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965장

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살짝 곁눈질을 하다가 다가온 남자를 보고 냉랭하게 말했다.

“나가.”

기모진은 들은 체 만 체하며 소만리에게 계속 걸어갔다.

“꺼져! 당신은 우리 부모님 앞에 설 자격 없어, 꺼져.”

소만리의 어투는 날카로웠다.

그러나 기모진은 듣고도 못 들은 척하며 소만리의 뒤로 가서 말했다.

“더 큰 비극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강연에게 가서 사과해. 그리고 때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해.”

“허. 허허.”

소만리는 마치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천천히 일어나며 냉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눈을 번쩍 치켜들고 손바닥을 들어 기모진의 얼굴을 때렸다.

“기모진, 잘 들어. 난 그녀를 때리는 걸 멈추지도 않을뿐더러 당신도 때릴 거야!”

소만리가 계속해서 말했다.

“기억을 잃은 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기억을 잃으면 불을 질러 사람을 죽이고 인간성은 모조리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내 엄마 아빠를 죽인 거야?”

그녀는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고 두 눈에 핏발이 선 채 눈앞에 서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한때는 그녀를 위해 몸을 던졌던 남자였고 마음이 아파서 애간장이 타들어가던 남자였다.

“기모진, 꺼져! 강연이 곁으로 가.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예선이 화장실에서 돌아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소만리의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들어가 보니 언제 온 건지 기모진이 와 있었다.

“기모진, 이 나쁜 놈아!”

예선이 화가 나서 욕을 퍼붓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소만리를 곁으로 끌어당겼고 싸늘한 표정의 남자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기모진, 소만리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 같은 남자를 만난 거야!”

“지난 몇 년 동안 소만리는 묵묵히 당신의 고통과 상처를 다 받아주고 참아왔어. 소만리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하기로 했던 거야. 그런데 당신은! 당신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당신이 지금 안고 있는 그 여자가 소만리에게 앙심을 품고 이런 인면수심의 일을 저질렀는데, 당신이 사람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