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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971 - Chapter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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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장

강연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서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러나 소만리는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힘차게 강연을 끌어당겨 강연의 오른발 무릎을 걷어찼다.강연은 무방비 상태로 오른쪽 다리가 구부려져서 뜻밖에도 소만리 앞에 무릎을 꿇은 꼴이 되었다.소만리의 이런 행동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강연이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다.강연은 당연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벌떡 고개를 들어 일어서려고 했다.그러자 소만리가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뺨을 한 대 후려쳤다!강연은 너무나 화가 나서 소리쳤다.“소만리, 너...!!”강연이 화가 나서 경고하려고 하자 소만리는 아주 패기 넘치게 강연의 턱을 움켜쥐고 싸늘한 눈망울에 증오의 불꽃을 뿜으며 강연을 노려보았다.“사과해!”소만리는 똑바로 강연의 눈을 노려보았고 주머니 안에서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꺼냈다.이전에 소만리가 사화정과 모현을 찍은 사진이었다.“내 부모님에게 사과해!”강연은 사진을 보고 소만리가 말하는 뜻을 알았다.그러나 그녀는 의기양양한 흑강당의 2인자였고 어렸을 때부터 오빠 손에 떠받들어 자란 아가씨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사람에게 순순히 사과하겠는가!구경하던 직원들과 군중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수군수군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도 모두 인터넷을 통해서 모 씨 집에 불이 나 폐허가 되었다는 소식을 다 알고 있었다.설마 그 사건이 사회적으로 힘이 있어 보이는 이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오죽하면 소만리가 이렇게 화를 내며 이 여자에게 따지고 있겠는가?“소만리, 강연을 어서 놔줘!”양이응이 즉시 달려와 소만리에게 손을 떼라고 명령했다.소만리는 붉게 물든 눈을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이건 나와 이 여자 사이의 원한이야. 당신은 개입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불똥이 당신에게 튈지 모르니 날 원망하지 마!”“너...”양이응이 또 나서려고 하다가 소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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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장

기모진의 이런 행동을 보니 소만리는 도저히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기모진, 당신 뭐 하는 거야? 놔! 난 이 여자가 내 부모님에게 속죄하게 만들 거야!”그녀는 몸부림치다가 갑자기 남자의 거친 힘에 끌어당겨져 안겨버렸다.“소만리, 이러지 마.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너무 괴로운 건 알지만 그건 강연과 아무 상관이 없어.”뭐?소만리는 갑자기 멍하니 자신에게 이렇게 부드럽게 말을 하고 자상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를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자 기모진은 그녀를 꼭 안으며 말했다.“소만리, 요즘 당신 기분이 정말 불안정해. 나랑 같이 집에 가서 좀 쉬자.”강연과 양이응은 이런 기모진의 행동거지를 보고 굉장히 의아해했다.설마 기모진이 기억을 되찾은 건가?아냐.그건 불가능해.강연이 이런저런 짐작을 하던 중 기모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강연 씨, 정말 죄송합니다. 내 아내는 최근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실의에 빠져있어요. 방금 실례가 많았던 것 같은데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래요.”강연도 지금처럼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기회가 필요했고 방금 소만리에게 제압당했던 자신의 모습이 낭패스러웠기도 해서 고개도 들 수 없었다.그녀는 기모진이 지금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이 남자가 자신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여 빙긋 웃으며 말했다.“소만리의 처지는 나도 참 딱하게 생각해요. 그녀가 많이 충격을 받은 것 같으니 당신의 체면을 봐서 이번엔 눈감아줄게요.”강연은 당당하게 말하며 소만리에게 승리의 미소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고 뒤따라 돌아섰다.소만리도 이 남자가 여전히 기억을 회복하지 못했고 여전히 강연 이 변태 같은 여자를 따르고 있으며 이 행동은 그저 강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다.“강연, 가지 마!”소만리는 기모진을 밀치고 강연을 막으려고 했으나 두 걸음도 못 가서 기모진에게 끌려갔다.그의 눈빛은 매우 굳어 있었다.눈시울을 붉히며 돌아선 소만리는 위선적인 남자를 노려보는 순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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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장

