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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2121 - 챕터 2130

2479 챕터

2121장

소만리는 일어서서 호정에게 손을 뻗었다.“일어나.”소만리의 목소리를 들은 호정은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 보이는 소만리의 손을 보고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자신이 잘못 본 것일까?“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해서 꼭 적이 될 필요는 없잖아?”소만리는 웃으며 되물으며 호정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갔다.호정은 소만리의 온화한 미소를 보면서 속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미안해요. 잘못했어요.”마침내 호정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왔다.조금의 위선도 보이지 않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과의 말이었다.소만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미안해하는 그 마음, 받아줄게.”소만리는 말을 하면서 호정에게 재촉하듯 자신의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호정은 바로 소만리의 의도를 파악했고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사방에서 칼날 돋친 겨울 찬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을 통해 전해오는 따뜻함에 온 세상이 훈훈하게 느껴졌다.소만리의 따뜻한 마음이 호정의 손을 통해 그녀의 마음에도 닿는 것 같았다.“고마워요, 소만리.”호정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조금 이따 바로 인터넷에 밝힐게요. 지금까지 일들은 모두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뿐 당신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야죠.”“경도에선 그런 가십거리가 매일 쏟아지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당신이 이전에 일으킨 소란 때문에 소만리의 명성에 다소 영향이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당사자가 해명할 필요는 있다고 봐.”기모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강조했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조금 전처럼 매섭고 차갑지는 않았다.호정은 기모진의 말뜻을 이해했고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소만리에 대한 부러움이 물씬 피어올랐다.“기 선생님은 아내에게 정말 자상하신 것 같아요.”“남편이 아내를 자상하게 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기모진은 부드러운 시선을 소만리의 옆얼굴로 옮겼다.“소만리, 그럼 우리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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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장

이렇게 된 것이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른다.기모진은 웃으며 몸을 구부려 아들을 안았다.“걱정하지 마. 네 엄마가 얼마나 똑똑한데 그런 누나한테 당하고 있겠어?”아들이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보고 소만리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엄마 아무 일도 없었어.”“그럼 됐어요. 엄마가 괜찮으면 됐어요.”기란군은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당연히 네 엄마 괜찮지. 왜냐하면 엄마가 머릿속으로 다 대비하고 있었거든.”기모진은 아들을 안고 로비 앞에 주차된 차를 힐끔 보며 설명했다.기란군은 호기심 어린 눈을 깜빡이여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네 엄마한테 그 나쁜 누나가 찾아올 줄 알고 미리 대비했지. 아빠도 항상 엄마를 따라다니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엄마가 혹시라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아빠가 바로 가서 엄마를 지켜준다는 뜻이야.”기모진은 한 마디 한 마디 천천히 말해 주었다.기란군은 이 말을 듣고 감탄하듯 눈빛을 반짝이며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엄마, 정말 대단해. 우리 엄마 정말 짱이야. 내가 우리 엄마 존경해!”“그래?”소만리는 일부러 못 믿는 척하며 물었다.“기란군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빠 아니었어?”“아니야. 엄마야말로 내 우상이야!”기란군은 마치 존경의 뜻을 표하듯 잘생긴 얼굴을 살짝 숙이며 말했다.소만리는 아들의 칭찬을 들으며 마음이 훈훈해졌고 일부러 기모진에게는 보란 듯이 승리의 브이 자를 들어 보였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런 행동을 그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세 가족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만리는 호정으로부터 링크된 인터넷 주소를 받았다.호정은 이미 인터넷에 해명글을 올렸지만 자신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 많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고 말했다.소만리는 기모진에게 이 상황을 말했고 기모진은 즉시 육경에게 잘 처리하도록 지시했다.잠시 후 호정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 순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해명글도 삽시간에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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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3장

