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2128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8-13 16:30:14
소만리는 호정의 상황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녀가 간다고 하니 당연히 기모진도 바로 따라나섰다.

호정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아직도 정신이 덜 든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소만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소만리에게 다가가 팔을 꼭 잡았다.

“언니, 여기가 어디야?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언니?

소만리는 호정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호정은 소만리의 팔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

“언니, 나 너무 무서워. 욕하고 때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정말 무서워...”

호정은 점점 더 격해진 표정으로 소만리의 팔을 꽉 끌어안았고 좀처럼 놓아줄 기색이 없어 보였다.

소만리는 기모진과 서로 의아한 눈빛을 주고받은 후 호정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호정, 똑똑히 봐. 난 네 언니가 아니야.”

호정은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번쩍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찬찬히 소만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내 언니가 아닐 수 있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쭉 함께 자랐잖아. 엄마 아빠는 늘 날 총애했고 언니를 무시했었어. 그래서 지금 내가 난처한 상황이 되니까 날 모른 척하고 싶은 거야?”

호정은 소만리를 정말 자신의 언니라고 착각한 듯 말했다.

그러나 소만리는 호정의 가족 관계도 모르고 진짜 언니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 호정의 행동을 보아 정말로 소만리를 자신의 언니로 착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호정이 소만리를 끌어당기며 놓지 않자 기모진은 단호하게 앞으로 걸어 나와 호정의 손을 밀쳐내고 소만리를 자신의 품으로 데려왔다.

호정은 멍한 표정으로 기모진을 쳐다보았다.

기모진은 차디찬 눈으로 매섭게 호정을 흘겨보았다.

호정은 갑자기 깜짝 놀라며 목을 움츠렸다.

“언니, 이 남자 누구야? 왜 이렇게 무섭게 쳐다보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잠시 머뭇거렸고 머리 위에서는 기모진이 다정하게 주의를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구급차가 도착할 테니 도착하자마자 이 여자를 보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29장

    기모진은 이렇게 말하고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소만리도 마음속으로 의심이 들었다.호정의 정신 상태가 너무 갑작스럽게 변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호정의 표정은 진짜로 실성한 사람 같았다.무슨 일이 생길까 봐 소만리도 얼른 기모진의 뒤를 따랐다.기모진이 화장실 손잡이를 돌려 보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호정이 안에서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이런 상태로는 열쇠가 있어도 문을 열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기모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소만리 이외의 여자에게는 조금도 자신의 인내심을 허비할 마음이 없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문 열어.”기모진의 냉랭한 목소리가 찬바람을 몰고 와 호정에게 명령했다. 한 치의 온기도 느낄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였다.그러나 호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기모진은 손을 들어 문을 힘껏 두드렸다.“더 이상 일 크게 키우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문 열어.”기모진이 다시 소리치며 명령하자 안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려왔다.몇 초가 지나자 소만리는 욕실에서 ‘퍽'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뭔가 무거운 것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였다.“모진, 좀 이상한 것 같아.”소만리는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기모진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호정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망설임 없이 욕실 문을 발로 걷어찼다.‘퍽'하는 소리가 울렸다.욕실 문이 열리는 순간 소만리의 예리한 후각에서 녹슨 비린내가 났다.소만리는 성큼성큼 들어갔고 고개를 돌리자 호정이 벽에 기댄 채 왼쪽 손목에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가 손목을 그었다!“구급차 불러!”소만리가 크게 외쳤고 하인에게는 얼른 구급상자를 가져오도록 했다.그녀는 호정의 상처에 급히 지혈을 하고 응급 처치를 했다.“언니...”호정은 갑자기 가냘픈 목소리로 소만리를 불렀고 의식이 흐릿한 눈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언니, 나 내치지 마. 난 언니밖에 없어...”호정은 중얼거리다가 피

