 일부러 알아가지 않으려 해도 알 수 있었다. 같이 오래 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그가 샤워하는 시간은 보통 30분정도인데 오늘은 10분이나 더 씼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무슨 고민이 있다는 걸 확신했고, 그가 평소와는 다른 걸 느꼈다. 물소리가 멈추고 욕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방금 누구랑 전화했는지 알고싶어요.” 목정침은 당황했다. “너무 늦었는데 이 얘긴 안 하면 안돼? 내일 회사에 또 일 있어서 일찍 자야 돼.” 온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성질이 났다. 아침까지 그는 저녁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지금은 죽은 물고기 같았다. 이전에는 그가 출장을 가서 두 사람은 거의 보름을 같이 못 있었다. 물론 이 상황에선 당연히 제일 싫은 건 그가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혼자 침대에 누웠다. 가끔 그녀는 그가 상남자라서 그녀를 애
그녀는 당천이 이 근처에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별 생각이 없었다. 만나서 인사까지 해야될 걸 생각하니 귀찮아서 아예 피해갈 생각이었지만 당천이 차에서 내린 뒤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타세요. 같이 출근 해야죠. 가는 김에 태워다 드릴게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당천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자식 왜 여기서 날 기다린 것 같지? 인사까지 했는데 뭐라고 할 순 없어 그녀는 주춤거리며 차에 탔다. “왜 여기 계세요?” 당천을 그녀를 뚫어져라 보고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제가 만약에 여기서 온연씨 태우려고 기다린 거라고 말하면, 당장 차에서 내릴거죠?” 온연은 차 문 손잡이를 잡았고 당천은 자랑스럽게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문 잠궈서 못 내려요, 그러니까 얌전히 계세요. 아깐 농담이었어요, 제가 여기에 태우러 온 정도로 한가할까 봐요? 이 근처 살아요. 이 시간에 나오실 것 같아서 같이 가려던 거고요.” 얘기를 듣고 온연은 손을 내렸다. “그럼 다행이고요. 출발하시죠. 아직 회사에 일이 많이 남아서요. 저는 그쪽이랑 다르게 출근 시간이 자유롭지 못 하거든요.” 당천이 물었다. “목 사모님이 먹는 거 입는 거 걱정하실 필요도 없고, 매일 집에서 놀기만 해도 돈이 남아돌 텐데, 왜 회사에서 그 푼돈을 버는 거예요? 일을 하더라도 본인 회사에서 일하는 게 맞지 않아요? 아님 목정침씨가 돈을 안 주나?” 비록 온연은 어젯밤 일을 아직 마음속에 담아두었지만, 목정침을 욕하진 않았다. “아니요, 저한테 잘해줘요. 그 사람한테 기대는 게 싫어서, 알아서 돈 버는 건데, 안되나요? 가만히 죽는 것만 기다리는 인생도 재미없잖아요.” 당천은 그녀의 눈빛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진짜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네요. 다른 사람들은 부유한 삶을 원해도 못 갖는데, 온연씨 눈에는 부담처럼 보여요. 맞다, 저녁에 회식 있다는데, 오실 거죠?” 회식? 온연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무슨 회식이요? 회사에 지금까지 그런
서양양은 늘 거절을 못 하는 편이었고, 온연은 민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같이 술잔을 들었다. “마시죠.” 당천은 만족스러워하며 두 사람 중간에 앉았다. “이래야죠.” 서양양은 남자랑 이렇게 접촉을 해본 적이 없어 갑자기 온 몸이 불편해졌고, 허리를 꼿꼿하게 핀 뒤 함부로 움직이지 못 했다. 당천은 자연스럽게 서양양의 어깨를 잡았다. “온연씨의 오른팔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옆에 있으면서 내성적인 성격만 배우지 말아요. 과묵한 건 재미없잖아요.” 온연은 강조했다. “양양씨는 제 오른팔이 아니에요. 굳이 말하자면 제 제자이고, 제가 스승이죠. 오른팔은 썩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양양씨는 남자친구도 안 사귀어 봤으니까 너무 다가가지 말아요. 놀라잖아요.” 당천은 그제서야 서양양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서양양 어깨 위에 있던 팔을 들었다. “OK, 제가 실수했네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전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요.” 서양양이 얼른 대답했다. “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 분위기에 따라 서양양도 어느정도 편해졌고, 온연을 붙잡고 다른 사람들과 놀았다. 두 사람도 어느정도 술을 들어가자 안주를 적게 먹어서 술 기운이 올라왔다. 잠시 후, 웨이터가 샴페인을 가져왔고 당천이 말했다. “이건 온연씨한테 드리는 거예요. 같은 동료가 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온연은 자신의 주량이 안되는 걸 알았고, 이곳에서 샴페인 한 병을 혼자 다 마신 뒤 취해서 끌려 나가기 싫었다. “다 같이 마셔요.” 예상치 못 하게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샴페인을 따라주려 하자 당천이 제지했고, 잘 생긴 얼굴을 들이 밀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였다. “제가 말했잖아요, 이건 온연씨 거라고. 다른 사람들 거는 또 주문하면 돼요.” 어떤 직원이 거들었다. “맞아요, 저희끼리 알아서 시키면 돼요. 당 선생님이 신경써서 드린 건데 사모님 이미지는 좀 내려놓으세요~” 장난이 섞인 말에 온연은 진퇴양난이었고 그녀는 웃으며 “알겠어요,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저랑 제 제자
