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줄 알았어요. 보통 여자들은 제 앞에서 딱 두 가지 거든요. 온연씨처럼 저랑 눈을 못 마주치거나, 아님 눈을 떼리 못 하거나. 하지만 다들 공통점이 있죠. 그건 바로 심장이 빨리 뛴다는 거…” 그의 자신감에 온연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거 아닌가? 그가 잘 생기고, 느낌 있고, 잘 나가고, 돈 많은 건 그녀도 인정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몇 번은 더 쳐다봤겠지만, 하필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들이대는 거지?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녀는 불편한듯 옅은 기침은 두번했다. “엣헴, 저는 심장이 빨리 뛰진 않았고요, 그저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낯선 사람이랑 어색한 대화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안고요. 어차피 엄 매니저님은 신경 안 쓰실 테니, 지금 혼자 나가서 등산하면서 영감을 찾으시는 것도…” 당천은 벙쪄서 의자를 다시 옮겼다. “장난이었는데, 재미없으시네요.” 온연은 안도하며 그저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목정침을 보며 눈을 정화하고 싶었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이상형이 바뀌는 걸 원치 않았고, 그래도 목정침은 10년을 넘게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온연은 목정침이 일이 생겨 늦을 것 같으니 데리러 못 올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그가 설날에도 출장을 다녀올 만큼 바쁜 걸 알았기에 집에 혼자 갈 수 있다고 자상하게 말했다. 가방을 챙길 때 당천이 손에 있는 차키를 흔들었다. “남편분이 데리러 못 오신데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어차피 저 할 일도 없고, 가는 길에 일 얘기도 하면서 온연씨가 저의 영감을 떠오르게 하실 수 있나 보고싶어요.”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에게 들키면 무조건 혼날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 당천은 그녀의 가방을 낚아챘다. “비싼 차만 타시는
어쨌든, 당천도 실력 있는 원로 디자이너였다. 가는 길에 그들은 얘기를 나누며 온연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천이 집에 데려다 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가네 대문 앞에 도착하자 당천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봬요.” 그녀는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이 장면을 본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마중을 나왔다. “연아, 누가 데려다줬어? 도련님 차는 아니잖아.” 온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동료요.” 유씨 아주머니는 더욱 의심했다. “동료? 남자? 비록 난 잘 모르지만, 목가네에서 일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그 차가 비싸 보이는데, 어떤 동료가 저렇게 비싼 차를 타? 차 색깔만 봐도 별로 믿음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남자가 빨간 차를 타다니. 그런 사람은 좀 멀리해, 도련님이 아시면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유씨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온연은 그제서야 목정침 차고에 빨간 차가 별로 없다는 게 생각났다. 그가 직접 운전하는 것도 본 적이 없기에 유씨 아주머니가 봤을 땐 빨간 차를 타는 남자는 바람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온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경소경씨가 빨간 스포츠카 타는 거 잊으셨어요? 그럼 경소경씨도 좋은 남자는 아니겠네요?” 유씨 아주머니는 투덜거렸다. “솔직히 경소경씨도 예전에 사생활이 믿음직스러운 편은 아니었지. 엄청 바람둥이였는데 지금은 신념 있는 사람으로 달라졌지만.”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아주머니, 차 색깔 하나로 그 사람을 단정지으면 안돼요. 누군가 저를 데려다 주는 것도 가끔이고 제가 거절했는데,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그런걸요. 모든 사람들이 제가 목가네 사모님인 걸 알고 결혼하고 자식 있는 것도 아는데, 얼마나 눈이 낮으면 저한테 관심이 있겠어요? 걱정마세요, 목정침씨만 봐와서 다른 사람은 제 눈에도 안 들어와요.”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에 외모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됐네. 콩알이 좀 안고 있어, 난 주방 가서 요
