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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981 - 챕터 990

2479 챕터

981장

기모진은 강연이 흥분해서 하는 말을 듣고 순간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기쁜 소식.소만리가 실명한 것이 강연에겐 기쁜 소식이었던 것이다.지난 3개월 남짓 기억을 잃은 날들을 떠올렸다. 그가 강연에게 세뇌 당해 거짓으로 주입된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의 눈동자는 서릿빛 같은 차가움으로 뒤덮였다.강연은 기모진의 심상치 않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즐거운 얼굴로 웃었다.“흥. 내가 아직 제대로 손도 못 써 봤는데 눈이 멀었대. 하하하하… 이번엔 제대로 병문안을 가야겠어! 하하하!”기모진은 차가운 눈으로 흘겨보았다.“소만리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강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며 말했다.“글쎄...”“강연 언니, 기회가 왔어요.”양이응이 흥분해서 기사를 보고 강연에게 보고했다.“기 씨 그룹 52주년 기념일이 곧 다가온대요. 소만리는 지금 기 씨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니까 그때 틀림없이 참석할 거예요!”강연은 이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잠시 생각한 끝에 그녀는 혀끝을 내밀어 입술을 한번 쓱 훑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웃다가 몸을 돌려 기모진에게 다가가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좌한, 소만리가 이번에 완전히 무너질지 어떨지는 당신한테 달렸어.”기모진은 눈을 감았다가 곧 살기와 분노를 내뿜으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계획이 있어?”“간단해.”강연은 담배를 피워 물으며 말했다.“기념일에 당신이 기모진인 것처럼 연회장에 나타나서는 사람들 앞에서 지조 없이 여러 남자와 체통 없는 행동을 한 소만리와 이혼한다고 선언하고 모두에게 알리면 되는 거야. 그럼 나 강연은 당신의 마음속 유일한 여인이 되는 거지.”강연의 말이 끝나자 양이응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강연 언니, 그렇게 해요. 소만리가 장님이 되어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꼴 보고 싶어요. 소만리가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질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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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2장

경연도 소만리가 실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가고 싶었지만 아무런 이유가 없어서 가지 못했다.경연이 소만리를 찾으러 무대 뒤로 가려고 할 때 강연과 양이응이 나타났다.강연은 돈을 주고 산 초대장을 들고 도도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거들먹거리며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연회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녀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강연의 뒤에서 조금 떨어져 걸어오는 기모진에게 넋을 잃고 모든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정말 기모진이야.”“그럴 리가? 3개월 전에 이미... 어떻게 된 거지?”“그래, 너무 이상해. 그때 내가 분명히 기 씨 집에 조문하러 갔었는데. 분명히 돌아가셨는데.”“그날 갔을 때도 위청재가 소만리를 빗자루로 때리고 욕하며 내 아들 죽였다고 난리 쳤었어.”“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많은 사람들은 기모진이 강연과 함께 들어온 사실도 알아차렸다.하지만 강연이라는 여자는 그들에게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그 여자는 뭔가 진지해 보이는 구석이라곤 없어 보였다.경연은 강연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강연이 소만리를 괴롭히려고 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양이응은 사람들 속에서 한눈에 경연을 발견하고 갑자기 불만스러워졌다.양이응은 경연을 향해 걸어가 말했다.“경연, 역시 소만리 보러 온 거지. 그렇지?”경연은 담담한 눈으로 양이응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너와 이미 헤어졌어. 내가 뭘 하든 너와 상관없어.”양이응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경연, 이게 무슨 태도야. 어쨌든 양이응은 네 전 여자친구인데 지금 소만리 때문에 전 여자친구한테 그런 태도를 취하는 거야? 흥. 이게 경 씨 집안 도련님이 할 자세야?”강연이 유유히 걸어와서 주변의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하며 소만리와 경연이 썸을 타는 듯한 착각을 유도했다.그러나 경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강연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건넸다.“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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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장

