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용기내어 그의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들겼다. “아택씨, 자요?” 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문이 바로 열렸고 아택은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보며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잠시 후 그녀는 용기내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리 한번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만약 진짜 아니다 싶으면 다시 헤어져도 되잖아요. 그땐 절대 매달리지 않을 게요. 내 생각엔, 우리가 이제 애도 있는데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잘될 수도 있잖아요? 아이도 화목한 가정을 갖을 수 있고요.” 아택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의 마음은 무거워져 그의 눈을 보지 못 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섣불렀다는 생각에 후회했다. 만약 이 사람이 그럴 생각이 없다면? 만약 그녀가 그의 이상형이 아니라면? 그녀는 아이를 빌미로 그를 구속하는 거 아닐까? 그녀가 불안해할 때 아택이 담담하게 말했다. “늦었어요, 얼른 가서 쉬어요.” 그녀는 침묵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그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가? 그래서 대답을 피한 거겠지? 잠시 후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를 보며 웃었다. “못 들은 걸로 해줘요. 잘자요.” 그녀가 뒤돌아 가려고 할 때 아택이 입을 열었다. “잘 때 방에 히터틀고 자요. 가습기 키는 것도 잊지 말고요, 너무 건조하잖아요. 내일 아침에 뭐 먹을래요?”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한테 그렇게 잘해줄 필요 없어요. 집 문서에도 내 이름 쓸 필요 없었고요. 아이도 내가 낳겠다고 한 거니까 책임감 갖지 말아요.” “나 졸려요.” 아택은 이 한 마디와 함께 문을 닫았다. 안야는 숨을 들이마셨고, 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그는 분명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잘해주었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잠에 들지 못 했다. 임신 후반부쯤 되니 온 몸이 아파왔고,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깨는 바람에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래서 낮엔 늘 피곤했고 눈도 제대로 못 떴지만 저녁엔 정신
명절에도 출장을 가야 한다는 사실에 온연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회사 일은 중요하니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목정침의 반응을 보니 일이 꽤 심각해 보였다. 목정침이 떠난 뒤 그녀도 집에 있기 지루해서 콩알이를 데리고 백수완 별장에 진몽요를 찾으러 갔다. 진몽요는 이미 백수생활에 적응해서 여유로웠고, 좋은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다는 게 그저 좋았다. 경소경은 휴가가 끝나고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 낮에는 하람이 와서 진몽요를 챙기고 저녁엔 본인이 챙길 생각으로 역할을 분배해놨다. 원래는 아주머니를 고용할 생각이었으니 하람은 외부인은 마음이 안 놓인다고 한가한 본인이 하겠다고 자처했다. 진몽요네 집은 먹을 게 많으니 콩알이에겐 천국 같은 곳이었고 아이는 어느정도 먹자마자 바로 트림을 했다.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애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나? 먹는 걸 너무 좋아하네. 이것 저것 다 먹고 있어.” 진몽요는 웃었다. “잘 먹는 건 좋은 거지. 애가 잘 크면 얼마나 좋아, 몸도 더 튼튼해지고 못 먹는 것보단 낫지. 넌 엄마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 난 내 딸이 나중에 먹고싶은 거 있으면 다 먹게 해줄 거야. 못 먹지는 것만 아니면 막을 이유도 없지. 어렸을 땐 살 좀 쪄도 괜찮아, 어차피 나중에 크면 다 빠지는데 뭘. 목정침씨는 명절에도 출장 갔는데, 넌 기분이 괜찮아 보이네?” 온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기분이 안 좋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잖아? 집에 있어도 어차피쓸모 없어. 더럽다고 콩알이 기저귀도 안 갈아줘. 근데 너도 너무 딸이라고 단정짓지 마. 난 너가 아들 낳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내가 임신했을 때랑 배 모양이 비슷하다니까.” 진몽요는 그녀를 노려봤다. “난 너네 집이랑 사돈 맺을 거라고 했잖아. 근데 진짜 아들이면 어떡하지? 아니지, 진짜 아들을 낳아도 난 아이를 또 낳을 거야. 딸 낳을 때까지.” 경소경은 얘기를 듣더니 표정이 굳었다. “아이는 한 명으로 충분해요. 더 낳으면 나만 힘들어요.” 진몽요는 견과류 하나를 집어
