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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2479 챕터

1001장

강연은 이 그림자를 만들어낸 정체가 누구인지 보고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눈동자에 순식간에 기모진의 아름답지만 끔찍할 정도로 냉담한 얼굴이 비쳤다.남자가 빛을 거슬러 역광으로 그녀의 앞에 섰다.늘씬한 몸은 마치 한 줄기 빙하처럼 차갑게 굳어져 온몸에 무시무시한 서늘함이 퍼지고 있었다.강연은 심장이 벌벌 떨렸지만 이내 진정하고 도도한 자세로 말했다.“기모진, 네가 나 이렇게 한 거야? 빨리 풀어줘!”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오만했다. 물론 지금은 기모진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왜냐하면 이미 그가 기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강연은 감정의 동요를 전혀 보이지 않고 서 있는 남자를 보며 힘겹게 얼굴을 젖혔다.“기모진, 당신은 분명히 아주 똑똑한 남자인데 도대체 누가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소만리는 당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당신이 내 남자가 되어준다고 약속만 해 준다면 내가 남자로서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게 해 줄게...”“퍽!”기모진은 거리낌 없이 시원하게 강연의 뺨을 후려갈겼다.“악.”강연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지만 기모진은 여전히 무표정했다.그가 이렇게 차갑고 평온할수록 더욱더 폭풍 전야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강연은 며칠 동안 뺨을 몇 대나 맞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뺨이 화끈거리고 입가에도 다시 비린내가 가득한 피가 배어 나왔다.기모진이 얼마나 힘이 센 지 얼마나 그녀를 미워하는지 얼마나 그녀를 칼로 베어버리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강연은 통증을 누그러뜨릴 새도 없이 기모진에게 멱살을 잡혔다.눈앞의 조각 같은 남자의 이목구비가 강연을 아련하게 설레게 했다.하지만 기모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빛은 강연의 정신을 또렷하게 했고 두려움도 점점 더 켜졌다.“기모진, 함부로 하지 마. 당신이 기억을 상실한 걸 내가 이용한 건 맞아. 하지만 당신이 요트에서 죽을 뻔한 걸 내가 살렸어...”“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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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장

이것은 그녀가 평소에 계속 피우던 담배였고 한동안 기모진에게 준 담배였다.그러나 사실 기모진에게 준 담배에는 또 다른 성분이 첨가되어 있었다.그런데 기모진이 갑자기 이 담배를 그녀의 얼굴에 내리치자 강연은 뭔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이 담배에 무슨 성분이 들어있어?”기모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강연은 대답도 못하고 괴로운 척 기침만 계속했다.기모진은 그녀를 봐 줄 마음이 없어서 냉정하게 몸을 돌려 다른 한쪽으로 걸어갔다.강연은 이를 보고 죽은 척하던 양이응을 발로 걷어찼다.“일어나! 어서 밧줄을 물어뜯어!”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하지만 양이응은 계속 죽은 척했다.양이응은 기모진이 복수하려는 사람이 강연이라고 생각했고 어젯밤 술에 많이 취해서 정신없이 차를 타서 강연의 일에 괜히 휘말렸다고 생각했다.“양이응!”강연이 불같이 화가 나서 다시 발로 걷어차려고 할 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차가운 액체가 떨어졌다.“아...”강연이 가볍게 외쳤다.양이응도 이때 벌떡 일어나 앉았다. 기모진이 양이응에게도 뭔가 액체를 부었기 때문이었다.자세히 보니 그것은 얼음 물이 아니라 휘발유였다.강연과 양이응의 몸에 휘발유를 듬뿍 뿌린 것이었다.“기모진, 기모진, 빨리 날 놔줘. 놔줘!”강연이 공포에 떨며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해져서 울부짖었다.기모진이 그녀를 아무런 표정 없는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내 장인 장모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너도 직접 체험해 봐야겠어.”“뭐?”강연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기모진, 감히 네가! 난 흑강당 2인자야! 내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오빠가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내가 네 형을 무서워할 것 같아?”“...”강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감정의 기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기모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소만리를 잃는 것이었다.강연은 이때 기모진이 주머니에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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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장

