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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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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장

소만리는 약물 때문에 머리가 멍했지만, 희미하게 누군가가 귓가에 그녀를 만리라고 부르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보기 위해 눈을 뜨려 했지만, 눈꺼풀은 점점 무겁기만 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을 꼭 안고서 놓지 않는 이 남자에게 무의식적으로 가까워졌다.생각해보면 그녀는 지금까지 이처럼 보호받는 듯한 안정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요 몇 년 동안 불합리한 화를 겪으면서 누군가 그녀를 도와주기를 갈망할 때 사람들은 오히려 그 틈을 타 그녀에게 해를 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녀는 갈망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서 점차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이끌려 돌아오는 느낌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이제서야 깨달았다..기모진은 자신의 팔에 안긴 사람이 자신에게 가까이 붙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손은 천천히 그의 목에 올라가 부드럽게 그를 껴안았다.그 때 기모진은 다시 이성을 찾은 것 같았다. 그는 품속에 안긴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이 지난 날 잃은 소만리가 아니라는 것이 비로소 기억나는 듯했다."천미랍씨 괜찮아요?" 그녀가 소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이 얼굴을 보면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소만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아..어지러워..."라고 말했다."즉시 병원으로 데려다 줄게요!" 기모진은 곧바로 그녀를 끌어안고 차로 향했다."모진아!"갑자기 공장 건물 안에서 소만영의 목소리가 들렸다.기모진은 멈춰 서서 어리둥절하며 뒤를 돌아보자 소만영이 보였다. 그녀는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땅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쓰러뜨린 건달 무리를 가리키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진아 저들이 힘으로 나를 더럽혔어~ 날 위해 복수해줘 모진아! 나 정말 너무너무 아파… 난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쓰읍…”기모진의 미간에는 주름이 생기고, 검은 두 눈썹이 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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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장

기모진이 그녀를 만졌던 손가락을 거두려 할 때 문득 예선과 소군연이 딱 잘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바로 만리라고요.""세상에 저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는 건, 믿을 수가 없어 절대."그들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을 하는 거지? 뭔가 특징이라도 포착 한 건가? 특징..이라..?기모진은 다시 소만리의 왼쪽 가슴에 있던 점을 떠올렸다.천미랍이 기란군을 위해 밤을 샜던 그 날,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몸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를 마주쳤을 때 매우 긴장한 듯 가슴을 움츠렸던 것이다.설마.. 사실 부끄러웠던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볼까 두려워했던 건가?기모진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던 그의 마디 굵은 손가락은 과감하게 그녀의 환자복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한 개, 두 개, 세 번째 단추가 풀리는 순간.."찰칵."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소만리의 환자복을 벗기던 기모진의 손도 함께 멈췄다."모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병실로 들어온 기묵비는 기모진의 손이 소만리의 옷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서, 다가가 소만리의 어깨 위로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었다.기모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손을 거두었고, 깊고 맑은 얼음 같은 그의 눈동자는 기묵비의 시선을 살폈다."애초에 대체 무슨 수로 내 아내를 외국으로 내보낸 겁니까?""모진아, 무슨 소리야? 아직도 미랍이를 만리라고 의심하는 거야?”기모진은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묵비는 희미하게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모진아. 사람이 죽고 나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나도 죽은 사람을 살릴 만한 대단한 능력은 없다. 만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도 정말 괴로웠지. 그렇지만 아마 그녀에겐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어?"기모진의 눈빛은 무거워지며 냉소를 지었다.“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난 거다?”“아니야? 내 생각에 만리는 자신의 사랑과 열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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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장

