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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081 - Chapter 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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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1장

무장 경찰은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눈앞에는 텅 빈 병상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띠며 열려 있는 창문으로 달려갔다. 창틀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였다.고승겸은 5층 높이인 이곳에서 뛰어내린 것이다!무장 경찰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상급자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소만리는 남연풍과 눈을 마주치고는 얼른 병실 앞을 떠나 1층으로 내려와 보았다.화단에는 누군가가 밟은 흔적이 역력했다.고승겸이 실제로 5층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그는 팔과 다리에 총상을 두 발이나 당했는데 누군가의 감시하에 이런 일을 감행했다는 것에 소만리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승겸이 체력이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일을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남연풍은 탄식을 내뱉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고승겸은 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걸까요?”이제 소만리는 인간 고승겸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상실했고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가 선택한 모든 길이 다 막혀 버렸어요. 아마도 고승겸이 할 수 있는 건 이 길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는 지금 자신의 목적만을 생각하고 있잖아요.”소만리의 말을 듣고 남연풍의 눈빛은 절망으로 뒤덮였다.남연풍은 눈을 감았다. 이제 더 이상 고승겸이라는 인간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남아 있지 않았다.사실 이런 기대는 이미 그녀의 마음에서 사라졌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었는데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렇게 포기하고만 것이다.소만리는 바로 강자풍에게 전화를 걸어 고승겸의 행방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승겸을 찾아야 기모진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그러나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승겸은 마치 병원에서 증발한 것처럼 CCTV 화면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소만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승겸이 마법이라도 부렸단 말인가?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분명 그는 다른 방법으로 감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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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2장

”여온아, 아빠는 일이 좀 있어서 늦어. 일 다 끝나면 아빠 오실 거야. 여온아, 조금만 더 기다려 줄래?”기여온은 소만리가 이렇게 말하자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는 온순한 기여온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기여온의 소매를 걷어 붉은 반점을 살펴보았다.피부에 난 붉은 반점은 여전히 선명했지만 처음과 비교해 봤을 때 더 많아지지는 않았다.남연풍은 이반에게 경구용 약을 사달라고 부탁했고 그 약 덕분에 증상은 잠시 억제되고 있었다.고승겸이 이렇게 아이에게까지 손을 댈 줄은 남연풍조차도 정말 몰랐다.그는 분명 밤에 몰래 남연풍과 기여온이 자는 방에 들어와 아이에게 주사를 놓은 것이다.남연풍은 자신이 예전에 개발한 시약들이 고승겸의 수중에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앞으로도 고승겸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것이다.남연풍은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에 잠겼고 갑자기 자신은 고승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분명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의 첫인상은 긍정적이고 겸손하고 온화한 모습이었다.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사람 변하는 건 정말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시간이 1분 1초 흐를수록 소만리의 심장 박동은 점점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그녀는 기모진의 핸드폰을 켜고 앨범을 열어 보았다.낯익은 비밀번호를 입력해 핸드폰 속 앨범을 열었다. 그 안에는 모두 그들의 가족사진이었다.그러나 가족 사진보다 더 많이 그녀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었다.기모진의 마음 깊은 곳에 그녀가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혀 그대로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모진, 당신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고승겸이 당신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간 거야?”“여온이를 낫게 하려는 마음에 혹시 당신 고승겸한테 이리저리 농락당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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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3장

흑강당 옛 건물.이따금 물 흐르는 소리가 어두컴컴한 공간들 사이를 흔들어 놓았다.‘찌익'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철문이 살짝 열렸다.열린 문 틈으로 한 줄기 빛이 공간을 가르며 들어왔다.“딸깍.”누군가가 불을 켰다.수조에 갇힌 기모진은 힘없이 눈을 들었고 거만한 승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고승겸을 올려다보았다.기모진의 눈에 비친 고승겸은 예전의 고귀한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초췌한 도망자의 모습이 보였다.고승겸은 수조에 갇힌 기모진을 내려다보았다.수조 안에 들어 있는 물은 깊지 않아 기모진의 종아리 위를 조금 덮고 있었지만 수조 전체는 약 2미터 높이로 매우 크고 깊었다.게다가 내부는 온통 타일로 덮여 있어서 날개가 있지 않는 한은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기모진이 꼼짝없이 갇혀 있는 모습을 보고 고승겸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기 선생의 체력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군.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틀 밤낮을 견디다니.”고승겸은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비아냥거렸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기모진에게 다가갔다.“내가 좀 더 당신을 절박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군. 음식을 조금도 주지 말아야 당신이 더 빨리 죽겠지.”기모진은 검은 미간을 치켜뜨고 날카로운 눈으로 고승겸을 노려보았다.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고승겸, 가식 떨지 마. 당신이 원하는 건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날 괴롭히는 거잖아.”기모진은 고승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고 고승겸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고승겸이 자신을 한방에 쓰러뜨리지 않는 한 기모진은 반드시 여기서 나갈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지난 2년 동안 기모진이 겪지 않은 일이 무엇이 있는가.생사를 두려워한 적이 있는가.그의 마음속에 내려놓지 못하는 단 하나는 소만리의 존재였다.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기모진이 자신의 생각을 간파하자 고승겸은 잠시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아무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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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4장