목정침은 그녀가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들어오면서 피하지 않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날 귀찮게 하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전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서요.” 그의 말투는 차가웠지만 분노가 섞여 있었고, 온연은 펜을 내려놓고 고개 들어 그를 보았다.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목정침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아직 안 잤어? 거실에서 뭐해?” 그녀는 완성하지 못한 원고를 접어뒀다. “당신 기다렸죠. 누구랑 전화했어요? 되게 화나 보이던데…” 그의 눈에선 피곤함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 먼저 샤워할게. 너도 일찍 자.” 온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의 전화내용을 다 들었고, 직감적으로 전화한 사람이 여자인 걸 알았지만 그는 입을 닫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그저 그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부부 사이는 보통 그런 걸 공유하지 않나? 그녀는 거리감이 싫었다. 목정침이 샤워를 하자 그녀는 욕실 밖에서 기다리며 뭐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생활 습관은 일부러 알아가지 않으려 해도 알 수 있었다. 같이 오래 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그가 샤워하는 시간은 보통 30분정도인데 오늘은 10분이나 더 씼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무슨 고민이 있다는 걸 확신했고, 그가 평소와는 다른 걸 느꼈다. 물소리가 멈추고 욕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방금 누구랑 전화했는지 알고싶어요.” 목정침은 당황했다. “너무 늦었는데 이 얘긴 안 하면 안돼? 내일 회사에 또 일 있어서 일찍 자야 돼.” 온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성질이 났다. 아침까지 그는 저녁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지금은 죽은 물고기 같았다. 이전에는 그가 출장을 가서 두 사람은 거의 보름을 같이 못 있었다. 물론 이 상황에선 당연히 제일 싫은 건 그가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혼자 침대에 누웠다. 가끔 그녀는 그가 상남자라서 그녀를 애
그녀는 당천이 이 근처에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별 생각이 없었다. 만나서 인사까지 해야될 걸 생각하니 귀찮아서 아예 피해갈 생각이었지만 당천이 차에서 내린 뒤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타세요. 같이 출근 해야죠. 가는 김에 태워다 드릴게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당천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자식 왜 여기서 날 기다린 것 같지? 인사까지 했는데 뭐라고 할 순 없어 그녀는 주춤거리며 차에 탔다. “왜 여기 계세요?” 당천을 그녀를 뚫어져라 보고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제가 만약에 여기서 온연씨 태우려고 기다린 거라고 말하면, 당장 차에서 내릴거죠?” 온연은 차 문 손잡이를 잡았고 당천은 자랑스럽게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문 잠궈서 못 내려요, 그러니까 얌전히 계세요. 아깐 농담이었어요, 제가 여기에 태우러 온 정도로 한가할까 봐요? 이 근처 살아요. 이 시간에 나오실 것 같아서 같이 가려던 거고요.” 얘기를 듣고 온연은 손을 내렸다. “그럼 다행이고요. 출발하시죠. 아직 회사에 일이 많이 남아서요. 저는 그쪽이랑 다르게 출근 시간이 자유롭지 못 하거든요.” 당천이 물었다. “목 사모님이 먹는 거 입는 거 걱정하실 필요도 없고, 매일 집에서 놀기만 해도 돈이 남아돌 텐데, 왜 회사에서 그 푼돈을 버는 거예요? 일을 하더라도 본인 회사에서 일하는 게 맞지 않아요? 아님 목정침씨가 돈을 안 주나?” 비록 온연은 어젯밤 일을 아직 마음속에 담아두었지만, 목정침을 욕하진 않았다. “아니요, 저한테 잘해줘요. 그 사람한테 기대는 게 싫어서, 알아서 돈 버는 건데, 안되나요? 가만히 죽는 것만 기다리는 인생도 재미없잖아요.” 당천은 그녀의 눈빛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진짜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네요. 다른 사람들은 부유한 삶을 원해도 못 갖는데, 온연씨 눈에는 부담처럼 보여요. 맞다, 저녁에 회식 있다는데, 오실 거죠?” 회식? 온연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무슨 회식이요? 회사에 지금까지 그런
