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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111 - Chapter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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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장

기모진은 회사 서류 같은 것이 들어 있을 줄 알고 열어보니 서류가 아니었다.안에는 또 다른 봉투가 있었고 기모진은 의심스러운 듯 잠시 보다가 봉투를 열어 보았다.그러나 막상 봉투를 열어 본 기모진의 눈빛이 확 잠겨 버렸다.안에는 소만리의 사진 몇 장만 들어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사진 속 소만리는 기 씨 그룹 로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바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냥 일상적인 사진일 뿐이었는데 왠지 기모진에게는 불길한 기운이 스쳤다.사진 속 소만리의 얼굴에 크게 X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재빨리 사진을 접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기모진은 육경에게 전화를 걸어 택배 봉투 위에 써 있는 송장번호를 알려주며 택배의 발송지를 알아보도록 했다.육경에게 지시를 마친 기모진이 전화를 끊고 뒤돌아서 보니 소만리가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소만리?”그는 약간 놀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보며 말했다.“어머니는? 당신과 얘기하고 있지 않았어?”소만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는 기란군과 막내를 데리고 산책가셨어. 택배로 온 그 봉투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소만리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볼지 몰랐던 기모진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소만리, 당신...”“아까 어머니랑 얘기하면서도 당신을 유심히 봤어. 그 봉투 안에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 몰래 전화를 한 거야?”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모습을 보고 기모진은 갑자기 좌절감이 느껴졌다.어떻게 그녀의 눈을 속일 수가 있겠는가?기모진은 더 이상 숨길 수도, 숨길 생각도 없어서 서류 봉투를 소만리에게 건넸다.기모진이 염려하던 것과는 달리 소만리는 봉투 안의 사진을 보고는 아주 담담하게 입꼬리를 슬며시 잡아당겼다.무심한 듯 미소를 짓는 소만리의 모습에 기모진은 살짝 걱정이 되었다.“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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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장

”막내야, 뭐라고 말했어?”기모진도 몸을 웅크리고 앉아 막내에게 물었다.그러자 아이는 천진난만한 눈을 깜빡이며 사뭇 진지하게 기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막내는 정확하게 아빠라고 말했다.기모진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린 듯하면서도 가슴이 찡했다.소만리가 이 아이를 낳았을 때를 생각하면 자신이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장말 면목이 없었다.그는 자신이 한번도 제대로 된 아버지 노릇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세 명의 아이들 중 한 명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막내가 벌써 엄마 아빠라고 부르다니 기란군보다 더 똑똑하겠는데.”위청재가 웃으며 말했다.기란군은 할머니의 말에 입을 삐죽거렸다.“그 나쁜 여자가 우리 엄마가 아니었어서 난 엄마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어.”기란군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모두들 조금 당황스러웠다.당시 기란군은 소만영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다.소만리가 그렇게 많은 고통을 받게 된 것은 모두 시어머니인 위청재가 옆에서 부추긴 책임이 컸다.기란군의 말에 위청재는 불편함을 느끼며 당혹스러워했고 기모진 또한 스스로 자책하고 있었다.두 사람의 불편한 마음을 눈치챈 소만리는 얼른 막내를 안아들고 기란군을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란군은 정말 똑똑해. 모두가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을 때도 기란군은 여전히 엄마 편이었어.”그녀는 웃으며 기란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기란군과 막내 모두 똑똑하고 소중한 엄마 아들이야.”“그럼 엄마는 내가 더 좋아? 막내가 더 좋아?”기란군이 큰 눈을 깜빡이며 세상 모든 엄마에게 가장 어렵다는 질문을 던졌다.소만리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엄마는 너희들 모두 똑같이 사랑해. 기란군, 여온이, 막내 너희들 모두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야.”“어?”기란군은 큰 눈을 깜빡이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럼 아빠는?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 아니야?”소만리는 시치미를 떼고 기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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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장