”안 돼!”강연은 놀라서 횡설수설하며 외치다가 기모진이 성냥을 버려진 나무 상자 위로 던지는 것을 보았다.상자에도 휘발유가 뿌려진 듯 성냥에 붙은 불씨가 번져 바로 불길을 일으켰다.비록 지금 그녀들의 몸에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강연과 양이응은 이미 놀라 혼비백산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기모진은 겁에 질린 창백한 얼굴의 강연을 얼음처럼 차갑게 바라보았다.“강연, 난 널 한방에 죽이진 않을 거야.”그의 매서운 눈에서 더욱더 일렁이며 타고 있는 불빛이 비쳤다.“넌 날 이용해 장인 장모를 죽였고 내 평생 소만리와 함께 할 수 없게 만들었어. 난 네가 두려움에 덜덜 떨며 조금씩 차츰차츰 죽어가게 할 거야. 다른 사람에게 조종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게 어떤 것인지 너 또한 깊이 알게 될 거야.”“...”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거침없이 폐공장 문을 나서는 잘생기고 훤칠한 그의 모습을 강연은 멀어져 가는 시선으로 지켜보았다.그녀는 주변 불빛이 서서히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얼굴이 타오르는 듯한 열기를 느꼈다.양이응은 놀라서 강연을 향해 소리쳤다.“강연, 이 바보야. 날 죽일 셈이야!”양이응은 노발대발하며 뒤따라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기모진, 가지 마! 당신과 소만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왜냐하면...”“닥쳐!”강연은 버럭 화를 내며 양이응을 막았다.그녀는 무서워서 두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녀는 당연히 살고 싶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살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만약 그녀가 정말 죽는다면 사화정과 모현의 죽음의 진실은 영원히 묻힐 것이다.“내가 얻지 못하는 남자는 소만리도 얻지 못할 거야!”강연은 히스테리를 부리며 포효했다.“난 소만리를 고통스럽게 해서 저들이 평생 함께 하지 못하게 할 거야!”...강어는 전용기를 준비시켰고 아침 일찍 강연을 F국으로 보낼 계획이었다.그러나 강연이 어젯밤에 나간 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그는 또 강연이 말썽을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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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장

소만리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강자풍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공장 건물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그녀는 순식간에 기모진이 복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철문에 뛰어들어 공장 안의 상황을 보려고 했다.철문에 들어서자마자 기모진이 공장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마치 정교한 조각품처럼 차갑고 쓸쓸하게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소방서에 전화를 건 후 바로 기모진의 앞으로 달려갔다.남자는 그제야 소만리가 온 것을 알아차렸고 어두웠던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소만리, 여긴 어떻게 왔어? 빨리 가.”기모진이 그녀를 잡아당기며 바깥의 불꽃이 그녀에게 스치지 않도록 했다.소만리가 그의 손을 밀쳐내었다. 눈동자에 타는 듯 근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당신 뭐 하는 거야! 당신 지금 뭐 하는지 알아!”“알아.”기모진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며 타오르는 불꽃을 아무런 온기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강연은 죽어야 해.”“강연이 죽어야 하는 건 맞지만 당신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어!”소만리가 애가 타서 안의 상황을 보려고 시도했지만 기모진에게 안겨서 볼 수 없었다.소만리는 발버둥을 쳤다. 두 눈이 불빛에 빨갛게 그을린 탓인지 어찌 된 건지 모르지만 촉촉히 젖어있었다.“강연과 양이응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지! 기모진, 지금 아직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그러나 기모진은 여전히 침착하게 소만리를 안고 말했다.“소만리, 그 여자들 때문에 당신 마음이 약해질 필요 없어. 그들은 그럴 자격이 없어.”소만리는 이 남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어떻게 강연과 양이응 때문에 마음이 약해질 수 있단 말인가?“기모진, 당신은 내 부모님의 복수를 하는 게 아니야. 당신 인생을 망치고 있는 거라구! 알기나 해!”소만리가 하는 말을 듣고 기모진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인생은 소만리 당신을 잃은 후 더 이상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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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장