”소만리, 살려주세요!”그 사람은 대뜸 소만리를 향해 도움을 청했고 겁에 질려 당황한 듯한 표정에 뭔가 매우 낭패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무슨 일이야? 이미 산비아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아직도 경도에 있어?”소만리는 침착하게 물었다.호정이 막 입을 열어 대답하려고 할 때 주차장으로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분명히 방금 이곳으로 들어오는 걸 봤어요.”“들어가서 찾아봐요!”“얼굴이 예쁘장했어요!”“소만리, 나 좀 도와주세요!”호정은 다급하게 도움을 청했다. 소만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한 번 힐끔 보고는 차 문을 열었다.“일단 우선 타.”“고마워요!”호정은 고맙다는 말을 하며 정신없이 조수석에 올라탔다.소만리는 바로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핸들을 돌릴 때 그녀는 젊고 세련되게 차려입은 여자들을 언뜻 보았고 모두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 안으로 걸어갔다.조수석에 앉은 호정은 이들에게 자신의 몸이 보일까 봐 겁을 먹은 듯 한껏 움츠리고 있었다.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에 이르자 소만리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도대체 저 사람들 누구야? 왜 저렇게 화가 나서 널 찾고 있는 거야? 왜?”소만리의 말이 끝나자 호정은 후회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인터넷에 올라온 내 사과문을 보고 날 혼내주려고 온 일명 정의의 네티즌들이에요.”그 말을 들은 소만리는 차츰 뭔가를 알 것 같았다.호정은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마구 휘저으며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기 선생님은 엄청 유명한 분이시고 많은 여성팬들이 그를 사모하고 있어요. 인터넷에 내가 사과문을 올린 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나를 욕했어요. 내가 욕을 먹어도 싸다는 건 알지만 정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혼내주려고 따라다닐 줄은 몰랐어요. 난 사과만 하면 일이 끝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사람들에게 쫓길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말을 하면서 호정은 서러움이 복받쳤는지 훌쩍훌쩍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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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4장

식당 직원들은 모두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식사를 하는 손님들도 식당에 누가 들어왔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호정은 매우 긴장하고 당황한 듯 줄곧 소만리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따라다녔고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머리를 숙인 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밥만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소만리는 우선 호정을 데리고 기 씨 그룹으로 갔다.소만리는 디자이너 부서에게 샘플 옷 두 벌을 가져오라고 했고 호정은 샘플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도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며 두려운 표정으로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호정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소만리의 심정이 복잡미묘해졌다.사실 사과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다면 호정이 욕을 먹을 것이라는 걸 소만리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그러나 네티즌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호정을 혼내주려고 행동할지는 몰랐다.주변을 계속 경계하며 두려워하는 호정의 모습은 분명 소만리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다.혼자 점심을 먹은 기모진은 사무실에 들어서자 소만리가 사무실에 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그러나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호정의 모습이 보였다.영문을 알 수 없었던 기모진은 물을 따르고 있는 소만리에게 다가왔다.“소만리, 이게 무슨 일이야?”소만리는 물 컵을 들고 호정에게 건네주었고 기모진의 손을 잡고 사무실 입구 쪽으로 가서 호정의 상황에 대해 그에게 알렸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좀 과장된 게 아닌가 의아해했다.“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나한테 무슨 그런 광팬이 있을 수가 있겠어? 만약 그랬다면 내가 당신과 결혼했을 때 그 사람들은 분하고 원통해서 무슨 짓을 했겠지.”“나도 좀 믿기지 않았는데 실제로 네티즌들이 호정을 쫓아다니고 있었어.”“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스스로 한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영향을 받는 쪽은 우리야.”기모진은 호정을 동정할 마음이 없었다.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기모진이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다른 모든 것은 다 부질없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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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5장

소만리는 기모진이 호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어서 자신과 따로 상의할 일이 있음을 단번에 눈치챘다.역시나 옆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진지하게 당부했다.“소만리, 뭔가 좀 이상해. 저 여자와 너무 가까이 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잠시 후에 육경을 불러 항공편을 마련해서 저 여자를 산비아로 돌려보낼 거야.”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호정이 산비아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친구들이 호정을 따돌린다고 해도 부모님은 딸자식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호정의 부모님이 호정을 모른 척한다고 해도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야. 소만리, 저 여자는 우리 회사로 와서 소란을 피우고 당신과 나를 모욕했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 후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가 감당해야 해.”“그래, 당신 말이 맞아, 모진.”소만리도 기모진의 말에 동의했고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그럼 이 일은 전적으로 당신 뜻에 따를게.”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의 의견에 흔쾌히 따라와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그는 사랑스럽게 웃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런데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호정이 언제 떠난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소만리는 검은 티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에 눈길을 돌렸다.호정이 남긴 쪽지였다.“기 선생님, 소만리. 당신들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쳤어요. 기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이것 또한 내가 저지른 잘못으로 생겨난 일이니 내가 감당해야죠. 그동안 실례가 많았어요.”호정은 쪽지를 남긴 후 떠난 것이었다.“혼자 가 버렸군.”소만리는 호정이 걱정되었다.“괜찮을까? 별일 없겠지?”“바보야. 당신이 걱정할 사람은 나와 아이들이야. 그 여자는 당신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어.”기모진은 호정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기모진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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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6장

