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도착한 온연이 자리에 앉자 서양양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온연 언니, 설 잘 보내셨어요? 명절 끝나자마자 언니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온연은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선물을 꺼냈다. “자, 선물이에요. 좀 늦은 새해 선물이지만요.” 선물을 받은 서양양은 기쁜 표정에 수줍음이 섞여있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언니 선물 준비 못 했는데… 맞다, 저희 회사에 엄청 대단한 새 디자이너분이 오셨데요. 엄청 잘 생기셨다 던데,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안 오셨어요. 첫 날부터 지각이라니, 역시 편애를 받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겠죠.” 서양양의 말투를 들어보니 이 디자이너는 온연보다 경력이 오래된 거 같아 누군지 궁금해졌다. “얼마나 대단한데요? 저보다 더 대단하겠죠?” 서양양은 웃었다. “에이, 그냥 한 말이죠. 제 마음속에는 언니가 제일 멋지고 그 누구랑도 비교할 수 없어요. 회사 사람들이 하도 얘기하길래, 말씀드린 것뿐이에요.” 온연도 따라서 웃었다. “아부는 됐어요. 양양씨, 정직원 전환됐죠? 얼른 가서 일 봐요.” 서양양이 말한 그 대단한 디자이너는 오전 10시에 회사에 오기로 했지만, 2시간이나 늦게 왔다. 생긴 건 정말 잘 생겼지만 그저 훈남 스타일이었다. 키 크고, 분위기 있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온연은 그 여자들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의 이상형이 좀 이상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서양양이 미리 말을 해둬서 그런지 실물을 봤을 땐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고, 그녀보다 확실히 대단했다. 디자인 업계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유명한 패션잡지에도 몇 번 실렸었고, 아마 제시카가 원하는 그런 ‘탑급’ 디자이너였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 디자인을 해주고 적지 않은 비용을 받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의 중국 이름은 당천이었다. 당천은 도착하자마자 엄 매니저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에서 나왔다. 엄매니저와 함께 나오는 걸 보니 같이
그녀의 체면을 봐서 엄 매니저는 당연히 서양양을 데리고 갔다. 엄 매니저는 평소에 치사한 편이라 고객에게 대접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은 파격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을 골랐고 돈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며 기쁘게 웃었다. 하긴, 당천 같은 디자이너는 집에서 쉬기만 해도 돈 많은 사람들의 러브콜을 받을 테니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월급을 탈 이유가 없었다. 이정도 월급으로는 그가 한번 나가서 놀기에도 부족했고, 엄 매니저가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도 그가 가져올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식당에 도착한 뒤 서양양은 자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물을 따랐다. 그녀도 자신의 주제를 알았기에 이정도 눈치는 있어야 했다. 엄 매니저는 당천과 온연을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이 있으니까 정말 이 작은 회사에 빛이 나네요.” 당천은 입꼬리를 올리고 살짝 웃으며 대꾸하지 않고 우아하게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온연도 말이 별로 없어서 대꾸하지 않았지만 엄 매니저도 무안해하지 않고 말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가 당천의 자리를 온연 옆으로 배치한다고 하자 온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혼자 책상을 쓰는 게 익숙해졌는데, 옆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고 생각하니 불편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당천은 몸값이 그녀보다 비쌌고, 그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데, 그녀가 불평을 하는 건 너무 거만해 보일 수 있었다. 요리가 올라오자 당천은 갑자기 온연의 그릇을 들고 국을 떠주었다. “날씨가 추우니까 식사전에 국으로 위를 좀 따뜻하게 해두세요.” 온연은 예의 있게 감사하다고 하며 국은 건들이지 않았다. 당천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반 농담식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독이라도 탔을까 봐요? 아니면 남편분이 질투하실까 봐요?” 온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후자요. 제 남편이 질투쟁이거든요.” 당천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정도 외모의 소유자라면, 앞으로 질투할 일이 많으시겠네요.” 온연은 그의 별 뜻 없는 칭