서양양은 늘 거절을 못 하는 편이었고, 온연은 민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같이 술잔을 들었다. “마시죠.” 당천은 만족스러워하며 두 사람 중간에 앉았다. “이래야죠.” 서양양은 남자랑 이렇게 접촉을 해본 적이 없어 갑자기 온 몸이 불편해졌고, 허리를 꼿꼿하게 핀 뒤 함부로 움직이지 못 했다. 당천은 자연스럽게 서양양의 어깨를 잡았다. “온연씨의 오른팔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옆에 있으면서 내성적인 성격만 배우지 말아요. 과묵한 건 재미없잖아요.” 온연은 강조했다. “양양씨는 제 오른팔이 아니에요. 굳이 말하자면 제 제자이고, 제가 스승이죠. 오른팔은 썩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양양씨는 남자친구도 안 사귀어 봤으니까 너무 다가가지 말아요. 놀라잖아요.” 당천은 그제서야 서양양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서양양 어깨 위에 있던 팔을 들었다. “OK, 제가 실수했네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전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요.” 서양양이 얼른 대답했다. “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 분위기에 따라 서양양도 어느정도 편해졌고, 온연을 붙잡고 다른 사람들과 놀았다. 두 사람도 어느정도 술을 들어가자 안주를 적게 먹어서 술 기운이 올라왔다. 잠시 후, 웨이터가 샴페인을 가져왔고 당천이 말했다. “이건 온연씨한테 드리는 거예요. 같은 동료가 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온연은 자신의 주량이 안되는 걸 알았고, 이곳에서 샴페인 한 병을 혼자 다 마신 뒤 취해서 끌려 나가기 싫었다. “다 같이 마셔요.” 예상치 못 하게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샴페인을 따라주려 하자 당천이 제지했고, 잘 생긴 얼굴을 들이 밀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였다. “제가 말했잖아요, 이건 온연씨 거라고. 다른 사람들 거는 또 주문하면 돼요.” 어떤 직원이 거들었다. “맞아요, 저희끼리 알아서 시키면 돼요. 당 선생님이 신경써서 드린 건데 사모님 이미지는 좀 내려놓으세요~” 장난이 섞인 말에 온연은 진퇴양난이었고 그녀는 웃으며 “알겠어요,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저랑 제 제자
서양양은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왜 막으셨어요? 저 사람들이 뒤에서 언니 욕을 하는데 화도 안 나세요? 저는 평소에 나약한 편이지만 언니는 차가워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저랑 같으신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두려우신 거예요?” 온연은 옆에 있던 나무에 기댄 뒤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그냥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저 사람들은 내가 목 사모인 걸 아는데, 내가 거기서 따지고 싸우게 되면 얼마나 격 떨어져요. 그럼 내 남편 얼굴에 먹칠하는 거잖아요. 저런 사람들은 원래 저러니까 상대하기도 귀찮아요. 선만 넘지 않으면 마음대로 떠들으라고 해요. 너무 화가 나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예요.” 서양양은 허허 웃었다. “그건 또 그래요. 아예 급이 다른데, 저런 사람들이랑 싸우는 것도 격 떨어지긴 하죠. 언니, 저 먼저 택시 타고 갈게요. 언니는 데리러 올 사람 있어요?” 온연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9시였다. 목정침이 아직 일이 안 끝났을 수 있으니 그녀는 망설이다 말했다. “나도 택시 타고 가야겠어요. 머리만 좀 어지럽지 취한 건 아니라, 귀찮게 여기까지 데리러 오라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빈 택시 한 대가 오자 온연의 집이 더 머니 서양양은 온연을 먼저 보냈다. 온연은 아이 생각이 나 거절하지 않았다. 온연이 막 떠나자 당천이 따라 나왔고 서양양 혼자 있는 걸 보고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온연씨는요?” 서양양은 살짝 중심을 잃어 당천의 팔을 잡았다. “방금 전에 가셨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저희 이미 매니저님께 간다고 문자 보내놨는데.” 당천은 멀어지는 차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양양은 얼굴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 했고, 빈 차가 오자 팔을 내렸다. “들어가서 더 노세요. 저는 택시 타고 먼저 가 볼게요. 내일 봬요.” 당천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내가 데려다 줄 게요.” 그녀는 거절했지만, 당천은 이미 택시를 보내 버렸다. 한편, 온연은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온
