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황제가 사랑한 여인: Bab 961 - Bab 970

2479 Bab

961장

”소만리!”거의 본능적으로 기모진은 당황하며 입으로 이 세 글자를 외쳤다. 그는 지체할 겨를 없이 바로 그녀를 안고 차에 올라 병원으로 달려갔다.떠날 때 그가 방금 부른 구급차와 소방차가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기모진은 백미러로 방금 기모진이 불을 질렀다고 말한 가사도우미가 이미 황급히 도망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의사는 그녀가 과도한 자극을 받아 기절하게 되었다고 말했다.과도한 자극?기모진은 소만리가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알았다. 그는 소만리가 깨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괜히 걱정이 되었다.소만리를 걱정하는 그런 마음이 기모진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는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고 자신도 모르게 소만리의 아기가 있는 방으로 갔다.막 입구에 다다르자 그는 위청재가 아주 귀여운 네다섯 살짜리 아이 둘을 데리고 갓난 아기 곁에 있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 얘가 정말 내 동생이에요?”기여온이 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위청재는 가슴이 벅차올라 기쁘게 말했다.“그럼, 얘가 너랑 기란군 오빠의 동생이지. 봐봐. 이 작은 얼굴이 너네 아빠 어릴 때 얼굴이랑 똑같아. 기란군 봐 봐. 네 어릴 때랑도 똑같아. 너네 형제랑 아빠 얼굴이 전부 똑같아!”“어떻게 그렇게 돼. 난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어.”기란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위청재는 웃으며 말했다.“갓난 애들은 다 못생겼어. 점점 자라면서 예뻐지고 잘 생겨져.”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 위청재와 아이들은 모 씨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소만리가 병원이 입원해 있는 사실도 모른다. 이때 간호사 한 명이 급히 기모진 쪽으로 달려왔다. 기모진은 무슨 일인지 짐작은 했지만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바짝 뒤따라가 보니 간호사는 VIP 병동으로 들어가며 급히 말했다.“혹시 소만리 가족이십니까? 그녀가 방금 병원에 입원했는데 집에 큰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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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장

”엄마, 왜 그래?”“엄마, 울어?”귓가에 위청재의 절절한 소리가 들려오고 뒤 이어 두 아이가 어리둥절해하는 소리가 들렸다.소만리는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창백한 입술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왜 그를 사랑하는 일에 이렇게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죠? 왜...”위청재는 소만리가 바로 기모진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몹시 당황하며 말했다.“소만리, 너 모진이 말하는 거냐? 모진이가 뭘 했길래?”소만리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흘렸다. 고통스럽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가 불을 질렀어요. 우리 집을 불태워 버렸어요.”“뭐!”위청재는 너무 놀라 당황하며 말했다.“아니야. 모진이가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어. 아냐. 아냐...”소만리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정말로 기모진이 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소만리의 목을 졸랐을 때 그 냉혹하고 잔인한 표정이 또렷하게 떠올랐다.소만리는 소리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목이 메어 가슴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괴로웠다. 그녀는 갑자기 이불을 홱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서 뛰쳐나갔다. 그녀는 차를 불러서 모 씨 집으로 갔다.소방관이 아직도 최선을 다해 불을 끄고 구조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고 있었다.소만리는 창백한 얼굴로 집 앞에 서서 한때는 호화로웠던 집이 화염에 휩싸여 폐허가 되어 불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성큼성큼 뛰어들어갔다.소방관은 갑자기 누군가가 돌진해 들어가는 것을 보고 급히 소만리를 잡아당겼다.“위험해!”“내 부모님이 아직 저 안에 계세요!”소만리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했다.“내가 들어가서 그들을 구해야 해요. 꼭 들어가야 한다구요!”“여기 들어가면 너무 위험해요. 당신에게도 일이 생길 거예요!”“그렇지만 그들은 내 부모님이에요! 내 친부모님이라구요!”소만리는 마음이 무너져 내려 가슴을 찢고 울부짖으며 소방관을 힘껏 밀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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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3장