작은 상자는 공중에서 떨어져 소만리의 발에 떨어졌다.강연은 답답한 듯 이맛살을 찌푸리고 억울해하며 말했다.“기 사모님, 이게 무슨 뜻이에요? 난 어쨌든 초대장을 가지고 와서 연회에 참석한 손님이고 당신에게 축하 선물을 드리는데 왜 받지 않아요?”양이응은 평온한 눈빛으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고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아, 강연 언니. 언니 못 알아챘어요? 기 사모님은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보이지 않는다고?”강연은 일부러 의심스러운 듯 능청스럽게 소만리를 훑어보았다.“기 사모님, 눈이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눈이 멀 수가!”강연이 이렇게 말하자 주변에 온통 충격과 호기심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소만리가 장님이라고?”“그럴 리가?”“설마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울다가 장님이 된 거야?”“정말 안 됐어. 이렇게 눈이 멀어서 앞으로 어떻게 기 씨 그룹을 관리하려고? 우리랑 협력한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쉽지 않겠는데.”물의를 일으켜 주변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강연은 더욱더 득의양양해졌다.그녀는 오늘 몰래 많은 언론 기자들을 불러 소만리를 난감한 상황에 빠트리려고 계획한 것이었다.모두가 수군거리는 것을 본 강연은 단아하게 화장을 한 소만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증오의 눈빛을 사정없이 던지며 여지없이 도발하고 있었다.“쯧쯧, 당당한 기 씨 그룹 총수 부인이 어쩌다가 눈이 멀었어?”강연이 의기양양하게 신나서 말을 이었다.“언론 기자 여러분, 그리고 비즈니스 관계자 여러분, 모두 여기 와 보세요. 이 분은 바로 경도 제일가는 명문가 며느리, 경도 제일가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부인이에요. 안타깝게도 남편은 죽었고 부모도 잃은 장님이에요!”“그런데 이 장님이 앞으로 이렇게 큰 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갈 수 있겠어요? 얼마 못 가서 이 장님의 손에 기 씨 그룹이 망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거 아니겠어요? 안 그래요?”“맞아요!”양이응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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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장

소만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손에 쥔 리모컨을 눌렀다.“그럼 강연 씨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을 같이 감상하시죠.”소만리의 말과 함께 연회장의 불빛이 어두워지고 바로 앞 LED 스크린에 그날 강연이 소만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이 나왔다.당시 강연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정확하게 말했다.“소만리, 미안해.”양이응이 이 영상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다가 말했다.“강연 언니, 언니, 왜...”“소만리!”강연은 폭발했다.“소만리, 너 그때 동영상 찍었구나!”소만리는 연회장의 불을 켜고 담담하게 웃었다.“그래, 내가 찍었어. 내가 브로치에 장착한 초소형 카메라로 네가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다 찍었어!”소만리는 시원시원하게 인정했다.“이 사람이 제멋대로 위세를 떨치며 잔악무도한 짓을 벌인 강연이야. 그런데 알고 보니까 실상은 이렇더군.”“너...”강연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손을 들어 소만리를 치려고 하자 소만리는 긴 테이블 위에 있는 와인 한 잔을 들고 정확하게 강연의 얼굴에 뿌렸다.강연은 순간 마치 돌처럼 굳어버렸고 들어 올린 손은 허공에 멈추어버렸다.소만리의 두 눈에 흐르는 차가운 눈빛을 보며 강연은 천천히 뭔가 깨닫기 시작했다.“소만리, 너 눈이 먼 게 아니었어?”“눈이 먼 건 너지 내가 아니야.”소만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설령 정말로 내가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너는 내 상대가 안 돼. 하물며 내가 똑똑히 볼 수 있으니 말해 뭐해!”“뭐?”강연은 화가 나서 양이응을 노려보았다. 양이응은 어찌할 바 몰라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나, 난 정말 소만리가 눈이 멀었다는 소식을 들었단 말야...”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며시 끌어당기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실명한 줄 알고 친한 언니를 데리고 여기 날 괴롭히러 온 거야?”소만리는 화가 잔뜩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강연을 보면서 웃으며 물었다.강연의 얼굴은 이미 숯덩이처럼 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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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장

