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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81 - Chapter 290

2479 Chapters

0281장

“풉.”소만리는 실소했다.“가장 사랑한다는 분이 전처인 소만리 씨라고요? 기모진 씨, 농담치고는 정말 하나도 안 웃긴데요.”소만리는 웃고 있었지만 가슴엔 익숙한 고통이 찾아왔다. 잊을 수 없는, 과거 피로 범벅이 된 상처가 다시 떠올랐고 그 모든 기억은 전부 피와 눈물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뭐라고? 사랑한다고? 사랑의 이면이 미움이라면 그는 정말 그녀를 사랑했었다. 그것도 죽을 만큼! 소만리의 얼굴에 비웃음 섞인 미소가 떠오르자 기모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맞는 말이에요. 농담 맞아요.”그는 자조했다. 그러나 심장을 도려낸 것처럼 아팠다. 그건 정말 우스운 얘기였다. 그 자신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웃긴 얘기. 그러나 그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럼 농담도 하셨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소만리는 차가운 어투로 말하면서 깔끔하게 기모진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러나 그녀가 몸을 돌린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저한테 뭐 더 할 얘기 있으세요?”소만리가 덤덤히 물었다.“제가 얘기했죠. 다시 만났을 때 제 이름 불러줬으면 좋겠다고.”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얘기했다.“아까 한 얘기,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세요.”그와 결혼하는 일 말이다. 소만리는 그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기모진 씨, 저랑 결혼해서 뭐하게요? 제 얼굴 보면 그렇게 미워하던 소만리 씨가 떠오르지 않겠어요? 그럼 싫거나 짜증 나야 하지 않을까요? 뭐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취미라도 있으세요?”기모진은 눈꼬리를 살짝 접으면서 얘기했다.“그럼 제가 자해하는 취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그는 말을 하면서 조수석 문을 열었다.“여긴 너무 한적하니까 제가 데려다줄게요.”소만리는 눈앞의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누구도 없는 아파트로 돌아온 소만리는 인터넷에서 6년 전 자신과 기모진이 결혼했을 때 찍었던 사진을 검색해봤다. 그때 찍었던 결혼사진을 바라보면서 생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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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2장

하지만 기란군과 함께 있었기에 사화정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눌렀다.“미랍 누나.”기란군은 고개를 들어 소만리를 보았고, 그의 희고 깨끗한 앙증맞은 얼굴 위로 드물게 미소가 걸려있었다. 소만리도 기란군에게 미소로 대답했다..“란군아, 잘 지냈어?”“란군아, 너 방금 이 사람 뭐라고 불렀니? 이 사람 알아? 네가 어떻게 이런 나쁜 사람을 아는 거야?”“미랍 누나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기란군은 짙은 눈썹을 잔뜩 구겼다. 아이는 화를 내진 않았지만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다시 침울해졌다. “나쁜 사람이야! 이 여자 때문에 지금 너희 엄마 병원에 누워있다고!”사화정은 강경한 어투로 말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천미랍, 우리 가족한테서 떨어져. 네가 만영이한테 진 빚, 내가 꼭 갚게 해 줄 테니까.”“예쁜 할머니, 왜 저희 엄마 혼내세요?”염염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화정은 그제야 소만리의 옆에 두어 살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다는 걸 발견했다. 소만리를 계속 혼내려 했는데 염염이의 동그랗고 큰 눈을 보자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닮았다. 자신이 소만영을 낳았을 때, 그때 그 아이의 얼굴이랑 닮아있었다.“사화정씨, 뭐 보세요?”소만리가 싱긋 웃으며 얘기하자 사화정은 문득 정신이 들어 염염이를 가리키며 의뭉스레 물었다.“딸이야?”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는데요, 무슨 문제 있어요?”“…”사화정의 눈빛이 변하면서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소만리의 얼굴을 훑어보고는 냉소를 흘렸다.“흥, 천미랍. 너도 딸 있는 입장인데, 자기 딸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 당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생각은 해봤어? 진짜 내 딸이 엄마 없는 애인 줄 알아?”결국은 또 소만영이 소중하다는 소리였다. 소만리는 싱긋 웃었다.“전 다른 사람이 제 딸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런데 사화정씨, 정말 당신이 자기 딸을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무슨 뜻이야!”사화정은 불만스레 답했다.“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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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3장