기모진은 갑자기 ‘모진 오빠’라고 부드럽게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썹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벚꽃 같은 분홍빛의 입술은 살짝 꿈틀댔다."대체 왜……."갑자기 소만리의 입에서 세 글자가 흘러나왔고 그녀의 눈썹은 더욱 찌푸려졌다.왜?지금 ‘대체 왜’라고 한 건가? 기모진은 불안하게 잠들어 있는 천미랍을 보고는, 더 정확하게 듣고자 그녀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왜, 날 안 믿는 거에요…….""팡!"기모진이 소만리의 귀에 얼굴을 대자 갑자기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결과적으로 그는 소만리가 중얼대는 말을 다 듣지 못했다. 기모진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사화정이 화를 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기모진, 지금 내 딸이 너 때문에 병상에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 여자를 보고 있어?! 아주 사랑이 넘쳐 흐르는구나! 그리고 뻔뻔하게 지금 저 계집애한테 키스까지 하다니! 너는 만영이가 있는 이 곳에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었구나?!"키스를 했다고?기모진은 무표정하게 사화정을 바라보았다. 아마 방금 몸을 숙여 천미랍에게 다가가던 그의 몸짓이 사화정의 눈에 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분노에 가득 찬 사화정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가늘고 섹시한 입술이 유유하게 단어를 내뱉었다."그렇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키스했습니다만…. 그게 어떻다는 거지요?"사화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모진아,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만영이는 너를 위해…….""저와 만영이는 이미 파혼했습니다.”기모진은 얼음처럼 차갑게 말을 내뱉었고, 그의 가느다란 눈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도대체 제가 몇 번을 강조해야 이 사실을 받아들이실 건가요?""너……."사화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기모진, 넌 어쩜 이렇게 몰인정 하지? 만영이가 일편단심으로 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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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장

잠들기 전의 상황을 떠올리자 머릿속의 그림이 마침내 선명해졌다. 갑자기 나타나 제 때 그녀를 살린 것은 바로 기모진이었다.그는 그 때 매우 긴장한 채로 그녀를 껴안고 진정시켜주었다. 그에게서 느낀 안정감으로 인해 그녀는 그에게 밀착했다…….”소만리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 리듬은 이전에 느껴본 듯한 익숙한 느낌이었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두 주먹을 쥐었다.‘설마 내가 어떻게 그 인간 때문에 설렌다고? 난 그가 싫다고!’그가 직접 나를 조금씩 나락으로 밀어 넣었을 때, 내 사랑은 이미 죽어버린 마음과 함께 산산조각 나버렸다.물에 빠져본 사람은 다시는 바다를 사랑할 수 없다.하지만, 날 숨막히게 했던 그 고통들은 꼭 되갚아 주겠어.사화정이 소만영의 병실 입구로 막 돌아왔을 때, 마침 기모진도 병실 앞에 도착했다.그가 온 것을 보고 사화정은 자신의 말에 기모진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결국 만영이가 걱정되긴 했나 보지?”사화정의 말투는 차가웠다."모진아, 우리 만영이 정말 가엾어.. 네 놈들에게 번갈아 당했다니……. 그 놈들이 우리 만영이를 망쳐놓았어… 모진이 네가 꼭 옆에 있어주고 잘 다독여 줘.애처로운 얼굴로 눈물을 훔치는 전예의 모습은 더없이 슬퍼 보였다.기모진은 미간을 잡고 차가운 눈빛으로 전예를 보았다.전예는 시치미를 뚝 떼고 눈물을 흘리다가, 갑자기 기모진의 눈빛을 보자 놀라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병실에서 계속 만영이를 돌보고 계신 거 아닙니까? 만영이가 어째서 서곽에 있는 폐지 공장에 나타난 겁니까?”"내…내가 물을 받으러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니까 만영이가 없어진 거야!”전예는 변명을 위해 입을 열었다."만영이는 다리가 부러졌지 않습니까? 갑자기 걸어 나갔다는 말씀입니까?""그…그게 만영이를 누군가 납치해서 데려간 거야! 내 생각엔 분명 그 천미랍인가 뭐신가 하는 계집애가 만영이를 잡아오라고 한 게 틀림없어!"