그의 되물음에 소만리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그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깊고 요염한 눈을 보고 있자니 소만리의 눈 속에 있던 기대가 사라졌다.그녀의 눈빛은 점차 차가워지며 말했다.“기모진, 지금 이 순간부터 나 소만리는 내 마음속에서 당신을 서서히 없애버릴 거야. 당신은 더 이상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야!”그녀의 이런 결연한 말을 듣자 기모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녀를 안고 있던 두 손에 갑자기 힘이 빠졌다.소만리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그의 눈앞에서 결혼반지를 빼려고 했다.그런데 이 반지가 갑자기 작아진 것인지 그녀가 아무리 힘을 줘서 빼려고 해도 빠지지가 않았다.소만리는 울면서 반지를 빼려고 안간힘을 썼다. 빨갛게 살이 부어올라 아파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반지를 빼려고 했다.기모진은 이런 고통스런 소만리를 보며 보이지 않는 뭔가가 가슴을 조이는 것 같았다.그가 그녀를 말리려고 할 때 갑자기 소만리의 반지가 빠졌다.어찌 된 일인지 그 순간 기모진은 자신의 마음이 마치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소만리는 붉어진 두 눈에 실망의 빛을 가득 채우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기모진, 언젠가 당신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지금처럼 이렇게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있을 수 있기를 바래. 하지만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소만리는 말을 이었다.“난 당신을 두 번은 용서하지 않아.”그녀는 결단하고 돌아서면서 그가 손수 끼워주었던 결혼반지를 매섭게 그의 발 옆에 던졌다.소만리는 앞으로 걸어갔다. 눈빛은 공허했다. 눈앞의 모든 것은 그녀에게 아무런 색깔도 아무런 형체도 없었다....소만리는 돌아간 후 사화정과 모현의 뒷일을 수습하였다.모든 처리가 끝난 후 그녀는 며칠 동안 쉬었다.요 며칠 동안 그녀도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 두었다.세 아이를 위해 그녀는 정식으로 기 씨네 집으로 들어갔다. 경호원을 구해 강연이 또 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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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장

예선의 말이 끝나자 여비서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기 사모님, 어떤 젊은 남자가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뵙고 싶다고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젊은 남자, 장미꽃?”예선이 의아해하며 말했다.“소만리, 너 쫓아다니는 사람 있어? 기모진이 죽은 줄 알고 널 쫓아다니는 건가 봐.”소만리는 짚이는 게 있어 비서 코코를 시켜 남자를 들여보내게 했다.그리고 잠시 후 소만리는 사무실 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누나, 한동안 우리 못 봤잖아. 나 잊었어?”이 소리와 함께 강자풍의 거들먹거리는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예선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소만리, 누구야?”“난 누나의 남사친이지.”강자풍은 장난스럽게 말하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소만리에게 다가갔다.“누나, 맞지?”그는 웃으며 물었지만 소만리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고 마치 방금 울음을 보였던 사람처럼 일그러졌다.강자풍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고 갑자기 진지해졌다.“누나, 아버지 어머니 일로 상심이 많았구나, 그치?”강자풍이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사실 나 그 일로 사과하려고 왔어.”“사과? 당신이 무슨 사과? 당신 도대체 누구야?”예선은 보면 볼수록 의심스러웠다.“강연의 남동생이야, 강자풍.”소만리가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예선은 너무나 화가 났다.“네가 강연 그 요사스런 여자 동생이었구나! 당신은 두 분의 목숨이 사과 한 마디로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 두는데, 여긴 법치 사회야. 사람을 죽이면 응당 벌을 받아야 되는 거야!”“예선아.”소만리는 일어서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예선을 잡아끌었다.“강자풍은 사실 강연과 달라. 이 사람은 날 도와줬고 여온이를 구해줬어.”예선은 너무나 당혹스럽고 의아했다.“이 사람이 여온이를 구했다고?”“누나 말이 맞아. 나랑 기여온은 좋은 친구야.”강자풍은 서둘러 관계를 설명하였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신들은 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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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장

