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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4장

”아니야, 소만리.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자신을 탓하지 마.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하늘에서 널 보고 계신다면 네가 자책하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야.”

예선의 위로에 소만리의 눈물은 더욱 봇물 터지듯 흘러내렸다.

그녀는 갑자기 예선의 품에서 벗어나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왔다.

“소만리, 어디 가?”

“아빠 엄마. 나 아빠 엄마 보러 갈 거야!”

소만리는 병실을 뛰쳐나와 긴 복도를 따라갔고 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

“우리 엄마 아빠 보신 적 있어요?”

예선은 뒤에서 따라다니며 소만리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붉어져 시야가 흐릿해졌다.

“소만리!”

예선은 뒤쫓아가서 안타까운 듯 소만리를 잡아당겼다.

“소만리, 이러지 마.”

그러나 소만리는 그녀를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사화정과 모현의 행방을 물었다.

소만리의 집에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소군연은 황급히 달려왔지만 엘리베이터를 막 나오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져 눈물투성이가 되어 앞으로 나오는 소만리를 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매우 초췌해 보였고 심지어 정신도 혼미해 보일 정도였다.

소군연은 소만리의 이런 모습에 너무나 놀랐다.

“소만리?”

그가 한 번 불러 보았는데 소만리가 그를 쳐다보더니 소군연인 걸 알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선배, 우리 엄마 아빠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녀가 묻자 소군연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만리, 괜찮아?”

소만리는 그에게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

“그럼 기모진은 봤어요? 내 남편이고 불을 질러 내 부모님을 죽인 사람인데 혹시 어디 있는지 봤어요?”

“...”

소군연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는 소만리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소만리의 뒤에서 바쁜 걸음으로 달려오는 예선을 바라볼 뿐이었다.

“소만리.”

예선은 가슴이 무너지고 있는 소만리를 마음 아프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러지 마.”

소만리는 살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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