기모진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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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장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지금까지 본 여자의 벗은 몸이라곤 소만리의 것뿐 이었다.소만영을 ‘임신’ 시켰다는 두 번의 잠자리 모두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고, 매번 술에서 깬 다음 날 소만영의 말에 의해 그들이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다만 지금은, 소만영의 샤워하는 모습만 희미하게 보였을 뿐인 데도 거부감이 들었다."어허어헝헝… 왜… 흐엉엉엉…." 이 때 갑자기 소만영이 쓰라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기모진은 그제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침대 시트를 쥔 채 화장실로 들어가 소만영의 몸을 감쌌다.“어서 나와.”그는 그녀를 잡아 끌었고, 소만영의 두 다리가 멀쩡한 것을 알아차렸다.그의 눈가에 짜증이 스치며 불만이 가득 차 올랐고, 표정은 분노로 가득했다.소만영은 이런 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 할 말만 해댔다. “모진아!” 소만영이 눈물을 흘리며 기모진의 품속으로 안겼다. 양팔은 마치 문어처럼 필사적으로 그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모진아.. 왜..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해? 그 건달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난 지금 너무 괴로워… 모진아.. 왜 하필 나야? 난 지금 너무 더러워… 정말 너무 더러워졌어! 흑흑흑…….”“모진아… 내가 이렇게 되었으니, 넌 이제 내가 필요하지 않겠지? 나한테 그랬잖아… 나는 모진이 네가 만났던 제일 순수하고 귀여웠던 여자애라고… 그런데 지금 나는… 지금 너의 아리는… 이제 더 이상 순수하지 않아…….”소만영이 또 다시 아리를 언급하는 것을 듣자, 기모진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그의 아리..소만리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때 그는 그놈의 ‘아리’를 이미 마음 속에서 떠나 보냈다.그렇지만, 왜 인지 매번 아리가 언급될 때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소만영에게 애착이나 연민 따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기모진은 모순적인 표정을 지었다. 소만영은 기모진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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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장

그녀는 열심히 변명을 늘어 놓았지만 기모진의 눈빛은 실망과 의심으로 가득 했다."모진아...”"넌 정말 어렸을 때 내가 알던 아리와 완전히 달라졌어." 기모진은 차갑게 웃었다. "내가 어디까지 생각한 줄 알아? 심지어 내가 어렸을 때 만난 그 애가 아닐 거라는 생각까지 했어.”이 말을 들은 소만영은 더욱 당황했다."그럴 리가! 모진아, 내가 바로 네가 알던 그 아리라고!""아리…."기모진은 소만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팔을 그녀의 손아귀에서 빼냈다."이 일은 내가 알아 볼 테니, 너와는 아무 관련 없어야 할거야."“…….”소만영은 그의 말을 듣고는 당황한 채 제자리에 서서 기모진이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 일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결코 기모진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이틀 후 소만리는 퇴원 수속을 마치고 곧장 소만영이 있다는 병실로 갔다.그녀가 문 앞에 도착하자 사화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만영을 위로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 화정의 말투는 모성애가 가득했다. 소만리는 조용히 듣고 있었지만 마음 한 켠이 쿡쿡 쑤신 듯 아파왔다.저 추악한 악마를 지키고 계시다니….소만리는 갑자기 사화정이 일이 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자 잠시 비켜섰다. 그녀는 몸을 돌려서는 복도 모퉁이에 서서 사화정이 멀찍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소만리는 그제서야 천천히 소만영의 병실로 들어갔다.소만영은 사화정이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고개를 들자 소만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이 그 순간 일그러졌다."천미랍!""그래. 나야.” 소만리는 무심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왜..? 혼자에요? 전 모진씨가 여기 같이 있을 줄 알고 일부러 찾아왔는데.”“…….”소만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천미랍씨. 말조심하세요. 당신이 이렇게 모진이의 이름을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신이 방금 한 말은 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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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장