기모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해 흘러갔고 심장 박동은 이유 없이 빨라졌다.눈앞에 그녀의 얼굴은 복숭아꽃 같았고 눈썹은 그림 같은 고운 선을 자아냈다.소만리는 차디찬 기색이었고 조그마한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지만 이런 차가운 모습을 할수록 더욱더 심장이 두근거렸다.화려한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기모진은 그녀가 신경 써서 꾸미고 온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다만 핸드백을 쥔 왼손 약지에는 멍 자국이 어렴풋이 보였다.그날 그녀가 힘껏 반지를 빼려고 잡아당길 때 생긴 상처였다.강자풍이 소만리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 기모진 옆을 지날 때 소만리는 마치 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스쳐 지나갔다.기모진은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움켜잡고 눈에 근심스러운 빛을 띠며 말했다.“여기 왜 왔어?”소만리는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말했다.“무슨 상관이야.”그녀는 냉랭하게 그의 손을 떨치고 계속 위로 걸어갔다. 기모진의 텅 빈 손이 흔들렸고 마음은 더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2층 거실. 이때 강어는 심각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영민한 얼굴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남자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잘생긴 얼굴에 검은 눈썹은 가지런하게 그어져 있었다.눈동자는 마치 매의 눈같이 빛나고 있었다.“너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불을 질러 사람을 죽이다니? 여기는 경도야. 경도에서 기 씨 집안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너 몰라?”강연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할지라도 우리 흑강당한테는 비교도 안 돼!”“흑강당이라는 세 글자를 사람들 앞에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 그렇지만 기 씨 집안은 달라. 조금 있다가 소만리가 올 거야. 너 꼭 사과해.”“내가 그 여자한테 사과하라고?”강연은 웃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녀를 지금까지 살려둔 것만으로도 이미 난 너무 자비로운 사람이야.”“입 닥쳐.”강어가 노발대발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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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장

강연이 이에 동의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강어의 어두운 눈빛을 보고 그녀는 겁에 질렸다.그녀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소만리, 당신 이렇게 내가 너한테 사과하길 바라는 거야? 그래 좋아. 사과할게!”“잠깐만.”소만리가 그녀에게 소리쳤다. 강연은 불만스럽게 말했다.“뭘 더 바래?”“내가 말했지. 무릎을 꿇고 나한테 사과하라고.”소만리가 매섭고 강한 어조로 강조했다.“너... 소만리 적당히 좀 해!”강연은 부끄러워서 화가 났다. 그러나 소만리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두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고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그래 그게 뭐 대수야?”강자풍은 옆에서 소만리를 들었다. 강연은 성난 눈초리로 강자풍을 노려보았고 이어 강어를 보라보았다.하지만 강어의 뜻은 분명했다. 소만리가 무릎을 꿇으라면 꿇어야 했다.강연은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깨물고 하는 수없이 소만리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소만리는 고개를 숙인 채 강연의 성의 없는 심드렁한 말을 들으며 강연을 흘겨보았다.“소만리, 죄송해요.”그러나 갑자기 강연의 입가에 갑자기 음흉한 냉소가 번졌다.“정말 미안해요. 소만리. 내 잘못이에요. 내가 내 남자친구 좌한을 시켜 당신 집에 불을 지르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좌한은 내 남자친구니까요. 당신이 화를 풀어준다면 내가 지금 진심으로 사과할게요.”강연이 한 사과는 분명히 소만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소만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은 기모진을 무기로 삼아 소만리를 상대하는 것임을 강연은 알고 있었다.이때 소만리가 점점 더 세게 주먹을 움켜쥐는 모습을 본 강연은 더욱 흐뭇하게 웃었다.“소만리 씨. 내 동생이 지금 사과를 했는데 만족하는지 모르겠어요?”“두 사람의 목숨이 죽었어요. 정말 사과만 하면 말끔히 다 지워질 줄 알았어요?”“소만리,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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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7장

