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두드려도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소만리는 주저하지 않고 방문을 밀고 들어갔다.그러나 호정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소만리는 조심스럽게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호정.”그녀가 불렀지만 여전히 호정은 아무런 반응 없이 잠들어 있었다.소만리는 더 이상 깨울 생각을 하지 않고 막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호정이 그녀의 손을 내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언니, 가지 마.”소만리가 몸을 돌리는 순간 호정이 그녀를 불렀다.“언니.”호정은 천천히 눈을 뜨며 소만리를 향해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언니, 나 계속 언니 기다리고 있었어.”소만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기다렸다고?”“어.”호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언니, 나 꿈꿨어. 언니 남편 때문에 언니가 날 쫓아내는 꿈. 언니, 혹시 언니 남편 때문에 날 쫓아내는 건 아니지?”소만리는 흥미로운 듯 그녀를 향해 웃었다.“뭐, 앞일은 나도 장담할 수 없지...”“언니?”소만리의 말에 호정의 표정이 갑자시 확 변했다.호정의 얼굴빛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진심으로 화가 난 그녀의 얼굴은 소만리로 하여금 호정이 정말로 자신을 친언니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감쪽같았다.“자, 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배 많이 고프지? 지금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밥이나 먹자.”소만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편안하게 말했다.“하인에게 갈아입을 옷 두 벌 준비하라고 했으니까 우선 갈아입고 나와. 나 밖에서 기다릴게.”“그럴 필요 없어.”호정이 거절했다.“나 그냥 이렇게 입을래. 그 옷도 아마 그 남자 돈으로 샀을 거 아니야. 난 그 남자 싫어. 언니 남편이라는 그 남자.”호정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무심하게 이불을 들추어낸 채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을 씻고 나왔다.호정의 성질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뚝불뚝 고약한 성질이 치고 나왔다.
Last Updated : 2023-08-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