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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101 - Chapter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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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장

기모진은 악마의 눈빛이 서려 있는 듯한 고승겸을 담담한 눈으로 바라보며 살며시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고승겸, 당신과 나 사이에 얽히고설킨 일들을 돌이켜보면 난 항상 모르고 있다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꼴이었어.”“모르고 있다가 가만히 앉아서 당했다고?”고승겸이 눈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설마 그렇지 않다는 거야?”소만리는 기모진을 대신해 되물었다.“당신이 바다에서 나를 구하고 당신 집에 데려갔을 때부터 당신은 이미 모진을 뒷조사했어. 고승겸,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진에게 접근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당신 목적이 무엇인지 당신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그 이후에 일어난 불행한 일들은 모두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남연풍에게 그런 시약을 만들어 내게 쓰라고 하지 않았다면 모진이 어떻게 남연풍에게 그 시약을 주사했겠어? 당신과 남연풍의 아이는 죄가 없지만 그 아이의 죽음의 발단은 당신이야!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소만리의 말에 고승겸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기모진이 아무 잘못이 없다는 얘기야?”“모진이 무슨 잘못이 있어? 당신이 왜 모진을 뒷조사했는지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그래서 모든 책임을 다 나한테 떠넘기는 거야?”“모진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어. 그리고 당신의 계획이 실패한 것에 어떤 대가도 지불할 의무가 없어!”소만리는 추호도 물러섬이 없었다.고승겸의 눈빛이 멍해졌다. 그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남연풍은 고승겸이 또 이성을 잃고 무슨 짓을 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다.“승겸, 소만리 말이 맞아. 우리가 먼저 잘못했으니 아무도 탓할 수 없어!”남연풍에게 가로막힌 고승겸은 어두운 시선을 치켜올리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기모진, 당신 남자 아니야? 말 한마디 없이 마누라 뒤에 숨어 있는 게 무슨 남자야?”기모진은 고승겸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려고 이런 말을 내뱉는 것임을 알았고 소만리와 눈빛을 마주하고는 엷은 미소를 주고받았다.“원래 부부 사이는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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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장

고승겸은 언짢은 얼굴로 기모진을 노려보았다.모든 것을 돌이키기에는 이미 많이 늦었다는 걸 고승겸도 모르지 않았다.그러나 그런 고승겸을 지켜보던 남연풍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승겸이 더 이상 잘못된 길을 걷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 남연풍이었다.여기서 멈추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다.눈앞에서 고승겸이 끌려가는 것을 본 남연풍은 있는 힘껏 휠체어를 밀어 그에게 다가갔다.무장 경찰에게 제압당한 고승겸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였으나 달리 저항할 능력이 없었다.결국 원망에 휩싸인 그의 시선은 남연풍에게 떨어졌다.그러나 남연풍의 눈을 본 순간 고승겸은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갔다.“따라오지 마.”뒤따라오는 남연풍을 보는 고승겸의 눈에 애틋함이 가득했다.“저리 가. 오지 말라구. 나 같은 건 이제 잊어.”고승겸의 눈 속에 안타까움과 회한의 감정이 솟구쳤다.“남연풍, 우리 이번 생에서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 부디 잘 살아.”말을 마친 고승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대로 경찰차에 몸을 실었다.남연풍이 고승겸을 향해 달려가려고 하자 소만리가 옆에서 그녀의 손을 부여잡았다.“남연풍, 진정해요.”남연풍은 감정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나 말리지 말아요! 나도 저 사람이랑 같이 갈래요! 그에게 죄가 있다면 나에게도 죄가 있는 거예요!”남연풍은 고승겸에게 달려가려고 안간힘을 썼다.소만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이때 강자풍이 성큼성큼 걸어와 남연풍의 앞을 가로막았다.“남연풍, 당신은 고승겸과 같이 갈 수 없어요! 당신이 진정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여온이가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구요!”강자풍은 거의 고함을 지르다시피 소리를 높였다.그는 남연풍이 이렇게 가버리거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할까 봐 걱정되었다.그렇게 되면 기여온의 몸에 난 붉은 반점은 영영 치료할 길이 요원해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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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장

