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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991 - Chapter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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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장

순간 소만리의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문을 열어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부르려고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차 앞으로 달려가 피로 물든 손을 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소만리, 우리 다시 시작해...”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진 기모진이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소만리의 눈물은 조용히 흘러내렸고 마음속에서는 온갖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그녀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긴 했지만 그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진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기모진의 부상도 곧 안정되었다.그는 내상은 없이 대부분 외상이었다. 왼손이 조금 심하게 다쳐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었고 왼쪽 종아리에도 상처가 나서 피가 많이 흘렀다.기모진은 또 흐릿하게 꿈을 꾸기 시작했다.요트가 폭발하는 꿈을 꾸었고 소만리가 그를 떠나는 꿈을 꾸었다.그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목구멍에서 애틋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소만리, 가지 마.”그가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두 눈을 번쩍 떴다.그러나 눈앞에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육경의 모습이 보였다.“사장님, 깨어나셨군요.”기모진은 자신이 육경의 손을 잡은 것을 보고 방금 꿈을 꾸던 장면이 어렴풋이 떠올라서 잠시 멍하게 있다가 재빨리 육경의 손을 놓았다.“흠흠.”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육경은 급히 그를 부축하며 다행스런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드디어 기억을 되찾으셨어요.”기모진은 멈칫하다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내가 왜 여기 있지?”“사장님, 또 기억을 잃으셨어요? 오늘 아침 사장님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교통사고?”기모진은 애써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생각도 흐릿해져 있었다.이렇게 심각한 사고를 당했는데도 그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그가 기억하는 것은 소만리가 그에게 다가와 다시 시작하자고 한 말뿐이었다.기모진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소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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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장

”엄마 금방 올 거야.”기란군은 길가를 쳐다보며 서운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참, 아빠는 언제 집에 오는지 몰라?”“아빠? 여온이는 아빠 만난 지 너무 오래됐어.”기여온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여온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아빠는 여전히 기묵비였고 맑은 유리구슬 같은 큰 눈에 쓸쓸함이 밀려왔다.그런데 어둡게 가라앉으려던 눈동자에 갑자기 알록달록한 빛깔이 두 남매의 눈에 들어왔다.화려한 색깔로 포장된 작은 사탕으로 만든 꽃다발이 기여온 앞에 나타났다.“어?”여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큰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오빠, 너무 예뻐.”기란군은 사탕 꽃다발을 든 손을 따라 쳐다보았더니 그다지 단정해 보이지 않는 얼굴이 보였다.“누구세요?”기란군은 여온을 자신의 뒤로 오게 한 후 경계하는 눈빛으로 강자풍에게 물었다.강자풍은 여전히 껄렁껄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강자풍은 다소 불만스러운 듯 기란군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여온이 친구야.기란군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강자풍을 훑어보았고 잠시 후 기여온이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하얀 머리 오빠~”기여온이 강자풍을 알아보고 말했다.강자풍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의 그 은발은 이미 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기란군은 기여온이 ‘하얀 머리 오빠'라고 하는 말을 듣고 조금 경계심을 풀었다.“오빠, 이 하얀 머리 오빠는 내 친구야. 내가 막대 사탕도 줬거든.”“맞아.”강자풍이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말했다.“그래서 오빠가 지금 여온이 주려고 이렇게 막대사탕을 많이 들고 왔지, 좋아?”“이렇게 많은 걸 다 여온이 주는 거야?”기여온이 즐거워서 큰 눈을 반짝였다.차가 막혀서 소만리는 조금 늦게 유치원에 도착했는데 차를 세우고 보니 어떤 남자가 두 아이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걱정이 되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야 강자풍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강자풍은 소만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소만리는 강자풍을 한 번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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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장

뭐?강연은 알아듣지 못하고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목이 조여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뭐지???소만리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강연의 목덜미에 바짝 조였다.강연은 소만리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있는 힘껏 저항하며 벗어나려 애썼지만 소만리가 이렇게 센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놔...줘! 소만리 너 이거 놔...줘.”강연은 눈을 부릅뜨고 협박하며 저항하자 소만리는 오히려 더욱더 힘을 주어 마구 발버둥 치던 강연을 벽에 들이대었다.이 순간 그녀의 가을빛 갈색 눈동자에는 선홍색으로 맹렬하게 굳어지며 증오의 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사화정과 모현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소만리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강연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점점 숨이 막혀 저 밑바닥에서부터 고통이 밀려왔다.엄마, 아빠...그것은 그녀가 많은 시간 동안 바래왔던 부성애와 모성애였다.그녀가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며 되찾은 집이었다.그런데 이 모든 것을 이 변태 같은 악랄한 여인이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이용해서 모두 망가뜨렸다!강연은 이미 손발이 차가워지고 있었고 눈을 부릅떴다.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시작했다.기모진은 병실에서 이 소리를 들었고, 그다지 옳은 행동 같이 들리지 않았다.그는 다리에 난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아이에게 병실에서 나오지 말라고 당부하며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서둘러 병실 앞으로 나갔다.밖으로 나오자마자 숨통이 끊어질 것 같은 강연을 보고 그는 급히 달려가 소만리를 안았다.“소만리, 어서 놔!”그는 그녀를 말렸다.하지만 소만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강연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일말의 복수에 조금은 통쾌함을 느꼈다.기모진은 더욱 초조해져서 소만리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힘은 지금 너무나 강했고 온몸에는 더더욱 막을 수 없는 분노가 퍼지고 있었다.“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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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장