강연은 머릿속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오늘 밤 자신의 모든 계획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소만리에게 얼굴을 맞은 것도 모자라 기모진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강연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화가 났다.“좌한, 왜 그래? 어떻게 날 때릴 수가 있어?”기모진은 칼같이 쏘아붙이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그룹의 기념일에 소란을 피우고 이런 부끄러움도 모르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아내를 괴롭히고 있는데 내가 널 때리지 않으면 기모진이 아니지.”“뭐, 뭐라구!”강연은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기모진!그는 스스로를 기모진이라고 불렀다. 소만리가 그의 아내라고!기모진의 기억이 돌아온 걸까?언제 돌아온 거지? 강연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강연은 점점 싸늘해져 가는 남자를 믿을 수 없어 쳐다보면서 말했다.“좌한, 그런 농담하지 마. 당신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이 소만리야! 난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고.”“무슨 근거로 당신이 내 여자라는 거야?”기모진은 가차 없이 직설적으로 몰아붙였다.“기억을 잃은 것을 이용해 거짓된 기억과 메시지를 주입시켰지. 당신은 영원히 내가 기억상실일 거라고 생각했어?”깊은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눈빛이 강연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다.“더 이상 헛된 망상하지 마. 나 기모진이 평생 사랑한 여자는 오직 내 아내 소만리 뿐이야.”뭐!강연은 마치 온몸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화가 나서 몸을 덜덜 떨었다.바로 총을 꺼내 소만리를 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위청재는 뜻밖의 전개에 놀라고 기뻐서 소만리의 손을 끌어당겼다.“소만리, 너 지금 들었어? 모진이가 기억이 돌아왔어. 너를 두고 내 아내라고 말했어!”위청재의 감격한 목소리를 듣고 소만리는 힘없이 싱긋 웃었다.“그가 기억하든 말든 나와는 이제 상관없는 일이에요.”위청재의 미소가 잠시 흩어지며 말했다.“소만리...”“어머니, 저 꼬물이 좀 보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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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장

위청재는 깊게 탄식하며 말했다.“휴게실에 있어. 지금쯤 아기 젖 먹이고 있을 거야.”위청재의 대답을 들은 기모진은 재빨리 몸을 돌려 휴게실 쪽으로 쏜살같이 걸어갔다. 휴게실 중에 아기 새가 먹이를 먹는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기모진이 앞으로 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그는 문을 두드리려다가 망설였다. 잠시 후에 그가 마침내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바로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세요? 들어오세요.”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을 위청재로 잘못 알고 대답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다.소만리는 이때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았고 등을 돌려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듯했다.“어머니, 물티슈 좀 가져다주세요. 가방에 있어요.”소만리는 방에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눈치채지 못했고 오로지 냄새 나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기모진이 다가와 물티슈를 건네주었을 때 비로소 소만리는 반응을 보였다.앞에 선 남자를 보자 온화하던 소만리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그녀는 손에 든 물티슈를 바닥에 던지고 가방에서 직접 새로운 물티슈를 꺼내 닦아주었다. 그녀의 이런 격한 거부반응이 기모진을 더욱 안타깝고 괴롭게 했다.소만리는 그를 외면하고 혼자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녀가 일어서자마자 기모진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소만리.”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낮게 탄식하였고 슬픈 눈동자에는 짙은 애정과 미안함이 물들어 있었다.소만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혼 합의서에 가능한 한 빨리 서명하세요. 아이는 모두 내가 맡을 것이고 난 그들에게 좋은 인성을 가진 아빠를 찾아줄 거예요. 나와 세 아이는 기모진이라는 사람과 더 이상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그녀는 냉담하게 말하고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기모진은 더욱 팔을 세게 조였다.“소만리, 날 떠나지 마. 제발. 날 외면하지 마.”그는 간절하게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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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장