기뻐하는 모현의 모습을 보자 소만리는 모현의 마음에 실망을 안길 수 없었다.그녀는 상냥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모현의 옆에 앉아 유쾌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기모진은 회사에 도착해서 회의를 한 후 마음속에 소만리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솟구쳤다.분명 조금밖에 떨어져 있진 않았는데도 그의 마음속에는 소만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기모진은 수중에 있던 서류를 처리한 후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때 마침 육경이 들어왔고 기모진은 자연스럽게 택배 서류에 관한 일을 떠올렸다.“어제 부탁했던 그 송장번호는 좀 알아봤어? 뭐가 좀 나왔어?”육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뭔가 이상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사장님 혹시 어제 그 송장번호 잘못된 거 아니죠? 제가 사람을 불러서 확인을 해 보니 말씀하신 그 송장번호는 존재하지도 않고 운송 기록도 없었어요.”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존재하지 않는 송장번호라고?”“네.”육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기모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알았어. 우선 나가 봐.”“네, 알겠습니다.”육경은 들고 있던 택배 봉투를 내려놓고 나갔다.기모진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며 핸드폰을 들고 소만리에게 연락하려고 했다.그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사장님, 방금 특급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문 앞에 서 있었고 손에는 서류 봉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기모진은 그 서류 봉투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했다.“어서 들고 와.”그가 손짓했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얼른 들어와서 서류 봉투를 기모진에게 건네주고는 돌아섰다.기모진이 보낸 사람을 힐끗 보니 역시 어제와 같은 사람이 보낸 것이었다.그는 주저하지 않고 서류 봉투를 열었고 역시나 이번에도 소만리의 사진 몇 장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폴라로이드 사진이었고 약 30분 전쯤에 찍은 것이었다.기모진은 당연히 오늘 소만리가 입을 옷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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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4장

”소만리, 꼭 상의해야 할 일이 있어.”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을 듣자마자 뭔가 눈치챈 듯 바로 물었다.“이렇게 급하게 날 찾아와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는 걸 보니 누군가가 또 당신한테 무슨 이상한 물건 보낸 거지? 그렇지?”기모진은 약간 놀란 얼굴을 하고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 당신 그거 어떻게 알았어?”“내가 봤기 때문이야.”“봤다고?”“응.”소만리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내가 방금 아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가 날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내가 막 나가서 확인하려고 했는데 마침 아빠가 사무실에 들어오셨어.”이 말을 들으니 기모진은 더욱 걱정이 되었다.그는 조금 전 받은 사진을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소만리는 그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여전히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다.“모진, 걱정하지 마. 짚이는 데가 있어.”“누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나한테 말해 봐.”소만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 사람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야. 게다가 그 여자는 얼마 전에 우리한테 경고까지 했었잖아.”소만리의 말을 듣고 기모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그 여자?”“음.”소만리는 확신했다.“그 여자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어.”“정말 미치광이군.”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렸다.“사실의 진상을 그 여자한테 알릴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그 여자가 또 무슨 미친 짓을 할지 몰라.”기모진은 여전히 걱정되었고 근심 어린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 난 그래도 당신이 너무 걱정돼. 당신은 꼭 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해.”“응, 당신 옆에 꼭 붙어 있을게. 당신한테 걱정끼치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시원스레 대답하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냈다.앞으로 며칠 동안 소만리는 그에게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모진은 계속해서 택배 봉투를 받았고 내용물은 예외 없이 소만리의 일상 사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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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5장

기모진은 원래 소만리가 자신을 설득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소만리의 말을 듣고 있으니 어느새 점점 그녀의 말에 수긍하는 모습이 되어 가고 있었다.소만리는 얼굴이 무거워진 남자에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어때? 내 생각 괜찮지 않아?”기모진은 눈앞에 있는 소만리의 아름다운 모습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아내 말에 따를게.”기모진의 대답에 소만리는 흡족한 듯 감미로운 미소로 화답했고 기모진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기모진은 갑자기 꽃망울이 터지듯 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대로 소만리를 끌어안았다.“소만리, 우리 이제 자러 가자. 푹 자고 일어나서 성가신 일이나 처리하자고.”“좋아.”소만리는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일찍 잔 덕에 다음날 소만리는 개운하게 눈을 떴다.그녀는 일어나자마자 기란군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주고 아이의 가방을 확인한 뒤 기란군 옆에서 앉아 아들이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기란군은 소만리의 시선이 계속 자신에게만 머물러 있자 입을 열었다.“엄마, 왜 나만 계속 쳐다보는 거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소만리는 환하게 웃으며 아들의 귀여운 뺨을 살짝 꼬집었다.“기란군이 이렇게 예쁜데 뭐가 묻었겠어? 엄마는 기란군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쳐다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아니야.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빠고 엄마는 아빠를 볼 때마다 눈에서 빛이 나.”기란군이 반박했다.소만리는 아들이 자신을 놀리는 것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맞아. 엄마는 아빠를 좋아해. 그렇지만 엄마는 기란군을 더 좋아해. 왜냐하면 기란군은 엄마의 보물이니까.”기란군은 소만리의 말이 마음에 드는 듯 얼굴에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아이는 단지 엄마 아빠의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을 분이다.기란군이 아침 식사를 마치자 소만리는 기모진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기란군을 데리고 학교에 갔다.학교로 가는 길도 돌아오는 길도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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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6장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기란군은 숨이 멎을 듯 깜짝 놀랐다.소만리가 무의식적으로 기란군을 보호하려고 몸을 돌리려던 찰나 갑자기 칼끝이 그녀의 등 뒤를 향했다.“소만리, 내가 시키는 대로 곧장 차를 몰고 가요.”귀 뒤에서 명령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소만리는 눈을 들어 백미러를 바라보았다.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소만리, 내 말 안 들려요! 운전하려니까!”“왜 우리 엄마한테 소리 질러요! 우리 엄마한테서 그거 치워요!”기란군이 그 여자를 말렸다.“흥, 꼬맹아. 넌 잠자코 있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자꾸 말을 하면 너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여자가 협박했다.“지금 바로 운전할 테니까 아이한테는 험악하게 굴지 마.”소만리는 백미러로 기란군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소만리, 누가 지금 당신이랑 협상하러 온 줄 알아요! 수작 부리지 말고 현명하게 처신하는 게 좋을 거예요!”여자의 매서운 경고가 이어졌다.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렸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자 그녀는 다시 엑셀을 밟아 여자의 뜻에 따라 잠자코 운전했다.얼마 후 차는 기 씨 그룹 산하의 6성급 호텔 앞에서 멈췄다.“소만리, 옥상으로.”여자가 다시 명령했다. 소만리는 침착하게 말했다.“너와 함께 옥상으로 갈 수는 있지만 내 아들은 여기에 남겨두어야 해. 어른들의 문제에 아이는 끼어 들이지 말자구.”“엄마.”기란군은 귀여운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는 뒤돌아보며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우리 기란군 착하지. 엄마가 곧 데리러 올게.”“소만리, 오늘 우리 사이에 얽힌 원한을 풀지 않으면 아들을 다시 못 볼 줄 알아.”“알았어, 네 뜻대로 오늘 우리의 원한을 다 풀어보자구.”소만리는 빙긋이 웃더니 여자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여자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거두며 빠른 걸음으로 소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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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7장