소만리는 보조개가 핀 얼굴로 기모진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한 말을 들은 소만영은 열이 올라 이마에 있던 핏줄들이 모두 터져버렸다."천미랍. 나와 모진이의 관계를 건드리려고 하지마. 모진이가 너에게 그런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걸.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나야. 그런데 어떻게 너와 결혼할 수 있겠어?"소만영은 흥분한 채로 침대에서 내려와 기모진 앞으로 달려간 뒤 눈물을 흘렸다."모진아.. 이 여자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야. 그렇지?""다 진짜야." 기모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소만영을 어이없게 만들었다.소만리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모진아.. 이번에 날 구해준 덕분에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어. 정말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혹시 시간 있어?""시간 있어."소만리를 바라보는 그가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제 완전히 다 나은 거야?""응! 난 괜찮아." 소만리는 빙그레 웃으며 소만영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이번 일로 위험에 처했었지. 정말 만영씨 덕분에 모진이가 저를 정말 많이 아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소만영의 얼굴빛이 변했다. 기모진이 갑자기 눈썹을 치켜 올리자 그녀는 황급히 울면서 화제를 돌렸다."왜? 왜 다들 이렇게 날 해치려고 하는 거야?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정말 내가 죽어야만 만족할 거야?"그녀는 울면서 호소하더니 손을 뻗어 소만리를 힘껏 밀어내고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소만리가 휘청하는 것을 보고 기모진은 과감하게 팔을 내밀어 허리를 감싸 안았다.소만리가 무심코 기모진의 품에 안기자 그의 몸에서 나는 시원한 향기가 코끝을 맴돌며 그녀의 심장박동과 호흡을 어지럽혔다.그녀는 재빨리 기모진의 품에서 나와 바로 선 후 소만영이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았다."쫓아가지 않으세요? 만약 그녀가 지난번처럼 건물에서 뛰어내린다면…….”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모진은 낮은 목소리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그녀가 정말 죽고 싶었다면 지난 번에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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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깊고 가늠하기 어려운 눈동자를 응시하며,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낸 후 당당하게 차에서 내렸다.그녀의 등뒤로 기모진의 시선을 느낀 소만리는 거침없이 미소를 지었다.‘기모진.. 이제서야 소만영의 추악한 정체를 보기 시작하다니.그런데 어쩌지.. 안타깝게도 이미 늦어버린 걸.여태껏 내 몸과 마음이 받은 상처들이 아직 다 아물지도 않았어.. 지금의 천미랍을 통해 네 마음속의 죄책감을 달래려고 하지 마. 지금의 난 그저 너를 한 걸음 한 걸음 나락으로 빠뜨려 줄 뿐이니까.’......기모진은 소만리의 뒷모습이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다 보고 나서야 핸들을 돌렸다.그는 또 88송이의 붉은 장미를 사서 묘지로 갔다.소만리의 묘비를 향해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마음 속으로 삼키는 그였다.한참이 지나서 그가 중얼거렸다."기회가 되면 내가 그녀를 데리고 널 만나러 올게 만리야. 넌 아마 깜짝 놀랄 거야. 이 세상에 정말 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테니까.."그는 묘비에 적힌 이름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초가을의 따스한 햇빛이 쏟아졌지만, 그의 마음 속에 드리워진 뿌연 안개를 걷어내진 못했다. 집으로 돌아간 후 기모진은 천미랍이 납치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보고받았다.그 네 명의 양아치들은 모두 빠짐없이 소만영을 이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했다.그들은 번갈아 가면서 소만영과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소만영이 그것을 원했다고 자백했다.기모진은 이 진술을 듣고 다시 한 번 거부감과 메스꺼움을 느꼈다.그녀가 이렇게 당하기를 분명히 원했다고?그는 이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믿을 수 조차도 없었다.소만영은 그의 인생에서 그를 설레게 한 첫 번째 여자이자, 10여 년 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이제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 모든 일들이 소만영의 악랄한 성격을 드러냈기에 그는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더욱 더 이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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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장