당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줄 알았어요. 보통 여자들은 제 앞에서 딱 두 가지 거든요. 온연씨처럼 저랑 눈을 못 마주치거나, 아님 눈을 떼리 못 하거나. 하지만 다들 공통점이 있죠. 그건 바로 심장이 빨리 뛴다는 거…” 그의 자신감에 온연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거 아닌가? 그가 잘 생기고, 느낌 있고, 잘 나가고, 돈 많은 건 그녀도 인정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몇 번은 더 쳐다봤겠지만, 하필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들이대는 거지?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녀는 불편한듯 옅은 기침은 두번했다. “엣헴, 저는 심장이 빨리 뛰진 않았고요, 그저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낯선 사람이랑 어색한 대화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안고요. 어차피 엄 매니저님은 신경 안 쓰실 테니, 지금 혼자 나가서 등산하면서 영감을 찾으시는 것도…” 당천은 벙쪄서 의자를 다시 옮겼다. “장난이었는데, 재미없으시네요.” 온연은 안도하며 그저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목정침을 보며 눈을 정화하고 싶었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이상형이 바뀌는 걸 원치 않았고, 그래도 목정침은 10년을 넘게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온연은 목정침이 일이 생겨 늦을 것 같으니 데리러 못 올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그가 설날에도 출장을 다녀올 만큼 바쁜 걸 알았기에 집에 혼자 갈 수 있다고 자상하게 말했다. 가방을 챙길 때 당천이 손에 있는 차키를 흔들었다. “남편분이 데리러 못 오신데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어차피 저 할 일도 없고, 가는 길에 일 얘기도 하면서 온연씨가 저의 영감을 떠오르게 하실 수 있나 보고싶어요.”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에게 들키면 무조건 혼날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 당천은 그녀의 가방을 낚아챘다. “비싼 차만 타시는
어쨌든, 당천도 실력 있는 원로 디자이너였다. 가는 길에 그들은 얘기를 나누며 온연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천이 집에 데려다 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가네 대문 앞에 도착하자 당천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봬요.” 그녀는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이 장면을 본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마중을 나왔다. “연아, 누가 데려다줬어? 도련님 차는 아니잖아.” 온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동료요.” 유씨 아주머니는 더욱 의심했다. “동료? 남자? 비록 난 잘 모르지만, 목가네에서 일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그 차가 비싸 보이는데, 어떤 동료가 저렇게 비싼 차를 타? 차 색깔만 봐도 별로 믿음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남자가 빨간 차를 타다니. 그런 사람은 좀 멀리해, 도련님이 아시면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유씨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온연은 그제서야 목정침 차고에 빨간 차가 별로 없다는 게 생각났다. 그가 직접 운전하는 것도 본 적이 없기에 유씨 아주머니가 봤을 땐 빨간 차를 타는 남자는 바람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온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경소경씨가 빨간 스포츠카 타는 거 잊으셨어요? 그럼 경소경씨도 좋은 남자는 아니겠네요?” 유씨 아주머니는 투덜거렸다. “솔직히 경소경씨도 예전에 사생활이 믿음직스러운 편은 아니었지. 엄청 바람둥이였는데 지금은 신념 있는 사람으로 달라졌지만.”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아주머니, 차 색깔 하나로 그 사람을 단정지으면 안돼요. 누군가 저를 데려다 주는 것도 가끔이고 제가 거절했는데,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그런걸요. 모든 사람들이 제가 목가네 사모님인 걸 알고 결혼하고 자식 있는 것도 아는데, 얼마나 눈이 낮으면 저한테 관심이 있겠어요? 걱정마세요, 목정침씨만 봐와서 다른 사람은 제 눈에도 안 들어와요.”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에 외모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됐네. 콩알이 좀 안고 있어, 난 주방 가서 요