소군연은 소만리가 지금 지내고 있는 곳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바로 그곳으로 가 소만리의 상황을 살펴보려 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만리야!”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액셀을 밟아 소만리를 데려간 검은색 차량을 뒤쫓았다. 그러나 그 차량은 굉장히 험하게 운전을 했고 신호등을 전부 무시했다. 소군연은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도 신호를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갑자기 교복을 입은 학생 두 명이 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사고는 막았지만 차를 놓쳐버렸다. 소만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그는 얼른 전화로 신고를 했고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보했다. 3년 전 이미 한 번 그녀를 잃었는데 또다시 그녀를 잃을 수는 없었다.만리야, 넌 괜찮을 거야. 내가 꼭 널 무사히 구해줄게.…병원.소만영은 두 다리를 고정한 채로 붕대를 두껍게 감고 있었지만 굉장히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전예는 병실 밖을 힐끔 보고는 바로 문을 닫았다.“만영아, 아까 그 사람 나한테 연락 왔었어. 네 지시대로 했대.”그녀는 목소리를 잔뜩 낮추면서 말했고, 일이 잘 풀린 건지 얼굴에 걸린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소만영은 도도하게 냉소를 흘리더니 여유롭게 침대에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천미랍,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결국엔 내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게 생겼네.”“그럼, 그딴 걸 어떻게 우리 딸하고 비교해!”전예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경계하듯 병실 밖을 힐끔거렸다. 혹시 누군가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만영아,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소만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눈꼬리를 접었다.“엄마는 여자한테 어떤 형벌이 가장 잔혹하다고 생각해?”“그거야 당연히…”전예는 말을 반쯤 하다 말고는 소만영과 똑같은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야지! 그 남자들 보고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괴롭히라고 해! 감히 널 못살게 굴다니!”“흥, 내가 그년 온갖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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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4장

“일단 나가 계세요.”기모진은 전예의 말허리를 잘랐고, 그녀는 아무 말 없는 소만영을 흘긋 보고는 눈물을 닦으면서 얘기했다.“그럼 만영이 곁에 좀 있어 줘. 절대 자극하지 말고.”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기모진은 병상 위에서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소만영을 보면서 그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소만영은 슬픈 얼굴로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이 바닥에서 가장 유능하다는 의사 불러서 치료하라고 했으니까 네 다리 곧 나을 거야.”그는 평온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내 얼굴 보기 싫은 거면 지금 갈게.”그 말에 소만영은 머리를 휙 돌리더니 팔을 뻗어 기모진의 손을 꽉 잡았다.“모진아, 가지 마!”그녀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미리 준비해뒀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모진아, 이젠 나 싫어졌어? 내 얼굴 전혀 보고 싶지 않아?”연약한 목소리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그녀를 더욱 초췌해 보이게 했다.“모진아, 그거 알아? 난 내 전부를 잃는다고 해도,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난 너 절대 못 잃어. 네가 없으면 난 정말 죽을 거야!”그녀는 처량한 표정으로 소리 내 통곡하기 시작했고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가슴 아플 광경이었지만, 기모진은 마치 그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그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소만영은 훌쩍거렸고 눈물은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모진아, 내가 잘못해서 너 실망시킨 거 알아. 그런데 우리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기회?”기모진은 그 말에 드디어 반응했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 냉랭한 어투로 얘기했다.“그럼 소만리한테는 기회를 줬었어?”“…”기모진의 역질문을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당황했다. 소만영은 발갛게 물든 눈으로 기모진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래서, 진짜 나 버리겠다고?”소만영은 억울하다는 듯이 입술을 짓씹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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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5장

