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청재는 깊게 탄식하며 말했다.“휴게실에 있어. 지금쯤 아기 젖 먹이고 있을 거야.”위청재의 대답을 들은 기모진은 재빨리 몸을 돌려 휴게실 쪽으로 쏜살같이 걸어갔다. 휴게실 중에 아기 새가 먹이를 먹는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기모진이 앞으로 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그는 문을 두드리려다가 망설였다. 잠시 후에 그가 마침내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바로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세요? 들어오세요.”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을 위청재로 잘못 알고 대답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다.소만리는 이때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았고 등을 돌려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듯했다.“어머니, 물티슈 좀 가져다주세요. 가방에 있어요.”소만리는 방에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눈치채지 못했고 오로지 냄새 나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기모진이 다가와 물티슈를 건네주었을 때 비로소 소만리는 반응을 보였다.앞에 선 남자를 보자 온화하던 소만리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그녀는 손에 든 물티슈를 바닥에 던지고 가방에서 직접 새로운 물티슈를 꺼내 닦아주었다. 그녀의 이런 격한 거부반응이 기모진을 더욱 안타깝고 괴롭게 했다.소만리는 그를 외면하고 혼자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녀가 일어서자마자 기모진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소만리.”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낮게 탄식하였고 슬픈 눈동자에는 짙은 애정과 미안함이 물들어 있었다.소만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혼 합의서에 가능한 한 빨리 서명하세요. 아이는 모두 내가 맡을 것이고 난 그들에게 좋은 인성을 가진 아빠를 찾아줄 거예요. 나와 세 아이는 기모진이라는 사람과 더 이상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그녀는 냉담하게 말하고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기모진은 더욱 팔을 세게 조였다.“소만리, 날 떠나지 마. 제발. 날 외면하지 마.”그는 간절하게 애원했다.
”소만리"“그만 불러요. 보고 싶지 않아.”소만리는 그를 뿌리치고 눈물을 닦았다.“사실 난 당신이 날 잊었다고 탓한 적은 없어요. 당신이 날 구하기 위해 다쳤기 때문에 결국 강연에게 이용당하게 되었단 걸 알아요. 하지만 기억상실은 당신이 인간성을 잃고 내 부모님을 죽인 이유가 되지 못해요.”소만리는 계속 말했다.“기모진, 난 이제 당신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르지만 그들을 위해 복수할 수도 없어요. 이런 심정을 알기나 해요?”소만리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소파 앞으로 다가가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기를 안아 들고 휴게실을 빠져나갔다.기모진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소만리가 방금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다.가능하다면 그는 정말 자신의 목숨으로 사화정과 모현의 목숨을 바꿀 용의가 있었다.그녀가 더 이상 힘들지 않다면 그는 어떤 식으로든 속죄할 용의가 있었다.하지만 소만리, 당신은 나에게 다시는 속죄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군.소만리는 휴게실을 벗어나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계단 입구를 걸어가고 있는데 경연의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소만리가 목소리를 듣고 막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경연은 마침 전화를 마치고 복도에서 나왔다. 소만리가 문밖에 있는 것을 보고 경연은 잠시 의아했지만 이내 온화한 웃음을 띠었다.그러나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기 사모님 괜찮아요?”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이제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끄떡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그럼요.”경연은 소만리의 이런 강인함에 마음이 뭉클했고 소만리의 품에 안긴 작은 아기를 보았다.“내가 안아 봐도 돼요?”“당연히 되죠.”소만리는 아기를 조심스럽고 천천히 경연에게 건네주었지만 경연은 아직 아기를 안아본 경험이 없어서 얼른 바로 소만리에게 건네주었다.“기 사모님이 안고
”기 사모님은 보석 업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니까 그림도 좀 연구하셨겠죠? 시간이 되면 서로 소통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경연은 자신을 몇 번이나 도와줬고 겸손하고 교양 있는 점잖은 사람이어서 소만리는 거절하지는 않았다.한편 강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그러나 들어오자마자 강어가 직접 정면으로 뺨을 때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연은 머리가 텅 비어버린 채 온몸이 얼어붙었다. 입에서도 따가운 피비린내가 났다. 강연의 뒤를 따라 걸어오던 양이응이 이 광경을 보고 옆에 서서 당황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오늘 이게 어떻게 된 거지?분명 오늘 소만리에게 굴욕을 주려고 나섰는데 왜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는 거지?이게 어떻게 되는 상황이야?강연은 뺨을 맞아 살짝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오빠 미쳤어! 왜 날 때려!”“너 자신한테 물어봐. 오늘 뭐 하러 나갔어?”강어의 얼굴빛이 굉장히 어두웠고 마치 불쾌한 감정을 애써 참고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더 이상 말썽 부리지 말고 F국으로 돌아가서 너의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라고 말했지. 왜 자꾸 소만리를 건드리려고 해?”이 말을 듣자 강연은 차츰차츰 상황을 알게 되었다.“오늘 일어난 일은 소만리 때문이었어! 오빠 혹시 소만리 좋아해? 그 여자 때문에 날 두 번이나 때리고! 난 오빠 친동생이라구!”“만약 네가 내 친동생이 아니었다면 널 벌써 한 방에 죽였을 거야!”강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지만 여전히 애써 참아야 했다.“...”강연은 눈빛이 움츠러들어 숨도 삼킬 수 없었다.“왜 이렇게 소만리를 도와주는 거야? 설마 진짜 그 여자 좋아하는 거야?”“헛소리 작작해.”강어는 매서운 눈빛으로 사납게 양이응을 한 번 쓱 훑어보고는 말했다.“명심해. 다시는 소만리를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야.”“...”강연은 화가 나서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그녀는 입가의