방금과 같은 상황을 강연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소만리가 그런 행동을 할 줄은 몰라 정말 깜짝 놀랐다.잠시 후 소만리의 격렬한 감정이 조금 잦아져서 자신을 안고 있던 남자를 배척하는 눈빛으로 밀어내며 말했다.“다시는 건드리지 마세요.”기모진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고 텅 빈 품을 마주하게 되자 갑자기 심장에 또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소만리.”“5분만 더 시간을 줄 테니 5분 후에 기란군과 여온이를 데리러 올게요.”소만리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그때 두 아이가 병실에서 머리를 내밀었다.기란군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엄마, 아빠 싸워요?”기모진은 얼른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어떻게 그래? 엄마 아빠 안 싸워. 걱정하지 마.”소만리는 저항하는 눈빛으로 기모진을 바라보았지만 성숙한 아들이 걱정하는 것을 덜어주기 위해 방긋 웃었다.“잘생긴 오빠, 여기 많이 빨개.”기여온은 기모진의 왼쪽 종아리를 가리키며 궁금해했다.소만리가 시선을 내려 보니 기모진의 종아리에 상처가 갈라지고 검붉은 피가 거즈에 흠뻑 스며들어 붉게 물든 것을 보았다.그녀는 못 본 척하려고 했지만 결국 의사를 불러 기모진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5분도 이미 지났지만 두 아이는 여전히 기모진과 떨어지기 아쉬워했다.“아빠, 언제 집에 올 거야? 아빠 보고 싶었어.”기란군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어릴 때부터 기모진 곁에서 자라서 관계가 형성된 덕분인지 기모진에 대한 애정이 유달리 깊은 아이였다.기모진은 미안한 듯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빠가 이따 너희들과 같이 집에 갈까?”“정말요?”기란군이 기뻐서 놀라며 말했다.기모진은 서리빛처럼 차갑게 서 있는 소만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는 그가 말로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가 정말 퇴원할 줄은 몰랐다.육경이 차로 그를 마중하러 왔다. 기모진은 다친 다리를 무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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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5장

소만리가 내뱉는 한 글자 한 글자는 모두 너무나 차갑고 평온했다.마치 차갑고 거대한 빙하가 기모진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그는 뒤돌아서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보며 심장을 파고드는 고통을 참으며 현관까지 따라갔다.경연이 차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보고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경연과 함께 떠났다.어둠 속에서 기모진의 시선은 얼음 물처럼 차가웠다.소만리, 당신과 나의 인연이 정말 그렇게 얕은 건가.만약 그렇다면 왜 하늘은 우리가 헤어진 지 몇 년 후에 다시 만나도록 해 주었을까?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데 서로 죽여야 해.어쩌면 내가 당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이것밖에 남지 않았을지도 몰라.그는 눈을 내리깔고 약지의 결혼반지를 보았고 눈동자가 차가운 빛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차 안.소만리는 줄곧 말없이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휑뎅그렁한 약지를 보며 손을 뻗어 어루만졌다.빨간 신호등이 되어 차가 멈추자 경연은 소만리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눈치채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물었다.“기 사모님, 또 무슨 일 있으세요?”“경연 씨는 이제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돼요.”경연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별일은 아닌데 오늘 강연을 만났어요.”경연은 잿빛 눈동자를 소리 없이 돌리며 액셀을 밟았다.“강연 그 여자가 또 당신을 괴롭혔어요?”“이 여자는 항상 뒷배가 있어서 그런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질러도 두렵지 않은가 봐요.”소만리는 입술을 오므리며 주먹을 불끈 지으며 말했다.“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내 손으로 그 여자를 감옥에 보내고 말 거예요. 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소만리를 바라보는 경연의 눈에 호감 어린 눈빛이 가득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경 씨 집안 대문 앞에 멈추었다.경연의 부모님은 일찌감치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이들은 소만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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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장