소만리의 울먹이는 눈동자를 보며 기모진의 표정에 마침내 동요가 일었다.그는 소만리의 절규하는 부탁을 더 이상 묵살할 수 없었고 그녀의 뜻과 어긋나는 일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저 문 밑에 있을 거야.”기모진이 입을 열었다. 소만리는 황급히 강자풍에게 외쳤다.“문 아래쪽에 열쇠 있어!”강자풍은 소만리의 말을 듣자마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더듬어 보니 정말 열쇠가 만져졌다.그는 문을 열 후 강어와 차례로 돌진해 이미 기절해 있는 강연과 양이응을 끌어안았다.강연과 양이응의 몸에 휘발유가 묻어 있었기 때문에 불길을 빠져나오는 순간에도 산발적인 불꽃이 그녀들의 몸에서 튀었다.때마침 소방관이 달려와 불길을 모두 껐다.강연과 양이응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둘 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그러나 강연의 한쪽 머리는 마치 개한테 물려 뜯긴 듯 짧았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소만리는 강연과 양이응이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공포를 쓸어내리며 차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기모진이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마음속으로 얼마나 강연이 원망스럽고 또 그만큼이나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울 것이다.소만리는 사화정과 모현의 사진을 꺼내 손가락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엄마 아빠, 내가 방금 기모진을 말린 거 원망스럽지 않으세요?”그녀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마음속으로 괴로움을 삼켰다.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 범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느새 큰 돌덩이가 그녀의 심장을 압박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소만리는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이 들고 미안했다.이유야 어찌 되었든 기모진이 사화정과 모현을 죽였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의 삶과 미래가 너무나 걱정되고 신경이 쓰였다.생각에 여기까지 이르자 소만리는 자신도 유죄라고 느껴졌다.소만리는 하얀 국화 한 다발과 카네이션 한 다발을 사들고 묘지에 도착했다.묘지에 다가가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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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장

기모진은 울먹이며 소만리를 뒤로한 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돌아섰다.기모진은 하루 동안 세 아이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비록 여온은 여전히 그를 잘생긴 오빠라고 불렀지만 그는 아무 불만이 없었다.날이 어두워졌을 때 소만리가 돌아왔다.기모진이 다시 서명한 이혼 합의서를 소만리 앞에 내미는 순간 그는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강연이 말한 만성 독소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소만리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소만리, 더 이상 당신을 힘들게 하지 않을게. 누군가를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소유할 필요는 없으니까. 당신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충분히 기뻐.”위청재는 옆에서 기모진이 하는 말을 듣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모진아, 너 그게 무슨 뜻이냐? 정말 소만리랑 헤어질 생각이냐?”그녀가 물었지만 기모진은 대답하지 않았다.위청재는 다시 소만리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소만리, 내가 예전에 널 힘들게 하고 미워한 일도 네가 용서해 줬잖아. 정말 모진이는 용서가 안 되는 거냐?”위청재가 말을 이었다.“모진이가 잘못은 했지만 기억을 잃었을 때 강연이라는 그 여자한테 이용당해서 그런 거잖니. 소만리...”“소만리가 날 용서한다고 해도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기모진이 위청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소만리는 이혼 합의서를 보며 책상 위에 있던 펜을 집어 들고 결국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위청재는 이 광경을 보고 안타까운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기모진의 마음도 깊은 바다로 가라앉았고 끝을 알 수 없을 만큼의 추위와 서늘함이 온몸으로 파고들었다.소만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혼 합의서를 들고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최대한 피하며 가방을 챙겼다.“가능한 한 빨리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수속을 밟을 거예요. 당신은 언제든 아이를 보러 와도 돼요. 그렇지만 기 씨 그룹은 원하지 않아요. 내일 이곳을 떠나겠어요. 지금부터 나는 당신과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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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장