기모진은 얼굴을 찡그리는 고승겸을 보고 필시 그가 초췌하고 창백한 모습을 한 이유가 부상을 당한 탓이라고 짐작했다.하지만 고승겸이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는 기모진도 알 수 없었다.그러나 고승겸의 말을 듣자니 기모진은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왠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모진은 예전에 소만리와 하던 말이 떠올랐다.“모진, 경연의 죽음도 고승겸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그는 소만리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났고 속으로 묵묵히 생각할 뿐 겉으로는 어떤 의심과 당혹감도 표출하지 않았다.고승겸은 기모진이 아무 말도 없자 더욱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지?”고승겸이 웃으며 되묻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기모진, 내가 당신한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강자풍과 당신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했다는 거야. 강어와 강연의 죽음이 당신들 때문이라고 강자풍이 믿게 만들었지. 그렇게 해서 강자풍은 갑자기 당신들에게 원한을 갖게 된 거고.”“강자풍이 날 대신해 당신들한테 화풀이를 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녀석이 입으로는 당신들을 원망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당신들 딸을 공주님 대하듯 아끼잖아. 참 재미있게 돌아가.”고승겸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끝맺으며 다시 기모진의 두 다리를 쳐다보았다.“어때? 이 엄동설한에 두 다리를 차가운 물에 담그고 있으니 춥고 저리지? 조금 있으면 감각조차 없어질 거야. 그러면 이 세상에서 당신은 사라지게 되는 거지. 흥.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한 가지 더 알려주지...”“모진.”갑자기 어딘가에서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래 이 지하 감옥은 방음이 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은 철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소만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기모진은 가슴이 벌렁거렸다.얇은 입술 사이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이 새어 나왔다.“소만리.”고승겸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소만리가 왜 이때 이곳에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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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5장

”지하실?”강자풍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결국 소만리가 하는 말뜻을 알아차렸다.“누나, 기모진이 아직도 흑강당 건물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응. 그런 것 같아.”소만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시 고승겸이 기모진을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고승겸이 우리가 올 때까지도 여기에 있었으니까 분명히 모진도 여기에 있을 거야.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소만리의 말에 강자풍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흑강당 건물에 그런 은밀한 지하실 같은 것이 어디에 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강자풍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예전에 강어가 했던 사업들은 불법적인 위험한 것들이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강어가 도망치거나 은신할 목적으로 흑강당에 은신처를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누나, 지금 흑강당 건물에 있는 거야?”강자풍은 소만리가 걱정되었다.“고승겸이 병원에서 도망쳤다고 들었는데 만약 누나 지금 거기 있다면 조심해야 해.”강자풍이 일깨워주는 말을 듣고 소만리는 마음을 더욱 다잡았다.강자풍의 말이 맞았다.고승겸이 병원에서 도망쳤으니 이런 상황에서 그가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행동은 기모진을 찾아가는 것이다.만약 그녀가 예상한 대로 기모진이 여기에 있다면 고승겸도 지금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소만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는 것을 들었다.물론 그녀는 이 발자국 소리가 기모진의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소만리가 몸을 홱 돌리자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초췌하고 차가운 고승겸의 얼굴이 비쳤다.고승겸의 모습을 본 순간 소만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역시 모진이 여기에 있는 거로군.”소만리를 향해 다가오던 고승겸의 발걸음이 멈칫했고 창백한 얼굴을 한 고승겸은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소만리에게 싸늘한 미소를 던졌다.“기모진이 여기 있을 거라고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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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6장