호정은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깨닫자 적잖이 당황했다.“소만리, 계속 날 속이고 있었다니.”“난 널 속이지 않았어. 네가 직접 알려줬잖아. 날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다고.”소만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당신...”호정은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칼을 다시 꺼내 소만리를 향해 겨누었다.“날 계속 바보 취급했잖아요!”호정은 불을 뿜듯 매서운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오늘 당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호정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갑자기 소만리를 향해 돌진했다.바로 그 순간 옥상 문이 확 열리며 재빠른 그림자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호정의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호정은 강력한 힘에 밀려 자신의 몸을 주체할 수 없었고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똑똑히 쳐다보았다.기모진이 이미 소만리의 곁으로 와서 그의 품에 그녀를 단단히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호정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만리를 계속 공격하려고 했다.그때 갑자기 기모진은 긴 다리를 들어 호정이 들고 있던 칼을 멀리 내동댕이쳤다.“이제 그만, 그만 좀 해!”기모진은 분노했고 그의 차가운 눈에는 한겨울 칼바람보다도 더 매서운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호정은 못마땅한 듯 눈을 부라리며 기모진을 쳐다보았다.“기모진, 어째서 나한테는 이렇게 정이 없는 거예요? 어쨌든 우리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더 이상 망상하지 마. 난 지금까지 당신과 아무 일도 없었어.”기모진은 단호하게 호정의 말을 잘랐다.그가 단단하게 품에 안고 있던 소만리를 조금 풀어 주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불길에 뛰어든 전사 같은 결연한 눈빛이 뿜어져 나와 호정을 에워쌌다.호정의 두 눈이 촉촉이 젖어 오며 주홍빛으로 물들었다.그녀는 분명 지금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했다.“호정, 내 아내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을 속인 사람은 고승겸이야. 나와 당신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당신은 단지 고승겸한테 이용당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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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8장