남연풍이 그 이야기를 꺼내자 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를 쳐다보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사실 하마터면 우리 익사할 뻔했어요.”소만리는 긴 한숨을 쉬며 당시를 회상했다.수조의 물은 파도처럼 밀려왔고 소만리의 허리쯤까지 물이 차올랐을 때 그녀는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모진, 아직 힘이 좀 남아 있어? 남아 있다면 내가 말하는 대로 한번 해 보면 안 될까? 우선 내가 당신 어깨에 올라타면 수조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기모진도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소만리, 나 할 수 있어.”그는 망설임 없이 말하고는 소만리 앞에 천천히 몸을 숙였다.소만리가 그의 어깨 위에 올라가자 순간 기모진의 몸이 물속으로 쑥 가라앉았다.기모진은 이미 이틀 동안이나 수조 속에 갇혀 있어서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던 것이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까 봐 적잖이 걱정되었다.역시나 그녀의 무게가 느껴지자 기모진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 순간 움찔거렸다.그녀는 숨을 멈춘 채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모진, 지금 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어?”기모진도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소만리,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난 버틸 수 있어.”소만리는 기모진이 기필코 참아내리라는 걸 알지만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모진...”“소만리, 어서 올라타.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빨리! 계속 생각하다가는 우리 둘 다 여기서 죽을 거야.”그녀는 기모진의 등에 엎드린 후 몸을 위로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기모진은 있는 힘을 다해 버텼고 마침내 소만리는 기모진의 어깨에 올라탔다.순간 기모진의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그는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으며 천천히 걸어서 소만리를 수조 가장자리로 데리고 나왔다.소만리는 얼른 손을 뻗어 수조의 가장자리를 잡았다.기모진은 아이를 생각하며 초인적인 힘으로 버텼고 마지막 힘을 짜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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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장

소만리는 말을 끝내자마자 의자를 물속으로 던졌고 기모진은 힘겹게 일어선 후 의자를 잡고 수조 가장자리로 가서 의자 위로 올라갔다.소만리는 손을 내밀어 기모진의 손을 꽉 쥐었다.“모진!”“소만리, 다리에 힘이 빠졌어. 당신이 먼저 나가서 사람을 부르는 게 낫겠어.”“나도 그러고 싶지만 이 근처에는 사람이 없어. 그리고 내가 너무 멀리 나가 버리면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 난 이곳을 떠날 수 없어. 내 시야에서 당신이 사라지는 게 두려워!”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더욱 세게 잡으며 말했다.“모진, 내가 당신을 끌어올려 볼게. 난 꼭 할 수 있어!”“소만리.”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행동하는 소만리를 보면서 기모진도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서 절대 쓰러질 수 없었다.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달리 두 발은 점점 힘이 빠졌다.자신이 너무 세게 소만리의 손을 잡으면 그녀가 끌려 내려올까 봐 기모진은 결국 그녀의 손을 놓기로 결심했다.소만리도 그의 이런 마음속 갈등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뻗어 기모진의 손목을 꽉 잡았다.“기모진, 난 절대 당신 손 놓지 않을 거야, 들었어 못 들었어! 나 꼭 당신 끌어올릴 거라구!”소만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의 두 눈에는 기모진의 어깨에 넘실대며 차오르는 물이 마치 악마의 손아귀 같았다.그녀의 마음이 타는 듯한 괴로움으로 가득했다.시간이 점점 더 흐르면 소만리도 결국 힘이 빠져서 기모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 순간 지하실 철문이 갑자기 열렸다.소만리가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그 사람은 재빨리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몸을 낮추어 그녀를 도와 힘껏 기모진을 끌어올렸다.바로 강자풍이었다.소만리가 이쯤까지 말하고 있을 때 강자풍은 부엌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는 소만리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짐짓 우쭐대는 모습을 보였다.“누나한테 전화를 했더니 계속 신호가 안 잡혔어. 그런데 누나가 나한테 전화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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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장