”남사택?”기모진은 곧 따라갔다. 확실히 남사택을 보았다.남사택의 모습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안경을 쓰고 있었고 점잖아 보였다.겉으로 보기에 이렇게 고상하고 점잖아 보이는 남자가 남의 목숨을 가지고 실험을 한 것이다.기모진은 남사택이 소만리에게 한 모든 행동을 용서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남사택을 믿고 있었고 남사택이 진심으로 성심성의껏 자신을 구해줬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녀는 남사택의 실험 대상일 뿐이었다.왜 그때 남사택이 소만리에게 계속 그가 처방한 진통제를 먹으라고 했는지 지금까지도 소만리는 알지 못했다.남사택은 사무실에 자료를 가지러 돌아왔는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기모진이 눈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남사택의 눈에는 당황스러운 빛이 역력했지만 이내 진정하고 말했다.“기모진? 나한테 무슨 볼 일이 있어요?”기모진은 사무실 문을 뒤로 잠그고 곧장 남사택에게로 갔다.가느다란 기모진의 눈빛이 매서워졌다.“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도 없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의사 가운을 입어?”남사택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기모진, 무슨 말이에요?”“당신이 뭘 했는지 모르겠어?”기모진은 남사택의 멱살을 확 잡아당겼다.“소만리는 그렇게 당신을 믿고 친구로 대했는데 당신은 소만리를 실험 대상으로 여기다니, 당신 정말 죽일 놈이야!”기모진은 참다못해 남사택의 뺨을 한 대 휘둘렀다.안경이 바닥에 떨어지고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 남사택은 안경을 주워 들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쓴웃음을 지은 뒤 말했다.“기모진, 지금은 당신 자신이나 잘 돌봐야 할 것 같은데요.”남사택은 마침내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그래요. 내가 소만리를 실험 대상으로 대했지만 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감옥에서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예요. 흥, 소만리가 감옥에 가게 된 게 다 당신 기모진 덕분이라는 걸 잊었나 봐요.”남사택은 기모진의 마음속 아픈 구석을 사정없이 공격했고 기모진의 표정이 약간 변하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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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장

남사택은 확실히 연구와 실험에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사람이었다.그에게 있어서 실험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는 순간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이 연구에 기술적 물적 지원을 받으려면 흑강당에 의존해야 했던 것이다.왜냐하면 남사택 본인 스스로는 그럴 능력도, 재력도, 세력도 없기 때문이다.기모진은 남사택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지만 기모진이 혈액 검사 결과를 가지고 아는 교수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대답을 했다기모진의 혈액에 이미 변이가 생겼고 추가 신체검사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원인을 규명해 치료할 것을 권유하였다.하지만 기모진은 이미 그 원인을 잘 알고 있었고 치료하기 정말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남사택이 말한 두 가지 선택지를 생각하며 기모진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그는 당장 남사택의 입을 열게 해서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앞서 소만리가 이렇게 긴장하며 그를 잡고 한 말이 떠올랐다.“기모진,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또다시 잘못된 일을 하지 마.”소만리, 다시는 잘못된 길을 가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검사 결과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병원을 떠났다.그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차창이 천천히 내려지고 눈에 익은 웃는 얼굴이 나타났다.“기 사장님, 차에 타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한 중년 남자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기모진은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당신 M국에서 온 거 아닙니까?”“기 사장님의 관찰력이 굉장히 예리하시군요. 차에 올라타서 잠깐 얘기 나눌 수 있는 영광을 줄 수 있겠습니까?”남자는 또다시 정중하게 권했다.기모진은 거절하며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시간이 없어요.”“기 사장님, 잠깐만요.”남자는 그를 붙잡고 차에서 내려 명함을 내밀었다.“기 사장님, 이것 좀 잠시 봐 주시죠.”기모진은 냉담한 눈으로 힐끗 보았고 명함에서 네 글자로 된 약자를 보자마자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중년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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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장