서양양은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왜 막으셨어요? 저 사람들이 뒤에서 언니 욕을 하는데 화도 안 나세요? 저는 평소에 나약한 편이지만 언니는 차가워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저랑 같으신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두려우신 거예요?” 온연은 옆에 있던 나무에 기댄 뒤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그냥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저 사람들은 내가 목 사모인 걸 아는데, 내가 거기서 따지고 싸우게 되면 얼마나 격 떨어져요. 그럼 내 남편 얼굴에 먹칠하는 거잖아요. 저런 사람들은 원래 저러니까 상대하기도 귀찮아요. 선만 넘지 않으면 마음대로 떠들으라고 해요. 너무 화가 나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예요.” 서양양은 허허 웃었다. “그건 또 그래요. 아예 급이 다른데, 저런 사람들이랑 싸우는 것도 격 떨어지긴 하죠. 언니, 저 먼저 택시 타고 갈게요. 언니는 데리러 올 사람 있어요?” 온연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9시였다. 목정침이 아직 일이 안 끝났을 수 있으니 그녀는 망설이다 말했다. “나도 택시 타고 가야겠어요. 머리만 좀 어지럽지 취한 건 아니라, 귀찮게 여기까지 데리러 오라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빈 택시 한 대가 오자 온연의 집이 더 머니 서양양은 온연을 먼저 보냈다. 온연은 아이 생각이 나 거절하지 않았다. 온연이 막 떠나자 당천이 따라 나왔고 서양양 혼자 있는 걸 보고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온연씨는요?” 서양양은 살짝 중심을 잃어 당천의 팔을 잡았다. “방금 전에 가셨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저희 이미 매니저님께 간다고 문자 보내놨는데.” 당천은 멀어지는 차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양양은 얼굴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 했고, 빈 차가 오자 팔을 내렸다. “들어가서 더 노세요. 저는 택시 타고 먼저 가 볼게요. 내일 봬요.” 당천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내가 데려다 줄 게요.” 그녀는 거절했지만, 당천은 이미 택시를 보내 버렸다. 한편, 온연은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온
그녀는 대답할 겨를이 없어 황급히 손을 저었다. 목정침은 그녀가 문을 잡으며 들어오자 손에 있던 문서들을 내려놓고 그녀를 부축했다. “누가 술 마시래? 본인 주량도 몰라?”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부비적거렸다.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안 갈 수가 없어서 좀 마셨어요. 몸이 불편해요. 술 취했을 때랑 다르게 좀 이상해요…”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뜨거운 이마를 만지고 심장이 철렁했다. “너 혼자 왔어?” 온연은 알아듣기 힘들게 중얼거렸다. “혼자 택시 타고 왔어요. 집까지 못 버틸 것 같아서 바로 회사로 온 거예요. 나 더워요, 사무실 난방이 너무 센 거 같은데…” 그녀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옷을 풀어헤쳤다. 그녀이 모습을 보고 목정침은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누군가 약을 탔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살짝 후회했다. 바쁘다고 그녀를 안 데리러 가는 게 아니었는데, 만약 무슨 일이라고 생겼다면, 그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는 의심스럽게 물었다. “너 지금 혹시…” 온연은 정말 조금 정신이 있었고, 더워서 빨개진 줄 알았던 얼굴은 바로 더 빨개졌다. “응… 물어보지 말아요, 미안해요…” 그녀의 대답을 듣자 목정침은 누군가 약을 탔다는 걸 확신했다.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녀를 소파위로 눕혔다. ...... 다음 날 온연은 방 침대 위에서 어리둥절 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 보니 퍼즐들이 맞춰지며 그녀가 어제 저녁 하면 안되는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야근을 할 때 그의 회사로 가서 엉겨 붙었다… 그녀는 감히 자세히 생각할 수 없었고,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목정침이 이미 일어난 걸 알았다. 그녀는 그제서야 잠옷을 입은 자신을 발견했다. 아마 집에 와서 목정침이 씻겨준 것 같다. 콩알이도 이미 깨어 있었고, 아기 침대에서 정신이 멀똥한 채로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