”소만리"“그만 불러요. 보고 싶지 않아.”소만리는 그를 뿌리치고 눈물을 닦았다.“사실 난 당신이 날 잊었다고 탓한 적은 없어요. 당신이 날 구하기 위해 다쳤기 때문에 결국 강연에게 이용당하게 되었단 걸 알아요. 하지만 기억상실은 당신이 인간성을 잃고 내 부모님을 죽인 이유가 되지 못해요.”소만리는 계속 말했다.“기모진, 난 이제 당신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르지만 그들을 위해 복수할 수도 없어요. 이런 심정을 알기나 해요?”소만리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소파 앞으로 다가가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기를 안아 들고 휴게실을 빠져나갔다.기모진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소만리가 방금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다.가능하다면 그는 정말 자신의 목숨으로 사화정과 모현의 목숨을 바꿀 용의가 있었다.그녀가 더 이상 힘들지 않다면 그는 어떤 식으로든 속죄할 용의가 있었다.하지만 소만리, 당신은 나에게 다시는 속죄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군.소만리는 휴게실을 벗어나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계단 입구를 걸어가고 있는데 경연의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소만리가 목소리를 듣고 막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경연은 마침 전화를 마치고 복도에서 나왔다. 소만리가 문밖에 있는 것을 보고 경연은 잠시 의아했지만 이내 온화한 웃음을 띠었다.그러나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기 사모님 괜찮아요?”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이제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끄떡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그럼요.”경연은 소만리의 이런 강인함에 마음이 뭉클했고 소만리의 품에 안긴 작은 아기를 보았다.“내가 안아 봐도 돼요?”“당연히 되죠.”소만리는 아기를 조심스럽고 천천히 경연에게 건네주었지만 경연은 아직 아기를 안아본 경험이 없어서 얼른 바로 소만리에게 건네주었다.“기 사모님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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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장

”기 사모님은 보석 업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니까 그림도 좀 연구하셨겠죠? 시간이 되면 서로 소통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경연은 자신을 몇 번이나 도와줬고 겸손하고 교양 있는 점잖은 사람이어서 소만리는 거절하지는 않았다.한편 강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그러나 들어오자마자 강어가 직접 정면으로 뺨을 때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연은 머리가 텅 비어버린 채 온몸이 얼어붙었다. 입에서도 따가운 피비린내가 났다. 강연의 뒤를 따라 걸어오던 양이응이 이 광경을 보고 옆에 서서 당황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오늘 이게 어떻게 된 거지?분명 오늘 소만리에게 굴욕을 주려고 나섰는데 왜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는 거지?이게 어떻게 되는 상황이야?강연은 뺨을 맞아 살짝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오빠 미쳤어! 왜 날 때려!”“너 자신한테 물어봐. 오늘 뭐 하러 나갔어?”강어의 얼굴빛이 굉장히 어두웠고 마치 불쾌한 감정을 애써 참고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더 이상 말썽 부리지 말고 F국으로 돌아가서 너의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라고 말했지. 왜 자꾸 소만리를 건드리려고 해?”이 말을 듣자 강연은 차츰차츰 상황을 알게 되었다.“오늘 일어난 일은 소만리 때문이었어! 오빠 혹시 소만리 좋아해? 그 여자 때문에 날 두 번이나 때리고! 난 오빠 친동생이라구!”“만약 네가 내 친동생이 아니었다면 널 벌써 한 방에 죽였을 거야!”강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지만 여전히 애써 참아야 했다.“...”강연은 눈빛이 움츠러들어 숨도 삼킬 수 없었다.“왜 이렇게 소만리를 도와주는 거야? 설마 진짜 그 여자 좋아하는 거야?”“헛소리 작작해.”강어는 매서운 눈빛으로 사납게 양이응을 한 번 쓱 훑어보고는 말했다.“명심해. 다시는 소만리를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야.”“...”강연은 화가 나서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그녀는 입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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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장