고승겸은 다리를 다쳐서 걸음이 느렸다.소만리는 고승겸의 뒤를 천천히 뒤따랐다.고승겸이 천천히 걷는 덕분에 소만리는 흑강당 건물의 내부를 세세히 볼 수 있었다.소만리는 흑강당 건물 뒤편 정원으로 따라갔다.정원의 꽃들은 이미 다 시들었고 아무도 손질하지 않은 마른 잎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마른 잎들이 거의 없는 바닥이 나타났다.소만리는 문득 무슨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그때 고승겸이 정원 가장자리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 은밀히 숨겨진 스위치를 눌렀다.눈앞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통로가 나왔다.흑강당 부지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소만리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믿겨지지가 않았다.하지만 강어가 예전에 했던 어둠의 거래들을 생각하면 그가 이런 곳을 마련해 둘 법도 한 것 같았다.얼마나 은밀히 숨겨 놓았으면 동생인 강자풍에게도 알리지 않았을까.고승겸은 소만리가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꼼짝도 하지 않자 간특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왜? 무서워?”소만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승겸에게 성큼 다가갔다.“무서웠다면 이곳에 있지도 않았을 거야.”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걸음을 떼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소만리가 대담하게 먼저 내려가는 것을 보고 고승겸도 뒤따랐다.지하실에 온 후 그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지하실 입구에서 머리 위에 있는 바닥을 닫았다.소만리는 고승겸을 의식하지 않고 곧장 지하실로 들어왔다.그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녀는 요동치는 심장을 안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고 눈앞에 검은 철문을 보았다.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철문을 본 순간 저절로 불안한 기운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그녀는 얼른 철문 앞으로 달려가 손을 들어 손잡이를 힘껏 쥐었다.“모진?”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소만리?”기모진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서 철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소만리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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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7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꼭 잡았다.그의 손이 얼음장 같았다.기모진이 이틀 동안 이 차가운 물 속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이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기모진은 그녀를 다독였다.“소만리, 슬퍼하지 마. 난 괜찮아.”“괜찮아? 어떻게 이게 괜찮아? 이런 데서 이틀 동안이나 갇혀 있었는데 어떻게 괜찮냐구!”소만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기모진을 끌어올리려고 해 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역부족이었다.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수조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갔다.“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으나 고승겸이 그들을 그렇게 무사히 빠져나가게 해 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소만리, 당신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얼른 여길 떠나. 고승겸이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비록 이렇게 해 봐야 소만리는 그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기모진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모진, 조금만 더 참아. 내가 이 계단을 내려놓기만 하면 당신 올라올 수 있어!”소만리가 수조 구석에 있던 계단을 내려놓으려 했을 때 고승겸이 그녀의 뒤로 다가왔다.“소만리, 내가 당신한테 기모진을 만나게 해 준 이유가 기모진을 데리고 가라고 그런 것 같아?”그녀는 고승겸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그림자가 자신을 압박해 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소만리, 어서 가!”기모진이 긴박한 표정으로 소만리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고승겸에게 경고했다.“고승겸, 당신의 목표는 나잖아. 내 아내는 건드리지 마!”기모진은 얼른 소만리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하지만 이틀 동안 갇혀 있어서 그의 체력이 바닥났고 오랜 시간 차가운 물 속에 있던 두 다리도 마비되었다.기모진이 급하게 소만리에게 가려다 급기야 다리에 쥐가 났고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에 그는 한걸음도 뗄 수 없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몸이 불편한 것을 보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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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장

고승겸은 비웃으며 돌아섰다.무거운 철문이 곧 당겨졌고 기모진과 소만리 두 사람만이 수조 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소만리는 고승겸이 그들을 돌려보내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희망도 갖지 않았다.오히려 여기는 적어도 기모진을 볼 수 있으니 그녀는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다.“모진.”소만리는 남자를 바라보다 손을 들어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를 꽉 껴안았다.“당신이 너무 걱정됐어. 대책을 강구해서 고승겸을 만나겠다고 해 놓고 왜 혼자 이런 위험한 상황에 들어간 거야? 고승겸이 당신을 해치려는 걸 알면서도 왜 스스로를 함정에 뛰어든 거냐구?”원망 섞인 소만리의 말을 들으면서 기모진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소만리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느꼈다.그는 매혹적인 입술선에 아치를 그리며 웃었다.“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아직도 괜찮다고 말하는 거야? 이게 괜찮아?”소만리는 두 손을 놓았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됐어. 이제 나 내려줘.”“나 안 힘든데.”“설마 고승겸이 우리를 내보내줄 때까지 날 이렇게 안고 있을 셈이야?”소만리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되물었다.하지만 기모진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안을 수 있을 만큼 안고 있을 거야. 나처럼 다리가 물에 잠겨 당신이 고생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우리는 부부잖아. 그러니 동고동락하는 것이 당연한 거야. 어서 내려줘.”소만리도 기모진 못지않게 고집스러웠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뜻을 거스르기 싫어서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내려놓았다.소만리의 발이 바닥에 닿았고 수조의 물이 자신의 종아리를 넘지 않는 것을 보았다.물은 더럽지 않고 맑았지만 굉장히 차가웠다.이렇게 차가운 물에 다리가 계속 노출되어 있으면 머지않아 뼛속까지 얼어버릴 것 같았다.기모진이 이틀 동안이나 이런 차가운 물에 잠겨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만리의 눈에는 절로 눈물이 차올랐다.이를 본 기모진은 얼른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에서 넘쳐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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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9장