설날에도 택배는 쉬지 않았고, 그녀는 견과류랑 물건들을 사서 온호에게 보냈다. 기브앤 테이크는 중요한 법이다. 그녀는 가명을 써서 온지령 부부가 자신이 보낸 걸 모르게 했다. 목정침이 돌아왔을 땐 이미 명절이 거의 다 지나 있었고, 그는 그동안 하나도 쉬지 못 해서 피곤에 쩔어 있었다. 온연도 별 말없이 그저 그쪽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다. 목정침은 말하지 않았다. “아니야,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까 넌 신경쓰지 마. 너도 이제 다시 출근해야지?”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면 다시 가야죠. 회사가 그런 건 칼 같아서요.” 오랫동안 아이를 못 보다보니 목정침은 집에 돌아와서 쉬지 않고 계속 아이를 안고 놀아주었다. 아이는 이제 누군가에게 안기는 걸 싫어했고 바닥에서 기는 걸 더 좋아해서 안겨 있어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발버둥을 치자 목정침은 웃었다. “자식, 힘도 쎄네.” 온연은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예 그냥 애를 줄로 묶어놓을까 봐요. 그럼 기어다닐 때 뒤에서 따라다녀도 안 힘들고, 위험한 곳으로 기어가면 다시 줄을 당기면 되잖아요.” 목정침은 동의하지 않았다. “강아지도 아닌데, 줄로 왜 묶어?” 온연은 눈썹을 움직였다. “농담이잖아요, 내가 설마 진짜 그러겠어요? 애가 이제 너무 컸나 봐요. 깨어있을 때 절대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아주머니가 피곤하실까 봐 걱정이에요.” 목정침은 그 점을 걱정하진 않았다. “원래 사람은 나이들수록 더 많이 움직여야 돼. 그래야 건강에 더 좋지. 무슨 일이라도 나겠어?” 저녁시간. 목정침은 밥을 먹으면서 계속 하품을 했고 온연은 아이가 더 이상 그를 귀찮게 하지 못 하게 했다. 그가 밥을 다 먹자 얼른 자라고 부추겼고, 남편이니 당연히 그런 모습이 안 쓰러웠다. 젊은 나이에 벌써 피곤해서 쓰러지면 안되니 말이다. 오랜만에 아빠를 봐서 그런건지 콩알이는 저녁이 되자 목정침에게 더 달라붙으며 계속 목정침을 따라가려 했다. 온연은 아이를 말릴 수 없어 아이를 안고 방에 들어가서 같이
목정침은 그녀를 좀 더 꽉 끌어안았다. “얼른.” 그녀는 생떼를 피웠다. “싫어요.” 그는 그녀의 귓가에 바람을 불며 “서방님한테 잘자라고 말해줘. 빨리.” 온연은 자신의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가 들렸고 떠보듯 입을 열었다. “서방님… 잘 자요?” 그녀의 말투엔 애교스러움이 전혀 없어서 목정침은 만족하지 못 했다. “애교스러운 말투는 느끼할 정도로 달달해야 해, 알아? 아니면… 내가 가르쳐 줄까?” 말이 끝나고 그가 불안한 듯 손을 움켜쥐고, 그녀는 숨을 죽였다. “나한테 연습할 시간을 좀 줘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 너무 피곤했는지 목정침도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호흡이 점차 평온해지며 움직이지 않았다. 둘째 날 아침. 온연이 비몽사몽 깨어나 눈을 뜨자마자 목정침의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의 맑은 눈동자를 보니 일어난지 꽤 된 모양이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그녀를 보고 있었고, 그 모습에 그녀는 잠이 확 깨버렸다. “뭐… 뭐해요?” 그는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 “뭐…” 그녀는 수줍은 듯 그늘 밀쳤다. “짓궂어!” 그는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고, 아이가 깰까 봐 목소리를 낮추니 더 매력있게 들렸다. “어떤 남자가 안 이래?” 그녀는 반박했다. “당신 예전엔 안 이랬잖아요, 엄청 정직했었다고요!” 그는 머리를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은 뒤 천천히 냄새를 맡았다. “예전엔 안 그런 척한 거야. 너가 놀랄까 봐, 근데 지금은 안 놀라잖아.” 온연은 왠지 속았다는 느낌이 들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오늘 출근해야 돼요. 늦으면 안되니까 먼저 씻을게요.” 그의 두 팔은 단단하고 힘이 쎘다. “아직 이르니까 안 늦어. 너가 반항을 안 하면 시간이 지체되지 않겠지. 보름 가까이 나를 못 봤는데, 안 보고싶었어?” 보고싶었나? 당연히 보고싶었다. 하지만 온연은 그런 닭살 돋는 말을 하지 못 하니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살짝 어두워졌다. “너 내가 장난치는