아기는 누군가가 자신을 안는 것을 느낀 듯 크고 동그란 눈을 번쩍 떴다.어린 아기를 안고 있던 남자는 이를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 순진무구한 눈동자에 마음속까지 부드럽고 따스해졌다.“꼬물이라고 했지?”기모진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배를 가리키며 이 귀여운 얼굴을 부드럽게 만졌다. 아기가 기모진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작은 입을 헤벌쭉 벌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아기의 웃는 얼굴을 보고 기모진이 목젖을 움찔거리며 주체할 수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날 소만리가 그의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조산하던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아프고 괴롭게 떠올랐다.그녀는 그렇게 힘겹고 아픈 몸을 버텨내며 끈질긴 의지로 온몸을 불살라 겨우 7개월 남짓한 미숙아를 낳았다.그때 그녀는 땀으로 온몸이 적셔져 안색이 눈처럼 창백했다.그리고 그가 손을 내밀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를 ‘모진’이라고 불렀다.그러나 그는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마지막 순간에야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아기가 한 달 가까이 인큐베이터에 더 있은 후에야 정상 아기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모진의 가슴은 더욱 미어져왔다.“꼬물아, 미안해. 아빠는 좋은 아빠가 아냐.”기모진은 아기의 얼굴에 머리를 숙이고 가볍게 뽀뽀했다.이 뽀뽀는 깊은 미안함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어린 녀석은 수정구슬 같은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기모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해맑게 웃으며 하얗고 통통한 작은 발로 기모진의 몸을 걷어찼다.“정말 귀여워. 역시 내 아들다워.”기모진은 뿌듯한 듯 말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는 소만리에게 들킬까 봐 걱정되었다.지금 그녀는 자기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기모진은 그녀에게 더 이상 가슴 찢어지는 어떤 고통도 주고 싶지 않아서 아기를 내려놓고 나가고 싶었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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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장

소만리는 아기를 내려놓고 기저귀를 점검해 보았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소만리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아기를 안아 들고 병원에 가보려고 했다.“소만리, 내가 안아 볼게.”기모진은 자세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청해 보았다.“방금 내가 안았을 때 아기가 안 울었거든.”소만리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당신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아기는 아예 깨지도 않았을 거야. 내가 겨우 재워놨는데 들어와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소만리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아이가 다른 이유로 울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이성적으로 이 남자를 대할 방법이 없었다.“소만리, 내가 아기를 안게 해 줘. 정말 아까 내가 안았을 때 안 울었어.”기모진은 다시 한번 청했다.그러나 소만리는 끝내 아기를 기모진에 주지 않았고 오히려 비꼬아 웃었다.“당신 이제야 이 아기가 당신 아들이라는 걸 알았어?”“소만리.”“기모진, 난 정말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 정말로 당신이 기억을 잃었던 것을 원망하지 않는다구. 내가 원망하는 건 당신이 기억을 잃고 인간성도 잃었다는 거야.”그녀는 가능한 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말했다.“그날 간호사가 말하기를 당신이 병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아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쇼크를 받았다고 했어. 당신이 강연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정말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까지 손을 댈 수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어.”소만리가 계속 말을 이었다.“나중에 내가 당신을 찾으러 갔을 때 당신 또 뭐라고 했어?”소만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죄책감과 미안함에 더욱 얼굴이 일그러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내 목을 조르며 말했지. 내 아기랑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허. 무슨 상관?”“그래, 모두 내가 자초한 거야. 내가 자초한 거라구. 왜 당신 같은 남자를 사랑해서...”소만리는 자조하며 쓴웃음을 지으며 품에 안겨 우는 아기를 내려다보았고 그녀의 눈물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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