소만리가 차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기모진의 머릿속은 텅 비어 버렸다.감당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이 그의 목에서 치솟아 올랐다.“소만리...”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소만리를 당기는 동시에 소만리가 뛰어내리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관성과 충격으로 기모진은 소만리를 안고 아스팔트에서 몇 바퀴 굴러서야 겨우 멈추었다. 그리고 차는 중앙분리대를 ‘펑' 하고 들이받았다. 타이어는 미친듯한 굉음을 내며 지면을 마찰했다. 그러나 기모진은 그런 상황과 자신의 부상은 돌볼 겨를도 없이 이미 정신을 잃은 소만리를 안았다.“소만리, 소만리!”그는 그녀의 머리를 받치고 그녀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소만리, 자지 마.”기모진의 목소리가 떨렸고 자신이 지금 도대체 왜 이렇게 겁에 질려 두려운지 알지 못했다.그는 소만리의 뒷머리를 받치고 있는 손바닥에 뭔가 끈적거리고 미끄러운 것을 느끼고서야 손에 피가 흥건한 것을 보았다.그의 심장이 심하게 곤두박질쳤다.기모진은 안색이 점점 창백해져 가는 소만리를 끌어안고 지나가는 차를 막아섰다.기모진은 제일 먼저 소만리를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는 수술실 문밖을 지키고 있었고 수술은 한참 동안이나 진행되었다.그는 혼이 나간 채 오랜 시간 기다렸다.마침내 의사가 나와서 소만리가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말했다. 마음을 꽉 조이고 있던 긴장이 그제야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병실로 가서 잠들어 있는 소만리를 보았다.담담하게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손끝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미간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없이 부드러웠다.그가 기모진이든 아니든 간에 그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그는 확실히 이 여자에게 마음이 끌렸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때 이미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 냉정하게 얼마 전 자신이 긴장하고 공포에 두려워했던 것을 떠올리자 그의 마음속에 점차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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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장

예선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소만리의 귓가에 들려왔다.소만리는 얼굴을 돌려 어둠 속에서 예선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었다.“예선아?”“소만리,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너 어떻게 병원에 들어왔어? 누가 네 핸드폰으로 나한테 메시지 보낸 거야?”예선이 의심스러워하며 묻자 소만리는 다시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여전히 칠흑같이 어두웠다.그녀는 눈앞에 손을 들어 보였으니 손가락의 윤곽조차도 보이지 않았다.허. 그녀는 장님이 되었다.소만리는 눈을 감고 깊은 숨을 쉬었다.“소만리, 소만리?”예선은 더욱 걱정이 되었다. 소만리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기만 했다.“예선아,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아.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거야.”그녀는 이렇게 대답하고 어젯밤 차에서 뛰어내린 일을 떠올렸다.그녀는 확실히 충동적이었다.참혹하게 죽은 부모를 떠올렸고 자신의 부모를 불바다 속에서 죽게 만든 사람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고 더더욱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백 번을 생각하고 냉정하게 또 생각해 보아도 당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뼈저리게 후회했다.그녀가 이렇게 죽는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강연이었다.복수하기 전에 어떻게 스스로 포기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소만리는 예선에게 그녀가 실명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자기가 피곤해서 자고 싶으니 예선은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예선이 떠난 뒤에야 소만리는 힘겹게 일어나 더듬거리며 호출 버튼을 찾았다. 머리가 몹시 아팠다.마치 무수히 가는 바늘이 뒤통수를 찔러 구멍을 내는 듯했다.그녀는 아픔을 꾹 참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왔다.소만리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의사는 즉시 전면적인 검사를 하기로 했다.결과가 나온 후 의사는 소만리의 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소만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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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장