화장실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와 진지하게 소만영을 옹호했다.기모진의 눈빛에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스쳐 지나갔다.“어머니께서 만영이를 여기에서 지내라고 하셨다구요?""만영이가 여기 와서 사는 게 어때서? 원래 너의 약혼녀지 않느냐? 란군이까지 더해 너희는 이미 한 집안 사람이야. 이왕 한 집안 사람이 된 바에는 같이 사는 거지!"기씨 부인의 말은 확고하여 기모진의 표정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오히려 더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만영이가 이번에 이런 일을 당했으면, 너는 약혼자로서 이 아이를 위로하고 토닥여 줄 책임이 있잖니! 하루 종일 그 여우 같은 년과 히히덕 댈 것이 아니라!"기씨 부인은 소만영의 어깨를 다정하게 톡톡 두드리더니 정색을 하면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모진아. 이 어미는 네가 줄곧 자신의 주관이 또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반드시 내 말을 좀 들어야겠다. 당장 그 천미랍과 연락을 끊길 바란다. 그 계집애는 딱 봐도 좋은 애가 아니야. 만영이가 이번에 당한 일은 그년이랑 관계가 없을 수가 없어!""사진은 네가 뗐어?"갑자기 기모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소만영과 기씨 부인은 동시에 멍해졌다. 기씨 부인은 겁 없이 입을 열었다."내가 떼라고 한 거다. 그 천한 것이 죽은 지 얼마나 되었는데, 아직도 사진을 가지고 뭐 하는 거야? 나는 보기만해도 치가 떨린다! 앞으로 사진을 걸려면 너와 만영이의 웨딩 사진을 걸어라!"기씨 부인은 팔짱을 꼈는데, 온몸으로 냉기가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이방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내가 치우라고 했다. 그 천한 년과 관련된 물건들만 골라 다 갖다 버리라고 했으니까 그리 알아라!"말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기모진은 몸을 휙 돌려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그가 옷장 문을 열자 소만리가 생전에 입었던 옷들은 남김 없이 정리되었고 대신에 소만영의 비싼 치마들이 잔뜩 걸려있었다.옷장 손잡이를 잡고 있던 그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그의 하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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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장

기모진은 천미랍을 데리고 사월산까지 차를 몰았다.저녁 안개가 짙은 가을 황혼에,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추억의 맛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녹나무는 그 때 그 시절처럼 여전했지만, 사람의 얼굴만 달라졌을 뿐이다.지난 번 기모진이 소만영을 여기에 데려온 것을 목격한 후로 소만리는 이곳을 싫어했다.그녀는 소만영이 기모진에게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소만영과 기모진이 어렸을 때 만났던 일은, 마치 기모진을 처음 만났던 자신의 경험과 매우 흡사했다. 이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소만영이 날 가지고 노는 것일까?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고개를 돌리자, 기모진이 와인 한 병의 마개를 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 때문에 갑자기 기분이 안 좋은 거죠?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기분 전환을 하다니, 여기 뭐 특별한 게 있나요?"소만리는 그에게 다가가 의문스러운 듯 묻기 시작했다."설마 여기.. 소만영씨와의 추억이 깃든 곳인가요?"‘퐁’소만리의 질문이 끝나자 마개가 열렸다.소만리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기모진의 섹시한 입가가 꿈틀댔다. 그의 엷은 웃음은 황혼의 주황색 노을에 비쳐 요염하고 매혹적으로 보였다."만약, 당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버린다면, 기분이 좋을까?""가장 중요한 것이요?"소만리는 기모진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그게 뭔데요?"그녀는 따져 물었지만 기모진은 신비로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차에서 와인 잔 두 개를 꺼내 술을 따르고 한 잔을 소만리의 앞으로 건네 주었다."같이 술 마셔줘."그의 낮은 목소리와 말투는 다소 위압적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오히려 사람을 애매하게 만들었다.소만리는 술잔을 받아 시원하게 마셨다.예전에는 절대 하지 못하던 것들을, 지금의 천미랍은 거의 다 할 줄 알게 되었다.술을 마시는 것은 더욱이 말할 것도 없이….기모진은 소만리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었다. 그녀 뒤의 저녁노을은 매우 아름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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