그녀는 대답할 겨를이 없어 황급히 손을 저었다. 목정침은 그녀가 문을 잡으며 들어오자 손에 있던 문서들을 내려놓고 그녀를 부축했다. “누가 술 마시래? 본인 주량도 몰라?”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부비적거렸다.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안 갈 수가 없어서 좀 마셨어요. 몸이 불편해요. 술 취했을 때랑 다르게 좀 이상해요…”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뜨거운 이마를 만지고 심장이 철렁했다. “너 혼자 왔어?” 온연은 알아듣기 힘들게 중얼거렸다. “혼자 택시 타고 왔어요. 집까지 못 버틸 것 같아서 바로 회사로 온 거예요. 나 더워요, 사무실 난방이 너무 센 거 같은데…” 그녀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옷을 풀어헤쳤다. 그녀이 모습을 보고 목정침은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누군가 약을 탔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살짝 후회했다. 바쁘다고 그녀를 안 데리러 가는 게 아니었는데, 만약 무슨 일이라고 생겼다면, 그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는 의심스럽게 물었다. “너 지금 혹시…” 온연은 정말 조금 정신이 있었고, 더워서 빨개진 줄 알았던 얼굴은 바로 더 빨개졌다. “응… 물어보지 말아요, 미안해요…” 그녀의 대답을 듣자 목정침은 누군가 약을 탔다는 걸 확신했다.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녀를 소파위로 눕혔다. ...... 다음 날 온연은 방 침대 위에서 어리둥절 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 보니 퍼즐들이 맞춰지며 그녀가 어제 저녁 하면 안되는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야근을 할 때 그의 회사로 가서 엉겨 붙었다… 그녀는 감히 자세히 생각할 수 없었고,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목정침이 이미 일어난 걸 알았다. 그녀는 그제서야 잠옷을 입은 자신을 발견했다. 아마 집에 와서 목정침이 씻겨준 것 같다. 콩알이도 이미 깨어 있었고, 아기 침대에서 정신이 멀똥한 채로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녀는
목정침은 무언가 떠올라 표정이 진지해졌다. “술을 많이 마신 게 아니라, 누가 약을 탄 거야. 지금 깼으니까 잘 생각해 봐, 누가 그랬는지. 너 주변에 속셈을 모르는 사람이 생겼으니 난 이제 마음 놓고 너 회사 못 보내.” 그의 말에 온연도 더 자세히 어젯밤 상황들이 생각났다. 그러게, 술만 마셨으면 온 몸이 뜨거워지진 않고, 이상한 느낌도 없었을 텐데. 그 이상한 느낌에 이끌려 그녀는 회사까지 목정침을 찾으러 갔다… 그녀는 당천이 자신에게 준 그 샴페인이 떠올랐다. 그는 특별히 그녀에게 줘야한다고 강조했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걸 막았다. 다른 술은 다른 사람들도 마셨고, 모든 사람에게 다 문제가 생겼을 수는 없으니 만약 그 샴페인 문제라면 그럼 당천의 짓인가? 그녀는 바로 결론을 낼 수 없었다. 만약 오해라면? 그녀의 당천 사이에는 원한도 없었고, 두 사람은 안지 얼마 안된데다가 상대가 그녀를 점 찍었어도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방식은 비열했다. 그래도 유명한 디자이너이니 당천 같은 사람에게는 명예가 중요했다. 잠시 생각을 한 뒤 그녀가 말했다. “회사는 가봐야 해요. 가봐야 누가 그랬는지 알죠. 준비 좀할 테니까, 콩알이 아주머니한테 맡겨서 밥 좀 먹어요. 술 마셨으니까 당분간은 수유 안 하는 게 좋겠어요.” 그녀는 회사를 가야했다. 샴페인은 서양양도 마셨고, 정말 샴페인의 문제라면 서양양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테다. 목정침은 그녀를 응시하며 “회사엔 내가 데려다줄게. 앞으로 내가 아무리 바빠도 다른 사람 보내서 픽업할 거야. 사실… 콩알이 이제 수유 그만할 때도 됐어. 분유 먹이자. 이렇게 컸는데 모유 먹을 필요 없을 것 같아.” 온연은 그가 왜 갑자기 수유를 끊자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왜요? 나 아직 모유 남아서 계속 수유할 수 있는데, 분유로 바꿀 필요 없지 않아요?” 그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너는 잠깐이라도 자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없는 거야? 난 너가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생각해. 임신했을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