소만리가 탄식하며 원망하는 말을 들으며 기모진의 눈은 더욱더 일그러졌다.만나도 알지 못하는...이 말이 유난히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놀라지도 않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그를 홱 밀치고 방안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고 다시 그녀를 앞으로 잡아당겼다.“이거 놔! 기모진, 이거 놔!”소만리는 발버둥 치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러나 남자에게 눌려서 죽을 것만 같았다.“기모진, 이 나쁜 놈! 이거 놔! 저기 내 부모님이 있다구! 내 친부모라구!”소만리는 히스테릭하게 울부짖었고 눈물이 이미 그녀의 눈앞을 가렸다.그러나 기모진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저 소만리를 그의 품속에 꽉 누르고 있었다. 소만리는 다시 감정이 무너져내렸다.“놔, 놔줘. 기모진, 날 놔줘!”그녀는 통곡하며 애원했다.“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쓸쓸하게 이십여 년을 보내고 겨우 돌고 돌아 내 부모를 찾았다고. 당신이 지금 내 집을 망가뜨렸어. 설마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거야!”“기모진, 내가 당신을 미워하고 증오해야만 당신이 만족하는 거야?!”소만리가 힘껏 발버둥 치며 원망했지만 기모진은 끝내 그녀를 풀어주지 않았다. 소만리는 눈앞의 모든 것이 서서히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정신이 나간 채 멍하니 얼어붙고 말았다.불길이 모두 꺼진 후 소방관은 집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조했다.그들이 결국 들것 두 개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자 소만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온몸을 에워쌌다.그녀의 초점 잃은 눈에 들것이 가까이 오는 것이 보이자 힘껏 기모진을 밀어내고 들것 앞으로 가서 떨리는 손으로 덮여 있는 흰 천을 살며시 젖혔다. 온통 새까맣게 타버린 얼굴을 보자 그녀의 심장이 도려져 떨어지는 것 같았다.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아픔이 그녀의 정신을 순간적으로 흐려지게 했다. 소만리는 두 발에 힘이 빠져서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소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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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4장

”아니야, 소만리.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자신을 탓하지 마.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하늘에서 널 보고 계신다면 네가 자책하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야.”예선의 위로에 소만리의 눈물은 더욱 봇물 터지듯 흘러내렸다.그녀는 갑자기 예선의 품에서 벗어나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왔다.“소만리, 어디 가?”“아빠 엄마. 나 아빠 엄마 보러 갈 거야!”소만리는 병실을 뛰쳐나와 긴 복도를 따라갔고 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우리 엄마 아빠 보신 적 있어요?”예선은 뒤에서 따라다니며 소만리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붉어져 시야가 흐릿해졌다.“소만리!”예선은 뒤쫓아가서 안타까운 듯 소만리를 잡아당겼다.“소만리, 이러지 마.”그러나 소만리는 그녀를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사화정과 모현의 행방을 물었다.소만리의 집에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소군연은 황급히 달려왔지만 엘리베이터를 막 나오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져 눈물투성이가 되어 앞으로 나오는 소만리를 보았다.그녀의 모습은 매우 초췌해 보였고 심지어 정신도 혼미해 보일 정도였다.소군연은 소만리의 이런 모습에 너무나 놀랐다.“소만리?”그가 한 번 불러 보았는데 소만리가 그를 쳐다보더니 소군연인 걸 알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선배, 우리 엄마 아빠 어디 있는지 알아요?”그녀가 묻자 소군연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소만리, 괜찮아?”소만리는 그에게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그럼 기모진은 봤어요? 내 남편이고 불을 질러 내 부모님을 죽인 사람인데 혹시 어디 있는지 봤어요?”“...”소군연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멍하니 얼어붙었다.그는 소만리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소만리의 뒤에서 바쁜 걸음으로 달려오는 예선을 바라볼 뿐이었다.“소만리.”예선은 가슴이 무너지고 있는 소만리를 마음 아프게 끌어안으며 말했다.“이러지 마.”소만리는 살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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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장