소만리와 기모진이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젊은 남녀들이 호정을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호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본 호정은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급히 달려왔다.“기 선생님, 소만리. 저 좀 구해주세요!”호정은 달려와 도움을 청했다. 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은 바로 호정 앞을 막아섰다.“여기는 사유지이고 개인 가정집입니다. 당장 떠나세요.”호정은 제지당하면서도 눈에 불을 켜고 소만리와 기모진을 가리켰다.“난 기 선생님과 소만리를 알고 있어요. 제발 날 좀 놔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들이 날 죽일 거예요!”그녀는 초조한 기색으로 소리쳤다.경호원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소만리와 기모진을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기모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경호원은 더 이상 호정을 막지 않았다.호정은 황급히 소만리에게 달려가 진심으로 애원했다.“소만리, 날 좀 도와주세요. 사람들이 날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도저히 갈 곳이 없어서 다시 여기로 찾아왔어요.”그녀는 소매를 걷어올리며 말을 이었다.“이것 보세요. 저 사람들이 날 때리고 괴롭혔다는 증거예요.”소만리는 호정의 팔에 크고 작은 작은 자국들이 몇 개 나 있는 것을 보았다.젊은 남녀들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호정을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갑자기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기 도련님이다! 그 옆에 그의 아내 소만리도 있어요!”“여기가 기 도련님이 사는 곳이구나!”“아니 저 뻔뻔한 여자는 기 도련님이 어디에 사는지도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어떻게 감히 여기까지 찾아올 수가 있어?”방금까지 흉악한 표정을 보이던 몇몇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 싶게 아주 예의 바른 모습으로 소만리와 기모진에게 인사를 했다.기모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다들 돌아가세요. 앞으로 이런 짓은 하지 마세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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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7장

이를 본 소만리는 얼른 몸을 웅크려 호정을 살폈다.“호정, 호정.”그녀가 두 번 불렀지만 호정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모진, 기절했나 봐.”기모진는 담담한 표정으로 호정의 얼굴에 잠시 시선을 떨구었다가 손을 뻗어 소만리를 일으켜 세웠다.“지금 구급차를 부를 테니, 소만리 저 여자 저렇게 내버려둬.”“어머? 무슨 일이니? 이 여자 누구야? 왜 이렇게 쓰러진 거야?”위청재가 어린 손자를 안고 나왔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호정은 지금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라서 위청재는 전에 기 씨 그룹 로비에서 소란을 피우던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위청재는 쓰러져 있는 호정을 보고 동정심이 일었고 바로 사람을 불렀다.“추운 날씨에 이렇게 바닥에 쓰러져 있으면 큰일 나. 어서 일으켜 세워서 소파에 눕혀.”몇 명의 하인들이 위청재의 뜻에 따라 힘을 합쳐 호정을 들어 올렸다.“방금 여기 온 사람들 뭐야? 무슨 깡패들이야?”위청재가 물었다. 소만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설명하기 좀 복잡해요.”“복잡하다고? 뭐가 얼마나 복잡한데?”위청재는 더욱 궁금해하며 물었다.“제가 말씀드릴게요.”기모진은 애틋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위청재는 기모진의 말을 듣고는 바로 후회했다.“내 지금 당장 저 여자를 내던져 버려야지! 기 씨 그룹에서 소란을 피우던 그 뻔뻔한 여자인 줄 알았다면 절대 내 집 대문 안에 들이지 않았을 텐데!”위청재는 씩씩거리며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갔다.“어머니, 됐어요. 구급차가 오면 자연스럽게 이 집을 나가게 될 거예요.”소만리가 위청재를 진정시키듯 말했다. 하지만 위청재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소만리, 방금 그 여자는 욕을 먹도록 놔뒀어야 해. 그런 여자는 인터넷에 폭로되어도 싸. 동정할 필요 없어.”“어머니 말씀이 맞아. 소만리, 동정하지 마.”기모진도 한마디 덧붙였다.남자도 자신에게 훈계 아닌 훈계를 하자 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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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8장