회사에 도착한 온연이 자리에 앉자 서양양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온연 언니, 설 잘 보내셨어요? 명절 끝나자마자 언니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온연은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선물을 꺼냈다. “자, 선물이에요. 좀 늦은 새해 선물이지만요.” 선물을 받은 서양양은 기쁜 표정에 수줍음이 섞여있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언니 선물 준비 못 했는데… 맞다, 저희 회사에 엄청 대단한 새 디자이너분이 오셨데요. 엄청 잘 생기셨다 던데,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안 오셨어요. 첫 날부터 지각이라니, 역시 편애를 받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겠죠.” 서양양의 말투를 들어보니 이 디자이너는 온연보다 경력이 오래된 거 같아 누군지 궁금해졌다. “얼마나 대단한데요? 저보다 더 대단하겠죠?” 서양양은 웃었다. “에이, 그냥 한 말이죠. 제 마음속에는 언니가 제일 멋지고 그 누구랑도 비교할 수 없어요. 회사 사람들이 하도 얘기하길래, 말씀드린 것뿐이에요.” 온연도 따라서 웃었다. “아부는 됐어요. 양양씨, 정직원 전환됐죠? 얼른 가서 일 봐요.” 서양양이 말한 그 대단한 디자이너는 오전 10시에 회사에 오기로 했지만, 2시간이나 늦게 왔다. 생긴 건 정말 잘 생겼지만 그저 훈남 스타일이었다. 키 크고, 분위기 있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온연은 그 여자들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의 이상형이 좀 이상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서양양이 미리 말을 해둬서 그런지 실물을 봤을 땐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고, 그녀보다 확실히 대단했다. 디자인 업계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유명한 패션잡지에도 몇 번 실렸었고, 아마 제시카가 원하는 그런 ‘탑급’ 디자이너였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 디자인을 해주고 적지 않은 비용을 받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의 중국 이름은 당천이었다. 당천은 도착하자마자 엄 매니저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에서 나왔다. 엄매니저와 함께 나오는 걸 보니 같이
그녀의 체면을 봐서 엄 매니저는 당연히 서양양을 데리고 갔다. 엄 매니저는 평소에 치사한 편이라 고객에게 대접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은 파격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을 골랐고 돈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며 기쁘게 웃었다. 하긴, 당천 같은 디자이너는 집에서 쉬기만 해도 돈 많은 사람들의 러브콜을 받을 테니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월급을 탈 이유가 없었다. 이정도 월급으로는 그가 한번 나가서 놀기에도 부족했고, 엄 매니저가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도 그가 가져올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식당에 도착한 뒤 서양양은 자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물을 따랐다. 그녀도 자신의 주제를 알았기에 이정도 눈치는 있어야 했다. 엄 매니저는 당천과 온연을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이 있으니까 정말 이 작은 회사에 빛이 나네요.” 당천은 입꼬리를 올리고 살짝 웃으며 대꾸하지 않고 우아하게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온연도 말이 별로 없어서 대꾸하지 않았지만 엄 매니저도 무안해하지 않고 말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가 당천의 자리를 온연 옆으로 배치한다고 하자 온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혼자 책상을 쓰는 게 익숙해졌는데, 옆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고 생각하니 불편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당천은 몸값이 그녀보다 비쌌고, 그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데, 그녀가 불평을 하는 건 너무 거만해 보일 수 있었다. 요리가 올라오자 당천은 갑자기 온연의 그릇을 들고 국을 떠주었다. “날씨가 추우니까 식사전에 국으로 위를 좀 따뜻하게 해두세요.” 온연은 예의 있게 감사하다고 하며 국은 건들이지 않았다. 당천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반 농담식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독이라도 탔을까 봐요? 아니면 남편분이 질투하실까 봐요?” 온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후자요. 제 남편이 질투쟁이거든요.” 당천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정도 외모의 소유자라면, 앞으로 질투할 일이 많으시겠네요.” 온연은 그의 별 뜻 없는 칭