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살짝 곁눈질을 하다가 다가온 남자를 보고 냉랭하게 말했다.“나가.”기모진은 들은 체 만 체하며 소만리에게 계속 걸어갔다.“꺼져! 당신은 우리 부모님 앞에 설 자격 없어, 꺼져.”소만리의 어투는 날카로웠다.그러나 기모진은 듣고도 못 들은 척하며 소만리의 뒤로 가서 말했다.“더 큰 비극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강연에게 가서 사과해. 그리고 때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해.”“허. 허허.”소만리는 마치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천천히 일어나며 냉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눈을 번쩍 치켜들고 손바닥을 들어 기모진의 얼굴을 때렸다.“기모진, 잘 들어. 난 그녀를 때리는 걸 멈추지도 않을뿐더러 당신도 때릴 거야!”소만리가 계속해서 말했다.“기억을 잃은 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기억을 잃으면 불을 질러 사람을 죽이고 인간성은 모조리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내 엄마 아빠를 죽인 거야?”그녀는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고 두 눈에 핏발이 선 채 눈앞에 서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한때는 그녀를 위해 몸을 던졌던 남자였고 마음이 아파서 애간장이 타들어가던 남자였다.“기모진, 꺼져! 강연이 곁으로 가.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예선이 화장실에서 돌아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소만리의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녀가 들어가 보니 언제 온 건지 기모진이 와 있었다.“기모진, 이 나쁜 놈아!”예선이 화가 나서 욕을 퍼붓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소만리를 곁으로 끌어당겼고 싸늘한 표정의 남자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기모진, 소만리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 같은 남자를 만난 거야!”“지난 몇 년 동안 소만리는 묵묵히 당신의 고통과 상처를 다 받아주고 참아왔어. 소만리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하기로 했던 거야. 그런데 당신은! 당신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당신이 지금 안고 있는 그 여자가 소만리에게 앙심을 품고 이런 인면수심의 일을 저질렀는데, 당신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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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장

”하하하...”위청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 입구에서 갑자기 여자의 의기양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강연은 섹시한 빨간 치마를 입고 담배를 피우며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강연!”위청재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너 이 년 마침 잘 왔다! 너 내 아들 기억을 상실하게 하고 내 며느리를 조산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내 사돈까지 죽이다니. 내가 널 죽여 버릴 거야!”위청재는 빗자루를 들고 곧장 강연을 향해 호되게 때렸다.“그만해.”기모진이 갑자기 나타나 막았다.“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려.”위청재는 빗자루를 하늘 높이 든 채 마주 오는 남자를 보고는 빗자루에서 손을 놓았다.“모진아, 너 아직도 기억이 안 돌아온 거냐! 저 여자가 네 아내를 조산하게 했고 너를 이용해서 네 장인 장모까지 죽였는데 어떻게 저 여자를 감쌀 수가 있어!”위청재가 호되게 야단을 치자 기모진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내가 언제 내 장인 장모를 죽였어? 난 기모진이 아냐.”“너...”위청재는 화가 나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기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기모진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기모진에게 다가가서 얼굴을 한번 훑어보았다. 누가 기모진이 아니라고 했는가.분명 그의 친손자 기모진이었다.“모진아,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느냐? 그때 소만리를 그렇게 아프게 해놓고 그녀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려고 얼마나 네가 애썼는지 몰라? 이제 와서 소만리가 준 기회를 스스로 무너뜨리려 하느냐?”강연은 도도하게 피식 웃었고 담배를 피워 물으며 말했다.“소만리는요? 나오라고 해요.”“이 뻔뻔스러운 여자야. 어디 내 며느리를 볼 낯짝이 있다구. 썩 꺼져!”위청재는 이번에는 진심으로 소만리를 감싸며 강연의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어서 우리 집에서 나가!”“뭐, 우리 집?”강연이 비웃으며 말했다.“당신들 집도 모 씨 집처럼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되지 않으려면 내가 가는 길을 막지 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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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7장