소만리는 호정의 상황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녀가 간다고 하니 당연히 기모진도 바로 따라나섰다.호정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아직도 정신이 덜 든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던 그녀가 소만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소만리에게 다가가 팔을 꼭 잡았다.“언니, 여기가 어디야?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언니?소만리는 호정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 깜짝 놀랐다.호정은 소만리의 팔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언니, 나 너무 무서워. 욕하고 때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정말 무서워...”호정은 점점 더 격해진 표정으로 소만리의 팔을 꽉 끌어안았고 좀처럼 놓아줄 기색이 없어 보였다.소만리는 기모진과 서로 의아한 눈빛을 주고받은 후 호정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호정, 똑똑히 봐. 난 네 언니가 아니야.”호정은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번쩍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찬찬히 소만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어떻게 내 언니가 아닐 수 있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쭉 함께 자랐잖아. 엄마 아빠는 늘 날 총애했고 언니를 무시했었어. 그래서 지금 내가 난처한 상황이 되니까 날 모른 척하고 싶은 거야?”호정은 소만리를 정말 자신의 언니라고 착각한 듯 말했다.그러나 소만리는 호정의 가족 관계도 모르고 진짜 언니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다만 지금 호정의 행동을 보아 정말로 소만리를 자신의 언니로 착각하는 것처럼 보였다.호정이 소만리를 끌어당기며 놓지 않자 기모진은 단호하게 앞으로 걸어 나와 호정의 손을 밀쳐내고 소만리를 자신의 품으로 데려왔다.호정은 멍한 표정으로 기모진을 쳐다보았다.기모진은 차디찬 눈으로 매섭게 호정을 흘겨보았다.호정은 갑자기 깜짝 놀라며 목을 움츠렸다.“언니, 이 남자 누구야? 왜 이렇게 무섭게 쳐다보는 거야?”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잠시 머뭇거렸고 머리 위에서는 기모진이 다정하게 주의를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곧 구급차가 도착할 테니 도착하자마자 이 여자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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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9장

기모진은 이렇게 말하고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소만리도 마음속으로 의심이 들었다.호정의 정신 상태가 너무 갑작스럽게 변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호정의 표정은 진짜로 실성한 사람 같았다.무슨 일이 생길까 봐 소만리도 얼른 기모진의 뒤를 따랐다.기모진이 화장실 손잡이를 돌려 보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호정이 안에서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이런 상태로는 열쇠가 있어도 문을 열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기모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소만리 이외의 여자에게는 조금도 자신의 인내심을 허비할 마음이 없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문 열어.”기모진의 냉랭한 목소리가 찬바람을 몰고 와 호정에게 명령했다. 한 치의 온기도 느낄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였다.그러나 호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기모진은 손을 들어 문을 힘껏 두드렸다.“더 이상 일 크게 키우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문 열어.”기모진이 다시 소리치며 명령하자 안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려왔다.몇 초가 지나자 소만리는 욕실에서 ‘퍽'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뭔가 무거운 것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였다.“모진, 좀 이상한 것 같아.”소만리는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기모진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호정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망설임 없이 욕실 문을 발로 걷어찼다.‘퍽'하는 소리가 울렸다.욕실 문이 열리는 순간 소만리의 예리한 후각에서 녹슨 비린내가 났다.소만리는 성큼성큼 들어갔고 고개를 돌리자 호정이 벽에 기댄 채 왼쪽 손목에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가 손목을 그었다!“구급차 불러!”소만리가 크게 외쳤고 하인에게는 얼른 구급상자를 가져오도록 했다.그녀는 호정의 상처에 급히 지혈을 하고 응급 처치를 했다.“언니...”호정은 갑자기 가냘픈 목소리로 소만리를 불렀고 의식이 흐릿한 눈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언니, 나 내치지 마. 난 언니밖에 없어...”호정은 중얼거리다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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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장

”정말 세상에 희한한 사람도 다 봤어. 어떻게 남의 집에서 자살할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우리 아들 며느리를 모함하려고 아주 작정을 했군, 작정을 했어!”사화정은 위청재의 말을 듣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아이고, 우리 소만리 정말 재수도 없지. 왜 이렇게 계속 골치 아픈 일이 끊이지 않는 건지, 원.”걱정이 가득 담긴 사화정의 푸념을 들으며 소만리는 입꼬리를 말아올려 살며시 미소 지었다.“엄마,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나 괜찮아.”사화정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만리, 왔어?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니? 그 여자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거지?”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오는 길에 주치의가 모진에게 전화를 했더라고요.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그래, 그럼 됐다.”사화정과 위청재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호정은 그들 가족에게 계속 분란을 일으키는 성가신 존재였지만 목숨이 달린 일이라 식구들 모두 정말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했다.위청재는 하인을 시켜 화장실을 말끔히 청소하라고 지시한 후 다시는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대문을 지키라고 일렀다.호정이 벌인 소동으로 인해 부모님들이 자신을 걱정하자 소만리는 또다시 죄스러움이 밀려왔다.소만리는 하룻밤을 생각한 끝에 호정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호정이 정말 정신이 이상한 척하는 거라면 그것에도 분명 목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고 얼른 처리하는 게 여러모로 상책일 것 같았다.다음날 아침 소만리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소만리는 이 전화가 호정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얼른 받아보니 역시나 예상대로였다.병원에서 온 전화였다.호정은 깨어났지만 계속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자꾸 언니를 찾는다는 것이었다.병원에서는 호정의 언니가 누군지 알 길이 없으니 호정이 알려준 이 전화번호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소만리는 전화를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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