당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줄 알았어요. 보통 여자들은 제 앞에서 딱 두 가지 거든요. 온연씨처럼 저랑 눈을 못 마주치거나, 아님 눈을 떼리 못 하거나. 하지만 다들 공통점이 있죠. 그건 바로 심장이 빨리 뛴다는 거…” 그의 자신감에 온연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거 아닌가? 그가 잘 생기고, 느낌 있고, 잘 나가고, 돈 많은 건 그녀도 인정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몇 번은 더 쳐다봤겠지만, 하필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들이대는 거지?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녀는 불편한듯 옅은 기침은 두번했다. “엣헴, 저는 심장이 빨리 뛰진 않았고요, 그저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낯선 사람이랑 어색한 대화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안고요. 어차피 엄 매니저님은 신경 안 쓰실 테니, 지금 혼자 나가서 등산하면서 영감을 찾으시는 것도…” 당천은 벙쪄서 의자를 다시 옮겼다. “장난이었는데, 재미없으시네요.” 온연은 안도하며 그저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목정침을 보며 눈을 정화하고 싶었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이상형이 바뀌는 걸 원치 않았고, 그래도 목정침은 10년을 넘게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온연은 목정침이 일이 생겨 늦을 것 같으니 데리러 못 올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그가 설날에도 출장을 다녀올 만큼 바쁜 걸 알았기에 집에 혼자 갈 수 있다고 자상하게 말했다. 가방을 챙길 때 당천이 손에 있는 차키를 흔들었다. “남편분이 데리러 못 오신데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어차피 저 할 일도 없고, 가는 길에 일 얘기도 하면서 온연씨가 저의 영감을 떠오르게 하실 수 있나 보고싶어요.”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에게 들키면 무조건 혼날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 당천은 그녀의 가방을 낚아챘다. “비싼 차만 타시는
어쨌든, 당천도 실력 있는 원로 디자이너였다. 가는 길에 그들은 얘기를 나누며 온연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천이 집에 데려다 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가네 대문 앞에 도착하자 당천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봬요.” 그녀는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이 장면을 본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마중을 나왔다. “연아, 누가 데려다줬어? 도련님 차는 아니잖아.” 온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동료요.” 유씨 아주머니는 더욱 의심했다. “동료? 남자? 비록 난 잘 모르지만, 목가네에서 일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그 차가 비싸 보이는데, 어떤 동료가 저렇게 비싼 차를 타? 차 색깔만 봐도 별로 믿음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남자가 빨간 차를 타다니. 그런 사람은 좀 멀리해, 도련님이 아시면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유씨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온연은 그제서야 목정침 차고에 빨간 차가 별로 없다는 게 생각났다. 그가 직접 운전하는 것도 본 적이 없기에 유씨 아주머니가 봤을 땐 빨간 차를 타는 남자는 바람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온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경소경씨가 빨간 스포츠카 타는 거 잊으셨어요? 그럼 경소경씨도 좋은 남자는 아니겠네요?” 유씨 아주머니는 투덜거렸다. “솔직히 경소경씨도 예전에 사생활이 믿음직스러운 편은 아니었지. 엄청 바람둥이였는데 지금은 신념 있는 사람으로 달라졌지만.”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아주머니, 차 색깔 하나로 그 사람을 단정지으면 안돼요. 누군가 저를 데려다 주는 것도 가끔이고 제가 거절했는데,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그런걸요. 모든 사람들이 제가 목가네 사모님인 걸 알고 결혼하고 자식 있는 것도 아는데, 얼마나 눈이 낮으면 저한테 관심이 있겠어요? 걱정마세요, 목정침씨만 봐와서 다른 사람은 제 눈에도 안 들어와요.”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에 외모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됐네. 콩알이 좀 안고 있어, 난 주방 가서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