    최신 업데이트 : 2023-08-1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30장

    ”정말 세상에 희한한 사람도 다 봤어. 어떻게 남의 집에서 자살할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우리 아들 며느리를 모함하려고 아주 작정을 했군, 작정을 했어!”사화정은 위청재의 말을 듣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아이고, 우리 소만리 정말 재수도 없지. 왜 이렇게 계속 골치 아픈 일이 끊이지 않는 건지, 원.”걱정이 가득 담긴 사화정의 푸념을 들으며 소만리는 입꼬리를 말아올려 살며시 미소 지었다.“엄마,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나 괜찮아.”사화정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만리, 왔어?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니? 그 여자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거지?”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오는 길에 주치의가 모진에게 전화를 했더라고요.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그래, 그럼 됐다.”사화정과 위청재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호정은 그들 가족에게 계속 분란을 일으키는 성가신 존재였지만 목숨이 달린 일이라 식구들 모두 정말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했다.위청재는 하인을 시켜 화장실을 말끔히 청소하라고 지시한 후 다시는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대문을 지키라고 일렀다.호정이 벌인 소동으로 인해 부모님들이 자신을 걱정하자 소만리는 또다시 죄스러움이 밀려왔다.소만리는 하룻밤을 생각한 끝에 호정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호정이 정말 정신이 이상한 척하는 거라면 그것에도 분명 목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고 얼른 처리하는 게 여러모로 상책일 것 같았다.다음날 아침 소만리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소만리는 이 전화가 호정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얼른 받아보니 역시나 예상대로였다.병원에서 온 전화였다.호정은 깨어났지만 계속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자꾸 언니를 찾는다는 것이었다.병원에서는 호정의 언니가 누군지 알 길이 없으니 호정이 알려준 이 전화번호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소만리는 전화를 끊자

    최신 업데이트 : 2023-08-14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31장

    호정의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점점 사납게 변하고 있었다.기모진을 언급하자 더욱 긴장한 빛이 감돌았다.“그 사람과 아무 상관 없으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소만리가 화제를 본론으로 다시 되돌렸다.“너, 정말 내가 누군지 몰라?”소만리는 이렇게 물으며 호정의 눈빛이 어떻게 변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했다.그러나 호정은 소만리가 추측했던 그런 부자연스러운 표정과 행동이 아니었다.그녀는 단지 이 상황이 매우 의아할 뿐이고 소만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언니, 우리 언니 맞잖아.”그의 말투는 한치의 의심도 없는 듯 단호했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언니, 나한테는 지금 언니밖에 없어. 날 제발 모른 척하지 마.”“난 정말 네 언니가 아니...”“딸깍.”소만리가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실 문이 닫혔다.소만리가 뒤를 돌아보니 태산과 같은 기모진의 늠름한 모습이 소만리의 눈에 비쳤다.“모진?”소만리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떻게 여기 왔어?”기모진은 정색을 하고 소만리를 바라보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소만리, 당신 여기 혼자 와서 뭐하는 거야?”기모진의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역시나 소만리가 혼자 호정을 찾아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그는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집에 가자.”소만리는 기모진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 이대로 가버리면 호정을 더욱 자극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호정은 갑자기 손등에 꽂혀 있는 링거 바늘을 뽑은 뒤 망설임 없이 소만리를 향해 돌진했다.“우리 언니 놔줘요!”호정은 소만리의 팔을 잡아당겼고 화가 난 두 눈으로 기모진을 노려보았다.“도대체 당신 뭐예요! 뭔데 우리 언니 데려가려는 거예요! 어서 우리 언니 놔줘요!”호정이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은 기모진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다.하지만 기모진은 한 손으로 호정을 밀쳐내고는 소만리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8-1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32장

    기란군은 살짝 앞장서 있었고 그 주위를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하지만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지 기란군도 기모진처럼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아이들에게 살가운 눈빛 한 번 주지 않았다.그러던 기란군이 소만리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한달음에 달려왔다.소만리는 아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고 잘생긴 아이를 덥석 안아 올렸다.하지만 소만리가 못 보던 사이에 훌쩍 큰 아이의 몸은 꽤 묵직해져 있었다.기란군이 그 새 많이 자랐구나.소만리는 속으로 뭉클한 마음이 들었고 기란군을 안은 채 그대로 돌아섰다.“저 사람이 기란군 엄마야.”“엄마가 예쁘구나. 그래서 기란군도 저렇게 잘생긴 거야.”“기란군은 우리랑 안 놀아줘.”“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남자는 여자 애교에는 못 당한대. 우리 내일부터는 기란군한테 애교 부리자.”“그러자.”여자아이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소만리는 여자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대화를 듣고 무의식중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차에 올라탄 소만리는 뒷좌석에 앉은 아들에게 일부러 궁금한 척하며 물어보았다.“기란군, 왜 저 아이들이랑 같이 안 놀아? 저 친구들 안 좋아해?”“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는 엄마, 여온이 두 명뿐이야.”기란군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재깍 대답했다.소만리는 엄마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기란군의 달콤한 말솜씨에 사뭇 놀랐다.이렇게 사려 깊은 말솜씨에 잘생긴 얼굴까지 겸비했으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넋을 잃고 그에게 빠져들지 모를 일이었다.“엄마,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기란군은 오히려 순박하게 큰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저 아이들은 정말로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난 저런 아이들과 사귀는 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사귄다?이 녀석이 이런 단어를 쓰다니.소만리는 아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그럼 기란군은 진정한 친구가 어떤 거라고 생각해?”“즐거움뿐만 아니라 고민도 같