소만리가 궁금해서 계속 물으니 경연은 온화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내가 왜 소문난 젊은 화가란 닉네임이 붙은 줄 알아요?”경연이 되물었다. 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볍게 웃었다.“들을 준비가 됐으니 말해 보세요.”경연은 시선을 소만리에게 돌리며 바라보았다.“왜냐하면 당신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저요?”소만리는 점점 어리둥절해졌고 이어 경연이 몇 년 전의 일을 말했다.그때 소만리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앞두고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결국 디저트 가게 일을 구하게 되었고 가게 앞에 그림을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소만리는 당시 아직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그림에 관심이 많았기에 다가가 보았다.작품들이 모두 꽤 흥미로웠다.그녀는 그중 한 작품을 집어 들어 보기 시작했다.그러자 한 소년이 냉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사실래요?”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그 소년이 말을 했다.“이 그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주세요.”“...”그때 소만리는 순수한 소녀였고 남의 그림을 들고 있다가 바로 내려놓기가 민망해서 주머니를 뒤졌는데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뿐이었다.핸드폰에는 충전된 돈이 있었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내려고 준비한 것이어서 여윳돈이 없었다.그녀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내밀며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저는 이 돈밖에 없어요.”그리고 그녀는 격려하듯 말을 이었다.“학생, 학생 그림 정말 독특해요. 계속 힘내세요. 학생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잠재력과 재질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소만리는 당시 그 그림을 가지고 갔고 소년은 그녀가 준 오백 원짜리 동전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었다.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마침내 예전에 경연이 오백 원을 기억하느냐고 그녀에게 물었던 것을 이해했다.그러나 이 일을 그녀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만약 경연이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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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장

한 달이 지났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어디에 있는지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오히려 강자풍에게 들어서 강연의 소식은 알고 있었다.강연은 강어에게 심하게 욕을 먹고 F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하지만 강연이 한 일들이 어떻게 이렇게 욕 몇 마디로 뜨뜻미지근하게 끝낼 일인가.소만리는 비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잊지 않았다.강연이 F국에 머문 지는 한 달쯤 되었고 이전에 같이 어울려 놀았던 친구들이 경도에서 소만리라는 여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한 일에 대해 물을 때면 체면이 구겨졌다.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감히 그녀를 비웃지 못하고 안하무인으로 켰는데 당당하고 도도하던 강연이 지금은 천하의 우스갯거리가 되었다!강연은 F국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어딜 가도 소만리에게 무릎 꿇고 사과한 걸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강연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도저히 숨을 삼킬 수가 없어서 강어와 강자풍 몰래 경도로 다시 돌아왔다.경도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먼저 기모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기모진이 소만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정말 속이 후련했다.어차피 기모진이 소만리의 부모를 죽인 살인범이서 결국 두 사람은 함께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소만리는 강연이 다시 경도로 돌아온 사실을 몰랐다.한 달 넘게 아이를 키우고 일에 전념하는 것 외에는 때때로 경연을 만나 밥을 먹는 것뿐이었다.다만 밤이 깊어 혼자 침대에서 잠이 들 때마다 눈을 감으면 참혹하게 죽은 부모와 행방불명이 된 기모진이 떠올랐다.소만리는 떠나기 전 기모진이 소만리에게 했던 말을 깊이 생각했다.[나중에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 여온이에게는 내가 친아빠라는 걸 알릴 필요 없어. 더 이상 필요 없어.]필요 없어?소만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가 그녀의 부모님께 속죄한단 말인가?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소만리의 심장이 빨라지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안 돼.그는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일을 하지 않을 거야.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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