기모진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혔다.“무슨 소리죠?”“기모진, 꼭 만리를 그렇게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겠어? 그 애는 널 사랑하는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용서 못 할 일이야? 얼른 말해, 도대체 만리를 어디로 데려간 건지!”소군연은 다급한 음성으로 추궁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근심이 묻어나왔다. 소만리는 이미 죽었는데 그는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모진은 바로 천미랍이 떠올랐다. 소군연이 소만리가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천미랍 때문일 것이다. 천미랍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기모진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더 생각할 새도 없이 그는 얼른 소만영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 나갔고, 소만영은 경악한 표정으로 잠시 경직돼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땐 기모진은 이미 병실을 떠난 뒤였다.“모진아, 모진아! 너 어디가!”그녀가 급히 물었지만 기모진은 고개를 돌리기는커녕 그녀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그리고 문밖에 서 있던 전예는 기모진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는 얼른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소만영은 얼굴을 잔뜩 굳힌 채로 화가 난 듯이 병상 위에 놓인 물컵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전예는 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만영아, 어때? 아까 모진이랑 어떻게 됐어?”“흥, 어떻긴?”소만영은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엔 노기와 불만이 가득했다.“나한테 여태껏 좋아한 사람이 소만리라고 하다니, 소만리 그 천한 것을 좋아한다고?”“…”전예는 잠깐 멈칫했다가 조심스레 얘기했다.“그러니까 모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걔가 어릴 때 만났던 소만리라는 얘기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모진이는 그 애가 너인 줄 알잖아!”전예의 위로의 말은 소만영의 화를 억누르지 못했고 도리어 불 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었다. 기모진이 아까 한 말을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기모진이 줄곧 좋아한 건 소만리였다. 좋아하다 못해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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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장

"그렇다면 당신은 그렇게 말 할 자격이 있나? 그때 당신은 내 아내를 데려가서는 길가에서 꽁냥대며 마라탕을 드시던데..? 그리고 당신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지. 그리고… 대낮에 그녀에게 키스까지 했던 건… 다.. 지워버린 건가?"기모진이 질문을 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 대신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의 오싹한 기운만이 느껴졌다."소군연.. 내가 너에게 말하는데, 소만리는 손끝에서 발끝까지 내 여자야… 비록.. 그녀는 세상을 떠났지만, 남아있는 그녀의 재까지 모두 내 소유라고. 그런데 넌 뭐지? 넌 유부녀를 빼앗으려는 망상에 갇힌 불륜남일 뿐이야. 정신차리라고."기모진의 말이 끝나자 소군연은 살짝 웃음지었다."불륜남이라..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럼 그거 알아? 바로 네가 소만영이라는 불륜녀를 내버려두지만 않았어도 만리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 거야. 너는 그저 그녀의 죽음을 방관한 협잡꾼에 불과하다고!"기모진의 평온했던 표정에 갑자기 파란이 일기 시작했다.그는 소만리가 하나씩 입어가던 상처를 만든 가해자 역할에 가담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몸에 있는 상처, 흐르던 피.. 그 절반은 그가 직접 만든 것들이었다.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렸다."소군연.. 내가 지금 너와 이런 것들을 따지려고 한 게 아닐 텐데.."소군연도 그제서야 비로소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의심스럽게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정말 네가 사람을 써서 만리를 납치하라고 한 것이 아니야?""그녀는 만리가 아니야."기모진은 거듭 강조했다."아직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려는 건가?"소군연은 계속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다."난 세상에 그렇게 똑같은 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아. 만리는 분명 너에게 세뇌된 거야!""하."기모진은 낮은 소리로 나지막이 웃었다. 그의 눈빛은 순간 끝을 모를 쓸쓸함에 휩싸였다."네가 말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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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장