    최신 업데이트 : 2023-08-1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33장

    뒤에서 기란군이 자신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듣자 소만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기란군은 얼른 소만리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엄마, 그 나쁜 아줌마야.”기란군은 호정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얼마 전 차 안에서 소만리의 등에 칼을 들이대던 여자였다.소만리도 몰골이 말이 아닌 이 여자가 호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호정이 병원에서 뛰쳐나와 뜻밖에도 기 씨 본가로 찾아온 것이었다.소만리는 호정이 자신을 찾으러 왔다는 걸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호정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추운 겨울 섣달이었고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만약 호정이 계속 이렇게 화단에 방치되어 있으면 그녀는 분명 여기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엄마, 신경 쓰지 마. 이 아줌마 지난번처럼 갑자기 엄마를 덮치면 어떡해.”기란군이 소만리를 걱정하며 주의를 주듯 손을 꼭 잡았다.“알겠어. 엄마 조심할게.”소만리는 손에 들고 있던 코트를 호정에게 덮어주며 말했다.“엄마는 더 이상 이 아줌마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을 불러 이 아줌마를 여기서 나가도록 도와주라고 할 거야.”“응.”기란군은 만족스러운 듯 작은 머리를 끄덕였다.“선생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어. 그렇지만 이 아줌마는 너무 못됐어. 아무리 봐도 도와주고 싶지 않아.”소만리는 기란군을 차에 태운 뒤 기 씨 집안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하인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호정을 돌려보내라고 했다.호정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든 아니든 적어도 눈밭에 누워있지는 못하게 하도록 일렀다.하인이 황급히 뛰어나가는 것을 본 소만리는 그제야 아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왔다.위청재는 거실 창을 통해서 방금 바깥 상황을 보다가 소만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물었다.자초지종을 듣고 난 위청재는 안색이 싹 변했다.“저 여자 정말 못 쓰겠구만. 아니 어디 함부로 남의 집 앞에서 그러고 있담. 정말 문제야 문제. 소만리,

    최신 업데이트 : 2023-08-1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34장

    호정은 온몸이 이미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기모진이 그 모습을 보고 막 차에서 내리려는데 소만리가 안에서 나왔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차를 한눈에 알아보고 걸어 나오다가 언뜻 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호정을 보았다.호정이 또 찾아온 것이었다.죽은 악마가 혼령은 날아간 채 여전히 형체를 지니고 이승을 헤매며 나쁜 기운을 퍼트리고 다니는 형상이었다.또다시 나타난 호정을 보고 소만리는 이 여자의 존재가 끝내 문제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소만리가 호정을 무시한 채 하인에게 호정을 멀리 보내라고 지시하려고 하는 순간 기모진이 차에서 내려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데리러 가려고 차에서 내린 줄 알았는데 다짜고짜 자신의 손을 잡고 호정이 웅크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호정은 이미 두 볼이 빨개지고 온몸의 감각이 무뎌진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소만리, 이 여자 이미 온몸이 꽁꽁 언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가 보자.”기모진이 이런 제안을 하니 소만리는 좀 의아했다.곧이어 소만리는 한숨 섞인 기모진의 목소리를 들었다.“아침에 병원에 가서 물어보니 외부 자극을 심하게 받았을 경우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일 수 있다고 하더라구. 아마 그래서 당신을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믿었던 언니로 착각한 것 같아.”기모진은 침착하게 말했다.소만리는 남자의 진지한 시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그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소만리, 이 여자 부축해서 차에 태우자. 내가 가서 차를 좀 더 이쪽으로 붙여 볼게.”기모진은 그렇게 말하며 차를 향해 돌아섰다.소만리는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기모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을 굽혀 호정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호정, 내 말 들려? 지금 병원으로 데리고 갈 거니까 우선 차에 타.”소만리가 말을 마치자 호정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호정이 소만리의 손을 꼭 쥐었다.기모진은 호정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했지만