소만리의 대답을 들은 강자풍은 꼭 꿈을 꾸는 것 같았다.어떻게 이럴 수가?기모진과 소만리가 반대하지 않는다니!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안이 벙벙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강자풍을 보고 옆에서 잠자코 앉아 있던 남연풍이 입을 열었다.“사실 외부인인 나조차도 느낄 수 있었어요. 강 선생이 여온이에게 얼마나 지극 정성을 쏟는지 말이에요. 여온이는 당신이 너무도 잘 보살피고 있으니 부모로서 당신들은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남연풍의 말에 강자풍은 겸연쩍고 쑥스러운지 씩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그럼 계속들 얘기하세요. 난 먼저 방으로 올라가 볼게요. 어서 가서 가능한 한 빨리 해독제를 개발해야죠. 그래야 여온이의 몸에 난 붉은 반점도 빨리 없어지죠.”남연풍이 말을 마친 후 휠체어를 돌렸다.소만리는 기모진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곧바로 남연풍을 따라갔다.“내가 방에 데려다줄게요.”남연풍은 거절하려다가 소만리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어서 이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절하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온 남연풍은 곧장 책상으로 다가갔다.소만리는 남연풍이 며칠 동안 연구한 데이터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미안해요.”남연풍은 느닷없이 사과했다.“고승겸이 여온이에게 이런 수법을 쓸 줄은 정말 몰랐어요.”“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요. 그건 고승겸이 한 짓이지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소만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떻게 나와 무관할 수 있어요? 그 시약은 내가 개발한 거예요. 기모진의 몸에 있는 독소도 당신 몸에 있던 독소도 그 모든 것들은 다 내가 개발한 거예요.”남연풍이 죄책감을 느끼는 듯 힘없이 눈을 내리깔았다.“우리 부모님, 내 동생, 그들은 자신의 재능으로 사람들을 구했는데 난 다른 사람을 해칠 생각이나 했어요. 그랬는데 그들은 모두 먼저 세상을 떠났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난 이렇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어요...”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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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장

”당시 IBCI의 행정 최고 지휘관이었던 경연이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흑강당이 검은 돈을 세탁하는 데 일조하며 이득을 챙기고 있었죠. 그 사실을 고승겸도 알고 있었고 나중에는 그도 그 일에 관여하게 된 거예요.”“경연은 사실 매우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승겸도 그와 기꺼이 협력하며 잘 지내왔는데 어느 순간 경연은 서서히 빗나가기 시작했죠. 그 이유는 당신 때문이었어요.”남연풍은 고개를 들어 소만리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소만리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나 때문에요?”“그래요. 경연은 정말로 당신을 사랑했으니까요.”남연풍은 감탄하는 눈빛을 띠며 설명했다.“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성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 가기 어렵죠. 말하고 보니 경연과 난 정말 닮았네요. 결국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지도 모르고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자멸하고 말았죠.”남연풍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경연의 죽음은 당신과 아무 상관없어요. 고승겸은 경연의 존재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경연을 처리하려고 했던 거예요.”남연풍이 하는 말을 모두 듣고 난 소만리는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그 점을 강조해 줘서 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경연이 죽은 것은 당신과 정말 무관한 일이거든요.”“소만리.”남연풍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 앞에서 기모진의 말소리가 들렸다.소만리와 남연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다.소만리는 얼른 방문으로 다가가 그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방금 남연풍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생각하며 소만리는 기모진에게도 얼른 모든 것을 알려주려고 했다.“모진, 경연이와 고승겸이...”“방금 문 앞에서 다 들었어.”기모진이 털어놓았다.“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게 아니라 당신을 찾으러 왔다가 그만 듣고 말았어.”기모진은 갑자기 크나큰 도리를 깨달은 듯 말을 이었다.“다들 훌륭한 사람들인데 어쩌다 비뚤어진 생각을 하게 되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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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장