소만리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바로 그를 밀쳤다.“좌한 씨가 또 무슨 소란을 피우려고 여기 온 거예요?”소만리는 비웃으며 말했다.“내가 눈이 멀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좋은 구경거리 하나 보러 온 거예요? 당신 여자 강연은 내 문 앞에 서서 날 비웃고 있고?”그녀는 보이지 않아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털끝만큼도 두려워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웃으며 되물었다.“강연, 잘 들어. 내가 눈이 멀어도 네가 날 괴롭히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 동안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알아? 반드시 그 두 배로 네가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게 만들 거야.”허약해 보여도 이렇게 강인한 소만리를 보며 기모진은 마음속의 아픔을 억누르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소만리, 나 생각났어.”그는 입을 열어 부드럽고 자상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의 목소리가 소만리의 귓가에 파고들었다.모든 사물과 시간은 지금 이 순간 정지 화면처럼 멈춰진 느낌이었다.소만리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곧이어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소만리, 나 다 생각났어.”촉촉하고 맑게 뜬 소만리의 시선은 눈물로 얼룩져 흐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소만리는 크게 웃었다.“그래요? 드디어 생각났구나...”소만리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가. 우리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어. 다시 만난다면 오직 원수로 만날 뿐이야.”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기모진은 성큼성큼 소만리 앞으로 와서 그녀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소만리, 소만리. 정말 미안해.”그는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소만리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설령 당신이 1년, 2년, 10년을 이러고 있는다 해도 난 평생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차갑고 떨리는 손을 꼭 잡고 말했다.“소만리, 내가 당신을 돌봐줄게.”“내가 평생을 장님으로 산다고 해도 너 같은 매정한 인간의 보살핌 따위 필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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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장

몇 년 동안 엄마로서 기모진이 이렇게 눈시울을 붉히며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모진이 너...”“어머니, 잠시 아기 좀 안아주세요. 이 분에게 할 말이 좀 있어요.”소만리는 감정을 억누르고 아기를 위청재에게 맡겼다. 위청재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소만리의 말을 듣고 돌아섰다.병실에는 소만리와 기모진 두 사람만 남았지만 공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소만리는 침대 곁으로 가서 베개 밑에서 서류 한 부를 더듬어 꺼냈다.“서명해. 우리 이혼해.”기모진은 소만리가 건네주는 이혼 합의서를 보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그는 소리 없이 울먹이며 이혼 합의서를 받지 않고 다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녀의 초췌한 얼굴을 보며 그는 가슴이 아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소만리...”“그렇게 애틋한 척 부르지 마. 역겨워.”소만리는 냉담하고 단호했다. 억지로 웃으려고 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감출 수가 없었다.“당신이 기억을 잃는 동안 나는 계속 당신에게 당신의 기억상실은 일시적인 것일 뿐 고도 돌아올 거라고 말했어.”소만리가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내가 틀렸어. 당신은 기억만 잃은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잃었어. 당신은 강연의 환심을 사려고 내 집을 단숨에 불태우고 우리 부모님을 불바다 속에서 태워 죽였어! 당신을 사랑했던 내 마음도 타 죽었어! 기모진, 당신이 아무리 미안하다고 말해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서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모진, 당신은 내가 평생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자이고 내가 유일하게 집착하고 놓지 못했던 사랑이었지만 그 감정은 이제 내려놓았어. 앞으로 나 소만리와 당신 기모진은 부부의 인연을 끝내고 서로 남남이 되는 거야!”소만리는 이혼 합의서를 기모진에게 던지고 그의 옆을 스쳐 병실을 빠져나갔다.기모진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혼 합의서를 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그는 제정신을 잃은 듯 멍한 상태로 모 씨 집에 왔다.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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