아기는 누군가가 자신을 안는 것을 느낀 듯 크고 동그란 눈을 번쩍 떴다.어린 아기를 안고 있던 남자는 이를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 순진무구한 눈동자에 마음속까지 부드럽고 따스해졌다.“꼬물이라고 했지?”기모진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배를 가리키며 이 귀여운 얼굴을 부드럽게 만졌다. 아기가 기모진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작은 입을 헤벌쭉 벌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아기의 웃는 얼굴을 보고 기모진이 목젖을 움찔거리며 주체할 수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날 소만리가 그의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조산하던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아프고 괴롭게 떠올랐다.그녀는 그렇게 힘겹고 아픈 몸을 버텨내며 끈질긴 의지로 온몸을 불살라 겨우 7개월 남짓한 미숙아를 낳았다.그때 그녀는 땀으로 온몸이 적셔져 안색이 눈처럼 창백했다.그리고 그가 손을 내밀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를 ‘모진’이라고 불렀다.그러나 그는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마지막 순간에야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아기가 한 달 가까이 인큐베이터에 더 있은 후에야 정상 아기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모진의 가슴은 더욱 미어져왔다.“꼬물아, 미안해. 아빠는 좋은 아빠가 아냐.”기모진은 아기의 얼굴에 머리를 숙이고 가볍게 뽀뽀했다.이 뽀뽀는 깊은 미안함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어린 녀석은 수정구슬 같은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기모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해맑게 웃으며 하얗고 통통한 작은 발로 기모진의 몸을 걷어찼다.“정말 귀여워. 역시 내 아들다워.”기모진은 뿌듯한 듯 말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는 소만리에게 들킬까 봐 걱정되었다.지금 그녀는 자기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기모진은 그녀에게 더 이상 가슴 찢어지는 어떤 고통도 주고 싶지 않아서 아기를 내려놓고 나가고 싶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아기를 내려놓고 기저귀를 점검해 보았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소만리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아기를 안아 들고 병원에 가보려고 했다.“소만리, 내가 안아 볼게.”기모진은 자세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청해 보았다.“방금 내가 안았을 때 아기가 안 울었거든.”소만리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당신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아기는 아예 깨지도 않았을 거야. 내가 겨우 재워놨는데 들어와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소만리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아이가 다른 이유로 울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이성적으로 이 남자를 대할 방법이 없었다.“소만리, 내가 아기를 안게 해 줘. 정말 아까 내가 안았을 때 안 울었어.”기모진은 다시 한번 청했다.그러나 소만리는 끝내 아기를 기모진에 주지 않았고 오히려 비꼬아 웃었다.“당신 이제야 이 아기가 당신 아들이라는 걸 알았어?”“소만리.”“기모진, 난 정말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 정말로 당신이 기억을 잃었던 것을 원망하지 않는다구. 내가 원망하는 건 당신이 기억을 잃고 인간성도 잃었다는 거야.”그녀는 가능한 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말했다.“그날 간호사가 말하기를 당신이 병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아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쇼크를 받았다고 했어. 당신이 강연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정말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까지 손을 댈 수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어.”소만리가 계속 말을 이었다.“나중에 내가 당신을 찾으러 갔을 때 당신 또 뭐라고 했어?”소만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죄책감과 미안함에 더욱 얼굴이 일그러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내 목을 조르며 말했지. 내 아기랑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허. 무슨 상관?”“그래, 모두 내가 자초한 거야. 내가 자초한 거라구. 왜 당신 같은 남자를 사랑해서...”소만리는 자조하며 쓴웃음을 지으며 품에 안겨 우는 아기를 내려다보았고 그녀의 눈물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
순간 소만리의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문을 열어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부르려고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차 앞으로 달려가 피로 물든 손을 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소만리, 우리 다시 시작해...”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진 기모진이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소만리의 눈물은 조용히 흘러내렸고 마음속에서는 온갖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그녀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긴 했지만 그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진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기모진의 부상도 곧 안정되었다.그는 내상은 없이 대부분 외상이었다. 왼손이 조금 심하게 다쳐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었고 왼쪽 종아리에도 상처가 나서 피가 많이 흘렀다.기모진은 또 흐릿하게 꿈을 꾸기 시작했다.요트가 폭발하는 꿈을 꾸었고 소만리가 그를 떠나는 꿈을 꾸었다.그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목구멍에서 애틋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소만리, 가지 마.”그가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두 눈을 번쩍 떴다.그러나 눈앞에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육경의 모습이 보였다.“사장님, 깨어나셨군요.”기모진은 자신이 육경의 손을 잡은 것을 보고 방금 꿈을 꾸던 장면이 어렴풋이 떠올라서 잠시 멍하게 있다가 재빨리 육경의 손을 놓았다.“흠흠.”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육경은 급히 그를 부축하며 다행스런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드디어 기억을 되찾으셨어요.”기모진은 멈칫하다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내가 왜 여기 있지?”“사장님, 또 기억을 잃으셨어요? 오늘 아침 사장님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교통사고?”기모진은 애써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생각도 흐릿해져 있었다.이렇게 심각한 사고를 당했는데도 그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그가 기억하는 것은 소만리가 그에게 다가와 다시 시작하자고 한 말뿐이었다.기모진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소만리는?”