강연은 얼굴이 굳어졌다.“소만리, 얘가 네 아들이야?”강연이 또 기란군에게 화살을 돌릴까 봐 소만리는 급히 기란군을 불러 그녀의 뒤로 오게 했다.“기란군, 들어가서 여동생이랑 같이 있어. 나오지 마.”기란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렇지만 엄마...”“엄마 말 들어, 어서 들어가.”“응.”기란군은 철이 든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들어 이번에는 기모진을 향했다.“아빠, 언제 집에 올 거예요? 나랑 기여온이랑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두 꼬마가 이렇게 말하며 아쉬운 듯 기모진을 바라보고 나서야 돌아서서 갔다.기모진은 넋을 잃은 듯 떠나가는 작은 두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에 알 수 없는 상실감이 느껴졌다.그러나 그의 시선은 곧장 소만리에게로 돌아갔다. 그녀는 분명히 울고 있었는데도 얼굴이 아름답기만 하다.비록 정신은 아직 추스르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감탄을 자아낼만한 미모였다.강연은 기모진이 소만리에게 눈길이 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불만스럽게 헤어스타일을 매만졌다.“소만리, 당신 아들 성격이 정말 당신이랑 똑같아. 날 정말 귀찮게 해. 알아서 죽었어야 했는데!”그녀는 뭔가 암시가 가득한 말로 경고했다.“이 세상에서 감히 나와 맞서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졌어. 소만리, 당신 아들이 당신 부모처럼 되길 원하지 않으면 내일 기 씨 그룹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와 내 친구에게 사과해. 네가 잘못했다고 빌어. 그렇지 않으면...”강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소만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사랑하는 남자의 손에 아들이 죽는 걸 보게 될 거야.”강연이 협박하며 더욱 도도하게 웃으며 말했다.돌아서서 갈 때 그녀는 기모진을 불렀다.“좌한, 소만리가 지금은 아주 마음이 아픈가 봐. 당신이 이왕 그녀의 남편과 닮았다고 하니 몇 마디 위로해 줘. 나 차에서 기다릴게.”강연은 의기양양하게 담배를 피우며 돌아섰다.위청재는 강연이 가는 것을 보고 급히 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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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장

”누가 감히 그 여자 부모에게 내 뒷조사를 하게 했겠어.”강연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돈과 권력은 생명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좌한, 소만리가 아주 예쁘게 생겼던데 혹시 그 여자한테 설레는 건 아니지?”강연은 이 말을 물으며 천천히 기모진에게 다가갔다.“그렇게 순진하고 재미도 없는 여자가 어떻게 나와 비교할 수 있겠어? 소만리는 단지 생긴 게 좀 예쁘게 생겼을 뿐이지. 여자는 미모만 가지고는 소용없어.”강연은 자신의 매력에 심취해 말했지만 기모진은 아무 말이 없었다.그러자 그녀는 환심을 사려고 웃음을 띠며 말했다.“좌한, 내가 이번에 너무 심하게 처리했다고 탓하는 거 아니지? 하지만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흑강당의 배경을 파헤칠 수는 없다는 걸 알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귀찮아지는 건 우리 쪽이야. 당신도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타까울 거 아냐?”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당연히 안타깝지.”“난 당신이 안타까워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강연은 교태를 부리며 수줍어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기모진은 갑자기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좌한, 어디 가려고?”기모진은 냉혹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무래도 내가 너무 소만리를 살살 대한 것 같아. 잠시 갔다 올게.”강연은 눈이 번쩍 뜨였다.“좌한, 소만리를 어떻게 할 건데?”“그녀를 좀 더 아프게 해 줘야겠어.”좀 더 아프게?강연은 기모진의 대답이 아주 만족스러웠다.그러나 기모진은 차에서 내려 소만리에게 간 것이 아니라 폐허가 된 모 씨 집으로 갔다.폐허가 된 집 앞에 서자 그는 왠지 데자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여기에 온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가 대문을 들어서자 불에 탄 뒤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렇게 큰 집에 불이 나는 것은 분명히 평범한 화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연이 말하길 불을 지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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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장