소만리의 눈에 비친 무거운 슬픔을 포착한 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달래주었다.“소만리, 우리는 그 많은 난관들을 다 헤쳐왔어. 이번에도 우리는 반드시 이 위험에서 벗어날 거라고 믿어. 날 믿어.”그가 굳건하게 다짐하며 말했고 긴장한 표정으로 소만리에게 물었다.“참, 여온이 상황은 어때? 고승겸이 여온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어? 그 놈이 혹시 속인 건 아니야?”이 말을 들으니 소만리의 마음이 또 저릿하게 아파왔다.“그러니까 당신은 당신 딸을 살리겠다고 고승겸의 말을 듣고 여기 혼자 와서 이렇게 갇혀 있었던 거야?”소만리가 이렇게 물었다. 묻고 나니 그녀의 마음이 더욱더 먹먹해졌다.“고승겸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고승겸은 절대 믿을 사람이 못 돼.”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얼굴에 순간 불같은 화가 끓어올랐다.“그럼 고승겸이 여온이의 치료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단 말이야? 여온이 몸에 아직도 붉은 반점이 있어?”기모진은 화가 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한편으로는 아픈 딸이 걱정되었고 한편으로는 고승겸에게 농락당한 것에 화가 났다.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는 기모진의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얼른 설명하기 시작했다.“모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온이는 많이 호전되었어.”“정말?”기모진은 반신반의하며 물었고 소만리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소만리는 강조하듯 힘주어 말했다.“하지만 고승겸이 어떻게 해 준 건 아니야. 그는 단지 여온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남연풍밖에 없다는 것만 알려주었어.”“남연풍?”“고승겸은 아마 여온이가 잠든 틈을 타서 여온이에게 시약을 투여했나 봐. 그 시약을 해독할 수 있는 해독제는 아직 없고 해독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남연풍뿐이래.”여기까지 듣고 나자 기모진은 대충의 자초지종을 깨달았다.결국 고승겸은 기모진을 속인 것이었다.하지만 기모진은 아픈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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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0장

”여온아. 아빠가 일이 바쁘셔서 당분간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엄마도 아빠한테 가서 좀 도와드려야 해. 일이 다 끝나면 엄마 아빠가 여온이 데리고 집에 갈 거야.”강자풍은 조곤조곤 설명했고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기여온은 강자풍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고 더 이상 엄마 아빠를 찾지 않았다.그런 기여온의 모습이 왠지 강자풍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여온아, 엄마 아빠가 여온이 데리러 오면 정말 엄마 아빠 따라 집에 갈 거야?”기여온은 강자풍의 눈에 비친 기대와 아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작은 손을 내밀어 강자풍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아이의 작은 손에서 온기가 전해져 오자 강자풍의 가슴에는 묘한 설레임이 일렁였다.그는 기여온의 옷소매를 걷어올렸다.여전히 아이의 피부에는 붉은 반점이 뚜렷했고 그걸 보고 있자니 강자풍의 미간이 자신도 모르게 굳어졌다.그때 마침 남연풍이 안에서 나왔고 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섰다.“남연풍, 연구는 잘 되고 있어요? 언제쯤이면 이 붉은 반점들이 사라질까요?”남연풍은 미간을 찌푸리며 미안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입을 열었다.“나도 빨리 해독제를 개발하고 싶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강자풍이 듣고 싶은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는 답답한 마음에 옆에 있는 기여온을 안타깝게 쳐다볼 뿐이었다.“이 붉은 반점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남연풍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당시에 난 호기심에 이 시약을 한번 만들어 보았을 뿐 어떤 임상 시험도 하지 않았어요. 반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죄송하지만 병변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릴 수밖에 없네요.”“병변?”강자풍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안 돼요! 하루빨리 해독제를 개발해야 해요. 여온이, 이 어린아이는 이미 너무 많은 고생을 했어요. 난 이 아이가 더 이상 그런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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