소만리의 심장은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고 덩달아 긴장까지 되었다.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을 납치한 인간들이 문 앞에 와있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곧 바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그녀는 두 손에서 피가 흐르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버려진 의자 옆으로 기어갔다. 그 때 바깥에서 자물쇠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바깥에서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손에 돌 하나를 집어 들고는 의자 위로 발을 디뎠다."아오씨! 이 문은 네가 좀 전에 열었었잖아! 대체 열쇠를 어떻게 하다가 잃어버린 거야? 빨리 찾아오라고!" 문밖에서 갑자기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소만리는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고 이건 바로 좋은 기회였다.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살짝 깨진 유리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돌을 집어 들어 힘껏 내리쳤다.“쨍그랑!!!”유리는 곧바로 깨지며 맑은 파열음을 냈다. 별안간 문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몇 초가 흐른 뒤에서야 화가 나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렸다."제길! 여기 안에 있는 기집애가 도망가진 않겠죠?"“뭐?! 도망갔다고요?”화가 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람들에게 명령하기 시작했다. “문 좀 걷어차봐요! 당신 둘은 바로 밖으로 나가서 어디로 도망갔는지 샅샅이 뒤지고요. 그 기집애가 도망쳐봤자 얼마 가지 못했을 거라고요!"말소리와 함께 캄캄한 방의 문은 세차게 부딪혀 열렸다. 소만영과 두 사내들이 방 안으로 뛰어왔다. 바닥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밧줄들이 눈에 들어왔다."천미라아압!!!" 소만영은 치를 떨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삐죽 빼죽 깨진 유리창 사이로 천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아니 진짜 도망쳤잖아! 당신들 빨리 그 기집애를 잡아와요! 만약 못 잡아오면 돈이고 뭐고 그냥 매장될 줄 알아!”"가자! 빨리 쫓아가!" 건달들은 곧바로 소만리를 뒤쫓았다.그 사이 소만영은 떨어진 밧줄에 발길질을 해대며 악에 받쳐 밖으로 뛰쳐나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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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장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걱정은 점점 더 커져갔다.그때 마침 그의 휴대전화로 익명의 문자가 왔다.[서쪽 교외 종이공장. 천미랍은 거기에 있다. 빨리 그녀를 구하러 가라.]기모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문자가 온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되지 않았다.그는 많은 생각과 의심을 할 틈도 없이 바로 핸들을 돌려 문자에 적힌 주소로 달려갔다.날이 어둑어둑 해지자 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야 했다.그녀가 갇혀 있던 곳 주변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소만영이 여전히 건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어렴풋이 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건달들이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로 돌아왔다.그들은 소만리가 깨진 유리창 너머로 도망가지 않았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소만리가 던진 돌멩이는 그들의 주의를 돌리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이 쓸모 없는 밥통들아!” 소만영은 화가 나서 몇 명의 남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한바탕 욕을 쏟아 부었다. 그 후 그녀가 돌아가려고 하자 뺨에 칼자국이 난 두목이 그녀를 가로막았다.“사람은 도망갔지만서도, 우리 아그들이 그쪽을 위해 하루 종일 뛰어다녔잖는가? 그라믄 돈은 좀 줘야제~”소만영은 그 말을 듣고서 비웃으며 팔짱을 꼈다. 마치 의기양양한 마님 같았다. “잡아오라는 사람은 잡아오지도 못하면서 지금 돈을 달라고? 니네 목숨이 붙어있기를 바란다 내가. 이 쓸모 없는 것들아!" 그녀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째려보며 돌아섰으나, 두 걸음을 채 옮기지도 못하고 두 사내에게 붙잡혔다. 화가 난 소만영은 고개를 돌려 욕을 퍼부으려다 뺨을 세게 맞았다. 뺨에 칼자국이 난 두목이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소만영의 기를 꺾어버렸다.“너…너 뭐 하는 거야?! 빨리 놔줘!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말이야…….”“좀 닥치소. 이 멍청한 아가씨야~ 우리는 그짜기 누군지 관심도 없고, 그냥 돈만 주면 된다니까네!” 두목은 또 다시 소만영의 뺨을 한 대 때렸다.소만영은 너무 아파서 참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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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장