”환각? 그럼 모든 게 다 환각 상태에서 본 환상이었단 말이에요?”호정은 사나운 눈빛을 하고 되물었다.“소만리,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당신들은 내가 더 이상 휘젓고 다니는 게 싫어서 나한테 일부러 거짓말을 지어내서 내 입을 막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난 세 살짜리 꼬마가 아니에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잘 분별할 거예요!”“네가 정신을 잃었을 때는 그게 단지 환상 속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해.”소만리는 여전히 조곤조곤하게 설명했다.“호정, 만약 네가 믿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야. 의사가 너에게 지금 네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려줄 거야. 네 몸이 멀쩡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어. 왜냐하면 네가 생각하는 그 일은 단지 네 머릿속에서 나타난 환상일 뿐이기 때문이야.”“환상... 허...”호정은 쓴웃음을 지었고 충혈된 두 눈에서는 점차 빛이 사라졌다.그녀의 눈에서 소리 없이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러니까 그동안 나 혼자 착각을 했었다는 거네요. 내가 기 선생님이랑 무슨 일을 벌였다고 생각한 거예요? 내가 기 씨 그룹에서 무슨 소란을 피운 거예요? 네? 허, 허허, 하하하...”호정은 소리 내어 웃으며 점점 더 미쳐가는 모습을 보였다.호정은 자신이 지금까지 한 일이 모두 한바탕 허깨비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입만 열면 기모진이 자신과 잠자리를 하고도 자신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떠벌리고 다녔다.그러나 사실 그 모든 일들은 자신의 환상일 뿐이었던 것이다.그녀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자괴감에 자신의 모든 체면을 잃는 듯했다.소만리는 호정이 미친 사람처럼 웃는 것을 보고 기모진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의논하려고 했다.그때 갑자기 호정은 옥상 난간을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 “호정!”소만리가 급히 쫓아갔다.“바보 같은 짓 하지 마!”“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가 쫓아가는 것을 보고 더욱 걱정이 되어 쏜살같이 그녀를 뒤따라갔다.옥상에는 난간이 있었지만 호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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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9장

기모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호정에게 소리쳤다.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 더 매서웠고 호정에게 더 이상 좋은 말로 다독일 인내심이 전혀 없었다.받아주는 것도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기모진의 말이 끝나자 호정은 갑자기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그녀는 넋이 나간 듯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그토록 이 남자와 인연을 맺고 싶었지만 그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이라곤 고작 이런 호통뿐이었으니 호정은 더욱더 낯을 들 수가 없었다.호정은 기모진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일었지만 기모진의 말은 그냥 그녀를 겁주기 위한 것일 뿐 정말로 그녀를 놓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기모진이 놓으려고 해도 소만리는 절대 기모진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호정은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린 후 갑자기 이를 악물었다.“놓고 싶으면 놓으세요! 당신들한테 도와 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요. 기 선생님, 당신이 오매불망 사랑하는 저 여자나 보호하세요. 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테니 놓아주세요!”호정은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듯 당당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녀의 얼굴은 마치 칼날이 할퀴고 간 것처럼 일그러져 있었고 팔은 시큰시큰 아파오고 있었다.“소만리, 저 여자가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우리 더 이상 쓸데없이 힘 낭비하지 말자구.”기모진이 손을 놓으려고 했다.“모진, 놓지 마.”소만리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를 설득했다.“소만리, 저 여자가 스스로 떨어져 죽겠다고 하잖아. 우리 도움 따위 필요 없다고 하잖아. 우리가 왜 이렇게 화나면서까지 이 여자를 구해 줘야 해? 이렇게 죽고 싶다고 하니까 이제 우리 놔 주자구!”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호정의 몸에서 떼어내려고 했다.호정은 기모진의 행동을 보고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공중에 붕 떠 있던 그녀의 몸이 오돌오돌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옥상 난간을 넘는 순간 그녀는 바로 후회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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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장

호정은 자신에게 다가온 소만리를 보니 참았던 설움이 폭발한 듯 눈물이 솟구쳤다.소만리는 천천히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울지 마.”호정의 흐릿한 시선에 깨끗한 손수건이 눈앞에 보였다.“닦아. 울지 말고.”소만리가 위로해 주었다.“널 아끼는 사람이 네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걸 알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소만리의 말에 호정은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릴 때부터 난 우리 집안에서 애지중지하는 딸이었어요. 엄마 아빠는 날 보물처럼 여기며 키워주셨는데 난 점점 기고만장해졌죠. 내가 가정부로 가게 된 것도 내가 원해서 간 것이 아니라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호정은 말을 하다가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반면 소만리는 호정 앞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호정이 자신의 마음속 설움과 답답함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나중에 드디어 난 내 능력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죠. 고 씨 집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받는 거라서 난 너무나 뿌듯했어요.”“그래서 네가 모진을 만났을 때 모진도 반드시 너한테 호감을 가지게 될 거라고 확신했구나.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은 거고.”소만리는 호정의 마음을 완전히 꿰뚫어보았다.호정은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더더욱 몸 둘 바를 몰랐고 창백했던 얼굴빛이 수치스러움에 벌겋게 타올랐다.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한 일이 도저히 참기 어려워 괴로운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소만리.”호정이 소만리의 이름을 부르며 붉어진 두 눈을 들어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 왜 날 구한 거예요?”“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딨어?”기모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상인이라면 살아있는 생명이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딨어?”기모진은 호정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호정은 얼굴을 떨구었다. 자신이 한 행동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너무 부끄러워요.”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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