    최신 업데이트 : 2023-08-1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35장

    호정은 유난히 진지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소만리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백미러로 기모진과 눈이 마주쳤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 남자는 네 형부야. 날 아주 아끼고 사랑해 주고 있어. 날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잖아. 잘생긴 외모에 현혹되면 안 돼.”호정은 정색을 하며 재차 주의를 주었다.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알겠어. 조심할게.”소만리의 대답을 들은 호정은 그제야 만족한 듯 빙긋 웃었다.그녀는 소만리의 손을 꼭 잡고 기뻐하며 소만리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댔다.“언니.”호정이 언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소만리는 마음이 더욱더 복잡해졌다.기모진의 차는 어느덧 기 씨 집안 주차장에 멈췄다.기모진이 먼저 차에서 내려 소만리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소만리가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호정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기모진을 보며 말했다.“언니, 저쪽으로 가. 나 이 남자 싫어.”호정은 반대쪽 차 문을 열면서 굳이 소만리를 그쪽으로 끌고 함께 내렸다.소만리는 기모진을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대쪽으로 내렸다.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라 위청재는 어린 손자를 안고 밥을 먹일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소만리와 기모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어떻게 벌써 들어왔어? 오후에 일 없어?”위청재는 기모진에게 묻고 있다가 갑자기 소만리의 옆에 따라오는 호정을 보았다.“이 여자는 왜 또 온 거야? 왜 이 여자를 여기에 데려온 거냐구? 이게 또 무슨 일이야!”위청재는 영문을 몰라 소리쳤고 하인을 불러 품에 안긴 어린 손자를 데리고 가게 했다.“소만리, 너희들이 이 여자를 데려온 거야?”“내가 소만리에게 동생을 데려오라고 했어요.”기모진이 이렇게 말했다.“뭐, 뭐? 동생?”“네, 그래요.”기모진은 위청재에게 말하고는 하인에게 지시했다.“손님방을 깨끗이 준비해 주세요. 당분간 저 사람

    최신 업데이트 : 2023-08-1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136장

    ”내가 너 집에 데려다줄게.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야.”소만리는 기모진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했다.“우선 나랑 같이 방에 가서 좀 쉬자.”호정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소만리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 급히 따라나섰다.“정말 미쳤어!”위청재는 호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마디 내뱉었다.호정이 소만리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도 기모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있자 위청재는 기모진을 추궁했다.“모진아, 도대체 너랑 소만리 지금 일부러 연기를 하는 거야? 뭐야?”기모진은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아 있는 아들을 품에 안고 놀아 주다가 말했다.“맞아요. 연기를 하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에요.”위청재는 기모진이 하는 말을 알아차렸다.“저 여자 말이냐?”“아구 이뻐.”기모진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아이의 포동포동한 뺨을 쥐었다.“저 여자는 계속 우리 주변을 맴돌면서 소만리를 욕보이려고 하고 있어요.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 지금 저러는 거구요.”“그럼 왜 우리 집에 데리고 왔어? 이렇게 되면 소만리가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계속 수동적인 자세로 있으면 소만리가 더욱 위험해질 뿐이에요.”기모진은 날카롭고 영민한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이럴 땐 수동적으로 있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척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에요.”기모진이 이렇게 말하자 위청재는 완전히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엔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적극적으로 동조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보기엔 여전히 좀 위험한 것 같구나. 이런 위험한 사람을 집에 둬서 우리 기란군이랑 막내한테 나쁜 영향이라도 끼치면 어떡하니?”“내가 저 여자를 여기에 데려온 이상 절대로 우리 식구들에게 손대지 못하도록 할 거예요. 절대로!”기모진은 자신있게 말했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웃었다.“막내야, 걱정하지 마. 아빠는 반드시 네 엄마를 보호할 것이고 너와 네 형도 안전하게 지킬 거야.”어린 막내

    최신 업데이트 : 2023-08-15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