”엄마 금방 올 거야.”기란군은 길가를 쳐다보며 서운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참, 아빠는 언제 집에 오는지 몰라?”“아빠? 여온이는 아빠 만난 지 너무 오래됐어.”기여온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여온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아빠는 여전히 기묵비였고 맑은 유리구슬 같은 큰 눈에 쓸쓸함이 밀려왔다.그런데 어둡게 가라앉으려던 눈동자에 갑자기 알록달록한 빛깔이 두 남매의 눈에 들어왔다.화려한 색깔로 포장된 작은 사탕으로 만든 꽃다발이 기여온 앞에 나타났다.“어?”여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큰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오빠, 너무 예뻐.”기란군은 사탕 꽃다발을 든 손을 따라 쳐다보았더니 그다지 단정해 보이지 않는 얼굴이 보였다.“누구세요?”기란군은 여온을 자신의 뒤로 오게 한 후 경계하는 눈빛으로 강자풍에게 물었다.강자풍은 여전히 껄렁껄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강자풍은 다소 불만스러운 듯 기란군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여온이 친구야.기란군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강자풍을 훑어보았고 잠시 후 기여온이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하얀 머리 오빠~”기여온이 강자풍을 알아보고 말했다.강자풍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의 그 은발은 이미 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기란군은 기여온이 ‘하얀 머리 오빠'라고 하는 말을 듣고 조금 경계심을 풀었다.“오빠, 이 하얀 머리 오빠는 내 친구야. 내가 막대 사탕도 줬거든.”“맞아.”강자풍이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말했다.“그래서 오빠가 지금 여온이 주려고 이렇게 막대사탕을 많이 들고 왔지, 좋아?”“이렇게 많은 걸 다 여온이 주는 거야?”기여온이 즐거워서 큰 눈을 반짝였다.차가 막혀서 소만리는 조금 늦게 유치원에 도착했는데 차를 세우고 보니 어떤 남자가 두 아이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걱정이 되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야 강자풍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강자풍은 소만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소만리는 강자풍을 한 번 힐
뭐?강연은 알아듣지 못하고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목이 조여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뭐지???소만리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강연의 목덜미에 바짝 조였다.강연은 소만리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있는 힘껏 저항하며 벗어나려 애썼지만 소만리가 이렇게 센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놔...줘! 소만리 너 이거 놔...줘.”강연은 눈을 부릅뜨고 협박하며 저항하자 소만리는 오히려 더욱더 힘을 주어 마구 발버둥 치던 강연을 벽에 들이대었다.이 순간 그녀의 가을빛 갈색 눈동자에는 선홍색으로 맹렬하게 굳어지며 증오의 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사화정과 모현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소만리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강연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점점 숨이 막혀 저 밑바닥에서부터 고통이 밀려왔다.엄마, 아빠...그것은 그녀가 많은 시간 동안 바래왔던 부성애와 모성애였다.그녀가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며 되찾은 집이었다.그런데 이 모든 것을 이 변태 같은 악랄한 여인이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이용해서 모두 망가뜨렸다!강연은 이미 손발이 차가워지고 있었고 눈을 부릅떴다.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시작했다.기모진은 병실에서 이 소리를 들었고, 그다지 옳은 행동 같이 들리지 않았다.그는 다리에 난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아이에게 병실에서 나오지 말라고 당부하며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서둘러 병실 앞으로 나갔다.밖으로 나오자마자 숨통이 끊어질 것 같은 강연을 보고 그는 급히 달려가 소만리를 안았다.“소만리, 어서 놔!”그는 그녀를 말렸다.하지만 소만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강연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일말의 복수에 조금은 통쾌함을 느꼈다.기모진은 더욱 초조해져서 소만리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힘은 지금 너무나 강했고 온몸에는 더더욱 막을 수 없는 분노가 퍼지고 있었다.“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