소만리와 기모진은 강자풍을 따라 기여온의 방으로 들어갔고 두 부부는 강자풍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여온이가 왜 깼어? 잠이 안 와?”강자풍은 다정하게 물으며 기여온을 달랬다.기모진과 소만리는 자신들의 소중한 딸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았다.강자풍은 책꽂이 한쪽에서 동화책을 한 권 뽑아 들었다.“그럼 우리 여온이 눈 감아 봐. 오빠가 이야기 들려줄게.”강자풍의 말에 기여온은 순순히 작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강자풍은 침대 옆에 살짝 앉더니 부드럽고 진득하게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이 광경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들은 더 이상 엿보는 것을 그만두고 뒤돌아서서 그들의 방으로 돌아왔다.소만리는 피곤해서 침대에 누웠다.연일 계속해서 일어난 일들로 소만리는 너무 피곤했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이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게 된 것이다.고승겸과의 질긴 인연은 결국 일단락되었다. 이제 그녀가 가장 걱정되는 일은 기여온의 건강이다.이 아이는 세상에 나온 지 겨우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나이에 감당해서는 안 될 온갖 상처와 고통을 겪었다.기모진은 지금 소만리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눈치를 채고 그녀의 옆에 살며시 다가와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기모진의 몸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맡으며 소만리는 비로소 안심하고 눈을 감았고 그의 따뜻한 품에 빠져들었다.“소만리, 우리 여온이 꼭 건강해질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살아날 사람은 꼭 살아나게 돼 있어.”이렇게 말은 했지만 기모진도 자신이 왜 이런 위로의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기모진의 마음속에 자신의 딸이 건강하게 낫길 바라는 염원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소만리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녀는 기모진의 품에 안겨 고개를 끄덕였다.“그 많은 고비를 넘겼으니 우리 여온이 이번에도 잘 견뎌낼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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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장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죠?”강자풍은 빙빙 돌리지 않고 물었다.기모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래층에 내려가서 얘기해.”그는 먼저 돌아섰고 강자풍도 그의 뒤를 따랐다.밤은 이미 깊었다.강자풍은 하인에게 홍차와 간식을 부탁했고 그와 기모진 단둘만이 거실에 덩그러니 앉았다.강자풍은 기모진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음을 알고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기모진은 계속 차만 홀짝이며 입을 열 의사가 도무지 없는 사람 같았다.강자풍이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사실 당신은 여온이를 여기에 남겨두고 싶지 않은 거죠?”기모진은 여유로운 자태로 홍차를 마시다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강자풍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여온이를 잘 돌보지 못하겠단 뜻이야?”기모진이 강자풍에게 되물었다. 강자풍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아, 아니에요. 내 말이 그런 뜻이 아니란 거 잘 알잖아요.”“그럼 무슨 뜻이야?”“난...”강자풍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멍해졌다.“강자풍, 궁금한 게 있어. 고승겸과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그가 먼저 날 찾아왔어요.”강자풍은 이제 와서 숨길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승겸은 흑강당의 일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었어요. 우리 형과 누나의 죽음도 알고 있었고요. 고승겸은 나와 당신들 사이를 이간질해서 내가 당신들에게 원한을 품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일어난 일은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예요.”강자풍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기모진처럼 똑똑한 사람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처음에는 나도 완전히 고승겸한테 속았어요. 사실 우리 형은 항상 나에게는 잘 대해 주었거든요. 비록 밖으로는 악랄한 짓을 하긴 했지만 나한테는 항상 세심한 배려를 보여 주었죠. 형은 응당 받아야 할 벌을 받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좋은 형이었어요.”강자풍은 지난 일을 회상하는 것조차 괴로운 듯 눈을 질끈 감았고 소파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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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장

