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란군과 함께 있었기에 사화정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눌렀다.“미랍 누나.”기란군은 고개를 들어 소만리를 보았고, 그의 희고 깨끗한 앙증맞은 얼굴 위로 드물게 미소가 걸려있었다. 소만리도 기란군에게 미소로 대답했다..“란군아, 잘 지냈어?”“란군아, 너 방금 이 사람 뭐라고 불렀니? 이 사람 알아? 네가 어떻게 이런 나쁜 사람을 아는 거야?”“미랍 누나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기란군은 짙은 눈썹을 잔뜩 구겼다. 아이는 화를 내진 않았지만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다시 침울해졌다. “나쁜 사람이야! 이 여자 때문에 지금 너희 엄마 병원에 누워있다고!”사화정은 강경한 어투로 말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천미랍, 우리 가족한테서 떨어져. 네가 만영이한테 진 빚, 내가 꼭 갚게 해 줄 테니까.”“예쁜 할머니, 왜 저희 엄마 혼내세요?”염염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화정은 그제야 소만리의 옆에 두어 살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다는 걸 발견했다. 소만리를 계속 혼내려 했는데 염염이의 동그랗고 큰 눈을 보자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닮았다. 자신이 소만영을 낳았을 때, 그때 그 아이의 얼굴이랑 닮아있었다.“사화정씨, 뭐 보세요?”소만리가 싱긋 웃으며 얘기하자 사화정은 문득 정신이 들어 염염이를 가리키며 의뭉스레 물었다.“딸이야?”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는데요, 무슨 문제 있어요?”“…”사화정의 눈빛이 변하면서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소만리의 얼굴을 훑어보고는 냉소를 흘렸다.“흥, 천미랍. 너도 딸 있는 입장인데, 자기 딸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 당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생각은 해봤어? 진짜 내 딸이 엄마 없는 애인 줄 알아?”결국은 또 소만영이 소중하다는 소리였다. 소만리는 싱긋 웃었다.“전 다른 사람이 제 딸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런데 사화정씨, 정말 당신이 자기 딸을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무슨 뜻이야!”사화정은 불만스레 답했다.“또
Last Updated : 2022-06-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