”보아하니 우리 경연이가 소만리에게 정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경연이가 전에 양이응을 집에 데리고 와서 밥을 먹었을 때는 양이응한테 음식을 집어 주거나 한 적이 없었잖아. 방금 보니까 소만리한테는 다섯 번이나 주던데!”“소만리가 좋기는 한데. 이미 결혼했고 아이도 셋이나 있어서.”“그래. 경연이와 소만리가 조금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경연의 어머니는 찬성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연에게 상기시키려고 메시지를 보냈다.경연은 그의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당연히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그렇지만 이 메시지를 받기 전에 그는 소만리가 기모진과 이혼 수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소만리는 외부인 누구에게도 그녀가 기모진과 이혼하려는 이유를 밝힐 수 없었다.이 어쩔 수 없는 억울함을 그녀는 혼자 삼킬 수밖에 없었다....기모진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았다.이미 10시가 되었는데도 소만리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그는 경연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얼마 전에야 경연에 대한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아주 우수한 청년 화가로 줄곧 외국에서 유학하다가 최근에야 돌아왔다.경연의 인성도 나쁘지 않았고 어느 하나 부정적인 평판이 없었다.아무리 봐도 경연은 흔치 않은 좋은 남자였다.유일한 오점은 양이응이라는 여자와 사귀었다는 거였다.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경연은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 심지어 그의 차에는 지금까지 아무도 태우지 않았다고 했다.그러나 기모진은 경연이 소만리를 데리러 왔을 때 직접 소만리에게 문을 열어주고 차에 태우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이것은 적어도 경연이 소만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이런 생각을 하자 그의 가슴은 말할 수 없이 쓰리고 상실감이 밀려왔다.포동포동한 손을 내젓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고 웃으며 아기를 요람에 내려놓고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책상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집어 들고 펜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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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장

그는 안타까운 듯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끌어안았다.소만리는 더 이상 그를 밀치지 않았고 눈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뺨을 흘러내렸다.그녀는 지금 그를 미워하고 보고 싶지 않은 만큼 속으로는 그를 너무나 사랑하고 너무나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할 수 없었다.“나 너무 아파. 기모진, 나 정말 너무 아파. 알겠어? 왜 당신은 우리 부모님을 죽게 했고 우리 아이들을 괴롭힌 거야? 평생 당신을 만나고 그저 당신을 사랑했을 뿐인데 왜 당신은 항상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궤도에서 벗어나 굳이 내가 당신을 증오하게 만들어? 왜!”소만리가 감정이 무너지며 계속 말했다.“난 당신이 나를 잊고, 나를 냉대하고, 심지어 당신과 강연이 밤낮으로 함께 있는 건 다 받아들일 수 있어. 그렇지만 내 가장 소중한 부모님을 죽인 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 어떻게 해야 해? 당신 말해 봐!”소만리의 감정은 온전히 다 무너졌고 사랑하고 싶지만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남자를 마주하게 되자 그녀는 정말로 괴로웠다.기모진도 눈을 붉히며 오열했고 눈물이 소만리의 어깨를 적셨다.“미안해, 소만리. 미안해...”그는 계속해서 사과했다 심장이 칼로 도려내어지는 듯한 아픔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미안해, 하지만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모진, 나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나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눈을 감으면 우리 엄마 아빠의 비참했던 죽음이 떠올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당신은 잘 알 거야. 내가 얼마나 우리 엄마 아빠를 힘들게 만나게 되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었으면 하고 갈망하고 꿈꿨는지. 겨우 그 꿈을 이뤘는데 당신이 그 모든 것을 다 망쳐놨어. 비록 부모님이 전에 날 아프게 하고 힘들게도 했지만 결국 그들은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람들이었어. 차라리 당신이 죽인 사람이 나였으면...”소만리의 마지막 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예전에 소만리를 잃었을 때의 말 할 수 없는 아픔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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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장

소만리가 보기에 기모진이 딱히 어디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몹시 괴로운 듯 계속 자문하고 반복했다.여태껏 똑똑하고 지혜롭게 반짝이던 그의 눈마저 더 이상 맑은 것 같지 않았다.잠시 후 그는 바닥에 떨어진 이혼 합의서를 주워 들다가 갑자기 소만리의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었다.“소만리, 난 당신이랑 이혼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 평생 아내야.”“더 이상 당신과 아기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을게. 나 갈게. 내가 밖에서 지켜줄게.”“...”소만리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기모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한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슴 아픈 느낌이 온몸으로 파고들었다.그녀는 기모진이 정말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입구에서 줄곧 약간의 움직임이 있는 소리를 들었다.기모진은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하며 뼈마디가 뚜렷하게 솟아있는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쥐었다 폈다 했다.그는 또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마치 담배를 피워야 불안하고 초조한 이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만약 조금이라도 이성을 잃는다면 그는 당장 소만리에게 가서 무슨 강요를 할지 모른다.어떻게 이렇게 되었지?기모진은 도통 알 수 없었다.어제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 그는 소만리가 그에게 어렴풋이 웃는 것을 보았다.그런데 방금 소만리는 분명히 저항하고 있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점점 더 흥분되고 심지어 소만리가 더 원하고 갈망해서 거절하는 것처럼 생각되는지 알 수 없었다.기모진은 무의식적으로 가늘고 긴 손가락을 보았다.담배.그는 마침내 뭔가 옳지 못한 장소를 생각했고 시선은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했다....강연은 소만리에게 욕을 먹고 하루 종일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컨디션을 회복했다.당시 소만리의 그 독기는 정말 뜻밖이었다.강연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려고 거실로 나갔더니 갑자기 강어의 서재에서 말소리가 들렸다.“네, 곧 가겠습니다.”이 말이 끝나자 강연은 강어가 침울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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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장