목정침은 그녀가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들어오면서 피하지 않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날 귀찮게 하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전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서요.” 그의 말투는 차가웠지만 분노가 섞여 있었고, 온연은 펜을 내려놓고 고개 들어 그를 보았다.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목정침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아직 안 잤어? 거실에서 뭐해?” 그녀는 완성하지 못한 원고를 접어뒀다. “당신 기다렸죠. 누구랑 전화했어요? 되게 화나 보이던데…” 그의 눈에선 피곤함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 먼저 샤워할게. 너도 일찍 자.” 온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의 전화내용을 다 들었고, 직감적으로 전화한 사람이 여자인 걸 알았지만 그는 입을 닫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그저 그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부부 사이는 보통 그런 걸 공유하지 않나? 그녀는 거리감이 싫었다. 목정침이 샤워를 하자 그녀는 욕실 밖에서 기다리며 뭐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생활 습관은 일부러 알아가지 않으려 해도 알 수 있었다. 같이 오래 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그가 샤워하는 시간은 보통 30분정도인데 오늘은 10분이나 더 씼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무슨 고민이 있다는 걸 확신했고, 그가 평소와는 다른 걸 느꼈다. 물소리가 멈추고 욕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방금 누구랑 전화했는지 알고싶어요.” 목정침은 당황했다. “너무 늦었는데 이 얘긴 안 하면 안돼? 내일 회사에 또 일 있어서 일찍 자야 돼.” 온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성질이 났다. 아침까지 그는 저녁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지금은 죽은 물고기 같았다. 이전에는 그가 출장을 가서 두 사람은 거의 보름을 같이 못 있었다. 물론 이 상황에선 당연히 제일 싫은 건 그가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혼자 침대에 누웠다. 가끔 그녀는 그가 상남자라서 그녀를 애
그녀는 당천이 이 근처에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별 생각이 없었다. 만나서 인사까지 해야될 걸 생각하니 귀찮아서 아예 피해갈 생각이었지만 당천이 차에서 내린 뒤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타세요. 같이 출근 해야죠. 가는 김에 태워다 드릴게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당천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자식 왜 여기서 날 기다린 것 같지? 인사까지 했는데 뭐라고 할 순 없어 그녀는 주춤거리며 차에 탔다. “왜 여기 계세요?” 당천을 그녀를 뚫어져라 보고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제가 만약에 여기서 온연씨 태우려고 기다린 거라고 말하면, 당장 차에서 내릴거죠?” 온연은 차 문 손잡이를 잡았고 당천은 자랑스럽게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문 잠궈서 못 내려요, 그러니까 얌전히 계세요. 아깐 농담이었어요, 제가 여기에 태우러 온 정도로 한가할까 봐요? 이 근처 살아요. 이 시간에 나오실 것 같아서 같이 가려던 거고요.” 얘기를 듣고 온연은 손을 내렸다. “그럼 다행이고요. 출발하시죠. 아직 회사에 일이 많이 남아서요. 저는 그쪽이랑 다르게 출근 시간이 자유롭지 못 하거든요.” 당천이 물었다. “목 사모님이 먹는 거 입는 거 걱정하실 필요도 없고, 매일 집에서 놀기만 해도 돈이 남아돌 텐데, 왜 회사에서 그 푼돈을 버는 거예요? 일을 하더라도 본인 회사에서 일하는 게 맞지 않아요? 아님 목정침씨가 돈을 안 주나?” 비록 온연은 어젯밤 일을 아직 마음속에 담아두었지만, 목정침을 욕하진 않았다. “아니요, 저한테 잘해줘요. 그 사람한테 기대는 게 싫어서, 알아서 돈 버는 건데, 안되나요? 가만히 죽는 것만 기다리는 인생도 재미없잖아요.” 당천은 그녀의 눈빛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진짜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네요. 다른 사람들은 부유한 삶을 원해도 못 갖는데, 온연씨 눈에는 부담처럼 보여요. 맞다, 저녁에 회식 있다는데, 오실 거죠?” 회식? 온연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무슨 회식이요? 회사에 지금까지 그런