기모진의 모든 관심이 이 일곱 빛깔 조가비에 옮겨간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그런 그림이 떠올랐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그는 어린 여자아이를 업고 황급히 바닷가를 달리고 있었다. 그 어린 소녀는 그의 목을 껴안고 달콤하게 그를 불렀다...“퍽!”기모진이 추억에 잠겨 어린 소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려는 순간 그의 얼굴에 소만리가 뺨을 한 대 때렸다.소만리는 기모진이 보는 앞에서 목걸이를 세게 잡아당겨 땅바닥에 매섭게 던져버렸다.“내가 진작 내려놓았어야 했어. 내 부모님을 죽인 건 당신이야, 당신이라구!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에게 나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구!”그녀는 그를 밀치고 쏜살같이 떠났다.기모진은 멍하게 소만리가 멀리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소만리가 땅바닥에 던진 목걸이에 촘촘히 박힌 일곱 빛깔 조가비를 주웠다.이렇게 평범하게 생각 조가비인데 왠지 그는 눈에 아주 익숙하고 특별하게 여겨졌다.소만리는 모 씨 집 대문 앞에서 무작정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집안에서 실낱같은 따뜻함과 추억을 찾으러 이곳을 찾았지만 뜻밖에도 기모진을 만난 것이다. 그녀는 후회한다고 말했지만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후회해도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이미 그를 사랑하지 않는 척하며 그를 내려놓았다.소만리는 단숨에 멀리 뛰쳐나갔고 석양빛은 그녀의 마음속 지독한 추위를 다 날려버리지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땅에 넘어져 무릎을 꿇었다. 초가을 첫 비가 갑자기 내렸다.가늘고 촘촘한 빗줄기가 점점 대지를 적셨다. 소만리의 마음도 젖어들었다.“왜?”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괴로워하며 자문했다.“왜? 왜 내가 사랑하기만 하면 이런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거지?”소만리는 고개를 들어 흐린 잿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눈물과 차가운 빗물이 한데 섞여 흘러내렸다.“하느님, 제게 죄가 있다면 제발 저를 벌해 주세요. 더 이상 내 가족들은 해치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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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장

소만리는 의아한 듯 눈을 들어 부드럽게 웃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경연 씨를 구했다고요?”경연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다가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이거 혹시 기억나세요?”경연의 손에 어느새 500 원짜리 동전이 쥐어져 있었다.“기억이 안 나요.”소만리가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저었다.“역시 잊었구나.”경연은 약간 실망한 듯 웃으며 막 자세히 설명하려 할 때 갑자기 경연의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날 기세등등했던 것에 비해 오늘은 매우 친절하고 다정했다.“모 씨 집에 일어난 일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혹시 잠시 갈 곳이 없으면 우리 집 손님방에 있어도 돼요. 이전의 일은 정말 죄송했어요.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요.”소만리는 잔을 내려놓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고맙습니다. 지난 일은 오해일 뿐이었어요. 이미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아요.”그녀는 시간을 보고서야 이미 하루가 지난 아침이라는 걸 알았다.“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연 씨, 고마웠어요.”“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요. 먼저 씻고 아침 드세요. 가는 곳까지 데려다 줄게요.”경연이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소만리는 지금 자기가 이렇게 집을 나서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서 경연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씻고 난 후 경연이 일하는 사람에게 부탁해 특별히 보내온 옷으로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갔다.간단히 아침을 몇 입 먹고 소만리는 경연의 차를 타고 기 씨 그룹 현관에 도착했다.소만리는 경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회사 정문으로 향했는데 뒤에서 갑자기 노기등등하게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소만리!”소만리는 걸음을 멈추고 양이응이 악랄하고 흉악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역시 당신 경연과 엮이고 싶었구나!”양이응은 화가 나서 정신없이 소만리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거 내가 전에 마음에 들어 했던 옷이었어. 경연이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해 준 거였는데 이제 너한테 입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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