강연은 그 남자가 구석진 자리에 앉아 희고 고운 손을 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을 살며시 우아하게 드는 것을 보았다.강연은 남자의 고운 손을 따라 얼굴을 올려다보려고 했지만 어둑어둑한 등불이 어둠에 잠긴 얼굴을 비추고 있어서 쉽지 않았다.강연이 생각대로 잘 보이지 않자 슬그머니 조금 더 위로 두 걸음 계단을 올라갔다.이 위치는 마침 그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그러나 그녀가 막 고개를 들려고 할 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던 남자가 깜짝 놀라 움직였고 강어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강어는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다가 막 위로 올라오려던 강연을 보았다.“네가 왜 여기 있어!”강어가 물으며 위로 올라가려던 강연을 힘껏 끌어당겼다.강연이 몸부림치며 끌려 내려갔다. 강연이 불만스럽게 발악하며 말했다.“그 사람 맞지? 누구야? 감히 오빠한테 명령을 내려?”“헛소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강어는 경고했다.“흥.”강연은 도도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오빠, 왜 그래? 오빠는 흑강당의 두목인데 다른 사람의 명령을 듣다니? 나 오늘 꼭 이 사람이 누군지 봐야겠어!”“퍽!”“아!”강연은 지금까지 이렇게 아픈 뺨을 맞은 적이 없었고 그것도 자기의 오빠한테 맞았다.그녀는 입가가 화끈거리고 피비린내가 입안으로 번지는 것을 느꼈다.“당장 꺼져.”강어가 명령했다.강연은 불만스럽게 이를 갈았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강어는 강연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다가 카페로 돌아와 문을 잠근 뒤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그 자리에 앉은 남자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 여동생은 정말 못쓰겠군. 네가 가르치지 못하겠다면 내가 하지.”“내가 잘 지켜보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남자의 목소리는 창밖의 달빛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위엄과 압박이 가득 차 있었다.강어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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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장

”강연!”강어가 분노하며 말했다.“내일 아침 당장 전용기를 타고 F국으로 가. 다시는 경도로 돌아오지 마!”강연은 이를 갈다가 화가 나서 탁자를 걷어차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문을 뛰쳐나왔다.강연이 떠나자 강자풍은 흥미로운 듯 강어에게 다가가 말했다.“형, 강연이 말한 게 사실이야? 정말 그런 남자가 있어? 당당한 흑강당의 모습은 어디 가고 그렇게 비굴하게 굴 필요가 있어?”“강자풍, 너도 경연과 함께 F국으로 돌아가.”“안 돼. 난 경도에 할 일이 있어.”강자풍이 거절하며 물었다.“형, 그 남자가 누구지 먼저 말해 줘? 내가 아는 사람이야?”“그건 네가 모르는 게 좋아.”강어는 의미심장한 말로 일깨웠다.그리고 강자풍이 갈색 머리로 바꾼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말했다.“너 요새 이미지가 많이 바뀐 거 같아? 연애하냐?”“연애?”강자풍은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이 세상에 나 같은 도련님과 어울리는 선녀가 어디 있겠어.”그의 표정은 한껏 허세를 부리고 있었지만 기여온에게 준 사탕마저 거절당했다고 생각하니 그의 마음이 허전했다.보아하니 그의 달콤한 연애는 시도하는 것조차도 어려울 것 같다....강연이 차를 몰고 곧장 술집으로 가서 양이응을 불렀다. 양이응을 보자마자 강연은 욕설을 퍼부었다.“하필이면 그때 나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네가 내 일을 망친 거 알아?”양이응은 욕을 한바탕 먹으면서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말했다.“강연 언니, 무슨 일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난 그냥 술 마시러 나오라고 전화한 것뿐인데.”강연은 럼주 한 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켜며 방금 일어난 일을 양이응에게 말했다.양이응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뭐! 강어 오빠 배후에 누군가 있는 거야? 그 사람이 누군데?”“내가 그 남자 얼굴을 똑똑히 보려는 찰나에 네가 딱 전화한 거잖아!”“어, 언니. 나 정말 몰랐어.”양이응이 억울해했다. 강연은 화가 잔뜩 났지만 양이응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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