두 명의 건달들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둠 속에서 허둥거릴 수밖에 없었다. 휴대전화의 후레쉬를 켜려고 하자 갑자기 사람 그림자가 뒤편의 벽면으로 스쳐 지나갔다.두 사람이 급히 뒤를 돌아보자 소만리는 손에 들고 있던 의자를 집어 던지고는 뒤돌아 뛰쳐나갔다.건달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의자를 막았다. “아이씨! 저 년 저거 진짜 여기 있었네!”“쫓아!!!”소만리는 더 이상 숨어 있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정면 돌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그녀는 건달들이 들어오는 틈을 타 시야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도망갔다.하지만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지만 들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인지. 그녀는 나오자마자 헐벗은 소만영과 옷이 흐트러진 건달 둘을 마주쳤다. 이런 상황과 맞닥뜨리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메스꺼움을 느꼈다.“천미랍?!” 소만영은 도망쳐 나온 소만리를 보자 깜짝 놀라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너.. 너! 계속 거기 숨어 있었던 거야?!” "쯧. 아따 요년 참말로 똑똑하고마잉. 우리를 그냥 똥개 훈련을 시켜버리는구마."두목은 흥미로운 듯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소만리는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기에 멀지 않은 곳의 낡은 대문을 바라보며 빠르게 도망쳤다.“당장 저 기집애를 잡아오란 말이야!” 소만영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소만영은 자신이 천미랍에게 놀아나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천미랍의 속임수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렇게 추한 불량배와 몸을 섞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몸을 섞고 나서 저것들에게 돈까지 줘야 한다니!등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소만리는 가까이에 있는 대문을 보고 단숨에 달려갔다.그러나 그녀의 두 발이 대문을 벗어나려는 순간, 그녀의 팔을 누군가 거칠게 당기는 것을 느꼈다. “어딜 또 도망가려고?!” “이거 놔!” 소만리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눈을 치켜 뜨고 노려보았다.“하! 놓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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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장

“소만영.. 너 진짜… 뻔뻔하다.”“후후훗~ 니가 지금 나한테 부탁해도 시원찮을 판에.. 니가 나한테 살려달라고 한다면 뭐 한 번 봐줄 수 있겠지만, 계속 고집만 부리면.. 죽는 수밖에 없지 뭐~!”소만영은 독한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보았고 거즈가 덮인 얼굴에 사납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소만리는 아직 마음 속 깊이 남아있는 원한을 갚지도 못했기에, 결코 다시는 자신의 몸에 소만영이 낼 상처를 덧씌우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눈앞에 바싹 다가온 네 명의 건달들을 바라보며 소만리는 천천히 두 주먹을 쥐었다.‘설령 죽음을 택하더라도, 결코 나를 이런 쓰레기들의 손에 넘어가게 두지 않겠어!’그녀는 벽 주변에 놓인 나무 막대를 보고는 순식간에 달려가 두 손으로 집어 들었다.“오호! 요 아가씨 성질머리가 참 화끈하고마이, 좋아 좋아!" 두목은 별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소만리가 잡고 있는 막대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즈기 예쁘장한 언니, 우리 아그들 말 좀 들어보자고. 몸으로 고생하지 말고잉?”소만리는 앞으로 다가오는 두목을 보았다. 그녀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니 걱정이나 해야 할 것 같은데!”"킬킬킬킬...!"이 말을 들은 두목이 미친 듯이 웃으며 소만리가 한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옆에서 대기하던 부하 세 명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소만리는 바로 이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이힐을 신은 발로 두목의 아랫도리를 거세게 걷어차버렸다."으..으억!"두목은 곧바로 느껴지는 고통으로 소리를 질러 대며 바닥을 이리저리 굴렀다.“아오 젠장! 저년 저거 좀 눕혀봐라 야들아. 그냥 아주 죽여브리게!"“예 형님!”부하들은 두목의 명령을 따랐고, 결국 소만리는 다시 예상 외의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건달 중 하나가 마취제가 든 스프레이를 들어 소만리의 얼굴에다 뿌렸다.소만리는 방심한 나머지 마취제를 한 두 모금 들이마셔버렸다. 익숙한 화학 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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