강자풍은 갑자기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는지 기모진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심과 입장을 밝혔다.기모진은 강자풍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었지만 강자풍이 자신과 소만리의 과거 일을 예로 들 줄은 몰랐다.그때를 돌이켜보면 강자풍의 말대로 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 한 번 가졌던 인연을 오랜 세월 동안 잊지 않았다.하지만.기모진은 생각에 잠긴 듯 강자풍을 바라보았다.“그래서 난 이제 마음 편히 여온이를 잘 돌볼 거예요. 여온이가 날 싫다고 하지 않는 이상 항상 곁에 있을 거구요.”강자풍은 확고한 눈빛으로 결연하게 말했다.“기모진, 여온이가 밝고 건강하게 바라는 건 나나 당신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선을 지키며 살 것이고 여온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강자풍의 말을 듣고 기모진은 미소를 지었다.“여온이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그렇기 때문에 여온이의 감정은 지금 아주 직관적인 거지. 네가 여온이한테 잘 해주면 여온이도 그걸 느낄 것이고 나와 소만리도 느낄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여온이를 네 곁에 안심하고 두려는 거야.”“정말요?”강자풍은 마음이 너무나 들떴지만 차분하게 평정심을 찾으려고 애썼다.“그래.”기모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만리와 난 집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해. 여기 모든 상황이 이제 좋아졌으니 우리도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강자풍은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고 뿌듯했다.그의 얼굴은 감격스러운 듯 얼굴이 상기되었고 기쁨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며칠 후 남연풍은 마침내 해독제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기여온은 해독제를 맞은 후 피부에 난 붉은 반점도 점차 사라졌다.이틀 동안 기여온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다른 합병증이 없음을 확인한 소만리와 기모진은 다음날 안심하고 공항으로 향했다.강자풍은 기여온의 손을 잡고 서서 그들을 배웅했다.소만리는 아쉬워하며 기여온 앞에 웅크리고 앉아 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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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장

위청재는 소만리와 기모진을 원망했다.“그토록 오랫동안 바쁘게 외국을 돌아다니더니 그 결과가 이거냐!”성난 위청재를 보고 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과 마주보며 웃었다.그들고 그동안 F국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일체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가족들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소만리는 활짝 웃으며 자초지종을 조곤조곤 설명했다.“어머니, 걱정 마세요. 여온이 이제 많이 나았어요. 그리고 강자풍이 우리들 중 누구보다도 더 여온이를 잘 돌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위청재는 반신반의하며 소만리를 쳐다보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사실인지 아닌지 난 참 믿을 수가 없구나.”“물론 사실이에요.”기모진이 옆에서 소만리의 말을 거들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머니, 우리 며칠 동안 너무 뛰어다녀서 피곤해요. 우선 방으로 올라가서 좀 쉴게요.”“그래 가라 가.”위청재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올라가라는 손짓을 했다.그러다가 그녀는 뭔가를 떠올리며 말했다.“참, 이틀 전에 택배가 하나 왔는데 모진이 네 앞으로 온 거야.”위청재는 이렇게 말하며 돌아서서 택배를 기모진에게 주었다.기모진이 받아보니 자신에게 온 건 맞지만 보낸 사람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소만리가 이미 위층으로 올라간 것을 보고 기모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소만리를 따라 방으로 올라온 후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어둠이 깔릴 무렵 위청재가 그들에게 식사를 하라고 부르는 소리에 소만리와 기모진은 나른한 몸으로 겨우 눈을 떴다.아래층으로 내려간 소만리는 그녀의 부모님도 와 계신 것을 보았다.소만리를 바라보는 사화정의 눈빛은 따뜻한 모성애로 가득 차 있었다.계속 분주하게 돌아다닌 소만리가 안쓰러웠는지 사화정은 몇 번이나 음식을 집어 소만리의 그릇에 올리며 더 먹으라고 권했다.소만리는 자신을 향한 사화정의 관심에 무한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이 엄마가 된 후에 더욱더 그 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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