서양양은 늘 거절을 못 하는 편이었고, 온연은 민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같이 술잔을 들었다. “마시죠.” 당천은 만족스러워하며 두 사람 중간에 앉았다. “이래야죠.” 서양양은 남자랑 이렇게 접촉을 해본 적이 없어 갑자기 온 몸이 불편해졌고, 허리를 꼿꼿하게 핀 뒤 함부로 움직이지 못 했다. 당천은 자연스럽게 서양양의 어깨를 잡았다. “온연씨의 오른팔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옆에 있으면서 내성적인 성격만 배우지 말아요. 과묵한 건 재미없잖아요.” 온연은 강조했다. “양양씨는 제 오른팔이 아니에요. 굳이 말하자면 제 제자이고, 제가 스승이죠. 오른팔은 썩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양양씨는 남자친구도 안 사귀어 봤으니까 너무 다가가지 말아요. 놀라잖아요.” 당천은 그제서야 서양양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서양양 어깨 위에 있던 팔을 들었다. “OK, 제가 실수했네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전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요.” 서양양이 얼른 대답했다. “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 분위기에 따라 서양양도 어느정도 편해졌고, 온연을 붙잡고 다른 사람들과 놀았다. 두 사람도 어느정도 술을 들어가자 안주를 적게 먹어서 술 기운이 올라왔다. 잠시 후, 웨이터가 샴페인을 가져왔고 당천이 말했다. “이건 온연씨한테 드리는 거예요. 같은 동료가 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온연은 자신의 주량이 안되는 걸 알았고, 이곳에서 샴페인 한 병을 혼자 다 마신 뒤 취해서 끌려 나가기 싫었다. “다 같이 마셔요.” 예상치 못 하게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샴페인을 따라주려 하자 당천이 제지했고, 잘 생긴 얼굴을 들이 밀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였다. “제가 말했잖아요, 이건 온연씨 거라고. 다른 사람들 거는 또 주문하면 돼요.” 어떤 직원이 거들었다. “맞아요, 저희끼리 알아서 시키면 돼요. 당 선생님이 신경써서 드린 건데 사모님 이미지는 좀 내려놓으세요~” 장난이 섞인 말에 온연은 진퇴양난이었고 그녀는 웃으며 “알겠어요,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저랑 제 제자
서양양은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왜 막으셨어요? 저 사람들이 뒤에서 언니 욕을 하는데 화도 안 나세요? 저는 평소에 나약한 편이지만 언니는 차가워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저랑 같으신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두려우신 거예요?” 온연은 옆에 있던 나무에 기댄 뒤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그냥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저 사람들은 내가 목 사모인 걸 아는데, 내가 거기서 따지고 싸우게 되면 얼마나 격 떨어져요. 그럼 내 남편 얼굴에 먹칠하는 거잖아요. 저런 사람들은 원래 저러니까 상대하기도 귀찮아요. 선만 넘지 않으면 마음대로 떠들으라고 해요. 너무 화가 나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예요.” 서양양은 허허 웃었다. “그건 또 그래요. 아예 급이 다른데, 저런 사람들이랑 싸우는 것도 격 떨어지긴 하죠. 언니, 저 먼저 택시 타고 갈게요. 언니는 데리러 올 사람 있어요?” 온연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9시였다. 목정침이 아직 일이 안 끝났을 수 있으니 그녀는 망설이다 말했다. “나도 택시 타고 가야겠어요. 머리만 좀 어지럽지 취한 건 아니라, 귀찮게 여기까지 데리러 오라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빈 택시 한 대가 오자 온연의 집이 더 머니 서양양은 온연을 먼저 보냈다. 온연은 아이 생각이 나 거절하지 않았다. 온연이 막 떠나자 당천이 따라 나왔고 서양양 혼자 있는 걸 보고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온연씨는요?” 서양양은 살짝 중심을 잃어 당천의 팔을 잡았다. “방금 전에 가셨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저희 이미 매니저님께 간다고 문자 보내놨는데.” 당천은 멀어지는 차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양양은 얼굴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 했고, 빈 차가 오자 팔을 내렸다. “들어가서 더 노세요. 저는 택시 타고 먼저 가 볼게요. 내일 봬요.” 당천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내가 데려다 줄 게요.” 그녀는 거절했지만, 당천은 이미 택시를 보내 버렸다. 한편, 온연은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